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인문과학 1

종밀의 원각경 해석에 보이는 제 사상의 수용

수선님 2019. 8. 25. 11:22

종밀의 원각경 해석에 보이는 제 사상의 수용*

조 윤 호**

【주제분류】불교철학, 동아시아불교

【주 요 어】원각경, 원각사상, 본래성불, 일심, 종밀, 화엄교학, 대승기신론

【요 약 문】

종밀은 ?원각경? 해석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상들을 수용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상체계를 제시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화엄교학, ?대승기신론?, 선사상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당시의 주요 사상체계들을 ?원각경?을 축으로 통합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종밀의 사상체계를 필자는 ‘원각사상’이라 부른다.

한편 종밀의 이러한 노력과 성과는 이후 동아시아에서 ?원각경?의 유포와 연구는 물론 불교사상의 전개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에까지 이른다. 당시 무명의 위경이었던 ?원각경?은 이후 동아시아에서 높은 교학적 권위를 얻게 되며, 이 경전에 대한 후대의 많은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종밀의 해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동아시아불교의 사상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그 종합적 성격을 들 경우, 그 구체적 내용은 화엄, 선, 기신론, 여래장, 공 등을 중심으로 한 사상체계들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종밀의 ‘원각사상’이야말로 이러한 특징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1. 들어가는 말

8세기 초 중국에서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각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은 등장 직후부터 불교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동아시아 사회에서 가장 널리 대중화된 경전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 경전의 내용 해석 및 유포와 관련해서는 8세기 말에서 9세기 초에 걸쳐 활약한 당(唐)의 종밀(宗密)이 주목된다. 그는 ?원각경?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시도하여 ?대소(圓覺經大疏)?, ?대소초(圓覺經大疏鈔)?, ?약소(圓覺經略疏)?, ?약소초(圓覺經略疏鈔)?, ?과문(圓覺經科文)?, ?도량수증의(圓覺經道場修證儀)?, ?찬요(圓覺經纂要)? 등 방대한 저술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편 종밀은 자신의 ?원각경? 연구와 저술 작업 과정에서 불교 안팎의 다양한 문헌과 사상을 널리 원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화엄교학과 ?대승기신론? 사상은 그의 ?원각경? 연구와 해석에 거의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종밀은 위경(僞經)으로서 거의 무명에 가까운 ?원각경?을 당시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절대적 권위를 갖는 화엄교학과 ?대승기신론? 사상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동아시아불교권의 ?원각경? 연구 및 유포에서 갖는 종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의 작업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각경?이 화엄교학과 ?대승기신론?을 통해 어떻게 사상적으로 재해석 내지 결합되는가, 그 해석의 결과와 의의는 무엇인가, 그의 ?원각경?, 화엄교학, ?대승기신론? 이해는 정당한가 등에 대해 섬세한 고찰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종밀 불교사상의 특징을 확인함과 동시에 ?원각경? 해석사, 화엄교학 전개사, ?대승기신론? 사상 전개사 등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원각경?의 등장과 전개

중국 불교계에서 시기적으로 ?원각경?의 존재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730년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과 ?속고금역경도기(續古今譯經圖紀)?의 기록이다. 한편 당시 유포되고 있던 불교문헌의 목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려는 의도 아래 695년에 완성된 ?대주간정중경목록(大周刊定衆經目錄)?에 ?원각경?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에서 이 경전의 등장은 대략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원각경?은 13세기 초 일본의 도원(道元)에 의해 위경의 의심을 받기는 했으나, 등장 이후 줄곧 수차례의 대장경 편찬 과정에서 진경(眞經)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 학계의 연구 결과 이 경전이 8세기 초 무렵 중국에서 성립한 위경이라는 사실에 대해 더 이상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원각경?의 성립과정에는 당시의 여러 사상 전통들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모치즈키 신코(望月信亨)는 ?원각경? 성립과 당시 유포되고 있던 여러 사상전통들과의 관계와 관련해 ?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万行首楞嚴經)?, ?대승기신론?, 화엄교학, 유식사상, 선불교 등에 주목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관계를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수능엄경?이며, 나머지는 개연성만을 추측 가능할 뿐이다. 모치즈키의 이러한 이해는 오히려 종밀 등의 ?원각경? 해석에 유인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수능엄경?과의 관련성은 ?원각경?이 궁극의 진리로 내세우고 있는 ‘원각’이라는 개념이 ?수능엄경?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즉 ?원각경?은 절대궁극의 깨달음으로서 ‘원각’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행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개념은 이후 동아시아불교계의 다양한 문화와 사유 전통에서 널리 일반화되는데, 사실 이 개념 및 그 이념은 ?수능엄경?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추측되는 것이다.

한편 이 경전의 등장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다양한 사상 전통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 경전과 관련한 연구서로는 중국의 경우 종밀 이전에 이미 4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종밀에게 9종이 있으며, 종밀 이후의 것으로 20여 종이 현존한다. 또 일본에서도 ?원각경?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져 현존하는 것만 19종이 확인되며, 한국의 경우 5종이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에서 ?원각경?의 연구 및 유포와 관련해서는 특히 종밀의 노력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는 기존의 연구 성과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당시의 다양한 권위 있는 문헌과 사상들을 통해 이 경전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을 시도해 ?원각경?을 명실상부한 대승경전으로서 최고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위치 지웠기 때문이다.

3. 종밀의 ?원각경? 연구와 제 사상의 수용

종밀의 ?원각경? 주석서에 인용된 다양한 문헌과 내용들은 그의 ?원각경? 해석 및 불교 이해의 특징을 보여준다. 종밀은 ?원각경?을 주석하는 과정에서 당시에 유통되던 여러 사상전통의 문헌들을 널리 참조하고 있다. 그가 참조하고 인용한 문헌은 ?원각경대소?만을 보더라도 내용적으로는 화엄, 천태, 반야․공, 유식, 여래장, 아비달마, 아함 등에서부터 선종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으며, 중국고유사상 관련 문헌을 포함해 100여 종에 이른다. 인용문헌의 방대함과 더불어 특히 그의 주석과 인용 태도 역시 주목된다. 즉 그는 교리상의 중요한 내용과 개념에 대해서는 반드시 당시의 중요한 문헌들의 정평 있는 견해들을 동원해 설득력을 확보하는 철저함과 엄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용되는 문헌들 가운데에서도 전체적으로 볼 때 중요한 것으로는 ?대승기신론?, 화엄경 및 화엄교학, 여래장계 경론, 대지도론, 법화경, 수능엄경, 혜능․신회계의 선문헌 등이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제 사상의 수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주목되는 것은 종밀 이전의 ?원각경? 주석서, ?대승기신론?, 화엄교학 등이다. 그는 당시의 이러한 사상체계들을 통해 ?원각경?을 재해석함과 동시에 교학적으로 이 경전이 불교의 이념과 수행론을 가장 정확하게 설하는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종밀의 ?원각경? 주석서는 불교에 대한 그의 이해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원각경?에 대한 종밀 이전의 선행 주석서와 화엄교학, ?대승기신론?에 대한 종밀의 이해 및 수용의 문제를 검토하도록 한다.

1) 선행 연구의 수용

종밀에 의하면 자신의 연구에 앞서 이미 유각(惟慤), 오실(悟實), 견지(堅志), 도전(道詮) 등에 의해 총 4종의 주석서가 존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주석서를 지은 것은 보국사(報國寺)의 유각 법사, 선천사(先天寺)의 오실 선사, 천복사(薦福寺)의 견지 법사 및 북경의 도전 법사 등 총 넷이다.

다만 이들 주석서는 현재는 전해지지 않으며 종밀의 평가를 통해 그 성격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들 모두 나름의 의도를 갖추고 있으며 각각 장점이 있다. 유각의 것은 경전의 문구를 해석함에 있어 간명하여 참고할만하다. 오실의 것은 진리의 본질적 측면(理性)을 서술함에 있어 잘 드러내어 본받을 데가 있다. 도전의 것은 많은 경우 말의 뜻을 밝히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 견지의 것은 여러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돈(圓頓)의 가르침을 설하는 경전의 근본 취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성종(性宗)과 상종(相宗)의 이념을 설하는 여러 논서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종밀은 이들 주석서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원각경? 주석과정에서는 거의 인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비록 서로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모두 경전의 근본 취지와 교설의 영역을 다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부분적으로 “해당하는 문구는 때로 인용하지만, 이들 주석서의 구조나 내용 및 경전의 문구를 해석하는 의미와 취지에는 의지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에서 다른 것들은 거의 한 번도 인용하지 않는 데 비해 유각의 주석서만은 용어 해석 등과 관련된 단순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여러 곳에서 참조하고 있다. 유각의 주석서는 특히 「위덕자재보살장」과 「변음보살장」의 교설 해석에 많이 인용되는데, 이 부분에 인용되는 내용들은 유각 주석서의 특징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원각경?의 「위덕자재보살장」에서는 보리를 성취하기 위한 모든 방편의 단계로 사마타(奢摩他), 삼마발제(三摩鉢提), 선나(禪那)의 세 가지 관문이 제시되고, 「변음보살장」에서는 이들 방편을 닦아 익히는 방법으로 25가지가 제시된다. 소위 3관 25륜이라 불리는 이 교설은 달리 사례를 확인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하고 독창적인 내용이다.

한편 유각은 ?원각경?의 이 내용에 매우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다소 임의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5륜 각각에 대해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매우 흥미 있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번호

닦아 익히는 순서

유각이 부여한 이름

1

사마타

징혼식용관(澄渾息用觀)

2

삼마발제

포정자인관(庖丁恣刃觀)

3

선나

정음출애관(呈音出礙觀)

4

사마타

삼마발제

운주겸제관(運舟兼濟觀)

5

사마타

선나

담해징공관(湛海澄空觀)

6

사마타

삼마발제

선나

수라삼목관(首羅三目觀)

7

사마타

선나

삼마발제

삼점제수관(三點齊修觀)

8

사마타

삼마발제

선나

품자단쌍관(品字單雙觀)

9

사마타

삼마발제

선나

독족쌍두관(獨足雙頭觀)

10

사마타

선나

삼마발제

과락화부관(果落華敷觀)

11

삼마발제

사마타

선무후문관(先武後文觀)

12

삼마발제

선나

공성퇴직관(功成退職觀)

13

삼마발제

사마타

선나

환사해술관(幻師解術觀)

14

삼마발제

선나

사마타

신룡은해관(神龍隱海觀)

15

삼마발제

사마타

선나

용수통진관(龍樹通眞觀)

16

삼마발제

사마타

선나

상나시상관(商那示相觀)

17

삼마발제

선나

사마타

대통연묵관(大通宴黙觀)

18

선나

사마타

보명공해관(寶明空海觀)

19

선나

삼마발제

허공묘용관(虛空妙用觀)

20

선나

사마타

삼마발제

순약정신관(舜若呈神觀)

21

선나

삼마발제

사마타

음광귀정관(飮光歸定觀)

22

선나

사마타

삼마발제

다보정통관(多寶呈通觀)

23

선나

사마타

삼마발제

하방등화관(下方騰化觀)

24

선나

삼마발제

사마타

제청함변관(帝靑含變觀)

25

사마타

삼마발제

선나

여의원수관(如意圓修觀)

 

종밀은 ?원각경?의 이 부분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그러나 이들 관의 이름은 아직 경전의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 못하며, 또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 관을 행하도록 하지는 못하고 있다.”라고 하면서도 “다만 글과 말(文詞)이 아름답고 맑아(美暢)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그냥 둔다.”라고 하면서 유각이 부여한 명칭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원각경?이 제시하는 이 수행론의 유래와 의미 등에 대해서는 보다 섬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며, 이것은 25륜 각각에 대한 유각의 명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각각의 명칭이 경전에서 제시하는 각 수행법의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의 산물이라는 것은 그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유각은 ?수능엄경?을 주석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상의 내용을 통해 ?원각경?의 수행론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종밀이 전적으로 그의 이해를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종밀은 ?원각경?의 수행론과 관련한 부분에서 천태교학(天台敎學)의 이론을 동시에 수용한다. 그는 ?원각경?이 설하는 수행의 수단과 관련해 천태 지의(智顗)의 ?수습지관좌선법요(修習止觀坐禪法要)?에서 지관(止觀)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구연(具緣), 가욕(訶欲), 기개(棄蓋), 조화(調和), 방편행(方便行), 정수행(正修行), 선근발(善根發), 각지마사(覺知摩事), 치병환(治病患), 증과(證果)의 열 가지를 원용해 설명한다. 또 「위덕자재보살장」의 사마타, 삼마발제, 선나에 대한 해석에 천태의 공(空)․가(假)․중(中)의 삼관을 수용해, 사마타를 민상징신관(泯相澄神觀)이라 하고 이를 천태의 공관으로 해석하며, 삼마발제를 기환소진관(起幻銷塵觀)이라 하고 이를 천태의 가관으로 해석하며, 선나를 절대영심관(絶待靈心觀)으로 보고 이를 천태의 중관으로 해석한다.

2) 화엄교학의 수용

혜능—하택의 계보를 잇는 도원(道圓) 문하에 출가한 종밀은 사미 시절 우연히 ?원각경?을 입수하게 되는데, 이후 그의 관심은 이 경전의 연구에 집중된다. 그러던 가운데 징관(澄觀)의 ?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와 ?연의초(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鈔)?를 접하게 되며, 마침내 징관에게 직접 사사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학습 과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종밀의 ?원각경? 주석서에는 징관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형식적인 면에서 볼 때, 종밀의 주석서는 징관 ?화엄경소?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각경대소?를 10부문(十門分別)의 체계에 따라 구성하고 있으며, 특히 직접적으로는 징관의 ?화엄경소?의 체계를 차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은 각 부문의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즉 ?원각경대소? 현담의 「장승분섭(藏乘分攝)」은 불교의 모든 경전과 교리체계 등에 대해 장, 승, 분 각각의 관점에서 분류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장(藏)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부분은 ?화엄경소?의 장교소섭(藏敎所攝)의 내용을, 승(乘)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부분은 ?화엄경소?의 장교소섭(藏敎所攝)내용과 법장(法藏) ?화엄오교장(華嚴一乘敎義分齊章)? 「건립승(建立乘)의 내용을, 분(分)의 관점에서 정리하는 부분은 ?화엄경소? 「십무진장품(十無盡藏品)」을 약간 축약하여 거의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또 ?원각경대소? 현담의 「권실대변(權實對辨)」은 소위 교판론을 논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장 역시 징관의 「장교소섭(藏敎所攝)」 가운데 교섭(敎攝) 부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즉 종밀은 징관의 이해를 토대로 불교의 모든 경전과 교리체계 등에 대해 정리한 뒤, ?원각경?은 전적으로 대승종교와 대승돈교에 해당하며, 소승교, 대승시교, 원교 각각의 부분적인 내용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다음으로 내용적인 면에서도 종밀은 ?원각경?의 핵심적 사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화엄교학에 크게 의지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면, 먼저 종밀은 ?원각경?의 ‘원각묘심’을 ?대승기신론?의 ‘일심’으로 이해하고, 다시 이것을 화엄교학의 일진법계(一眞法界)로 해석한다.

첫 번째로, (?대승기신론?에서) 다만 일심(一心)만을 본원(本源)으로 하여 “이 마음은 세간과 출세간의 법을 포섭한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여기서의 원각묘심(圓覺妙心)을 의미한다. ?원각경?은 ‘원각’을 세워 교학의 근본(宗本)으로 삼기 때문이며, 또 “더러움(染)과 깨끗함(淨)은 모두 깨달은 마음(覺心)에서 나타나 일어난 것이다.”라고 하기 때문이다. ?화엄경?의 경우에는 즉 일진법계이다. 모든 여러 존재(法)에 있어 그 본체의 본성(體性)이 되기 때문이다.

또 중생관에 대해서도 종밀은 ?화엄경?의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 사이에는 차별이 없다’라는 이념에 따라 이해하며, ?원각경?의 ‘중생본래성불(衆生本來成佛)’ 사상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에서 이해한다. 즉 ?화엄경?과 ?원각경?만이 ‘본래 미혹도 깨달음도 없으며 원래 부처’라는 이념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경전만이 ‘중생본래성불’을 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각경?에서) “중생이 본래 부처를 이루고 있다.”라고 설하는 것은 다만 이 ?원각경?과 ?화엄경?뿐이다. 나머지 경전들은 성불의 의미는 포함하고 있지만 핵심적으로 가리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널리 알려진 것처럼 화엄교학의 세계관에서 연기는 성기(性起)로 해석된다. 그런데 종밀은 ?원각경?이 제시하는 궁극 진리인 ‘원각’의 해석에 화엄교학의 성기적 세계관을 수용한다. 즉 그는 연기를 성기로 해석하는 화엄교학의 세계관을 수용한 위에 성기를 다시 다름 아닌 원각성(圓覺性)의 기(起)로 해석한다. 종밀에 의하면 현실세계의 전개는 원각이라는 궁극적 진실의 성품(性) 안에서의 일인 것이다.

원각은 스스로의 성품을 지키지 않고 연을 따라 여러 차별적인 성품을 두루 드러낸다. 여러 성품(性)이 일어날(起) 때 온전히 깨달음의 성품이 일어난다.

일어나는 것은 다만 성품(性)이 일어나는 것(起)이며, 따라서 끊어 소멸할 것도 없다.

위에서 든 사례 이외에도 종밀은 관행(觀行)의 실천과 관련해서 화엄교학의 대표적 실천론으로 알려진 법계관(法界觀)을 수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징관을 중심으로 한 화엄사상가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종밀 사상체계의 학파적 귀속 문제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그는 중국화엄종의 제5조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화엄종의 계보에 귀속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며, 설령 그렇더라도 그의 화엄사상은 종래의 그것과는 변용된 형태의 것으로, 그것은 오히려 ‘원각사상’이라는 이름이 보다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섬세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찌되었던 불교 전반에 대한 그의 이해는 기본적으로 화엄종 특히 징관에게서 크게 영향 받고 있으며, 그의 ?원각경? 연구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징관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대승기신론? 사상의 수용

(1) 종밀의 ?대승기신론? 연구

인도성립설과 중국찬술설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대승기신론?이 중국에 등장한 것은 6세기 중반이다. 이 책은 대승불교의 정수를 간결하면서도 매우 잘 표현하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등장과 동시에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수많은 사상가들이 주석서를 썼으며, 사상적 파급력은 이후 동아시아불교의 흐름을 사실상 방향지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대승기신론? 연구는 특히 지론종과 화엄종에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의 ?대승기신론? 주석서 가운데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는 것으로는 원효의 연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법장의 ?대승기신론의기(大乘起信論義記)?가 있다. 한편 법장의 ?의기?와 비교해 내용적 독창성은 크게 돋보이지 않으나 후대의 중국에서 오히려 ?의기?보다 널리 유포된 것으로 종밀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가 있다.

종밀의 ?소?는 그가 초당사(草堂寺)에 머물던 시기(821~23)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원래 이 책은 하나의 독창적인 저서라기보다는 종밀이 법장의 ?의기?를 참고서 삼아 ?대승기신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종밀은 ?대승기신론? 본문의 각 단락 또는 문장에 대응하는 ?의기?의 설명을 배열함과 동시에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첨삭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종밀에 의해 ?대승기신론? 주석서로 애초부터 기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학습노트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비록 일종의 학습노트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갖는 사상적 독창성 자체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성립 사정과는 별도로 이 책은 ?대승기신론?의 본문과 법장의 설명이 대응되어 동시에 정리되어 있다는 편리성 때문인지 널리 유포되기에 이르며, 동시에 이 책에서는 종밀의 독자적 이해에 근거한 내용의 첨삭, 원효 ?대승기신론소?의 인용, 오종(五宗)의 교판론, 오중(五重)의 본말설(本末說) 등 몇 가지 중요한 특징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중의 본말설은 가장 주목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종밀이 ������대승기신론소? 현담에서 ?대승기신론? 전체의 내용을 일심(一心), 이문(二門), 이의(二義), 삼세(三細), 육진(六塵)이라는 다섯 단계로 정리해 제시한 것을 말한다. 이를 도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심(一心)

심진여(心眞如)

심생멸(心生滅)

각(覺)

불각(不覺)

업상(業相)

능견상(能見相)

경계상(境界相)

지상(智相)

상속상(相續相)

집취상(執取相)

계명자상(計名字相)

기업상(起業相)

업계고상(業繫苦相)

 

염정(染淨)의 제법의 근원으로서 일심을 설정하고 이로부터 일체 세계의 전개를 설명하는 이 해석이 비록 ?대승기신론?의 내용 전개를 상식적인 차원에서 정리한 것이기는 하나, 전개의 각 단계에 명확히 본말의 관념을 도입해 체계화한 것은 ?대승기신론? 해석의 새로운 관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관점이 법장 등 기존의 ?대승기신론? 주석서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종밀 자신이 ?대승기신론? 해석은 물론 ?원각경? 해석 등에서 일관되게 이 체계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대승기신론?이 갖는 의의와 관련해서는 또한 종밀 자신의 불교 이해와 사상형성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그는 화엄교학의 수용 및 ?원각경? 연구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작업에 ?대승기신론? 사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사상체계 형성은 ?대승기신론? 및 ?대승기신론소?가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이 ?원각경? 해석에서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 ?대승기신론소?는 대소 등에 앞서 성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따라서 그의 ?원각경? 연구의 출발점 및 ?원각경? 이해의 근간에 이 책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먼저 종밀은 ?원각경?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서들을 인용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대저 ?론?을 인용하면서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경우는 모두 ?대승기신론?을 의미한다.”라고 시작한다. 여기에서도 ?원각경? 해석과 관련해 ?대승기신론?에 대한 그의 태도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아울러 불교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이해 역시 ?대승기신론?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즉 그는 ‘대승'을 해석함에 있어 “대승의 본체는 본(本覺)과 시각(始覺)이다.”라고 한다. 또 그는 ‘여래’, ‘무명’ 등에 대해서도 ?대승기신론?에 의거해 해석한다.

본각(本覺)이라는 참된 이치(眞理)를 여(如)라 하고, 깨달음의 주체인 시각(始覺)의 지혜(智)를 래(來)라 하며, 본각과 시각이 둘이 아님을 이름하여 여래라 한다.

비록 본각의 밝음(明)이 있을지라도 시각의 비춤(照)이 없다면, 이것을 ?대승기신론?에서는 불각(不覺)이라고 한다. 불(不)은 무(無)이며, 각(覺)은 명(明)이다. 다만 글자가 다를 뿐이다.

동시에 종밀은 미혹과 진실 또는 중생과 부처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승기신론?에 의거해 진망불이(眞妄不二), 범성동체(凡聖同體)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진실(眞)에 미혹(迷)하면 망녕됨(妄)이 일어나 망녕되이 중생을 보게 되나, 망념됨의 본체는 원래 공하여 이것은 다름 아닌 본각의 마음자리(心地)이다. ?대승기신론?에서는 “모든 중생은 본래 상주(常住)하여 열반에 들어있다.”라고 한다.

?대승기신론?에서는 “무루(無漏)와 무명(無明)의 활동(業)의 비실체성(幻)도 모두 같은 진여(眞如)의 본질(性)과 현상(相)이다.”라고 한다.

(2) 종밀의 ?원각경? 해석론과 ?대승기신론?

동아시아불교권에서 경전의 전체적 구성에 대한 분류법으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삼분과경(三分科經)의 방법이다. 또 경전의 내용에 대한 해석 및 주석의 방법론으로는 교판론(敎判論), 교체론(敎體論), 종취론(宗趣論), 본말론(本末論), 수증론(修證論), 근기론(根機論) 등 다양한 관점이 동원된다. 종밀의 ?원각경? 해석에도 역시 이러한 방법론들이 동원된다. ?대승기신론?의 수용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종밀의 해석론을 고찰해보면 몇 가지 특징이 확인된다.

특정 경전의 내용 전체를 분류하는 방식으로 중국에서는 진(晉)의 도안(道安) 이래 소위 서분(序分)․정종분(正宗分)․유통분(流通分)의 삼분법이 일반화 되었다. 또 불교의 궁극 목표인 열반에 이르는 전 과정 내지 방법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신․해․행․증(信․解․行․證)의 분류법이 수용되었다. 종밀 역시 ?원각경?을 해석하는 데에 이 방식들을 수용하고 있다.

?원각경?은 크게는 13부분으로 분류된다. 즉 처음 ‘여시아문’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있으며, 이어서 차례로 12보살이 등장해 부처와 문답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종밀은 도입부와 맨 마지막의 현선수보살장을 각각 서분과 유통분으로 분류하고, 두 번째 문수보살장부터 원각보살장까지 11장을 정종분으로 분류한다. 특히 ?대승기신론?의 수용이라는 문제와 관련해서 주목해보면, 종밀은 이 가운데 정종분으로 분류된 경전의 내용을 다시 신․해․행․증의 분류법에 따라 재분류하고 있다. 즉 11장을 둘로 구분해 맨 처음의 1문답은 신․해를, 나머지 10문답은 행․증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밀의 이러한 ?원각경? 해석은 그의 ?대승기신론?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즉 그는 ?대승기신론? 역시 해석분에서 본각(本覺)과 시각(始覺)의 둘을 개시하여 정의(正義)를 현시하고, 신성취(信成就), 해행(解行), 증(證)의 3발심을 설하고, 이어 시(施), 계(戒), 인(忍), 진(進), 지관(止觀)의 5문에 의해 수행신심분(修行信心分)을 설하고 있으며, ?화엄경? 역시 신해행증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편 교판론과 관련해서 보면, 석가모니 사후 불교의 이념에 대한 논의와 이해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 종밀에 의하면 불교의 궁극 이념(宗)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대소승을 통틀어 사상가들의 이해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즉 수상법집(隨相法執), 진공무상(眞空無相), 유식법상(唯識法相), 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원융구덕(圓融具德)을 궁극 이념으로 삼는 것이 그것이다. 수상법집을 종으로 삼는 사람들은 소승불교의 사상가들로서 이들은 ?아함경? 등에 의거해서 여러 논서를 지어 아법구유(我法具有), 무아인연(無我因緣), 인연단명(因緣但名) 등을 주장한다. 진공무상을 종으로 삼는 사람들로는 ?반야경? 등에 의거해서 ?중론? 등을 지은 용수(龍樹), 제바(提婆) 등이 있다. 유식법상을 종으로 삼는 사람들로는 ?해심밀경? 등에 의거해서 ?유식론? 등을 지은 무착(無着), 천친(天親) 등이 있다. 여래장연기를 종으로 삼는 사람들로는 ?능가경? 등에 의거해서 ?대승기신론? 등을 지은 마명(馬鳴), 견혜(堅慧) 등이 있다. 원융구덕을 종으로 삼는 사람들은 ?화엄경?에 의거해서 사사무애(事事無碍), 주반구족(主伴具足), 중중무진(重重無盡) 등을 주장한다.

한편 종밀에 의하면 ?원각경?의 궁극 이념은 ‘여래장연기’로 규정된다. 즉 종밀은 ‘여래장연기’를 법신 그 자체와 생멸연기라는 두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원각경?은 이러한 이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첫 번째는 중생의 특징(相)이 다한 상태로 이는 오직 법신 그 자체의 세계다. 왜냐하면 중생의 식(識)은 본래 공하며 개념(名)과 특징(相)은 이미 다하여, 지금까지 한 중생도 생사의 세계를 유전한 이가 없으며, 중생의 적멸이 곳 법신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법신이 연기한 것으로 이는 전적으로 중생의 세계로서, 즉 중생 내지 부처는 모두 생멸․유무․선악의 경계다. 왜냐하면 중생의 식은 스스로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그 식이 드러내는 바의 부처는 중생과 같기 때문이며, 여래장은 법신의 재전(在纏)이다, 라는 명칭에 의하므로 재전과 법신의 관점에서 거꾸로 서로의 의미를 빼앗아 (법신과 재전이라는) 다른 두 가지 개념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경전은 앞의 입장을 종으로 삼으면서 뒤의 뜻을 겸한다.

종밀이 여래장연기종을 법신 그 자체의 세계와 그것의 수연(隨緣)의 세계를 동시에 설하는 교설로 해석하는 것은 그가 ?대승기신론?의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라는 일심이문(一心二門)의 사상에 토대하고 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사실 여래장연기종은 ?대승기신론? 사상을 중심으로 해서 법장이 제창한 것으로, 그는 ?대승기신론의기?에서 수상법집종, 진공무상종, 유식법상종 등과 함께 여래장연기종을 들어 불교의 제 이념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종밀은 ?대승기신론?을 중심으로 한 법장의 불교 이해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며, 그의 ?원각경? 해석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승기신론? 내지 ?대승기신론?을 중심으로 한 여래장사상에 대한 종밀의 경도는 그가 ?원각경?의 별칭인 「여래장자성차별(如來藏自性差別)」을 해석해 “‘여래장’은 즉 ?대승기신론?의 일심으로, ‘자성’은 즉 진여이며, ‘차별’은 즉 생멸이다. ?대승기신론?과 이름은 비록 다르지만 내용은 완전히 같다.”라고 말해, ?원각경?의 교설을 거의 ?대승기신론?의 여래장사상과 중첩시켜 해석하는 태도에서도 이미 확인된다. 어찌되었건 종밀이 ?원각경?을 ‘여래장연기종’의 교설로 분류해 해석한 것은 단순히 ?대승기신론?과 ?원각경?의 사상적 통합 내지 동질화라는 차원을 넘어, ?원각경?이 여래장연기종의 핵심 경전으로 위치 지워짐으로서 중국불교사에서 여래장연기종이 내용적으로 확고한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교체론과 관련해 보면, 종밀은 ?원각경?의 궁극 이념을 논하는 부분과 별도로 ?원각경? 교설 자체의 사상적 특징에 대해 논하는데, 그의 ?대승기신론? 수용의 태도는 여기에서도 확인된다. 종밀은 ?원각경대소? 현담의 「능전체성(能詮體性)」 부분에서 모든 불교의 사상적 특징을 수상문(隨相門), 유식문(唯識門), 귀성문(歸性門), 무애문(無碍門)의 넷으로 분류해 정리하고, 이 가운데 귀성문과 무애문을 각각 ?대승기신론?의 진여로서의 일심과 일심 안에서의 진여문과 생멸문의 무애성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이해의 바탕 위에 종밀은 ?원각경?의 경우 이 가운데 귀성문과 무애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여기서도 종밀은 ?원각경? 교설의 사상적 특징을 ?대승기신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원각경?에 대한 이같은 관점에서의 종밀의 이해는 경전의 내용적 골격에 대해 논하는 현담의 「분제유심(分齊幽深)」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종밀은 자신이 ?대승기신론소?에서 세운 일심, 이문, 이의, 삼세, 육진이라는 다섯 단계의 본말 체계를 도입해 여기에 ?원각경? 전체의 내용을 대응시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인 ‘일심’에는 ‘원각묘심(圓覺妙心)’ 즉 원만한 깨달음을 본질로 하는 오묘한 마음이 대응된다. 경전에 “더러움과 깨끗함을 본질로 하는 세계는 모두 깨달은 마음(覺心)으로부터 나타나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위없는 법의 왕에게는 위대한 다라니문(大陀羅尼門)이 있으며 이것을 원각이라 부른다.” “모든 중생이 경험하는 갖가지 허깨비 같은 변화들은 모두 여래의 원각묘심에서 발생한 것이다.”라고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인 일심의 진여와 생멸의 두 측면에는 각각 “이 하늘의 꽃을 있는 그대로 알게 되면 생사의 상태를 되풀이하는 일이 없게 된다. …… 진실의 세계의 본질이 그렇듯이.”라는 경전의 내용과 “여래장의 자성과 차별 및 갖가지 것들은 깨달음의 마음(覺心)으로부터 발생한다.”라는 경전의 내용이 대응된다.

세 번째 단계인 각과 불각의 두 의미에는 각각 “깨달음은 원만하고 밝기 때문에 마음이 청정함을 드러낸다. …… 중생은 본래 부처를 이루고 있다.”라는 경전의 내용과 “중생의 인식은 전도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방향을 잃은 사람이 위치를 혼동하는 것과 같다.”라는 경전의 내용이 대응된다.

네 번째 단계인 업상, 능견상, 경계상의 세 가지 미세한 망념의 활동에는 “처음을 알 수 없는 과거에서부터 본래 발생한 무명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굴리는 것도 멈추는 것도 모두 미혹으로 돌아간다.”라는 경전의 내용이 대응된다.

다섯 번째 단계인 지상, 상속상, 집취상, 계명자상, 기업상, 업계고상의 여섯 가지를 거친 상태에는 ‘윤회의 본과 말’에 대해 설하는 「미륵보살장」 전반부의 내용이 대응된다.

“짧은 글로 능히 많은 뜻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원각경?과 ?대승기신론?은 같다.”라고 하여 ?원각경?과 ?대승기신론?의 형식적 동질성을 인정하는 종밀은 이상에서 본 것처럼 ?원각경?과 ?대승기신론?은 전체 교설의 체제와 내용에서 완전히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4. 맺는 말

?원각경? 연구에 대한 종밀의 경도는 특정 경전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정도이다. ?원각경? 연구를 통해 자신의 사상적 입장을 확립한 종밀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상들을 수용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위 종합불교학자로서 종밀의 학문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그의 노력의 산물이 갖는 사상사적 의미일 것이다. 그는 ?원각경?의 연구라는 작업을 통해 기존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사상체계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밀은 ?원각경? 연구의 과정에서 화엄교학, ?대승기신론?, 선사상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결과적으로 당시의 중심적 사상체계들이 ?원각경?을 통해 결합되고 재해석된다. 이를 통해 그는 ?원각경?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무명의 위경인 이 경전에 높은 사상적 의미와 교학적 권위를 부여한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종밀의 사상체계를 필자는 ‘원각사상’이라 명명한다.

한편 종밀의 이러한 노력과 그 산물은 이후 동아시아에서 ?원각경?의 연구와 전개는 물론 불교사상의 전개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에까지 이른다. 후대의 ?원각경? 연구의 특징 및 동아시아 불교사상 형성에 끼친 종밀 ‘원각사상’의 영향에 대해서는 섬세한 조사가 요청된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다양한 불교 전통에서 ?원각경?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종밀의 해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또 종밀의 원각사상은 어떤 면에서는 9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불교의 사상적 특징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큰 틀에서 동아시아불교가 소위 종합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그 안에 화엄, 선, 기신론, 여래장, 공 등의 사상이 혼융된 형태의 것이라고 볼 때, 종밀의 ‘원각사상’이야말로 그 전형을 보여준다. 종밀의 작업이 갖는 또 다른 의의는 여기에 있다.

日文抄錄

 

 

宗密の?円覚?解釈における諸思想の受容

Yoonho Cho

宗密は研究の過程で様々な思想を受容し, それによって自分の独創的思想体系を提示する. かれは?円覚經?注釈の過程で華厳教学, ?大乘起信論?, 禪思想などを積極的に導入し, 當時の主な諸思想體系を?圓覺經?を軸にして統合し, また再解釋するのである. このようにして形成された宗密の思想體系を筆者は‘圓覺思想’と呼ぶ.

一方, 宗密のこのような努力とその成果は結果的に, 東アジアにおける以後の?圓覺經?流布と硏究, さらには佛敎思想の展開に一定の方向性を提示することとなる. 當時、無名の僞經であった?圓覺經?は, 以後, 東アジアにおいて高い思想的價値と敎學的權威を得るようになり, この經典に対する後代の多くの硏究は基本的に宗密の解釋の枠を出ないのである.

東アジア佛敎の特徴の一つとしてその‘綜合性’を指摘することが出きるならば, その内実は華嚴, 禪, 起信論, 如來藏, 空などの諸思想体系の混融体となろう. そして宗密の‘圓覺思想’はまさにその典型とも言えよう.

【主題語】圓覺經, 圓覺思想, 本來成佛, 一心, 宗密, 華嚴敎學, 大乘起信論


 

본문; hwp

출처; 전남대학교

 

 

 

 

 

 

 

 

임기영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dlpul1010/2342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