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2)
여기에서 근(根)이라 하면, 기관 이외에 그 기능까지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안근은 눈과 눈의 보는 기능까지를 포함합니다. 우리는 눈[안근]으로 빛깔과 모양[색경]을 볼 수 있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느끼며, 몸으로 감촉을 느끼고,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이는 모든 정신 작용[식(識)]이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들 주관계의 감각기관과, 객관계의 대상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십이처의 분류법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분류법으로, 인간의 인식 능력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것은 불교가 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출발이 바로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중심으로 하여, ‘나’라고 하는 주관적 존재와, 내 외부에 나타나는 객관세계를 합쳐 일체(一切)라고 하는 것이며, 이것을 육근(六根), 육진(六塵)이라고도 합니다.
육근이란, 눈, 귀, 코, 혀, 몸, 뜻의 주관적 인식기관은 외부의 객관 대상을 인식하는 의지처가 되므로, 그 근본이 된다고 하여, ‘근(根)’이라 하였고, 빛과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 등의 객관 대상(六境)들은 우리의 깨끗한 마음을 더럽히고 미혹되게 하기에, ‘진(塵)’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십이처’의 교설 또한 ‘오온무아’에서처럼, 근본불교 ‘무아’의 교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출처: 목탁소리 -법상스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