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열반묘심(涅槃妙心)

수선님 2021. 4. 11. 12:34

열반묘심(涅槃妙心)

'열반묘심' 역시 정법안장처럼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섭 존자에게 법을 전할 때 한 유명한 말이다.
'열반'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를 음역한 것이다. 의역으로는 멸(滅)·적(寂)·원적(圓寂)·적멸(寂滅)이라 한다. 니르바나의 어원은 '불어 끈다'는 뜻이다. 즉 번뇌·망상의 불을 없애는 것, 또는 그 불이 꺼진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는 번뇌·망상의 속박을 벗어나 걸림 없이 자유로운 적정의 상태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평생 설법을 모은 아함경(阿含經;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에서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이를 三毒이라 함)을 완전히 없앤 상태를 열반이라 한다. 요컨대 열반은 무애자재한 깨달음의 절대적 경지에 들어간 안락한 상태이다. 이 위대한 열반의 경지를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전후의 사적을 기록한 <열반경>에서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열(涅)은 불생(不生;생기지 아니함), 반(槃)은 불멸(不滅;사그라들지 아니함)이니 불생불멸을 대열반이라고 부른다."
또 위대한 역경승 구마라집(鳩摩羅什)의 4대 제자 중 하나인 승조(僧肇) 법사는 자신의 저서 <조론(肇論)>에 수록된 <열반무명론(涅槃無明論)>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미 나고 죽음(生死)이 없고, (중략) 허공과 그 덕을 합한, 이것을 열반이라 부른다."
열반에는 유여열반(有餘涅槃)과 무여열반(無餘涅槃)이 있다. '유여열반'은 탐욕·성냄·어리석음 삼독을 완전히 끊긴 했지만, 아직 육체적 측면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무여열반은 육신도 사라진 고요한 경지이다. 즉 육신의 제약을 완전히 벗어난, 영원히 안락한 경지로서, 깨달은 자의 죽음(入滅, 入寂)을 말한다. 고요하고 안락한 죽음에 드는 것을 '열반에 든다(入涅槃)'고 한다. 소승불교(중생 구제를 목표로 하는 대승불교에서는 소승불교가 자기만의 수행 완성을 위한 수단만 중시한다고 비난한다.)에서는 마음과 몸 모두의 소멸을 이상으로 삼으며, 마음과 몸의 있고 없음에 따라서 유여열반과 무여열반으로 나누고 있다.
열반은 불교의 궁극적인 이상이며, 이 경지를 '열반적정(열반의 고요함)'이라 한다. 열반은 모든 번뇌·망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애자재한 깨달음을 얻은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해탈(해탈)이라고도 한다. 즉 해탈은 열반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묘심'은 쉽게 알아낼 수 없는 뛰어난 마음을 의미한다. 언어·문자를 단절한, 깨달은 심경이기 때문에 묘심이라고 말한다. 깨달음의 경지에 든 묘심은 무애자재한 마음이며, 시간·공간을 초월하고, 과거·현재·미래에까지 미치고, 언제 어디서나 영원토록 충만해 있는 광대무변한 불심인 것이다. 열반도 마찬가지로 불심을 가리키며, 열반묘심이나 정법안장도 모두 불심을 가리키는 말이다.
묘심은 깨달은 마음이며 부처님의 마음으로, 혜능 대사가 말한 '자성(自性)'이다. 이 묘심·자성·도심 등은 모두 같은 말로서 본래부터 청정무구하고, 밝고 신령스러우며, 진실하여 거짓됨이 없는 것이다. 이 영성으로서의 마음은 선과 악, 바르고 삿됨의 대립을 끊은 순수한 지선(至善) 그 자체이다. 본래부터 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으며, 변하지도 않고 바뀌지도 않으며, 형상도 없고, 소리나 냄새도 없는(不生不滅 不增不減 不變不易 無形狀 無聲臭), 언어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言慮不及) 절대적 경지이다. 어느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는 모습이 없다. 모습이 없기 때문에 소멸하지 않는다.
따라서 낳을 것도 없고 죽을 것도 없다."
또 혜능 대사는 <육조단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심량(心量)은 광대하기가 허공과 같아서 끝닿는 데가 없다. 또 둥글지도 네모나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다. 위도 아래도 없고 길고 짧음도 없다. 옳고 그름도 없으며 선도 악도 없다.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임제 선사의 스승 황벽희운(黃蘗希運)은 <전심법요(傳心法要)>에서 이렇게 말한다.
"애시당초 이 마음은 생긴 적도 소멸한 적도 없다. 형상도 없고 유무(有無)에 속하지도 않는다. 길지도 짧지도 않으며, 크지도 작지도 않다. 한정적인 상대적 명구(名句)나 대립을 초월한다."
옛사람은 '마음이 무엇일까? 눈으로는 천지가 하나의 잔(杯)임을 보지 못하네'라고 읊고 있다. 이처럼 작은 분별을 버리고 마음을 확장하여 천지를 일개 잔으로 보는 대우주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새롭고 광활한 천지가 전개될 것이다. 황벽 선사나 혜능 대사는 물론 선교일치론(禪敎一致論)을 주창한 규봉종밀(圭峰宗密)도 영성의로서의 마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無門關>

 

 

 

 

 

 

 

[출처] 열반묘심(涅槃妙心) |작성자 행복으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