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종의 제6대 조사(祖師)인 혜능은 원래 글도 배우지 못한 나무꾼이었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그는 땔나무 장수를 하며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금강경을 독송하는 소리를 듣고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는 한 달 길을 걸어 홍인대사가 있는 절을 찾아갔다. 홍인대사가 행색이 남루한 혜능을 보고 한마디 질러봤다.
“너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고자 하느냐?”
“저는 영남 사람으로 오로지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영남이면 오랑캐 땅인데, 오랑캐가 어찌 부처가 될 수 있겠느냐?”
“사람에게 남북이 있는 것이지, 부처에게 남북이 있겠습니까?”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아본 홍인대사는 혜능을 받아들여 방아를 찧고 장작을 패게 했다. 얼마 뒤, 홍인대사는 달마대사의 의발(衣鉢)을 전해줄 후계자를 뽑기 위해 수행자들을 모아놓고 깨달음의 노래를 짓게 했다.
수행자들은 홍인의 수제자인 신수가 당연히 그 의발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수가 지은 게송(偈頌)은 이러했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 같고
마음은 밝은 거울의 바탕 같은 것
틈틈이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
때 묻고 먼지 앉지 않도록
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勤拂拭 勿使惹塵埃
혜능은 신수가 지은 노래를 전해 듣고는 그가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글을 모르는 혜능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자신이 지은 새 노래를 받아 적게 했다.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아니요
마음 거울 또한 어디에 놓인 것이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때가 묻고 먼지가 앉는단 말인가
菩提本無樹 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혜능이 지은 노래를 접한 수행자들은 모두 놀랐다. 하지만 홍인대사는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날 밤에 홍인대사는 몰래 혜능을 찾아가 달마대사로부터 물려받은 의발을 전해주었다. 행여 다른 수행자들이 질투하여 해코지할까 봐 그랬던 것이다.
혜능은 절에서 빠져나와 조계산으로 간 뒤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켜 법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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