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무경의 가르침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유식학파가 주장하는 근본 가르침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유식무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식은 있고 경은 없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실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물 등이 각각 달리 존재한다는 소박한 실재론을 상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식사상은 우리가 소박하게 인정하고 있었던 외계 사물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유식사상의 근본 명제를 유식무경이라고 합니다. 이는 마음을 떠나 외계에 존재하는 사물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마음뿐임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유식(唯識)을 범어로는 비즈냐프티 마트라(vijapti-matra)라고 합니다. 이 개념을 가장 일찍이 사용하고 있는 경전은 역시 해심밀경입니다. 이 경의 분별유가품에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륵보살이 세존이시여, 위빠사나 삼매 중에 나타나는 영상(影像)은 마음과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선남자여, 둘은 같은 것이다. 왜냐고 하면 그 영상은 오직 식이기 때문이고, 식의 대상은 오직 식이 현현(顯現)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유식이라는 용어는 요가의 실천 속에서 나타나는 자각적인 체험이 원동력이며 마음이 대상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유식의 식이 보통 6식이라고 할 때의 비즈냐냐(vijna)가 아니라 비즈냐프티(vijapti)로 표현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즈냐파야티(vijapayati)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알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유식에 적용시키면 인식의 주체인 식(vijna)이 자기의 인식대상인 경(境, artha)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비즈냐프티(vijapti)는 어떤 대상을 향해서 인식하는 식의 활동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상존재들은 바로 이 식의 인식활동에 지나지 않고, 이 대상들은 오직 식의 현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유식학파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예를 들면, 물에 비친 달이나 거울 속의 모습은 일시적으로 비추어진 영상이며 실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우리들의 인식대상도 영상과 같이 일시적으로 마음속에 비추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유식학파에서는 외계사물을 나타내는 수많은 용어 중 아르타(artha)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아르타에는 ‘의미’와 ‘사물’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유식학파는 인식대상은 반드시 언어라는 매개로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비로소 사물이 될 수 있다는 자신들의 사상을 아르타에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외계사물은 6식의 대상인 형태(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감촉(觸), 법(法)입니다. 이 외계사물에 대한 부정은 대승불교의 법무아(法無我)와 연관되어져 있습니다. 법무아에서 말하는 법(法, dharma)은 좁게는 인간을 제외한 자연물을 말하지만, 넓게는 일체법 즉 정신과 물질을 말합니다.
우리가 아비달마사상을 ‘삼세실유법체항유’라고 표현하듯이 이 학파는 존재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실재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유식학파의 유식무경은 인식대상인 법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서 법무아를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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