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강좌 한국의 불교 경전
56. 유교경
57. 사십이장경
58. 부모은중경. 우란분경
59. 밀린다왕문경
57. 유 교 경 (遺敎經)
<유교경>은 부처님이 입멸에 즈음하여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설법하는 장면을 설하고 있는 경전이다. 산스크리트 원전과 티벳본은 전하지 않고 한역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경으로 5세기 초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했다. 부처님은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으로 교진여 등 다섯 비구를 교화하고, 최후의 설법에서 수발타라를 제도함으로써 중생제도의 사명을 마치게 되니, 부처님께서는 이제 곧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입멸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런 다음 제자들에게 자신의 입멸 후에는 계율을 잘 지키고 모든 욕망을 삼가하며, 마음을 한곳에 머물게 하여 흩어지지 않도록 집중해서 깨달음의 지혜를 얻으라고 설한다. 그리고 법신(法身)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항상 머물러 있지만, 세간은 끊임없이 변해가니 부처님의 입멸을 슬퍼하지 말고 노력에 노력을 경주하여 하루빨리 해탈을 얻음은 물론 지혜의 광명으로써 무명의 암흑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부처님의 최후의 가르침으로서, 부처님의 만년의 일을 설한 아함의 <열반경>이나 마명이 지은 <불소행찬> 등과 문체가 비슷하다. 특히 <불소행찬>의 제26품 <대반열반품>과는 문체는 다르나, 내용상 일치하는 점이 많아 이러한 경전들과 <유교경>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 경은 달리 <불유교경>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 <불임반열반약설교계경> <불임반열반경>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임종이라는 극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을 매우 간결하게 설하고 있어, 중국.우리나라.일본 등지에서 널리 유포되었으며 주석서나 강론의 종류도 매우 많은 편이다. 그래서 <유교경>은 일상의 수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42가지 덕목담이요 최초의 한역경전인 <사십이장경>과 당나라 때의 선사인 위산영우(僞山靈祐)가 지은 <위산경책>과 더불어 선가에서 불조삼경 (佛祖三經)의 하나로서 중시해 오고 있는 경전이다.
< 경 내용 >
이 유교경(遺敎經)은 부처님께서 입멸에 즈음하여 제자들에게 남긴 최후의 유계(遺戒)를 내용으로 한 경전으로써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설법하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이를테면 부처님께서는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으로는 수발타라(須跋陀羅)를 구제하여 중생제도의 모든 사명을 마치면서 사라쌍수 아래에서 곧 열반에 들 것임을 미리 알린 것이다. 그때에 부처님은 여러 제자들에게 입멸 후에는 바라제목차(戒經)를 스승으로 삼고 계를 지키며, 신심을 잘 다스려 다섯 가지의 욕망을 삼가고, 정적을 얻도록 노력하며, 선정을 닦아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것을 부촉하신 것이다.
이 경전에 중국에서 한역된 것은 5세기 초에 구마라집에 의해서이며, 단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명으로는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이라고 하거나 불임반열반약설교계경(佛臨般涅槃略設敎戒經) 또는 불임반열반경(佛臨般涅槃經)이라고도 한다. 산스키르스트본이나 티벳트본 등은 없고 오직 이 한역본만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역시 부처님의 만년(晩年)의 사적을 내용으로 한 아함부의 열반경 혹은 마명(馬鳴)의 불소행찬(佛所行讚) 등과 문체상의 유사점이 많아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불소행찬의 제26품인 대반열반품(大般涅槃품)과는 운문과 산문의 다름이 있지만 내용상에 있어서는 일치는 부분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이 경전은 또한 일찍이 선가에서 그 교훈적인 내용 때문에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및 위산경책(僞山磬策) 등과 함께 불조삼경(佛祖三經) 중의 하나로 애독되어 전해 지는데, 이에 관한 주석서로는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보주(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寶註) 1권(守千 註, 了童 補)을 위시하여 당 태조의 어주(御註) 1권, 지원(智園)의 소(疏) 2권과 과(科) 1권, 정원(淨源)의 논소절요(論疏節要) 1권, 광선초(廣宣 ) 1권 및 절요과(節要科) 1권 등이 일반일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 한역경전은 어휘의 구사나 문체에 있어서 매우 유려하며, 또한 부처님의 임종이라는 극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하여 불교의 근본문제인 계율의 지킴과 욕망의 단절, 음식의 섭취, 수면문제, 성내는 것, 교만하지 말 것 등 열 대여섯 가지의 항목에 걸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열거하여 교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윤리성을 강조하는 불교계에서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이 경전을 정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그 교설내용의 대강을 간추려 보면, 첫째 계율문제에 있어서는 계경(戒經)을 스승으로 삼도록 부촉하신 말씀과 같이 자신의 수행이나 승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가치로 보면 마치 길을 잃은 사람이 어두운데서 불빛을 만난 듯 하고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 할 정도로 값진 것으로서 스승이 없을 때는 계율이 스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계율을 지킬 때는 단순히 지악(止惡)의 입장에서 이를 단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림이 없는 마음에서 우러난 지킴, 즉 지선(至善)ㆍ작선(作善)ㆍ봉선(奉善)의 입장에서 이를 실천하면 계율이 곧 생활이어서 갈등이나 어떤한 고초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살아 계실 때나 돌아가시고 안 계실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하시면서 간곡히 서두에서 말씀하시고 계시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욕망의 조절문제를 설하시고 계시는데, 이미 계율을 받은 사람을 마땅히 오근(五根)을 잘 다스려서 분별심을 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하시고, 마음을 방종하여 다섯 가지 욕심에 물들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마치 소를 먹이는 사람이 회초리를 들고 소에게 보여 남의 곡식 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하나니, 만약에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하는 대로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올라서 자신은 물론 승가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음식의 문제에 있어서도 단순히 이를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먹는 정도로만 생각해야지, 여기에 분별심을 내어서 음식 자체를 좋은 것이라고 한다든지 아니면 맛이 없는 좋지 않는 것 등으로 헤아린다면 이는 음식은 먹는 것이 아니고 욕심을 먹는 것이 되기 때문에 수행인으로서는 여러 가지로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문제에 관하여 부처님 당시나 그의 입멸 직후에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격론의 대상이 된 것은, 그만큼 그때 당시에 식량문제가 어려웠다는 사실성도 시사해 주지만 나태하고 분별심을 잘 내는 수행자에게는 이로 말미암아서 여러 가지의 장애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음식 그 자체를 약과 같이 자기 몸에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외부의 물질로 인식해서 거친 것인지 좋은 것인지 분간하지 말고 이왕이면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를 섭취하라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도 하나의 습성이므로 자나치게 적게 자는 것도 몸을 유지하기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너무나 많이 자는 것도 나태함을 기르기 때문에 정진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수면은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하는 사람들은 하루 중에서 어느 때 보다도 초저녁과 새벽녘에 자기 전공분야의 경전 등을 열심히 읽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진취적이라는 것과 함께 무상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조절해서 이를 아껴 해탈의 길로 빨리 가라고 당부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어서 백 가지의 장애물인 성내는 문제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는 문제, 아첨하지 않고 마음 곧게 먹는 문제 등 십여 가지가 더 교설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결론적으로 이 유교경은 부처님께서 자신의 입멸을 제자들이 슬퍼하지 말고 계율 등을 잘 지켜서 지혜를 얻어 무명의 어둠을 떨쳐버리고 해탈하라는 최후의 스승다운 부촉의 말씀들이 절절히 엮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번쯤 읽는다면 아마도 그전 보다는 새로운 안목의 지혜가 홀연히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이다.
58. 사 십 이 장 경 (四十二章經)
A.D. 67년경 인도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당시(후한)의 황제인 효명제(孝明帝, 58~75재위)의 보호 속에서 번역한 중국 최초의 한역경전 이다. 일상의 수행에서 중요한 42가지 덕목을 여러 경전에서 간추려 놓은 경으로, 특히 수행을 중요시하는 선가(禪家)에서는 불조삼경(佛祖三經)의 하나로 손꼽고 있는 경전이다.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에 수록된 이 경의 첫머리에 보면, 효명제가 꿈에 금인(金人)이 나타나 그의 궁전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하를 대월지국에 보내 불교 경전을 얻어 오도록 하였는데, 이때 베껴온 것이 바로 <사십이장경>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경전은 문헌상 중국에 들어온 최초의 경전이기도 하다. 이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함의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으며, 잡아함이나 <법구경>과도 같은 경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이 경의 모체는 아함과 <법구경> 등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고(苦).무상(無常). 무아(無我).애욕(愛欲)의 단절 등의 소승적 가르침뿐만 아니라, 자비와 인욕의 실천, 보시의 권장과 참회의 강조 등 대승적인 요소들도 모두 갖추고 있는 매우 교훈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이 경은 매우 쉽고 간결한 불교의 중요한 덕목들을 담은 입문서로서 널리 애독되어 왔다. 그에 따라 이본(異本)도 10여 종에 이르고 있는데, 이러한 이본들은 본문 자체에서 증장(增長). 발전된 흔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이 경전을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爲經)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이본은 크게 고형본(古型本).명장본(明藏本). 보림전본(寶林傳本) 등으로 분류된다. 고형본은 고려대장경과 송.원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번역한 원형과 가장 가깝다. 명장본은 명대장경에 수록된 것으로 고형본보다 증장.발전된 흔적이 엿보인다. 보림본전은 송대 이후 선가에서 유행된 것으로, 선가에서 일상적인 경전으로 간주했다고 하여 불조삼경의 하나가 되었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
이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하여 자연의 이치대로 설파하신 부처님의 말씀은 그 내용에 따라서 주제가 수 만 가지에 달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들이 일상생활 가운데서 요긴하게 필요한 짧막한 덕목들을 42가지로 나누어서 이들에 관한 내용들이 여러 경전에서 인용한 금언(金言)적인 성격을 띈 경전이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이다.
그리하여 이 경전의 내용이 일상의 수행에서 극히 중요한 덕목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행을 중요시하는 선가(禪家)에서는 일찍부터 이를 애지중지하여 유교경(遺敎經) 및 위산경책(僞山磬策)과 함께 이 경전을 불조삼경(佛祖三經)으로 여겨서 애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전이 중국에 전역된 것은 후한시대인 1세기경으로서 낙양의 백마사에서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에 의해서 공역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한편으로 고려대장경 속에 들어 있는 이 경전의 서문에 의하면, 후한의 효명제(58∼75년 재위)가 어느날 꿈을 꾸었더니 몸에 금옷을 입은 금인(金人 : 부처님)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궁정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는 금인강정설(金人降庭說)을 펴기도 하는데, 이 때에 왕이 사자를 대월지국에 보내어서 부처님의 경전을 베껴 오도록 한 것이 이 경전이 중국에 전래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마도 이 사십이장경이 중국불교 전래상 최초의 전래경전이 되는 셈이며, 또한 곧 번역된 것으로 보아서 최초의 한역정전으로도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양 나라 때에 승우(僧祐)가 쓴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과 수 나라의 비장방(費長房)이 지은 역대삼보기(歷代三寶記) 등에 의하면, 축법란과 가섭마등이 함께 공역했다는 설 외에도 축법란 혼자서 단독으로 번역했다는 기록 외에 가섭마등 역시 혼자서 번역했다는 내용 등이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들이 이 경전의 번역에 참여한 사실만은 숨길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러면 그 시기는 정확하게 어느 때인가 하면, 고금역경도기(古今譯經圖記)와 광홍명집(廣弘明集) 등의 기록을 보면 영평 10년(67)과 그 18년(75)에 각각 백마사에서 번역되었다고 전하고 있지만, 가섭마등이 후한에 온 후로 곧 죽었다는 기록 등에 의할 것 같으면, 아마도 이 사십이장경은 영평 10년(67)에 중국에서 최초로 번역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경전이 마등과 축법란 등에 의하여 번역되자 효명제를 비롯한 당시의 지식인들은 앞을 다투어 위의 내용에 관한 연구와 함께 독송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황제는 이를 황실의 서고인 난대(蘭台)석실에 보관케 했는가 하면, 양해(讓楷)라는 사신이 후한의 환제(桓帝)에게 상표문을 올린 일이 있었는데, 그 상표문에서 이 경전의 내용들을 여러 군데에서 인용하여 문안을 작성했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 급속도로 보급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송 나라의 진종제(眞宗帝)는 이 경전을 각별히 좋아해서 항상 숭거(崇鋸)스님을 내전에 모셔다가 독송케 하는 한편으로 직접 자신도 이 경전에 관하여 주석서를 지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智圓 ; 976∼1022)이라는 스님이 이 사십이장경에 관한 주석서 1권과 정의(定義) 1권을 각각 지은 일이 있으며, 인악(仁岳)도 통원기(通源記) 2권과 과(科) 1권을 지었다고 의천스님이 전하고 있다. 더욱이나 송 나라의 중기에 조동종을 중창한 수대(守逐)는 불조삼경의 하나로 이 경전을 늘 독송하는 한편 그가 지은 불설사십이장경주(佛說師十二章經註) 1권은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송 및 원나라 때에는 그 유포가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유행만큼이나 이본(異本)도 많아서 10여 종류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도 본문 자체의 증광과 개작의 흔적에 준해서 이를 세 가지로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우리 나라의 대장경에 수록되어 있는 것인데, 그 내용과 형태로 보아서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번역한 원형에 가장 가까운 고형본이 있고, ② 명 나라의 대장경에 수록된 것으로 권두와 권말에 서분과 유통분이 있고, 본문 자체도 고려대장경 계통에 비하여 증광과 개작의 흔적이 뚜렷하다. 특히 송의 진종제가 지은 주사십이장경(註師十二章經)은 이를 저본으로 해서 서술되었다고 한다. ③ 송 나라 이후 선가(禪家)에서 유행된 것으로 서분이 있는 명장본(明藏本)과 비슷하나 권말의 유통분이 없고, 본문의 문구도 앞의 두 계통에 비하여 현격하게 다르므로 아마도 최후로 그 내용이 보정(補訂)된 것 등이 그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여러 경전에서 요긴한 덕목만을 뽑아서 집록한 경전이기 때문에 평이하고 간명한 내용이어서 위경(僞經)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대체로 이 경전은 불교의 윤리적인 내용들을 아함경전류 등에서 주로 많이 발췌해서 42장으로 나누어서 싣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고ㆍ무상ㆍ무아에 관한 근본교설 및 애욕의 단절, 자비심의 발휘, 보시의 덕행 등이 그 교설내용과 함께 적절한 비유로써 설해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먼저 수행을 할 때는 극단으로 흐르지 말고 신중을 기하여 어디까지나 중도를 지켜야 한다고 설하면서 탄금(彈琴)과 무쇠의 달굼에 관한 예를 들어서 교설하고 있으며, 각 장마다 그 내용과 함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즉 애욕이란 어린 아이가 단맛에 취하여 혀가 잘릴 줄을 모르고 날카로운 칼에 묻은 꿀을 탐하는 것과 같으며, 활활 타는 불방망이를 들고 바람을 거슬러 달려가면 자기 손에 화상을 입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서 빠지면 빠질수록 자신을 망치게 하는 무서운 마음의 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여인을 보기를 늙은 어머니와 같이 보거나 혹은 나이 많은 누님이나 어린 누이 동생과 같이 마음을 바꾸어 볼 것을 강조하며, 이것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요인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애욕을 단절하는 방법으로는 마음을 항상 긴장해서 업을 짓지 않도록 단속하며, 뜻을 바르게 갖고 욕망을 끊어 고요함을 지키면 도를 보게 되는데, 그 경지는 마치 거울에 낀 때를 닦으면 밝음이 나타나고, 밝음이 나타나면 거기에 형체가 저절로 뚜렷이 비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십이장경의 내용을 조용한 분위기에서 누구라도 정독한다면 그 여운은 전에 느끼지 못한 편안함의 경지로 이끌 것이 분명한 경전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59.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우란분경(盂蘭盆經)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하여 그 은혜에 보답하도록 가르치는 경이다. 달리 <불설대보은중경>이라고도 한다.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우란분공양을 행하고, 경을 베끼거나 독송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흔히 불교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종교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불교가 오히려 부모의 은혜를 더욱 강조하는 종교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경전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3말 8되의 응혈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를 먹인다고 했다. 따라서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면 왼편 어깨에 아버지를 업고 오른편 어깨에 어머니를 업고, 살갗이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서 골수에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경이라 하여 유교의 <효경(孝經)>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부모은중경> 은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10개월이 될 때까지 1개월 마다의 생태학적인 고찰을 근거로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크게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다음 <효경>이 아버지를 두드러지게 내세워 효도를 강조하는 반면, <부모은중경>은 어머니의 은혜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은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중요시하여 조선시대 정조는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뜻으로 수원 용주사에서 한문과 한글을 혼용한 판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용주사의 판본과 현대 한글번역판인 <부모은중경>(을유문고 100)이 일반서적에 소개되어 있으며, 가장 오래된 언해서로서 1553년 장단 화장사(華藏寺)에서 간행한 화장사판이 전해오고 있다. 한편 <부모은중경>은 내용이나 형식이 부자연스럽고 성립과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이라고 보는 학자가 많다. 이와는 달리 고려대장경과 대정신수대장경에는 <불설부모은난보경>(1권)이 안세고(安世高)의 번역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부모은중경>과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이 경은 위경이라기보다는 <불설부모은난보경>을 근거로 하여 유교적으로 변용된 불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란분경(盂蘭盆經)
<우란분경>은 목련존자가 죽은 어머니의 고통을 구했던 사실을 말한 경전이다. 원전은 전해오지 않고 축법호(竺法護)가 번역한 <불설우란분경>이 원래 명칭이다. 또한 <불설보은봉분경>이 있으나 전해 오지 않는다. 경전의 내용은 부처님의 제자인 신통제일(神通第一)의 목련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고자 방법을 묻자 부처님께서 안거(安居) 해제일인 음력 7월 15일에 백미의 음식과 다섯 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시방의 스님들에게 공양하면 어머니의 고통이 제거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어느 날 목련존자가 신통으로 천상천하를 살펴보니,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죄가 많은 탓으로 아귀지옥에 태어나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보고 목련이 가슴 아파하며 음식을 가지고 가서 어머니께 올렸으나, 그 음식은 어머니의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뜨거운 불길로 변해 버린다. 이 모습을 본 목련은 대성통곡하며 부처님께 달려가 어머니를 구제해 달라고 권청한다. 부처님은 목련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설했다.
"어머니의 죄는 너무도 무거워 너의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시방에 계시는 대덕스님들의 법력을 빌면 가능할진대, 이들이 9순 안거를 끝내고 참회의식을 가지는 자자일(自恣日) 즉, 7월 15일에 좋은 음식과 온갖 과실을 공양하면 이 스님들의 힘으로 살아있는 부모는 물론 7대 선망부모와 친척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백년장수하고 천상에서 쾌락을 누릴 것이다." 결국 이 경은 목련존자의 예를 들어 불교적인 효도를 강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효성을 중요시하는 우리들에게는 금과옥조의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서 매년 7월 13일에서 3일간 선조의 영령을 제사하는 불사를 우란분회. 우분회. 정령제(精靈祭). 정령회. 성령제(聖靈祭). 분회. 분(盆). 환희회(歡喜會). 혼제(魂祭). 영제(靈祭) 등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경의 핵심은 인도에서 작성되고 거기에 중국인이 보충하여 오늘의 모습으로 완성된 것이다.
60. 밀 린 다 왕 문 경 (彌蘭陀王問經)
‘밀린다의 물음’으로 번역될 수 있는 빨리본 밀린다판하(Milindapanha)가‘밀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이다. 한역본으로는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으로 번역되었다. 한역본은 소두에 언급되고 있는 두 사람의 전생이야기 중에서 나선비구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나선비구경’이라고 한 것이고, 빨리본은 밀린다왕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밀린다판하’라고 한 것이다. 한역본에서는‘경’으로 되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이것은 경으로 분류될 수 없다. 따라서 빨리본에서는‘pa ha(물음)’라고 했고, 스리랑카에서는 이를 빠리 삼장속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기원적 2세기 후반에 서북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그리스인 국왕인 밀린다(Milinda)와 유명한 불교 논사인 나가세나(N gasena)장로가 불교의 교리에 대하여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마침내 왕이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밀린다왕은 불교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그리스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경’의 내용을 겸토해 볼 때 왕의 질문은 아함경의 경설에 입각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질문의 내용도 불교의 경전과 교리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등의 몇가지 이유에서 밀린다왕은 상당한 불교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은 그리스왕과 불교논사의 대론서로 알려져 있지만‘대론’이라고 할 수 없는 면이 많다. 경에서는 일방적으로 밀린다왕이 나가세나스님께 묻고 답하는 문답식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대론은 서로의 주장을 전개시키면서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하고, 상대방은 이를 반증하는 형식이 일반적이지만 이 경에서는 거의 그러한 면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대론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문답서라고 하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이 경은 크게 나누어 다음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밀린다왕과 나가세나장로의 전생이야기를 기술하는 서화, 2. 두 사람이 3일간 대화를 계속하는 것으로서, 서로 사제가 되는 부분, 3. 밀린다왕이 주로 불교교리상의 난문을 제기하고, 부처님의 말씀 중에서 모순되는 것을 지적하여 그 설명과 해석을 나가세나스님께 구하는 대화, 4. 수행자가 지켜야 할 덕목을 비유로써 밝히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왕의 질문에 대하여 나가세나스님은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명쾌하게 답하는데, 불교의 입장을 번잡하지 않은 사고나 설명으로 표현하여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왕의 질문은 영혼의 존재, 개체의 구성, 윤회의 주체등 불교교학에서 중요하고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다. 이 중에서 무아설의 논증과 윤회설은 언뜻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은 내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교의 무아설에 대한 논의에서 왕은 논사의 이름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에 논사가‘나가세나’라고 불린다고 하면서, 그 이름에는 어떠한 인격적 실체가 없다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인격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푸는 자도 그 공양을 받아 쓰는 자도 있을 수 없고, 계행을 지키는 자도 수행하는 자, 수행을 통해 열반을 얻는 자 등도 있을 수 없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하면서, 그러면 과연‘나가세나’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나가세나는 인격적 실체를 육체적인 관점에서 찾기 위해 머리카락, 손톱, 이 등의 신체 각부분이 나가세나인가라고 묻는다. 존자가 아니라고 답하자 이번에는 존재 전체를 분석하여 오온 중의 어느 하나가, 오온을 합친 것이, 오온 이외의 다른 것이 나가세나인가라고 묻는다. 논사는 어느 것에 대해서도 나라세나가 아니라고 답한다. 더 이상의 나가세나라고 할 말한 것이 없다고 하나 이번에는 논사가 왕에게 붇는다. 논사는 왕이 이곳까지 타고온 수레는 무엇이 수레인가하고 묻는가. 왕은 수레체, 굴대, 바퀴, 차체, 차틀 각각에 대해서 수레가 아니라고 답한다. 또 이것들을 합친 것도, 이것 이외의 다른 것에서도 수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한다. 다시 한번 논사는 왕에게 수레가 무엇인가를 묻자, 왕은“이 모든 것이 어울려 수레라는 명칭, 호칭, 가명이 생긴다”고 답하자, 이에 만족한 논사도 나가세나라도 신체의 각 부분과 오온의 각 부분이 어울려 이루어진 것이지, 실제로는 거기에 인격적 실체는 없다라고 무아의 문제에 결론을 내린다.
무아설과 함께 경에서는 윤회의 문제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윤회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논사는‘한 존재가 이 땅에 태어나 여기에서 죽고, 여기에서 죽어 다른 곳에 태어나 다시 그곳에서 죽는 것’이것이 윤회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망고를 먹고 그 씨를 심으면 다시 망고가 나와 자라게 된다. 그 망고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고 그 망고를 먹고 다시 심으면 망고나무가 생겨 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왕은 인격적 실체인 아트만을 염두에 두고,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태어날 때 이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존재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논사는 비유를 들어, 한 사람이 한 등불에 불을 붙인다고 가정할 때, 이 등불이 다른 등불로 옮겨 간 것인 아닌 것처럼 윤회하는 주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열반을 성취하기 위한 방편이다. 경에서는 열반을 성취하는 직접적인 방편으로 지혜와 오선(五善)을 제시하고 있다. 경에서는 지혜를 가진 사람은 사랑과 욕망을 끊고, 모든 악과 애착을 끊는다고 한다. 또 보다 구체적으로 지헤를 가진 사람은 괴로움과 생과 사에서 해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혜를 선의 첫째라고 한다. 오선도 결국은 지혜를 성취하는 방편이다. 1) 성신(誠信 ; saddha)은 삼보와 아라한의 존재, 삼세의 존재, 선행과 악행의 과보 등을 굳게 믿는 것이다. 2) 효순(孝順 ; ila)운 부처님께서 설하신 계율이다. 계율은 모든 선(善)의 근본이 된다고 한다. 3) 정진(精進 ; vi ya)은 선(善)을 굳게 유지시키고 선(善)을 돕는 것으로 정의한다. 4) 염선(念善 ; sati)은 마음으로 모든 선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5) 일심(一心 ; sam di)은 삼매(三昧) 또는 정(定)으로 번역되는 것으로서, 경에서는 일심을 모든 선법 가운데 첫째라고 하여 만약 일심이 된다면 다른 모둔 선법이 그것을 따른다고 한다.
밀린다왕문경은 불교 교리상의 여러 문제를 번쇄한 아비달마적인 입장에서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좌부의 전통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설명과 풍부한 비유가 돋보이는 몇 안되는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불교경전 제11강좌 강좌 한국의 불교 경전 |작성자 A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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