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거기에 들어가 머물게 하라”
사불괴정경(四不壞淨經)
[원문]
(八三六) 如是我聞: 一時, 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爾時, 世尊告諸比丘: “汝等當起哀愍心․慈悲心. 若有人於汝等所說樂聞樂受者, 汝當為說四不壞淨, 令入令住. 何等為四? 於佛不壞淨․於法不壞淨․於僧不壞淨․於聖戒成就. 所以者何? 若四大―地․水․火․風, 有變易增損, 此四不壞淨未嘗增損變異. 彼無增損變異者, 謂多聞聖弟子於佛不壞淨成就, 若墮地獄․畜生․餓鬼者, 無有是處! 是故, 諸比丘! 當作是學: 我當成就於佛不壞淨, 法․僧不壞淨, 聖戒成就, 亦當建立餘人, 令成就.” 佛說此經已, 諸比丘聞佛所說, 歡喜奉行.
[역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자비한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너희들의 말하는 것을 듣고 즐겁게 받아들이거든, 그들을 위해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설명하여, 그들로 하여금 거기에 들어가 머물게 하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부처님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과, 법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과 승가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과 거룩한 계를 성취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지(地)․수(水)․화(火)․풍(風) 의 사대(四大)는 변하여 바뀌거나 더하고 덜함이 있지만, 이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은 일찍이 더하거나 덜하거나 변하여 바뀌는 일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 더하거나 덜하거나 변하여 달라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많이 들어 아는 성스러운 제자가 부처님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성취하고도 만일 지옥․축생․아귀의 세계에 떨어진다면 그럴 이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비구들이여! 마땅히 ‘나는 반드시 부처님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과, 법과 승가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성취하고, 성스러운 계를 성취하여 반드시 다른 사람도 세우고 성취하게 하리라’고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해석]
이 경은 ≪잡아함경≫ 제30권 제836경 <사불괴정경(四不壞淨經)>(T2, p.214b)이다. 이 경과 대응하는 니까야는 SN55:17 Mittenāmaccā-sutta 2(SN. Ⅴ, pp.365-366)이다.
이 경에서 붓다는 비구들에게 마땅히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자비한 마음으로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거기에 들어가 머물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것이 이 경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성취하면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四不壞淨)]’이란 불(佛)․법(法)․승(僧)․계(戒)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의미한다. ‘불괴정(不壞淨)’은 빨리어 아웻짯빠사다(Aveccapasāda)를 번역한 것이다. 또한 ≪잡아함경≫ 제30권 제854경 <나리가경(那梨迦經)>에서는 사불괴정이 ‘진리의 거울’, 즉 <법경경(法鏡經)>으로 설해져 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해 법경경(法鏡經)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말하리라. 어떤 것을 법경경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성스러운 제자가 부처님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과 법과 승가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내고 성스러운 계를 성취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니라.”(≪잡아함경≫ 제30권 제854경(T2, p.217b-c), “今當為汝說法鏡經, 諦聽! 善思! 當為汝說. 何等為法鏡經? 謂聖弟子於佛不壞淨, 於法․僧不壞淨, 聖戒成就.”)
이 <법경경>을 설하게 된 배경은 많은 비구들이 여러 우바새(優婆塞)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붓다께 그들이 어디에 태어났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붓다는 그런 것을 묻는 것은 번잡한 일이라고 말하고,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일러줌과 아울러 사불괴정(四不壞淨)을 닦아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잡아함경≫ 제30권 제854경(T2, p.217b-c); SN55:10 Giñjakāvasatha-sutta(SN Ⅴ, pp.358-360) 또한 ≪장아함경≫ 제2 <유행경>에도 ‘법의 거울’에 대한 가르침이 설해져 있다.
“아난다여, 법의 거울이란 곧 성인의 제자들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서 여래․아라한․등정각(等正覺)의 십호(十號)를 구족한 것을 믿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법은 바르고 참되고 미묘하여 마음대로 말하여 때가 없고 열반의 도를 보이어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는 것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승가는 서로 잘 화합하여 행하는 바는 순박하고 곧아 아첨하는 일이 없고, 도(道)의 결과를 성취하고 위 아래가 화순하며 법의 몸을 갖추어 수다원(須陀洹)을 향해서는 수다원을 얻고, 사다함(斯多含)을 향해서는 사다함을 얻으며, 아나함(阿那含)을 향해서는 아나함을 얻고, 아라한을 향해서는 아라한을 얻는 사쌍팔배(四雙八輩) 이것을 성현의 무리라고 하고, 이들은 존경할 만한 복전(福田)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성현의 계(戒)는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지러지거나 빠짐이 없어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여 선정(禪定)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아난다여, 이것을 법의 거울이라 한다. 나는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 난 곳을 알아 악도를 끊어 수다원을 얻고 일곱 생을 지내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리라. 그들도 또한 남을 위하여 이 일을 설명해 주리라.”(T1, p.13b)
이와 같이 붓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가자들에게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잡아함경≫ 제30권 제833경 <이차경(離車經)>에도 ‘사불괴정(四不壞淨)’이 설해져 있다.(T2, pp.213-214) 이 경에 의하면 성스러운 제자가 만약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성취하면,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 열 가지 법[十種法]을 획득할 것이며, 다시 천상에서 목숨을 마쳐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열 가지 일을 구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 불(佛)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佛不壞淨]에 대해 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그분 세존께선 바로 아라한(應供)이시며, 완전히 깨달으신 분(正等覺者 또는 正遍知)이시며, 지혜와 실천이 구족하신 분(明行足)이시며, 피안으로 잘 가신 분(善逝)이시며, 세간을 잘 알고 계신 분(世間解)이시며, 가장 높으신 분(無上士)이시며, 사람을 잘 길들이는 분(調御丈夫)이시며, 하늘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시며, 깨달으신 분(覺者) 세존(世尊)이시다.(SN. Ⅱ, p.69; AN. Ⅲ, p.212; DN. Ⅲ, p.5, p.227)
이와 같이 붓다의 ‘아홉 가지 덕성[九德]’에 대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붓다의 열 가지 명칭[如來十號] 중에서 ‘여래’를 제외한 ①응공 ②정변지 ③명행족 ④선서 ⑤세간해 ⑥무상사 ⑦조어장부 ⑧천인사 ⑨세존을 가리켜 붓다의 아홉 가지 특성[九德]이라고 부른다. 여래는 붓다가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사용한 용어이기 때문에 붓다의 특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 법(法)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法不壞淨]에 대해 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세존께서 잘 설해 주신 법은, 당장에 공덕을 드러내며, 시간을 초월하여 타당하며, ‘와서 보라’는 권유이며, (열반에의) 길로 이끌어 주며, 지혜 있는 자 누구나 스스로 증득할 수 있는 것이다.(SN. Ⅱ, p.69; AN. Ⅲ, p.212; DN. Ⅲ, p.5, p.227)
이와 같이 붓다의 가르침이 지니는 기본적인 성격은 ‘법의 여섯 가지 특징’ 혹은 ‘여섯 가지 덕목’으로 표현된다. 이른바 ①세존에 의해 잘 설해진 것(svākkhata, 世尊善說法), ②현실적으로 증험되는 것(sandiṭṭhika, 現見), ③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akālika, 卽時的, 現生的), ④와서 보라고 할 수 있는 것(ehipassīka, 來見的), ⑤열반으로 인도하는 것(opanayika, 引導涅槃), ⑥스스로 증득할 수 있는 것(paccataṁ veditabbo, 自證)이다.
셋째, 승(僧)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僧不壞淨]에 대해 니까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세존의 제자이신 스님들은 길을 잘 걷고 있으며, 길을 바르게 걷고 있으며, 길을 지혜롭게 걷고 있으며, 길을 충실하게 걷고 있으니, 저 네 쌍의 분들, 여덟 단계에 계신 분들이다. 이들 세존의 제자 분들은 공양 올려 마땅하며, 시중들어 마땅하며, 보시 들어 마땅하며, 합장 드려 마땅한, 이 세상에 다시없는 복전(福田)이다.(SN. Ⅱ, p.69; AN. Ⅲ, p.212; DN. Ⅲ, p.5, p.227)
이와 같이 니까야에 나타난 승(僧)은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즉 그들은 행실이 바르며(supaṭipanno, 善行), 정직한 생활에 들어섰고(ujupaṭipanno, 正入), 올바른 방법으로 행하며(ñāyapaṭipanno, 正路), 이치에 맞는 생활을 한다(sāmīcipaṭipanno, 如法行)는 것이다.
만약 붓다의 제자들이 이러한 네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면,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붓다가 제시한 도덕적인 이상을 삶 속에서 구현코자 하는 사람들로서, 비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공덕의 터전(puññakkhetta, 福田)’을 세상을 위해 베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길을 가고 있는 제자의 무리를 상가(Saṅgha, 僧伽)라고 한다. 승가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즉 세간의 승가(sammuti-saṅgha, 俗僧伽)와 성자의 승가(ariya-saṅgha, 聖僧伽)가 그것이다. 세간의 승가는 구족계를 받은 비구와 비구니의 승가를 말하고, 성자의 승가는 위없는 승가(gaṇa-uttama)로서 예류(預流), 일래(一來), 불환(不還), 아라한(阿羅漢)의 도(道)와 과(果)를 증득한 분들로 사쌍팔배(四雙八輩)를 뜻한다. 사쌍팔배를 수다원(須陀洹), 사다함(斯陀含), 아나함(阿那含), 아라한(阿羅漢) 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사향사과(四向四果)의 성자를 아리야 상가(ariya-saṅgha, 聖僧伽)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리야 상가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비구 비구니를 사뭇띠 상가(sammuti-saṅgha, 俗僧伽)라고 한다.
넷째, 계율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戒不壞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이 경과 대응하는 니까야에서는 “성자들이 좋아하며 훼손되지 않았고 뚫어지지 않았고 오점이 없고 얼룩이 없고 벗어나게 하고 현자들이 찬탄하고 번뇌에 물들지 않고 삼매에 도움이 되는 계를 지닌다.”(SN. Ⅴ, p.365)고 설해져 있다.
주석서에 의하면 성자들은 다시 태어나도 오계를 범하지 않기 때문에 ‘성자들이 좋아하는 계’라고 표현했다고 한다.(SA. Ⅲ, p.277) ≪장아함경≫ 제2 <유행경>에서는 “성현의 계(戒)는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지러지거나 빠짐이 없어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여 선정(禪定)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T1, p.13b)고 설해져 있다.
<증일아함경> 제3 광연품(廣演品) 제1경에서 제4경의 말미에 붓다는 불(佛) 법(法) 승(僧) 계(戒)를 생각하는 것을 닦아 행하면, “좋은 명예가 있게 되고, 큰 과보를 성취하며, 온갖 선이 널리 모이고 감로의 맛을 얻어 함이 없는 곳에 이르게 되며, 곧 신통을 이루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없애며, 사문과를 체득하고 스스로 열반을 이룬다.”(T2, pp.554a-555a)고 말했다. 이것은 사불괴정의 공덕을 말한 것이다.
마 성 <팔리문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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