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엄경이 나오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한 자료입니다.
개운조사의 이야기이며, 개운조사의 당부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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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당 유서(開雲堂遺書)
나는 속세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찌기 부모를 여의고 외가집에 의탁하여 있다가 문경 봉암사에서 동자로 머리를 깍았다.
그후 십년동안 스승을 찾아 강산을 두루 돌아 다니다가 봉암사 본사로 돌아와 환적암(幻寂庵)에서 스승을 만나 법문울 들었고 백련암(白蓮庵)에서 금단(金丹)을 단련(鍛煉)하여 구슬을 얻고 심원사(尋源寺)에서 보임출태(保姙出胎)하고 유즙림경(乳汁林竟)한 다음
여가(餘暇)를 활용하여 유가심인 정본 수능엄경(瑜伽心印正本首능嚴經)의 원고(原藁)를 초(抄)하였으나 인연의 시기가 아직 일찍하고 아직은 면벽이 시급하였으므로 아직 출간을 보류하여 이행치 않고 많은 룡(龍)들로 하여금 교대로 지켜 수호하게 하고 지리산 묘향대(妙香臺)로 향하였다.
지금부터 백년 뒤에 큰 인연이 있는 사람이 이를 인쇄하여 널리 베포 할 것이니 그 공덕은 불가사의한 것으로서 마침내는 모두 다 깨달음의 인과를 이룰 것이다.
후세에 이경을 받들어 읽는 자는 경(經)과 송(頌) 주(註)와 토(吐)에 있어서 한 자와 한 구절이라도 신중하게 생각하여 고치지 말 것이다.
또 비방하는 요망한 무리는 반드시 지키는 신들이 벌을 내릴 것이다. 희양산 환적암은 선환화상(善幻和尙)이 입적한 곳이다.
오늘 지금에 지나온 길을 회고하니 강개(慷慨)함이 끝이 없다. 후세에 현자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산중에 무엇이 있던가 고개드니 흰 구름 많으나 다만 스스로 기뻐는 할 지언정 그대에게 가져다 줄 수는 없는 것이니 , 각기 스스로 깨달아서 스스로 기뻐하라.
내가 스승을 만나 법문을 듣고 수능엄삼매(首능嚴三昧)의 실천 공적을 수련한 것을 대강 보여주어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죄와 벌을 두려워 하지 않고 현묘한 중심점(玄機)를 누설하는 것인데 믿지 않고 수행하지 않음은 그대들의 허물이다.
십여년 동안 비 바람에 젖어 있다가 홀연히 고덕의 (공연히 쇠 신만 닳게 하면서 동 서로 바쁘게 돌아 다니네) 하는 글 귀에 감동을 받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환적암으로 돌아 왔는데 그 때 나이 삼십이었다.
스승을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자고 먹는 것을 잊은 채 공경하여 예배함을 잠시도 게으르지 않았다.
미인이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하늘의 음악이 귀에 들리기도 하였으며 호랑이가 뒤 따라 오거나 큰 뱀이 몸을 휘감기도 하였으며 황금과 비단이 방에 가득하기도 하였으며, 도적이 문을 부수기도 하였고, 그 밖에 기쁘고 두렵고 믿음이 가고 의심이 가는 마사(魔事) 들도 있었으나 이를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조금도 마음의 동요가 없었으며 바르고 곧은 마음만을 굳게 지켜 계(戒)와 정(定)을 성실하게수행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일년 남짓 하였을 적에 어떤 미친 중이 비틀 걸음으로 들어 오는데 신체는 수척하게 마르고 의복이 남루한데다 온 몸이 짓무른 부스럼이 나서 그 냄새가 가까히 하기에는 역겨운 상태였다.
그러나 이 몸이 공경하게 맞이하고 성심껏 시봉을 하였는데 꾸짓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였으며 희롱하기도 하고 어쩔때는 자비롭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기를 한 달 남짓 하면서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바르고 곧음만을 고수 하여 몇배나 더 공경하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아니 하였드니 어느 날 밤에 조용히 불러서 말하기를 너는 참 무심(無心)한 사람이구나.
꾸짖어도 괴로와 하지 않으며 때려도 성내지 않고 희롱해도 싫어 하지 않으며, 자비를 베풀어도 기뻐하지 않으니 마음을 항복 받았다고 할 수 있는 데, 너는 반드시 득도(得道) 할 것이다.
여러해 동안 부처님 앞에서 기원한 것이 무엇 이었는고? 하므로 눈물을 흘리고 공경히 말하기를 "지극한 소원은 참다운 스승을 만나 불법을 듣는 것이고 그 밖에는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하였더니 말씀 하시기를
내가 너의 스승이 되어 주면 어떻하겠는고? 하셨다. 나는 곧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함께 일어나 백번 절하고 예배하며 애걸 하였더니 말하기를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인 것과 마찬 가지로 도를 닦는 것도 그러한 것이다.
하고 나를 데리고 희양산에 올라 갔는데 달이 낮처럼 밝고 시야가 넓게 전개 되었다. 큰 바위 위에 정사가 저절로 세워지고 음식이 제 때에 마련 되었다.
나는 이러함을 보고서 믿는 마음이 백배나 솟구쳤다. 스승과 상자가 삼보 앞을 향하여 공경히 예배 하고서 큰 참회와 기쁨의 맹서를 한다음에 말하기를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수도라 함은 마음을 항복 받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함으로 간절하고도 중요하게 여긴다. 배우는 사람은 만에 하나라도 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항복 받지 못하고 아만에서 벗어 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였다.
그리고 다시 법을 설한 다음에 토굴로 들어 가게 하였는데 칠일 만에 첫 간혜지누진통(乾慧地漏盡通)의 원인을 증득하니 우리 선사가 정본수능엄경(正本首능嚴經)과 유가심인록(瑜伽心印錄)을 나에게 부탁 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보현존사(普賢尊師)에게 구결(口訣)로 받은 신해수증(信解修證)이 모두 여기에 있으니 진중(珍重)하게 받들어 간수하라. 함으로 공경하게 예배하고 받았는데 또 다시 대승(大乘)의 묘결(妙訣)을 구두(口頭)로 전해주고 이것을 하나 하나 터득하고 깨달았다.
전해 주고 받기를 마친 다음에 공경히 백배(百拜)하고 삼보(三寶) 앞에 은혜를 사례드리고 우리 선사가 손을 잡고 고별한 다음 허공으로 날아 감으로 공경히 백번 절하고 눈물을 머금고 전송해 드리고 돌아 보니 정사(精舍)가 사라졌다.
일찍이 없었던 일 임을 감탄하고 백련암으로 내려와서 백일만에 십신(十信)의 수다원 누진통(須陀洹漏盡通)의 과(果)를 증득(證得)하고 그리고 칠일 만에 초주분정도태(初住分正道胎)의 인(因)을 증득하고 도장산(道藏山)에 들어갔다.
어째서 마음을 항복받는 것이 수도하는데 중요함이 되는가 하면 성품이 움직이면 마음인데 그 이름이 마음심(魔音心)이고 마음이 안정하면 성품인데 그 이름이 성품성(聖品性)이다.
그래서 성품을 따르는 자는 성인(聖人)이 되고 마음을 따르는 자는 마(魔)가 되는데 마(魔)와 성(聖)은 두 종류가 아니라 자신이 지은 것을 자신이 도로 받는 것이다. 뒤에 배우는 사람은 이를 알아야 한다.
마음을 항복받은 다음에라야 도를 닦을수 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는 것 처럼 사람이 마음을 항복 받으면 도의 그릇이 되고 마음을 항복 받지 못 하면 도의 그릇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금강경에 부처님이 마음을 항복 받는 것을 먼저 제시 하는 것이다. 인연이 있는 현자들은 이 경을 읽고 불법을 깨달아서 오로지 여일하게 정진하면 깨달음에 이를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내가 고심하여 스승을 구하고 도를 깨달은 본래의 원이다. 오십일세가 되는 경자년 팔월 삼경일(三庚日)에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여 뒤에 덧붙인다.
** 송(頌) 손으로 동천(洞天)이란 글자를 쓰고 손톱으로 한좌(閑坐)라는 글 귀를 새기니, 바위가 물렁한 흙처럼 부드러워서 나의 현명(顯名)을 받아 들이네. 맑은 물 흐르는 반석(盤石)위에 용자(龍子)를 놀게 했노라. 나의 조그만 희적(戱跡)도 천추 만추(千秋萬秋)에 전할 수 있는데, 더구나 간경(看經)의 공덕이랴 ! 복해(福海)는 한이 없다네. 수학(修學)하는 제현(諸賢)들은 사생(死生)에서 벗어나리.
위대하여라 이 경의 공덕은 일 컬을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사의(思議)할 수도 없는것이다. 자비의 빛이 가득차서 험난한 길을 비추어 주고, 지혜의 검이 두루 가르며 죄의 뿌리를 자르네. 공경하고 공경하라 처음 발심하는 사람들은 이 사람의 말을 자세히 들어라. 대장부가 참다운 비결을 만나면 모름지기 그 뜻을 지키고 영원히 물러서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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