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으로 되어 있는 <아육왕경(阿育王經)>은 그 경명으로써 알 수 있듯이 아육왕에 관한 기록이 중심이 되어 있다. 박경훈/역경위원
그러므로 이 경과 내용이 같은 또 다른 한역은 전기(傳記)임을 드러내어 ‘아육왕전’이라고 하였다. 경의 내용이나 성격으로 보아서 후자가 타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굳이 경이라고 한 것은 한역하는 중국의 역경자가 아육왕의 불교적 치적을 높이 산 때문이다.
<아육왕경>은 아육왕과 함께 아육왕의 친족에 관해서 설하고 있고 부처님으로부터 불법을 전승한 부처님의 제자들에 관해서도 설하고 있다.
내가 이 경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아육왕에 관한 내용이다. 기원전 268년에서 232년까지 인도에 통일된 왕국을 세우고 다스린 아육왕의 생애는 그로부터 2천1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육왕경>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현세적인 이상을 실천하는 제왕의 모습이 담겨 있어서 우선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인류사를 집권을 위한 살륙의 역사라고 단정하는 사가(史家)가 있다. 그의 말과 같이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만이 아니고 지금도 지구상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살륙을 목격하고 있다. 집권을 위해서 무참한 살륙을 자행한 대표적 인물이 바로 아육왕이다. 그러한 그가 신성한 경전의 주인공이 된 거기에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고뇌와 영광이 얽혀 있다. 그는 부왕이 죽은 뒤 배다른 형제들을 다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권좌에 오른 다음에는 전 왕조에 봉사한 신하 5백명과 시녀 5백명을 직접 목을 잘라 죽음의 숙청을 한다.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옥에 갇힌 인민을 무차별하게 죽였다. 그의 그러한 정치를 두고 그때 사람들이 “왕은 살생으로써 인민을 다스리고자 한다”하고 그를 ‘공포의 육왕’이라고 불렀다.
그의 범어 이름 ‘아쇼카’가 ‘무우(無憂)’ 즉 ‘근심이 없다’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인민에게 공포의 왕이 된 것은 참으로 기괴한 운명이라고 할 것이다. 뒤에 그가 참회하고 불교에 귀의하여 ‘하늘이 사랑하고 모든 사람이 보기를 기뻐한다’는 뜻으로 ‘천애희견왕(天愛喜見王)’이라고 자칭한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에 의하면 아육왕이 참회하고 불교에 귀의하여 8만4천의 탑을 세우고 불법에 의한 정치를 하고 경전을 결집하는 등 불교를 널리 펴게 된 것은 그 살륙의 시기에 감옥에 갇힌 한 비구의 교화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그가 직접 새긴 마애법칙(磨崖法勅)은 다른 상황을 전하고 있다.
아육왕은 즉위한지 8년째 되는 해, 벵골만에 위치한 카링가왕국을 침략한다. 이 전투는 아육왕에 의한 인도 통일의 마지막 전쟁이었다. 그는 이 전쟁에서 10만 이상의 사람이 죽고 15만명이 노예로 끌려가는 참상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힘의 정치’로 부터 ‘다르마(法)의 정치’에로 전환을 한다. 그는 불교의 가르침, 다르마를 정치이념으로 삼고 그것을 보편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여 살생과 상해를 금하였다. 또 자비를 바탕으로 한 인간의 윤리를 수립하였으며 자제(自制)와 유화(宥和)와 보은과 종교적 신앙생활을 권장하였다.
특히 승단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을 엄금하였다. 그는 불교를 옹호하고 원조하였을 뿐 아니라 자이나교 등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옹호하고 원조하였다. 그는 세금을 줄이고 빈민을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보시의 집’을 짓고 인간과 동물을 위한 병원을 지었다. 변방의 이민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원전 3세기의 절대군주가 이같이 ‘다르마의 정치’를 편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때문에 그때 사람들은 그가 실존인물이고 결코 전륜성왕일수 없음에도 그의 영웅적, 군주상은 전해오는 인도의 전설에 따라서 전륜성왕으로 이상화되어 또다른 전설을 낳았다. 그 전설은 <아육왕경>에 수용되고 불교 이외의 다른 종교에도 수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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