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따와나 일묵스님

20.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

수선님 2021. 1. 3. 12:42

“자유로운 수행공동체 만들고파”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

 

 

  ‘주류’에서 ‘비주류’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누릴 수 있는 권력과 혜택은 물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지고 수많은 ‘소외’가 항상 주변을 맴돌게 된다.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류에 속하거나 또는 그 언저리에 머물기를 바란다. 부처님 역시 주류의 중심에서 비주류를 선택했다. 수많은 고난을 겪고 정진한 끝에 구경각을 성취했지만 요즘 사람들이 부처님처럼 살기는 쉽지 않다.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은 주류의 길을 버리고 비주류가 됐다.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이던 1996년 출가했다. 서울대 불교학생동아리를 이끌던 일묵스님을 시작으로 서울대생 7명이 집단 출가하고 그 후 3~4년간 서울대생 6명이 추가로 출가한 것은 불교계에서 ‘사건’이었다.

일묵스님.

출가가 스님의 첫번째 비주류의 길이었다면 두번째는 초기불교 수행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한국현대사의 대선사(大禪師) 성철스님의 손상좌다. 근본주의에 가까운 ‘선(禪) 수행관’을 가졌던 성철스님의 뜻을 어기고 초기불교를 선택한 순간 많은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님은 지금도 “성철스님 문도가 왜 초기불교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수행자들이 갖고 있는 지혜의 수준은 다릅니다. 화두 위주로 수행하는 한국 불교의 간화선은 장점이 많지만 너무 어렵습니다. 무조건 화두를 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단계에 맞는 수행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스님은 출가초기만 해도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 제방에서 참선 수행을 했다. 참선공부를 하는 재가자들과도 같이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미얀마 파욱국제명상센터에서 3년간 수행했다. “대승불교를 공부하면서 생긴 의문점들이 초기불교를 알고 나서 해소됐다”는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게 돼 있는데, 화두선은 깨달음만을 중시하니 대중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수행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다고 한다. 호흡을 중시하는 위빠사나 선법을 중심에 놓고 각자의 처지에 맞게 수행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삶 속에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행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스님은 2008년 서울에 제따와나선원을 열었다. ‘제따와나’는 부처님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기원정사(祇園精舍)를 뜻하는 팔리어다. 그리고 현재는 강원도 원주시 푸른솔 명상센터에서 ‘숨-붓다의 호흡명상 수련회’를 주관하고 있다. 이 수련 프로그램은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스님은 “21세기는 동양의 정신문화와 서양의 과학이 만나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통합의 시대”라며 “그래서 다양한 수행전통과 서양 심리치료의 성과들을 진지하게 배우고 이해함으로써 현대에 맞는 수행법을 찾아내 인류에게 제시하는 것은 수행자들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스님은 “제따와나선원은 부처님 당시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현대에 맞는 수행공동체를 창출하여 앞서 제시한 과제들을 이루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혜와 자비는 수행자의 덕목인데, 한국 불교는 깨달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비사상이 약화된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세계적 수행자들은 부처님 당시 제자들이 그러했듯 자비롭고 따뜻했습니다. 자유롭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법담을 나누며 삶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일묵스님의 결의와 다짐을 보면서 간화선과 위빠사나가 통하고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어우러지는 한국불교를 기대해본다.

 

 

일묵스님이 소개하는 제따와나선원

 

  처음에는 불교학자와 수행자 그리고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뜻을 함께하여 ‘불교와 정신치료’라는 이름으로 수년간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07년 여름 수련회를 계기로 부처님 당시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현대에 부합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승가 공동체 결성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공동체의 명칭은 ‘제따와나’로 결정되었다.

  현대는 갈등과 대립의 구조 속에서 이기적인 삶의 형태가 늘어가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져가고 있다. 이는 재가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생활이 강조되는 승가의 삶에서도 점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때에 건강한 불교수행 공동체의 창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따와나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수행공동체인 ‘제따와나 국제명상센터(가칭)’를 건립할 계획이다. 청정한 계율을 갖춘 명상센터에서 생활하는 수행자는 수행에 전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반들과의 법담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수행이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다. 훌륭한 수행자가 많이 배출되면 부처님의 정수가 끊어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명상센터에서는 여러 국적의 수행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다른 전통의 불교수행도 같이 접할 수 있다. 이런 교류는 자연스럽게 세계불교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되고 그 속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도 더욱 분명하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열린 관점을 통해서 갈등과 대립을 버리고 미래 수행단체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제따와나는 ‘불교와 수행 연구소(가칭)’를 세우고자 한다. 21세기는 동양의 정신문화와 서양의 과학이 만나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통합의 시대라고 한다. 이에 연구소를 통해서 많은 인재들을 결집하여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이론 그리고 서양의 과학과 심리치료의 성과들을 깊이 있게 연구한다. 이를 통해 현대에 맞는 수행방법과 심리치유법을 찾아내어 인류에게 제시한다.

  ‘불교와 수행 연구소’는 ‘국제명상센터’와 밀접한 교류를 함으로써 단지 이론적인 연구가 아니라 실제로 인류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행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연구소에서 나온 여러 가지 성과들은 출판, 대중 강연, 수행프로그램의 실시 등의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환원될 것이다. 이러한 제따와나의 활동은 모든 존재들이 고통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하나의 길일 것이다.

 

 

 

 

 

 

 

[출처] 20.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작성자 jajuyc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