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자항박(慈航朴) 선사(二 )
(앞에서 계속) 「귀인과 세도가에 아첨하고 섬기어 부처님의 크신 가르침을 어기고 다시 부처님의 법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칠 뜻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욕심부리고 성내고 허물을 짓는구나 이러한 무리들이 나의 집안에 들어와서 집안의 법도를 헐고 어지럽게 하여 해롭게 함이 더욱더욱 심하다.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사자 몸에 나는 벌레가 사자의 살을 먹는 거와 같다. 이 법은 결코 외도나 천마로서 능히 파할 바가 아니니라」하셨던 것이다. 그대가 이미 바른 뜻으로서 출가하고 바른 법으로서 중이 되었다. 마땅히 모름지기 마의 길을 멀리 여의고 부처님의 계를 받들어지녀야 하느니라 만약 도에 달한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럴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무량겁으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식이 어둡고 미혹하여 이 모양이 되었느니라. 중이 되던 첫해 삼의일발(三衣一鉢)과 가지가지 금세계로서 그 마음을 제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도에 들을 수 있을까 보다. 비유 컨대 거치는 것에는 거기에 독한 것을 가하여야 바야흐로 조복되는 거와 같다. 만약 그리하지 않을 진대 뒷날 三악도의 고통이 중할 것이니 그때에 뉘우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② 자항박선사(三)
「내가 이미 그대의 스승이 되었다. 만약 방편으로써 그대의 마음을 잡아서 도에 힘쓰게 하지 않는다면 뒷날 그대는 지혜가 없어서 죄를 짓게될 것이고 노승도 또한 그 허물을 면치 못하고 그대와 더불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대가 지금 나에게서 이말을 듣지 않았다고 하지 마라. 네가 듣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나의 허물은 아니다. 그대는 보지 않았더냐? 양(良)선사의 고사를..... 양선사는 정주(靖州)사람인데 양기(楊岐)회하의 존숙이다. 그의 사미가 계율을 범하게 되어 죽어서 악도에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 꿈에 그 사미가 스승에게 원한을 품고 말하기를 「나의 스승이 나를 인도하여 착한 일을 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고통을 받는다」하였다. 꿈이 깨어 이 이야기를 양선사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양선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용도사(龍圖寺)의 서희(徐禧) 덕점(德占)은 일찌기 양선사 회하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하루는 꿈에 어떤 관가에 들어가니 병졸과 관리와 무장을 한 분위기가 삼엄하였다. 거기서 자세히 보니 양선사가 뜰아래 앉아 있는데 귀졸이 방망이로 그의 등을 치니 소리지르는 소리가 집안을 흔들었다. 또 그 곁을 보니 사미가 있는데 칼을 쓰고 결박지어 그 곁에 웅크리고 있었다. 덕점이 지키는 관리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무슨 죄가 있오?」관리가 말하였다. 「늙은 자는 젊은 자의 스승인데 그의 스승이 평시에 잘가르치지 아니 하여 함부로 방종하고 파계시켰으므로 스승의 지혜가 특히 무겁습니다. 이것은 아직 살아 있는동안의 과보이고 앞으로 七일이 지나면 저 아이와 함께 무간지옥에 빠져 큰 고초를 받을 겁니다.」덕점이 꿈을 깨어 이 사실을 양선사에게 말하였더니 말하기를 「내가 수일 전부터 등이 아픈데 망치로 치는 거와 같소. 약으로도 소용이 없소.」하였다. 그리고서 七일이 지나 과연 그는 죽었다. 이 사실을 적어 판에 새겨서 여러 절의 벽에 걸게 하였다
③ 황룡심(黃龍心) 선사
황룡심선사는 남웅(南雄)사람이다. 일찌기 유생으로 이름이 높았다. 나이 十九세가 되어 별안간 눈이 멀었다. 부모는 그에게 출가할 것을 허락하였더니 곧 다시 눈이 밝아 졌다. 제방으로 도를 배우다가 남(南)선사에 참례하였다. 깊이 이 도리를 믿고 정진하였지만 좀체 깨닫지를 못하고서 그곳을 떠나 운봉회(雲峯會)에게로 갔다. 봉선사가 세상을 떠나자 다음에는 석상(石霜)으로 갔다. 거기서 전등록을 보는데 이르기까지 어떤 중이 다복(多福)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다복의 대밭입니까?」다복이 대답하기를 「대나무가 하나 둘 누워 있다」중이 말하기를 「무슨 뜻인지 모르겟습니다.」다복이 말하였다. 「서너개는 굽었느니라」하는데 이르러서 그때 남선사와 봉선사의 면목을 보아냈다. 이윽고 남선사에게 돌아와 예배하고 좌구를 펴니 남선사가 이르기를 「그대는 이제 내 방에 들어 왔구나」한다. (깨쳤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심선사는 크게 기뻐하며 대답하기를 「큰 일은 본래 이와 같습니다. 화상은 공부인에게 어떠한 말씀으로 가르치십니까?」하였다. 남선사는 말하였다. 「만약 내가 그대에게 공부를 시켜 마음이 씀이 없는 곳에 이르러 스스로 보고 스스로 긍정하는 바가 있게 한다면 나는 곧 너를 크게 그르치게 한것이다」하였다.
그후 남선사가 멸도에 들자 모든 대중들이 사를 청하여 그 뒤를 잇게 하였는데 사방의 대중들이 귀의하고 의지하여 남(南)공 때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사는 원체 스스로 도에 안주함을 숭상하여 회상을 맡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다섯 번이나 사의를 표명하여 마침내 뜻을 얻었었다.
④ 생사초월법
구양(歐陽) 문충공(文忠公)이 숭산(崇山)에 참배하였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고사(古寺)에 이르니 풍물이 매우 맑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거기에 한 노승이 있어서 경을 읽고 있는데 그 태도가 매우 뛰어나고 부동한 바가 있었다. 공이 물었다. 「옛날의 고승들은 죽을 때에 임하여 대개 이야기하거나 웃으면서 죽어갔는데 어떤 도리를 가지고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승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정혜(定慧)의 힘이요.」「고요하고 고요하여 아무 것도 없을 때 어떠합니까?」「옛 사람은 염염히 정에 있었으니 임종에서 어찌 산란함이 있으리요.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들은 생각마다 산란 속에 있으니 임종에 다달아서 어찌 정력이 있겠오.」 문충공은 이 말을 듣고 탄복하였다.
⑤ 북봉인(北峯印) 선사
북봉인선사는 것을 경계하기를 이렇게 말하였다.
「불법을 쇠약하게 하려거든 환인 몸을 기르는데 힘쓸지라 그렇지만 냄새 나는 이 몸뚱이는 마침내는 재가 되고 흙이 될 것이다. 차라리 남웅처럼 우뚝서서 죽게 되더라도 이것이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또 말하였다. 「말을 하여 사람에 뛰어나더라도 본분사는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능히 행하여서 사람에 뛰어나는 것이다. 만약 자기 본분상에 무용한 것이라면 아난(阿難)과 같이 천경만론을 기억한들 무엇이 귀할 것이있으랴.」
석주 스님 bulkwang_c@hanmail.net
[출처] 자항박 선사 황룡심 선사 북봉인 선사|작성자 임기영불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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