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혜가와 달마, 그리고 승찬 ②
혜가가 승찬에 전승 이론팽배
능가경 두 번역이 박해 불러
당시 사람들은 혜가의 선법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주 쟁론이 벌어졌다. 도항(道恒, 346~417)은 구마라집 문인으로 1000명이 넘는 문도를 거느렸다고 <양고승전(梁高僧傳)>에 기록돼 있다. 문도들은 혜가의 설법을 ‘마어(魔語)’라고 했으며, 문도 한 사람을 보내 혜가를 힐난하게 했지만 도리어 혜가에게 설복 당했다. 그 후 도항의 문도들은 더욱 혜가를 싫어했으며 깊은 원한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는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서 암해(暗害)를 사주하기도 했다.
‘마어’라 했던 극단적 평가는 아마도 경전과 좌선을 중시하지 않고 체계적 수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감 내지 초기선법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오해였던 것 같으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능가경(楞伽經)>의 이본으로 인한 오해로 시작된 것 같다. 왜냐하면 혜가는 송역(宋譯, 劉宋) <능가경> 이치를 가지고 법을 선양하였다고 한다. 송역 <능가경>은 문자가 비교적 난해했으며, 북위 때 보리유지가 번역한 <능가경>은 문자가 유창했다. 그래서 당시의 사람들은 송역 <능가경>을 멸시했다고 한다.
<능가경>의 두 종류 번역으로 인해서 보리유지(북위 선무제 영평원년, 508년 낙양에 옴)를 끌어드렸으며, 후세의 금릉사문인 지거(智炬.惠炬.慧炬, 당나라승)가 <보림전(寶林傳)>에서 보리유지가 선법 차이로 인해서 달마를 독살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혜가가 업도에서 다른 파들로 부터 박해를 받은 것은 아마도 이 <능가경>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으며, 달마의 독살설과도 연관이 있다.
<속고승전>에 의하면 달마가 처음에 <능가경> 4권을 혜가에게 주면서, “내가 중국을 관하니, 오직 이 경은 인자가 있어서 의지하고 행해서, 스스로 얻고 세상을 제도하라”고 했으며, 달마가 <능가경> 사상에서 중시한 염혜(念慧)는 언어에 있지 않다는 것으로, 혜가가 다시 정리해서 ‘망언망념(忘言忘念), 무득정관(無得正觀)’으로 종지를 삼으면서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망언망념, 무득정관’은 절대적 반야공의 표현으로 혜가의 선법이 달마가 주장한 선맥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승찬(僧璨, 510~606)은 거사신분으로 혜가를 배알하고, 북제(北齊, 552)에 출가했으며, 그 후 무제의 폐불사건(560~578)을 만났으며 서주 환공산(?公山)에 은거했는데, 십년동안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수나라 대업(大業, 606) 어느 날 법회를 마치고 나무아래에서 합장하고 서서 임종하였다고 하며, 당나라 현종은 감지선사(鑒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당 도선(속고승전>과 송 찬영(贊寧) <대송승사략>은 승찬에 대해 언급한 것이 없고, <조당집>은 간단히, 오직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서 상세히 기술했다. 사료 결핍으로 학계에선 혜가가 승찬에게 법을 전한 것에 의문을 갖는데, 초기 선종 자료 중 승찬에 관한 자료가 적다. <속고승전(續高僧傳)>9권에 <석승찬전(釋僧粲傳)>이 있지만 선승이 아닌 교학승 승찬이라고 한다, 같은책 16권 <혜가전(慧可傳)>에서는 “혜가의 법을 이은 사람이 없다(末, 卒無榮嗣)”라고 하며, 같은 책 25권 <법충전(法沖傳)>에선 “혜가선사 이후 찬선사(可禪師後, 粲禪師)”라고 해 역시 승찬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며, 결론은 혜가와 도신 사이 전승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전법정종기(傳法正宗記)>와 모든 <등록>은 혜가의 법을 이었다고 하고 있다. 대만의 인순법사는 승찬이 혜가의 법을 이은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승찬은 선종발전사에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한다. 달마가 중국에 선법을 전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선법을 만났으나 믿지 않았고, 혜가 때는 선법을 믿으나 수행하지 않았고, 승찬 때 비로소 믿음과 수행을 겸비하였다고 하면서, 승찬의 업적을, ①관료 귀족불교를 민중불교로, ②성읍에 있던 사원을 산중으로, ③고정된 주거 없는 두타행에서 공개 설법단에서 설법, ④불립문자에서 경전을 의거 전법 등으로 평가한다.
[불교신문 2901호/2013년 4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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