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인문과학 1

원효의 지관수행론

수선님 2019. 6. 2. 12:14

원효의 지관수행론
(『대승기신론소』를 중심으로)

 

The study on the practice of Ji- Kwan of Wonhyo

 


김도공
(Kim, Do-Gong)

3-398-0201-02

국문요약

원효는 심진여문에 止, 심생멸문에 觀을 대응시켜서 止觀을 실제 수행상의 큰 축으로 삼아왔다. 원효의 사상체계를 『대승기신론』에 바탕을 둔 一心二門의 체계라고 할 때, 원효는 이 체계를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에 적용함에 있어서, 심진여문에 止, 심생멸문에 觀을 대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효가 지관수행론을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원효는 『기신론』 수행신심분 다섯 가지 수행법 가운데, 유독 止觀에만 많은 공력을 들여서 설명하고 있고, 실제에 있어서는 『유가사지론』의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개념을 빌어서 주석하고 있다.

한편 원효의 지관수행론을 평가하는 연구에서는 『기신론소』에 나오는 지관수행론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을 위해서 설해진 것이라고 보고, 그 이후의 수행 방법으로 『금강삼매경론』을 주목하는 연구내용이 있다. 『기신론』의 다섯 가지 수행론이 說해진 『기신론』상의 위치로 볼 때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한 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견해에 정확한 논거를 확보하려면, 우선 지관수행론으로 도달 가능한 수행계위 상의 계위는 어디인지가 밝혀져야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원효의 『기신론소』에 나타난 지관수행론의 주석 내용을 살펴보고, 그 수행상의 계위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지관수행이 설해진 『기신론』상의 위치가 부정취중생을 위한 교설이고, 실제 그 수행의 결과로 오를 수 있는 수행계위도 상사각의 초문 정도인 십주의 위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추후의 과제는 이후의 수행방법일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원효가 제시하고 있는 제반 수행론들이 지관수행론간의 상호체계 속에서 파악되어져야 할 것이다.

영문요약

As Wonhyo made Simjinyemun correspond to Ji and Simsangmeulmun to Kwan, Wonhyo considered Ji and Kwan as an axis of ascetic practices. When Wonhyo's thought scheme was thought as the scheme of Ilsimimun based on Daesunggisinnon, Jikwansuhangnon was considered important for applying the scheme to practical problems, corresponding Simjinyemun to Ji and Simsangmeulmun to Kwan.

Even as Wonhyo suggested five ways of ascetic practices in Suhangsinsimnon, Gisinnon, he made his more efforts in annotating Ji and Kwan, in practice annotating it with thought of Gujongsimju and Sajonghaehang.

In addition, the study, related to eval‍uating Jikwansuhangnon, noticed that Jikwansuhangnon in Gisinnonso was preached for sentient beings. Now, more studies focus on "Gumgangsammaekyung as a way of ascetic practices"

Given the position of five ascetic practices in Gisinnon, the idea has already secured its valid ground but no exact logical evidences. To secure exact logical evidences of the idea, it firstly has to discover the extent or classes of accomplishment of ascetic practices through Jikwansuhangnon.

Under the background, this study attempts to review the annotations of Jiwangsuhangnon mentioned in Gisinnon and to find the classes of its ascetic practices. The result of this study shows that Gisinnon's position preaching Jikwansuhang was for sentient beings, and the accomplishment as the result of its ascetic practices is the low one of ten practice classes, Sangsagak. Then, the next focus of the study may be the ways of ascetic practices. To understand it, Wonhyo's other practice suggestions should be grasped in the boundary of Jikwansuhangnon.


한글키워드
불교, 수행, 원효, 지관수행론, 대승기신론, 기신론소
영문키워드
Buddhism, Practice, Ji- Kwan, Wonhyo, Gisinnon, Gisinnonso.


Ⅰ. 문제의 제기

지관(止觀)의 일반적 개념은 ?마음이 고요해져 대상에 집중함?을 뜻하는 지(止,samatha)와 ?통찰력?을 의미하는 관(觀,vipassan?)이라 할 수 있다. 『기신론』에서도 지라 하는 것은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함을 말하는 것이니 사마타관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요, 관이라고 하는 것은 인연생멸상을 분별함을 말하는 것이니 비파사나관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다.1) 고 밝히고 있는데, 이 개념은 지관의 일반적 개념과 서로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원효의 사상체계를 『대승기신론』에 바탕을 둔 一心二門의 체계라고 할 때, 원효는 심진여문에 지, 심생멸문에 관을 대응시켜서 지관을 실제 수행상의 큰 축으로 삼아왔다.

두 가지 문을 연 것은 교문을 의심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여러 교문이 많이 있지만 처음 수행에 들어갈 때는 두 문을 벗어나지 아니하니, 진여문에 의하여 지행을 닦고 생멸문에 의하여 관행을 일으킴을 말한 것이다. 지행과 관행을 쌍으로 부림에 만행이 이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이 두 문에 들어가면 모든 문이 다 통하는 것이다.2)

원효는 지관수행론의 목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진여문에 의하여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분별할 바가 없으면 곧 무분별지를 이루는 것이요, 생멸문에 의하여 모든 상을 분별하며 모든 이취를 관찰하면 곧 후득지를 이루는 것임을 알 것이다.3)

이 같이 원효는 지와 관을 각각 진여문과 생멸문, 무분별지와 후득지로 구분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지와 관의 구분이 없이 정과 혜에 같이 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지관쌍운(止觀雙運)을 제시하고 있다.

상을 따라 논하자면, 정을 지라하며, 혜를 관이라 하나, 사실을 말하자면, 정은 지관에 통하는 것이며, 혜도 또한 그러한 것이다. 4)

이와 같은 원리 하에, 원효는 『기신론』 수행신심분에 다섯 가지 수행법이 제시되어 있음에도, 유독 지관수행론에만 많은 공력을 들여서 그 내용을 주석하고 있다.

원효의 지관수행론에 관심을 둔 기존의 연구물은 이영자 교수의 ?원효의 지관?이라는 제목의 연구결과가5) 있다. 이 연구에서는 원효의 지관수행론이 『천태소지관(天台小止觀)』과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으로부터 연원 한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天台思想의 입장에서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소략한 내용이다.

오형근 교수는 ?유가론과 원효의 구종심주사상?6) 에서 주로 원효의 지관수행론이 『유가사지론』으로부터 연원하기 때문에 사상적으로 유식에 바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천태사상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으며, 더 이상의 내용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이 아쉬운 점이다.

최근의 연구로 원효 수행론 전체를 다루고자 하는 김상현 교수의 ?원효의 실천행?7)이라는 연구물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수행론 각각에 대한 설명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지관 수행에 대한 집중적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원효의 지관수행론을 평가하는 연구에서는 『기신론소』에 나오는 지관수행론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을 위해서 설해진 것이라고 보고, 그 이후의 수행 방법으로 『금강삼매경론』을 주목하는 연구내용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8) 이 논고에서는 『기신론』의 다섯 가지 수행론이 설해진 『기신론』상 위치가 수행신심분이고, 이 부분의 내용은 정정취에 들어가지 못한 부정취 중생들을 위한 교설 임을 살펴 볼 때, 이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정확한 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견해에 정확한 논거가 되려면, 우선 『기신론』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관수행론으로 도달 가능한 수행계위 상의 계위가 밝혀져야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그동안 이루어진 원효의 지관수행론에 대한 연구 결과의 미진한 점을 종합하여, 원효가 『기신론』에 나타내고 있는 지관수행론의 실제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기신론소』에 나타난 원효의 지관수행론

『기신론』에서는 지관문을 수행하는 방법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止)라 하는 것은 모든 경계상을 그치는 것이고, 관(觀)이라 하는 것은 인연생멸상을 분별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지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경계상을 그치게 함을 말하는 것이니 사마타관의 뜻을 수순하기 때문이요, 관이라고 하는 것은 인연생멸상을 분별함을 말하는 것이니 비파사나관의 뜻을 수순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순하는가? 이 두 가지 뜻으로 점점 수습하여 서로 여의지 아니하여 쌍으로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9)

원효는 『기신론』의 지관수행론을 주석함에 있어서, 구종심주(九種心住)와 사종혜행(四種慧行)의 개념을 빌려 주석10)하고 있는데, 그 기본적인 이론체계는 『유가사지론』에서 도입11)된 것이다.

구종심주는 선정의 단계별 과정을 나타내는 내용으로, ①내주, ②등주, ③안주, ④ 근주, ⑤조순, ⑥적정, ⑦최극적정, ⑧전주일취, ⑨등지 이며, 이는 선정의 점차적인 심화단계를 의미한다. 이 내용이 원효의 『기신론소』에는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무엇을 구종심주라 하는가? 어떤 비구가 마음을 내주하며, 등주하며, 안주하며, 근주하며, 조순하며,적정하며, 최극적정하며, 전주일취하며, 및 등지 하게 됨을 말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이름하여 구종심주라고 하는 것이다.?12)

1. 지 - 구종심주

『유가사지론』에서 도입된 구종심주의 내용을 순서에 따라서 알아보면, 그 첫 번째 순서는 내주로부터 시작한다.

내주란 밖에 있는 일체의 반연하는 바, 경계로부터 그 마음을 거두어 단속하여 안에다 매어 두어 밖으로 산란하지 않게 함을 말하는 것이다.13)

이 의미는 밖으로부터 다가오는 모든 경계에 대하여 마음을 거두고 단속하여서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세상을 살아갈 때, 자신에게 다가오는 일체의 인식대상인 경계로 향하려는 그 마음을 자기 마음 안으로 거두어 들여 묶어서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주의 수행은 밖으로 향하려는 자신의 심식을 묶어서 내면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수행 단계상에 있어서는 자신의 마음을 단속하여 억지로 묶어 두는 과정에 속한다.

등주란 처음으로 얽매인 마음은 그 심성이 거칠게 움직이는 것이어서 아직 똑 같이 두루 머무르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에 곧 이것이 반연하는 경계에 대하여 상속방편과 징정방편으로 이를 꺽어 미세하게 하여 두루 거두어 들여서 머무르게 함을 말하는 것이다.14)

이 의미는 내주에 의해서 묶여 있는 마음이 비록 묶여있고 안으로 향하고는 있으나, 이는 억지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상태라, 거친 마음이 종종 일어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밖으로부터 다가오는 모든 경계에 대하여 지속적인 방편과 청정한 계행으로 거칠게 일어나는 번뇌를 조복시켜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거칠게 일어나는 마음과 행동을 억지로나마 조복하게 되면 이를 등주라고 하게 된다.

안주란 만약 이 마음이 이처럼 내주 등주 하였으나 내주 등주하는 마음을 놓쳐 밖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또 다시 거두어 들여서 단속하여 내경에 안치하는 것이다.15)

이 의미는 내주와 등주에 의해서 마음을 억지로나마 조복시켜 놓았으나, 조복시켜 놓으려는 그 마음을 놓으면, 외부의 경계가 다가올 때, 다시 마음이 산란해지게되는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안주란 이러한 마음을 완전히 조복시켜서 자신의 마음 속에 편안하게 머물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근주란 저가 먼저 응당 이와 같이 친근하게 머무를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니, 이러한 생각에 의하여 자주 뜻을 일으켜 그 마음을 안으로 머무르게 하여 이 마음이 멀리 밖에 머무르지 않게 함을 말하는 것이다.16)

이 의미는 안주에 의해서 자신의 마음 속에 편안하게 마음이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 마음이 편안한 경지를 넘어서 재미있고 친근하게 마음 안의 내부를 바라보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서 항상 마음이 안에 자연스럽게 머물도록 하여, 마음이 외부로 멀리 떠나는 일이 없도록 가까이 머물게 하는 것을 근주라고 한다.

조순이란 갖가지 상이 마음을 흐트러지게 하니 소위 색성향미촉의 오진과 탐진치의 삼독과 남녀 등의 상이다. 그러므로 저가 먼저 응당 저 모든 상들을 근심거리의 생각으로 여겨야 할 것이며 이러한 생각의 증상력에 의하여 저 모든 상들에 대하여 그 마음을 꺾어 버려서 흐트러지지 않게 함을 말하는 것이다.17)

이 의미는 다음과 같다. 즉 비록 자신의 마음 속에 마음이 머물기는 하였으나, 마음 속에 있는 기존의 관념들, 즉 색·성·향·미·촉, 탐·진·치, 남·여 등의 상(相)들이 사람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여 여러 가지 잘못된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는 밖에서 다가오는 경계보다도 더 무서운 기세로 마음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때 일어나는 모든 양상에 굴복되려고 하는 마음을 절대로 흩어지지 않게 고르고, 그 골라진 상태가 익숙하게 만드는 것을 조순이라고 한다.

적정이란 갖가지 욕 에 해 등의 여러 나쁜 심사와 탐욕개 등의 여러 가지 수번뇌가 있어 마음을 요동케 하기 때문에 저가 먼저 응당 저러한 여러 가지 법들은 근심거리의 생각으로 여겨야 할 것이며 이러한 생각의 증상력에 의하여 저러한 것들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18)

이 적정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즉 우리의 마음에는 탐냄과 성냄과 해와 여러 가지 나쁜 생각 등의 번뇌들이 마음을 요동치게 하여, 나타난 모든 현상에 대하여 취착하는 모습을 나타나게 한다. 이렇게 잘못된 모습이 더욱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번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그쳐서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적정이라고 한다.

최극적정이란 위의 적정의 마음을 놓침으로 해서 곧 저 두 가지인 나쁜 심사와 수번뇌가 잠시 현행할 때에 곳에 따라서 일어나지만, 차마 받지 아니하고 곧바로 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19)

이 의미는 위의 적정의 마음을 놓치게 되면, 바로 나쁜 생각과 번뇌가 나타나기는 것이 중생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 번뇌를 마음속에 받아들여 계속 따라가지 않고, 바로 밖으로 토해내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최극적정이다.

전주일취란 가행이 있고 공용이 있어서 부족함이 없고 간격이 없어 삼마지가 상속하여 머무름을 말하는 것이다.20)

이 의미는 애써서 열심히 수행하고 공력을 들여서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는데 전력하여 부족함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끊임없는 삼매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서 편안하게 공력을 들이고 수행함을 말한다.

등지란 자주 닦고 자주 익힌 수많은 수행의 습관을 인연으로 삼기 때문에 가행도 없고 공용도 없게 되어 자연히 도에 들어감을 말하는 것이다.21)

이 의미는 이미 이전에 마음을 보존하는데 수많은 수행과 공력을 들여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삼매가 나타나서, 자연스럽게 도에 들어가게 될 수 있는 것을 등지라고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구종심주는 점진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무분별의 경지로 이끌고 들어가는 단계별 설정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9가지 단계를 원효는 다시 사종작의(四種作意)의 개념을 들여서 네 가지 단계로 정리하고 있는데, 사종작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22) 우선 사종작의는 역려운전작의, 유간결운전작의, 무간결운전작의, 무공용운전작의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사종작의의 개념을 차례대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역려운전작의의 개념은 힘쓰고 힘써서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려는 마음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유간결운전작의의 개념은 번뇌가 들어갈 틈이 있고 결점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무간결운전작의는 마음의 상태가 번뇌가 들어갈 틈이 거의 없고 결점도 거의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고 수행하기 위해서 애쓰는 마음 자세를 말한다. 무공용운전작의는 마음의 상태가 이제는 번뇌와 결점이 사라짐은 물론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번뇌로부터 보존하기 위해서 애써서 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의 마음상태를 말한다.23)

『유가사지론』에서는 이 네 가지 단계를 구종심주의 아홉단계와 대비시키고 있는데, 그 내용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역려운전작의에는 내주 등주, 유간결운전작의에는 안주 근주 조순 적정 최극적정, 무간결운전작의에는 전주일취, 무공용운전작의 등지24)등으로 대비되고 있다.

이 같이 원효는 『유가사지론』의 구종심주와 사종작의의 개념을 들어서 『기신론』의 止 수행에 관련된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원효는 구종심주의 마지막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수행이 단계인 등지(等持)의 마음으로 진여삼매에 들어갈 것을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가라앉거나 들뜬 마음을 멀리 떠나 자연스럽게 머무르기 때문에 등지라고 한다는 것이고, 또한 등지의 마음으로 진여의 상에 머무르기 때문에 진여삼매에 들어가게 된다는25)것이다.

2. 관 - 사종혜행

원효는 다시 『유가사지론』의 내용을 인용하여서 네 가지 비파사나(毘婆舍那) 관행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네 가지 비파사나는 능정사택·최극사택·주편심사·주편사찰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신론소』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네 가지의 비파사나인가? 비구가 내심의 사마타에 의지하기 때문에 모든 법 중에서 능히 바르게 사택하며, 가장 지극하게 사택하며, 빠짐없이 두루 심사하며, 빠짐없이 두루 사찰하는 것, 이 네 가지를 말한다.26)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 사택과 심사와 사찰이라는 용어의 의미 차이이다. 사택은 생각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범부인 정도의 이성적인 판단을 말하는 것이다. 범부인의 일반적인 생각의 구극에는 최극사택이 있는 것이다. 심사는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그 뜻과 이치를 대강 생각하고 찾는 것을 의미한다. 사찰은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그 뜻과 이치를 대강 생각하고 찾는 심사에 비해서,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세밀하게 분별하고 살피는 정신작용의 뜻이다.

이 같이 사택과 심사와 사찰은 비슷한 용어로 보이지만, 그 의미는 점층적으로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점층적으로 심화된다는 의미를 염두에 두면서 사종혜행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능정사택은 청정한 행위인 정행이 반연하는 경계와 혹 부처님의 좋은 방편인 선교가 반연하는 경계와 혹은 청정한 계행이 반연하는 경계에 대하여 일체의 후득지를 발하여 바르게 사택하는 것이다.27)

이 의미는 자기 주변의 내외에서 다가오는 모든 경계에 대하여, 청정한 행동과 계율에 따른 절제된 행동을 말한다. 그리고 부처님이 베푸는 여러 가지 좋은 방편을 후득지로 삼아서 자신이 행해야 될 바른 행동을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을 담고있는 내용이다.

최극사택은 저 연하는 바의 경계에 대하여 진여를 발하여 가장 지극하게 사택하는 것이다.28)

이 의미는 자기 주변의 내외에서 다가오는 모든 경계에 대하여, 그 동안 얻은 후득지에 바탕하여 추측이 가능한 모든 진여를 생각하고, 그 생각되어진 진여의 지혜를 발휘하여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계에 대하여 더욱 지극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심사는 곧 저 연하는 바의 경계에 대하여 혜행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분별의 작의를 갖게 되어 저 경계상을 취하여 빠짐없이 두루 깊게 살피는 것을 말한다.29)

이 의미는 자기 주변의 내부에서 다가오는 경계에 대하여 바른 지혜로 분별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분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분별의 주체인 주관과 분별의 대상인 객관이 분리된 경계상을 취하여 그 모습을 두루두루 살핀다는 의미이다. 이전의 최극사택이 자신의 일반적인 생각과 후득지로 판단하는 것임에 비하여, 여기에서부터는 지혜에 의한 분별을 하는 것이 그 특징으로 드러난다.

주변사찰은 저 연하는 바의 경계에 대하여 자세히 추구하여 빠짐없이 두루 사찰 함을 말한다.30)

이 의미는 자기 주변의 내부에서 다가오는 경계에 대하여 지극히 자세하게 분별하고 살피는 행위를 말한다. 이렇게 해야 되는 이유는 그 경계 자체가 매우 미세하고 세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이 미세하고 세밀한 경계를 깊이 사유하고 관찰한다는 의미가 바로 주변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은 수행이론은 다 같이 『유가사지론』에서 연원하고 있으며, 이 개념들 간의 상관 관계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표> 구종심주와 사종혜행

구종심주
사종작의
사종혜행
4
等持
無功用運轉作意
周遍伺察
3
專住一趣
無間缺運轉作意
周遍尋思
2
安住, 近住,
調馴,寂靜, 最極寂靜
有間缺運轉作意
最極思擇
1
內住, 等住
力勵運轉作意
能正思擇

또한 원효는 지관수행을 할 수 있는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을 밝혔으나 그 대체적인 내용이 선 수행적 내용에 치우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는지, 다시 『기신론』의 내용에 근거하여서 네 가지 관행을 밝히고 있다. 『기신론』에서는 사람이 止 수행만을 닦으면 마음이 가라앉거나 게으름을 일으켜 여러 선을 즐기지 않고 자비행을 멀리 하게 되니, 관 수행을 병행해서 닦아야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원효는 『기신론』의 이 구절을 크게 법상관, 대비관, 서원관, 정진관으로 나누어서 이해하고 있다.

그 가운데 법상관은 고관, 무상관, 무아관, 부정관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대비관은 법상관으로 살펴본 중생들의 삶의 모습이 무시로부터 무명의 훈습에 의해서 고통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모습을 보아서 중생들을 가련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원관은 위와 같은 중생들을 보고서 미래세가 다하도록 한량없는 방편으로 일체의 고뇌하는 중생들을 구원하여 열반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서원을 세우는 것을 뜻한다. 정진관은 이러한 서원을 가졌으면 어느 곳에서든지 여러 선행을 자신의 능력껏 수행하는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신론』에서는 지 수행을 닦으면 범부가 세간에 주착하는 마음을 대치하고, 이승의 겁약한 소견을 제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이러한 관 수행을 닦으면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이승의 좁은 마음의 허물을 제거하여 자비의 마음을 나타낼 수 있고, 범부가 신근을 닦지 않고자 하는 마음을 멀리 여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3. 지관쌍운

원효는 이와 같은 지관수행은 항상 같이 이루어져야 함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새의 양 날개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지와 관 수행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만이 보리의 문에 들어 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신론』을 주석하고 있는 원효의 수행론에서 중요한 것은 지관 수행이다. 지란 밖의 모든 경계상을 멈추어 산란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止만을 닦는다면 마음이 가라앉아 게을러지고 여러 선을 구하지 않고 대비를 멀리 떠나게 된다. 이 때문에 관을 닦아야 한다. 관이란 대상을 관조하여 인연생멸상을 분별하는 것이다. 원효는 지관쌍운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기도 했다.

지와 관의 두 수행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함은 새의 두 날개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두 바퀴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실어 나르는 능력이 없고, 만약 한 날개가 없다면 어찌 허공을 나는 힘이 있으랴. 그러므로 지와 관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곧 보리의 도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 것이다.31)

이처럼 원효는 지관이행의 수행을 매우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지를 수행하여 범부의 주착하는 고집과 이승의 겁약한 소견을 다스릴 수 있고, 관을 닦아서 널리 중생을 살펴 대비를 일으키기에 二乘의 옹졸한 마음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범부의 나태한 뜻을 다스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32) 원효는 이러한 뜻을 따라서, 만약 지 수행을 닦는다면 범부의 주착하는 고집을 제거하므로 그가 집착한 인법상을 없애는 것이요. 오음이 있다고 보아 고통을 두려워하는 이승의 겁약한 소견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관 수행을 닦는다면, 이승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협소하고 용렬한 마음을 없앨 수 있고, 널리 중생을 살펴서 대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범부가 분발하여 도에 나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게으른 뜻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다. 원효는,

이와 같이 사마타를 얻은 사람은 또한 곧 이 네 가지 작의를 거친 것이니 바야흐로 능히 비파사나를 닦아 익힐 수가 있으니, 그러므로 이것은 또한 비파사나품인 것이다.33)

라 하였다. 이 같은 내용은 다음의 구절을 그대로 직역한 내용인데, 원문을 살펴보자.

又如是得奢摩他者 復卽由是四種作意 方能修習毘鉢舍那 故此亦是毘鉢舍那品

이 문구의 내용은 구종심주와 사종작의 그리고 사종혜행이 서로 같은 단계로 진행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이 의미를 살려서 내용을 정확히 정리해보면 "이와 같이 사마타를 닦는 사람은 구종심주의 네 가지 단계인 사종작의를 거치는 과정 동안 아울러서 비파사나를 닦는다." 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석이 되어야, 뒤에 이어지는 말인 ‘또한 이것 역시 비파사나품인 것이다’ 라는 말과 서로 의미가 통하게 된다. 이러한 견해의 논거로는 원효가 인용한 『유가사지론』의 원문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사종작의는 구종심주 중의 사마타품인 것이다. 또한 곧 이와 같이 내심에 사마타를 획득한 사람은 삼가 비파사나를 닦을 때 또한 곧 이 사종작의 과정을 거쳐서 바야흐로 비파사나를 닦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비파사나품인 것이다.34)

로 되어 있다. 이 말은 구종심주의 과정은 비록 아홉 단계로 세분되어 있지만, 크게 나누어 보면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되어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단계의 사종작의는 비파사나를 닦는 과정과도 동일한 단계로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결국 원효가 인용하고 있는 『유가사지론』의 구종심주와 사종작의 그리고 사종혜행은 각기 그 수행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지관쌍운의 수행방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Ⅲ. 원효의 지관수행론과 수행계위

『기신론』은 일심·이문·삼대의 이론구조를 바탕으로 사신오행에 의한 실천적 수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삼종발심을 통하여 일심의 구경에까지 도달하게 하는 수행방법은 『기신론』을 철학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논서로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부정취중생을 위해서 설해진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신·오행은 하근기 중생으로 하여금 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제시해 주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관수행론의 내용을 원효는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개념으로 주석하고 있다.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수행상의 계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봐야만 된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관수행과 관련된 원효의 주석 내용을 보면 그 수행상의 계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원효는 구종심주를 거쳐서 삼매를 얻게되면, 그 삼매의 결과로서 법계가 한 모습인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일체의 모든 부처의 법신이 중생의 몸과 더불어 평등하여서 둘이 아니고 차별이 없는 것임을 아는 일행삼매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진여삼매의 근본이 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원효는 구종심주의 가장 높은 단계인 등지의 단계를

마음이 머물기 때문에 점점 맹리하여 진여삼매에 수순하여 들어가게 되어 번뇌를 깊이 조복하고 신심이 증장하여 속히 불퇴전의 경지를 이룬다.35)

는 내용으로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수행상의 도달계위를 알기 위해서 눈여겨보아야 될 내용은 진여삼매에 들어가게 되며, 불퇴전의 경지를 이룬다는 두 가지 語句의 의미이다. 먼저 진여삼매에 대하여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진여삼매에 대하여 『기신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진여삼매란 보는 상에도 머물지 않고, 얻은 상에도 머물지 아니하여, 定에서 벗어난 때에도 게을리 함이 없어서, 가지고 있는 번뇌가 점점 엷어지게 되니, 만약 모든 범부가 이 삼매의 방법을 익히지 아니하면 여래종성에 들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36)

이 의미는 진여삼매가 완성상태의 진여삼매라는 의미보다는 모든 범부가 이 삼매의 방법을 익혀야 여래종성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또한 여기에서 얻어지는 진여삼매는 여래종성에 들어가기 위한 초보적인 관문의 시작임을 말하는 것이다.

또 눈 여겨 볼 내용은 불퇴전 경지의 의미이다. 수행상의 계위에서 불퇴전의 경지는 대개 악취(惡趣)나 이승지(二乘地)에 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유부에서는 사선근위(四善根位)중 인위(忍位)에 이르면 다시 악취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대반야경(大般若經)』에서는 견도(見道)에 들어가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다시 이승지에 떨이지지 않는 경지를 불퇴라고 한다. 또한 보살의 품계로 말하면 십주의 제칠위(第七位)를 불퇴전위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내용과 비교하여 원효의 『기신론』 주석 속에서 불퇴전의 수행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원효는 여래종성에 대하여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종성의 자리에 두 가지 문이 있으니 첫째는 십삼주문의 가운데 처음의 종성주니 종성이란 무시의 때로부터 있는 것이므로 닦아서 얻는 것이 아니며, 이 뜻은 『유가론』과 『지지론』에 나오는 것이다. 둘째는 육종성의 문이니 처음 습종성과 다음에 성종성이란 그 자리가 삼현의 자리에 있는 것으로 습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는 『본업경』과 『인왕경』에 나온다. 그 중 자세한 것은 『일도의』에서 널리 말한 것과 같다. 이제 이 중에 여래종성이라는 것은 두 번째 즉 육종성 가운데 습종성위를 말하는 것이다.37)

여기에서 육종성이라는 것은 보살의 인행으로부터 과에 이르는 행위종성을 6가지 위계로 나눈 것으로 습종성·성종성·도종성·성종성·등각성·묘각성을 말한다.38) 여기에서 습종성·성종성은 삼현의 자리에 있는 것으로 원효가 밝히고 있으며, 성종성에 대한 내용을 보면 십행위의 보살로 나오는 것39)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성종성 보다 낮은 단계인 습종성은 당연히 십주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십주의 위계에 오르면 여래의 종성이 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불퇴전의 경지에 오른다는 말이 된다. 또 『기신론』 주석의 다른 부분에서도 원효는십해(십주)이상을 정정이라 하니 불퇴위에 머무는 것을 정정으로 삼기 때문이요.40)

라 주석하고 있다. 이를 보면 불퇴전의 수행상의 계위는 확실히 십해(십주)임을 알 수 있고, 십해 이상이라야 정정취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에 바탕해서 판단해보면, 원효가 『기신론』을 주석하면서 끌어온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지관수행론으로 도달 할 수 있는 수행상의 계위는 보살 수행계위 상에서는 십주의 단계까지임을 알 수 있고, 이를 『기신론』의 시각사위와 대비해 보면, 상사각의 초보적 관문에 들어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상사각 이후의 수행 방법, 정확히는 십주 이후의 수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수행상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단계는 십주 이후에 전개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기신론』의 勸修利益分에서 말하고 있는 ‘이 논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닦고 익히면 무상도에 이를 수 있다’ 는 내용과 합치되기 때문이다.

Ⅳ. 결 론

원효는 『기신론』의 지관수행론을 주석함에 있어서 『유가사지론』의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개념을 빌어서 주석하고 있다. 지관수행이 설해진 『기신론』상의 위치가 부정취중생을 위한 교설이고, 실제 그 수행의 결과로 오를 수 있는 수행계위도 상사각의 초문 정도인 십주의 위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 위계가 불교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퇴전의 경지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불퇴전의 의미는 위계상에서의 불퇴전의 의미인 위불퇴(位不退)라고 할 것이고, 실제 수행상에서 불퇴전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 수행상에서 모든 번뇌와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행불퇴(行不退), 염불퇴(念不退)의 경지와는 다른 의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의 과제는 상사각과 수분각에 해당되는 수행의 방법, 정정취 이후의 수행방법이 실질 수행상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기신론』과 『기신론소』에서는 해행발심에서 수행하는 육바라밀로 그 이후의 수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육바라밀과 삼종발심만으로도 수행체계로서 완벽한 공능을 발휘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수행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무엇인가 구체적인 설명과 방법론 제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신론』의 시각사위를 살펴보더라도, 그 수행계위 중 불각과 상사각의 위치는 수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위계이다. 그러나 수분각의 위계에서 수행을 하여 아공과 법공을 완전히 체득한다고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아닌 것이다. 때문에 아공과 법공을 체득할 수 있는 무엇인가의 수행방법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원효가 제시하고 있는 제반 수행론들이 지관수행론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파악되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본고의 부가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원효가 도입한 구종심주와 사종혜행의 개념이 유가계에서 온 이론이고, 이를 통한 수행상의 계위를 원효 스스로가 십주의 단계로 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본고는 원효의 사상 및 수행체계에서 유식사상이 차지하는 위상41)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했다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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佐藤繁樹, 元曉에 있어서 和諍의 論理 -金剛三昧經論을 中心으로-, 동국대박사학위논문, 1993.


각 주

1 「기신론」, 『대정신수대장경』(이하 ‘대정장’이라 함) 32, 582 쪽 상단. "所言止者 謂止一切境界相 隨順奢摩他觀義故 所言觀者 謂分別因緣生滅相 隨順毗鉢舍那觀義故."
2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01 쪽 하단. "開二種門者遣第二疑 明諸敎門雖有衆多 初入修行不出二門 依眞如門修止行 依生滅門而起觀行 止觀雙運 萬行斯備 入此二門."
3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상단. "是知依眞如門 止諸境相 故無所分別 卽成無分別智 依生滅門 分別諸相 觀諸理趣 卽成後得智也."
4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隨相而論 定名爲止 慧名爲觀 就實而言 定通止觀 慧亦如是."
5 李永子, ?元曉의 止觀?, 關口眞大編, 『佛敎의 實踐原理』 (山喜房佛書林, 1977); 同著, 『韓國天台思想의 展開』 (서울: 民族社, 1988). 재인용.
6 오형근, ?유가론과 원효의 구종심주사상?, 서울: 한국불교학회, 《한국불교학》제11권, 1986.
7 김상현, ?원효의 실천행?, 서울: 원효학연구원, 《원효학연구》제5집, 2000.
8 藤能成, 元曉의 淨土思想硏究, 東國大 불교학과 博士學位論文, 1995, 58 쪽.
9 「기신론」, 『대정장』 32, 582 쪽 상단. "所言止者 謂止一切境界相 隨順奢摩他觀義故 所言觀者 謂分別因緣生滅相 隨順毗鉢舍那觀義故 云何隨順 以此二義漸漸修習不相捨離 雙現前故."
10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如瑜伽論聲聞地云 復次如是心一境性 或是奢摩他品 或是毘鉢舍那品 若於九種心住中心一境性 名奢摩他品 若於四種慧行中心一境性 名毘鉢舍那品."
11 九種心住와 四種作意 그리고 四種慧行의 내용은 「瑜伽師地論」30권 (『大正藏』 30 450 쪽 하단-451 쪽 중단)에 나온다. 이 『瑜伽師地論』의 止觀 개념에 대한 논고가 있다. 勝又俊敎, ?瑜伽師地論에 있어서 止觀?, 關口眞大 編, 『止觀의 硏究』(東京: 岩波書店, 1975), 85 쪽.
12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名爲九種心住 謂有苾芻 令心內住 等住 安住 近住 調順 寂靜 最極寂靜 專住一趣 及與等持 如是名爲九種心住."
13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內住 謂從外一切所緣境界 攝錄其心 繫在於內 不外散亂 故名內住."
14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等住 謂卽最初所繫縛心 其性?動 未能令其等遍住故 次卽於此所緣境界 以相續方便 澄淨方便 挫令微細 遍攝令住 故名等住."
15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安住 謂若此心雖復如是內住等住 然由失念 於外散亂 還復攝錄安置內境 故名安住."
16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近住 謂彼先應如是如是親近念住 由此念故 數數作意內住其心 不令是心遠住於外 故名近住."
17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중단. "云何調順 謂種種相 令心散亂 所謂五塵三毒男女等相 故彼先應取彼諸相爲過患想 由如是相增上力故 於彼諸相折挫其心不令流散 故名調順."
18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寂靜 謂有種種欲?害等諸惡尋伺 貪欲不善等諸隨煩惱 令心擾動 故彼先應取彼諸法爲過患想 由此增上力故 於彼心不流散 故名寂靜."
19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最極靜 謂失念故 卽彼二種暫現行時 隨所生起 然不忍受 尋卽反吐 故名最極靜."
20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名爲專住一趣 謂有加行有功用無缺無間三摩地相續而住 故名專住一趣."
21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等持 謂數修數習數多修習爲因緣故 得無加行無功用任運轉道 故名等持."
22 여기에서 유의할 점이 있는데, 원효는 구종심주와 사종작의 사종혜행을 유가사지론」에서 인용하고 있는데, 원효는 유가사지론」에 나온 육종력은 빼놓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문맥의 흐름상 육종력이 사종작의보다는 먼저 나오는 개념인데, 육종력은 빼고 사종작의를 선택하고 있는 원효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논자의 의견으로는 사종작의의 구분이 사종혜행과 서로 명확하게 대비해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3 사종작의의 다른 형태가 「유가사지론」 31권에도 나오는데,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유가사지론」31, 『대정장』 30, 498 쪽 중단-하단. 調練心作意, 調練은 조정과 연습을 말하며 惡을 싫어하는 법을 조정하고 연습하여 마음에서 악을 싫어하게 만드는 것이다. 濕潤心作意, 濕潤은 濕長과 沃潤을 말하며 관상의 법을 습장옥윤하여 마음에서 ?樂하도록 하는 것이다. 生輕安作意, 輕安은 몸의 가벼움과 마음이 편안함을 말하며 싫어하는 법을 마음에서 염리토록 하여 즐거워하는 법으로 마음을 흔락토록 하고 몸은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淨智見作意, 정지는 곧 청정한 지혜를 말하며 이 지혜가 비추면 모든 법이 공하여 곧 내심의 寂靜을 얻고 寂靜을 얻으므로 진리의 이치를 본다는 것이다.
24 「유가사지론」 30, 『대정장』 30, 451 쪽 중단. "如是九種心住. 當知復有四種作意 一力勵運轉作意 二有間缺運轉作意 三無間缺運轉作意 四無功用運轉作意 於內住等住中 有力勵運轉作意 於安住近住 調順寂靜 最極寂靜中 有有間缺運轉作意 於專注一趣中 有無間缺運轉作意 於等持中 有無功用運轉作意 當知如是四種作意 於九種心住中是奢摩他品."
25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9 쪽 상단. "遠離沈浮 任運而住 故名等持 等持之心 住眞如相 故言得入眞如三昧."
26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四種毘鉢舍那 謂有苾芻依止內心奢摩他故 於諸法中能正思擇 最極思擇 周遍尋思 周遍伺察 是名四種."
27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名爲能正思擇 謂於淨行所緣境界 或於善巧所緣境界 或於善行所緣 能正思擇盡所有性."
28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名爲最極思擇 謂卽於彼所緣境界 最極思擇如所有性."
29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云何名爲周遍尋思 謂於彼所緣境界 由慧俱行 有分別作意 取彼相狀 周遍尋思."
30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278 쪽 상단. "云何名爲周遍伺察 謂卽於彼境 審諦推求 周遍伺察 乃至廣說."
31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32 쪽 중단. "止觀二行旣必相成 如鳥兩翼 似車二輪 二輪不具 卽無運載之能 一翼若 闕何有翔 空之勢 故言止觀不具 則無能入菩提之道也."
32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32 쪽 상단. "若修止者 離二種過 一者正除凡夫住着之執 遣彼所着人法相故 二者兼治二乘怯弱之見 見有五陰怖畏苦故 若修觀者 亦離二過 一者正除二乘狹劣之心 普觀衆生起大悲故 二者兼治凡夫懈怠之意 不觀無常懈怠發趣故."
33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7 쪽 하단. "又如是得奢摩他者 復卽由是四種作意 方能修習毘鉢舍那 故此亦是毘鉢舍那品."
34 「유가사지론」30, 『대정장』30 451 쪽 중단. "當知如是四種作意. 於九種心住中是奢摩他品. 又卽如是獲得內心奢摩他者. 於毘鉢舍那勤修習時. 復卽由是四種作意. 方能修習毘鉢舍那. 故此亦是毘鉢舍那品."
35 「기신론」, 『대정장』 32, 582 쪽 상단. "以心住故 漸漸猛利 隨順得入眞如三昧 深伏煩惱 信心增長速成不退."
36 「기신론」, 『대정장』 32, 582 쪽 중단. "眞如三昧者 不住見相 不住得相 乃至出定 亦無懈慢 所有煩惱 漸漸微薄 若諸凡夫不習此三昧法 得入如來種性 無有是處."
37 「기신론소」, 『한국불교전서』 1, 729 쪽 하단. "然種性之位 有其二門 一十三住門 初種性住 種性者 無始來有 非修所得 義出瑜伽及地持論 二六種性門 初習種性 次性種性者 位在三賢 因習所成 出本業經及仁王經 於中委悉 如一道義中廣說也 今此中言如來種性者 說第二門習種性位也."
38 「보살영락본업경」 권상, 『대정장』 24, 1012 쪽 중단. "佛子性者 所謂習種性 性種性 道種性 聖種聖 等覺性 妙覺性."
39 은정희 역주, 『대승기신론소·별기』 (서울: 일지사, 1992). 401 쪽, 주138 참조.
40 「기신론소」『한국불교전서』 1, 723 쪽 하단. "十解以上名爲正定 住不退住爲正定故."
41 원효사상 혹은 『기신론』에 대한 사상평가를 유식으로 정리하고 있는 연구결과들이 등장되고 있는데, 원효의 사상과 수행체계상에서 유식은 오히려 초보적 의미로 보인다. 元曉 사상을 화쟁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華嚴思想으로 보는 견해(전호련, ?원효의 화쟁과 화엄사상?, 서울: 한국불교학회, 《한국불교학》24집, 1998.)에서도 유식사상은 원효의 사상 및 수행 성숙 단계상 선행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임기영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dlpul1010/2363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