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홍서원, 사회복지에 대한 실천적 해답
‘법화경 제5약초유품’에 먹구름과 비의 비유가 나온다. 비가 온 세상에 내려서 모든 약초와 크고 작은 나무들을 자라게 하듯이 부처님도 일체중생에게 평등하게 지혜의 감로비를 내리지만 단지 중생들의 능력에 따라서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다는 비유이다.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을 보는 듯 한 법화경의 대표적인 비유이다. 그런데 이 비구름의 비유는 단순한 비유에서 끝나지 않고 끝부분에 등장하는 내용을 천태지의 대사가 해석하면서 대승불교의 핵심이며 오늘날 한국불교 법회의식 마지막 부분에 필수적으로 행해지는 사홍서원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홍서원의 뿌리는 천태대사의 ‘석선바라밀차제법문’ 1권 상에서 ‘보살의 발심상’을 설명하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홍서원을 초기불교의 고집멸도 사성제와 관련지어서 설명하고 있다.
제5약초유품의 비구름(운우) 비유의 후반 부분에 나오는 네 구절 해석은 다음과 같다.
미도자영도(未度者令度)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衆生無邊誓願度)
미해자영해(未解者令解) “번뇌를 다 끊어오리다”(煩惱無盡誓願斷)
미안자영안(未安者令安)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法文無量誓願學)
미열반자영득열반(未涅槃者令得涅槃)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佛道無上誓願成)
제5약초유품에는 세 가지 약초와 두 가지 나무가 나오는데 여기서 최상의 약초(上草)가 바로 대승의 보살의 상징이다.
사홍서원은 모든 불자들의 이상이자 실천해야할 궁극적 원력이다. 처음 나오는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는 ‘모든 존재하는 생명들은 행복을 원하고 대승의 불자들은 그들의 행복을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삼국유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 1권 첫 장 기이(奇異)편에는 저 유명한 단군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최초로 등장한다. “옛날 석제환인(제석천)이 그 아들 환웅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세상을 욕심내었다. 석제환인이 그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니,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지라, 이에 천부인 3개를 주어 가서 천하를 다스리게 하였다.” 여기서 환웅의 아들이 단군왕검이고, 우리 민족의 모태가 된다. 10월3일 개천절도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제정한 것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은 단군신화에서 나온 것이다. 홍익인간 이념이나 ‘법화경 약초유품’에서 나온 사홍서원 첫 구절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는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고, 사회복지이념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중생들의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나 제도적인 노력도 함께 필요로 한다. 요즘 한국사회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사회복지에 대한 논의이다. 정치권에서도 연일 복지에 대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해 10월에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투표가 있었는데 그 문제를 계기로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새로 서울시장이 선출되기도 했다.
복지의 한자를 찾아보니 福(복)과 祉(지), 즉 행복한 삶을 표현한 문자였다.
사회복지의 사전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사회적으로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인 행복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초등학교 전면무상급식 실시에 이어 영·유아들의 무상보육비 지원 등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민심을 얻기 위한 선거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여하튼 전체적인 큰 방향에서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녀 양육문제나 교육문제 등으로 젊은 부부들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급기야 한 가구당 1.19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작년 G20회의를 개최한 국가의 경제력에 걸맞게 육아시설 확충 등 어린이 보육과 교육에 있어 전면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있다. 출생률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고, 어린이를 잘 키워 잘 교육시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신성한 의무이자 권리일 것이다.
법화경 제5약초유품의 비구름 비유에서 탄생한 사홍서원의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와 삼국유사에 나오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은 불교의 행복론을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대승의 보살행을 표현한 것이며, 오늘날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에 대한 해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법화경연구원 법성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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