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오식(前五識)-2 육식의 실체, 공(空) (3)
그러므로, 무엇을 가지고 딱히, ‘육식이다’ 라고 고정되게 말할 수 없는 것[무아]입니다. 또한, 나무를 비벼 불을 냈지만, 그 불도 인연이 다하면 꺼지게 마련이듯, 육식 또한 인연이 바뀌게 되면 사라지는 것[무상]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어떤 고정된 자아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좀 더 쉬운 예를 든다면, 눈[안근]으로 보기 싫은 흉측한 시체의 모습[색경]을 보았을 때, 안식(眼識)이 작용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되며, 의식(意識)이 작용하여 저 시체는 왜 저렇게 버려져 있을까, 예전에 내가 보았던 어떤 것들보다도 더 흉하다, 인간의 모습이 저런 것인가 하는 등의 온갖 분별심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나, 이내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 다시금 좋은 친구를 만나고, 소풍을 가서 좋은 경치를 구경한다면, 조금 전에 있었던 의식 작용은 바뀌게 됩니다.
그래도 생각이 날 수가 있다고 하겠지만, 시간을 조금 늘려 놓아 1년, 10년쯤 세월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의 마음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의 의식도 항상하여 고정된 것이 아니며, 주위의 상황, 경계에 의해, 즉 인과 연에 의해 항상 바뀌는 것입니다.
이처럼 육식에도 스스로의 자성이 없기에, 무아, 무자성이며, 항상하지 않기에 무상이고, 인과 연에 의해서 생멸을 반복하므로 연기이며, 이러한 사실을 통틀어 대승불교에서는 공(空)이라고 결론짓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목탁소리 -법상스님-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