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논리에 대하여 (2)
즉, 현실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하여, 그러한 구조로 이루어진 현상계에 대한 여타의 관찰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반야심경에서는 우선적으로 현상계의 구조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를 먼저 부정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다른 모든 교설에 대해 각각을 부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야심경에서는 십이연기, 사성제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십이연기를 먼저 다룬 것은 사성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성제의 두 번째 성스러운 진리이며,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원인의 진리인 집성제를 알기 위해서는, 십이연기를 알아야 하기에 우선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일체의 구조에 대한 관찰을 하고, 십이연기의 교설을 통해 기초 작업이 끝나면 본론격인 진리, 즉 사성제에 대한 부정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관 고리를 염두에 두고, 사성제와 십이연기의 부정을 통한 참 진리의 드러냄에 대하여 살펴보아야할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염두에 두고 지나갈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반야심경에 나온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며, 근본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언급하신 교설로의 진정한 회귀를 위하여 방편상 부정의 논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임은 물론입니다.
그러면, 십이연기, 사성제가 부정되는 반야심경의 경구를 살펴보기에 앞서, 다음 장에서는 근본불교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십이 연기, 사성제의 이치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목탁소리 -법상스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