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영계탐구 사후세계는 어떤 곳인가<8> 죽음 앞에서 哭한 공자

수선님 2020. 11. 8. 11:46

영계탐구 사후세계는 어떤 곳인가<8> 죽음 앞에서 哭한 공자

 

4대 성인 가운데 공자의 생사관은 상당히 현실적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요즘 보통사람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공자는 제자 안회가 죽었을 때 "아아!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라며 통곡했습니다. 그는 제자 계로가 "죽음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태어나는 것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리오"라고 했습니다.

중국사상의 두 축이라면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철학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사상은 서로 상반되면서도 보완작용을 해가며 중국인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죽음보다 현실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마음을 분산시키지 말고 모든 주의력을 삶에 집중할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장자는 아내가 죽은 후, 조문간 친구 혜시가 보니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유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자는 전혀 인정없는 사람으로 치부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자는 "아내의 죽음에 어찌 애통하지 않겠는가"라며 처음에 잠시 슬퍼하다가 이성을 회복한 뒤 "그 시작을 살펴보면 본래 생명은 없었네. 죽음은 사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내가 통곡한다면 이는 자연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이네"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공자의 죽음관= 공자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편적으로 나타난 자료를 가지고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공자가 계로의 질문에 대해 "태어나는 것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리오"라고 한 것이나 "아직 사람도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능히 귀신 섬김을 알리오"라고 한 것은 어찌보면 귀신과 죽음의 문제를 회피했다기 보다는 사람과 귀신에 있어 사람이 더 중요하고, 삶과 죽음에 있어 삶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는 제자 번지가 '앎(知)'에 대해 묻자 "사람의 의리에 힘쓸 것이요, 귀신은 공경은 하되 멀리하면(敬而遠之) 가히 앎이라 이르느니라"고 하였던 것도 귀신과 죽음에 대해 무시했거나 등한히 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자가 '죽음'보다 '삶'을 더 강조한 것은 동양인들의 생사여일(生死如一) 사상의 연원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삶을 지배하는 이치나 죽음 이후를 지배하는 이치는 하나이므로 삶의 의미를 잘 모르고 죽는다면 죽음 이후가 잘 보장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삶의 의미를 잘 모르고 죽어도 죽음 이후에 삶이 잘 보장된다고 믿는 것은 미신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오로지 그 하나의 이치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각자 살아있는 동안의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겠느냐?"는 공자의 말은 우리에게 우선 살아있는 동안 삶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를 깨닫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는 위대한 인물답게 죽음에 직면해서도 당당했습니다. 공자가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한쪽 손을 뒤로하고, 한쪽 손으로는 지팡이를 짚고서 문 앞으로 이리저리 거닐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태산이 지금 무너지려고 한다. 대들보 나무가 지금 쓰려지려고 한다. 철인이 지금 시들려고 한다." 그는 자공에게 "나는 은나라 혈통이지만 어제 밤 꿈에 남의 집 두 기둥 중간에 앉아서 식사대접을 받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죽게될 것을 예언한 뒤 7일만에 담담히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죽음은 기의 소멸현상= <주역> 계사전에 보면, '정기(精氣)가 물이 되고 유혼(遊魂)이 변화한다. 이런 고로 귀신의 정상(실상)을 안다(精氣爲物, 遊魂爲變, 是故知鬼神之精狀)'는 말이 있습니다. 즉 기가 응취하면 정기로 되어 물을 이루고 발산하면 유혼으로 되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 짤막한 말속에 유교의 사생관이 요약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물은 이 취산(聚散)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노장사상도 대동소이한 사생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자도 "엉기면 삶이요 사라지면 죽음이다(聚則生 散則死)"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리학을 집대성했다고 전해지는 주자는 인간이 최초로 태어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氣)의 변화를 통해 생겨났다. 음양과 오행의 본질이 결합됐을 때 인간의 육체적 형태가 확립됐다. 이것은 불교도들이 변화에 의해 생겼다는 것과 같다. 오늘날도 이(蝨)들과 같이 변화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많다." 음양오행의 결합으로 만물과 인간이 생겨났다고 보는 것입니다. 마치 화생(化生)에 의해 알 수 없는 음양이기(陰陽二氣)가 작용하여 이(蝨)가 저절로 생겨 나오는 것과 같이 인간도 인간 오행의 정(精)이 합해져 저절로 어느 단계에서 생겨나게 됐다는 것입니다. 천지를 형성하고 온갖 만물과 인간을 형성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힘인 기(氣)의 작용으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주자는 대생명의 일부를 인간이 소유하고 있다가 그것이 소진되면 죽음이 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대생명의 일부를 분유(分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생명의 분유자인 인간은 죽을 때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생명 자체는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조상숭배와 제사의 논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죽은 조상과의 통교(通交)가 이(理)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상과의 통교는 개체로서의 조상보다는 이에 뿌리를 둔 조상의 얼과의 통교라는 말이 더 적합할지 모릅니다.

삶과 죽음의 세계를 하나의 이치로 꿰려고 한 유교에서 인간의 영혼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역시 귀신 문제로 귀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가에서는 사람의 지각을 정신이라고 하고 죽고 나면 그 정신을 귀신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귀신을 영혼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이(理)를 존재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주자는 귀신의 존재도 이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권오문 세계일보 논설위원 omkwon@segye.com

 

 

 

 

 

 

 

 

[출처] 공자|작성자 임기영불교연구소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전산책 중국불교 13경-②  (0) 2021.01.03
동양윤리사상 정리  (0) 2020.12.20
야단법석  (0) 2020.12.06
아잔 브람의 행복론  (0) 2020.11.22
화장  (0)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