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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람의 행복론

수선님 2020. 11. 22. 12:30

아잔 브람의 행복론

한병선교육평론가·문학박사

 

아잔 브람(Ajahn Brahm)은 세계적인 명상가다. 그는 영국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불교 수도자가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삶에 대한 궁금증과 세상 이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면서도 불교서적을 꾸준히 읽었다. 결국 태국으로 건너가 태국의 살아있는 붓다로 불리는 아잔 차(Ajahn Chah)로부터 수행훈련을 받고 호주불교의 산실인 보디니야나(Bodhinyana) 사원을 세웠다. 여전히 명상수행을 하면서 삶과 행복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행복론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는 ‘방하착(放下着)’이다. 그는 말한다. “놓아버리는데서 오는 행복감, 사물과 현상이 사라지는데서 오는 환희가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감각들이 사라질수록 더 많은 자유를 느끼게 된다. 세상에 매달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놓아 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길이 공(空)을 향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방하착, 즉 내려놓으라는 말은 불가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따지고 보면 부처의 출가도 방하착이었다. 삶의 번뇌는 끊임없는 집착에서 온다. 그런 세상사 집착을 내려놓을 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행자가 조주선사에게 번뇌에 대한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조주선사는 “방하착하라”고 대답했다. 수행자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염주와 지팡이를 모두 내려놓고 다시 물었다. 선사는 이번에도 똑같은 답을 했다. 수행자는 등에 맨 걸망까지 내려놓고 손을 털면서 “몸에 지닌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더 내려놓으란 말입니까”하고 물었다. 선사는 “그러면 내려놓은 것들을 다시 지고 가라”고 했다.

현실의 삶에서 방하착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손을 놓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두려움이다. 한 스님이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 내려다보니, 장님이 절벽 끝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낭떠러지 끝자락의 아주 낮은 곳이었다. 손을 놓고 발만 뻗으면 그대로 땅에 닿을 수 있는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붙잡고 있는 손을 그냥 놓아버리라고 소리쳤다. 그런데도 장님은 손을 놓지 못하고 매달려 발버둥만 치고 있었다.

내려놓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내려놓을 수 없는 현실의 문제도 있다. 발등의 자식문제, 부모문제, 경제문제를 편하게 모두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계절의 변화나 동서남북의 방향, 산은 높고 물은 깊다는 생각까지 다 놓아버릴 수 있겠는가. 현실적인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수행자 아잔브람은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행복론을 말한다. 행복은 고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론은 우리의 현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방하착에 현실의 문제를 얹어놓은 ‘고통의 행복론’인 셈이다.

“행복은 고통스런 두 시점 사이의 휴지기이다. 당신이 즐거움의 정체를 깊이 들여다본다면 그것이 고통스러운 두 시점 사이의 휴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이유는 그 전에 몇 시간 동안 먹지 않았고 앞으로도 몇 시간동안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24시간 내내 배를 채운다면 음식을 즐기기는커녕, 그 맛도 모르게 될 것이다. 당신은 앞으로 고통이 올 것임을 알고 있을 때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행복만 지속되는 천국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이 세상에서 완벽하고 궁극적인 만족감 같은 것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출처] 한병선/ 아잔 브람의 행복론|작성자 임기영불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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