맑은 지조와 텅 빈 마음
서리 내린 소나무와 같은 맑은 지조와
물에 비친 달과 같은 텅 빈 마음.
霜松潔操 水月虛襟
상송결조 수월허금
- 영가집
그래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꼭 있는 사람들은 가정이나 수행처에 자신이 목표한 내용이 담긴 글들을 한두 가지 걸어두는 것이 상례다. 가훈을 서서 걸어두는 것도 그러한 예다. 뜻이 있어 사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만인의 사표가 되고 오래도록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삶을 살려는 수행자는 더욱 그러하다. 높고 높은 산에 고고히 서 있는 소나무 가지 끝에 서리가 내려있다. 높은 산의 소나무라는 이미지도 그러한데 거기에 서리가 내렸다면 그 서릿발이 오죽하겠는가.
그처럼 맑은 지조와 소신이라면 긍지와 자부심과 위엄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수행자는 천하의 누구에게라도 녹록하고 호락호락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그 상대가 지금의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먼 과거 석가세존으로부터 먼 미래에까지 다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닌, 지조와 소신과 긍지를 가진 사람이다.
물에 비친 달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축원하는 축원문에는 물에 비친 달과 같은 도량(水月道 場)이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운치가 있고 멋이 있는 말이다. 모든 존재의 실상을 깨달은 사람들은 일체 사물과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그림자처럼 본다. 이것이 불교적 안목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안목을 배우려는 것이다. 그것은 텅 빈 마음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를 물에 비친 달과 같이 보는 텅 빈 마음이라는 것이다. 존재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로되 그림자이기에 사람을 상처 주거나 다치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그림자인데 나 아닌 다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영가 스님은 그런 삶을 산 사람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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