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채식하는 서양인, 육식하는 동양인 - 세계채식운동의 현황과 방향

수선님 2021. 12. 26. 12:30

-세계채식운동의 현황과 방향

 

1. 들어가는 말

채식에 대한 요즘 세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남다르게 느껴진다. 육식을 해 오던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채식이 좀 더 호소력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양한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식생활’을 하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채식과 육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비교연구, 활동 등을 소개함으로써, 인류의 생존방식에 대한 유익한 정보 공유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2. 채식의 의미와 역사

우선 ‘채식(菜食)'이란, 동양에서는 ‘채소식(菜蔬食)’, 즉 다양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식사를 의미하는데, 전반적으로 채식문화를 선호하던 동양의 전통에서는 예로부터 채식을 ‘소식(素食)’이라 하여, ‘정결한 음식을 먹는다.’라는 의미를 부각시킨다. 서양에서는 '베지테리아니즘(vegetarianism)'이라는 말을 쓴다. 흔히들 ‘채식’이라 하면, 영어의 채소를 뜻하는 '베지터블(vegetable)'을 떠올리는데, 사실 'vegetarianism'은 라틴어의 '베게투스(vegetus)'를 그 어원으로 한다. 즉 ‘온전한’, ‘전체의’, ‘건강한’, ‘건전한’이란 의미인데,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채식의 서양적 개념도 긍정적 의미의 식사를 내포하고 있다.

 

동양의 채식문화가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 등등의 동양 종교의 전통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육식문화가 주류를 이루었던 서양의 채식 개념은 서양 고전문헌이나 고대 그리스 시대의 피타고라스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채식을 포함한 사상들은 로마시대로 이어졌고, 중세로 접어들어서는 기독교의 수도사들에 의해 채식사상이 계승되었다.

육식에 대한 종교적 거부는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금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윤리적 동기의 채식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칸트, 데카르트 같은 철학자들을 통한 윤리적 동기의 채식은 근대로 접어들어 톨스토이, 조지 버나드 쇼 등의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19세기 들어 채식주의자협회(1847, The Vegetarian Society)의 설립을 계기로 채식운동은 세계 도처로 확산되었다.

그와 더불어 히피문화와 불교 등 동양문화의 도래는 채식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구촌의 서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으로써, 채식운동은 환경, 윤리, 동물보호, 기아, 질병, 경제 등의 여러 방면에서 비중 있는 해결 방안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3% 정도로 추산되는데, 계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3. 세계 역사 속의 채식주의자

그 나라의 위대성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인함으로부터 더욱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하트마 간디

진실로 인간은 동물의 왕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잔인성이 동물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의 죽음을 통하여 살아가는 살아 있는 무덤이다. 나는 어렸을 때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는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때가 올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채식주의만큼 건강에 유용하고, 장수의 기회를 주는 것은 지구상에 없다. 채식의 물리적인 효과만으로도 인류 문명에 유익한 영향을 줄 것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이 외에,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과학자 다윈, 생명사랑을 실천한 슈바이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반 고흐 등도 채식주의자였다.

4. 채식의 개념과 종류

예전에 서양에서는 궁핍한 하층계급인 탓에 육식을 하지 못하는 농민들의 식생활까지도 채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의 채식은 자발적인 선택의 의미로서, 육식과 채식 중에서 채식을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을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 실제 내용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 아래서, 육식의 범주와 동기 등의 차이로 조금씩 나뉜다.

①베건(vegan): 완전 채식주의자. 고기는 물론 우유나 계란, 벌꿀 등도 일절 먹지 않는 사람들로, 그들은 모피나 가죽제품도 거부하며 기르는 동물의 먹이도 채식 사료를 선택함.
②락토(lacto)베지테리언: 우유까지 먹는 사람.
③락토오보(lacto-ovo)베지테리언: 우유, 계란까지 먹는 사람.(대다수가 여기에 해당함)
④페스코(pesco)베지테리언: 생선까지 먹는 사람.
⑤세미(semi)베지테리언: 반(半)채식주의자. 닭고기까지 먹는 사람.(서양에서는 닭고기 먹는 것을 채식으로 보기도 함)
⑥기타 프루테리언(frutarian): 열매주의자. 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먹는 것조차 거부하며 과일만을 먹는 사람. (열매주의자는 채식주의자의 상위 개념으로 보지 않기도 함)

5. 채식의 목적

1) 환경을 위한 채식

(1) 지구온난화 방지

뉴질랜드에서는 한때 가축 한 마리당 일정액의 ‘방귀세’를 부과하려다 농민의 반대로 취소된 적이 있다. 약간은 황당한 현실 속에는 가축사육의 험난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The 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고 한다. 축산업의 폐해를 줄이는 것이 환경정책의 최대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모든 배출가스의 20%는 축산업에서 나오며, 이것은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 트럭, 배, 비행기, 그리고 기차가 내뿜는 배출가스를 합한 것보다도 더 많기 때문이다.

상업화된 육류 순환의 전 과정을 보면, 동물을 죽일 때부터 냉동보관이 필요하며 현재 이는 세계적인 사업입니다. 산지에서 육류를 냉동해야 하며, 수송에서도 역시 냉동이 필요하고, 창고에 보관된 모든 육류가 소매점으로 가서, 다시 냉동 상태를 유지합니다. 많은 육류를 구입한 사람들이 집에 가져와 다시 냉동을 하니, 냉동 비용이 점점 증가합니다. 이는 육류의 보존 때문이죠. 목초지를 위한 삼림벌채는 언급하지 않고도 말입니다.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을 고려해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우리가 육식을 줄이면 지구촌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육류의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아주 높다는 사실만 강조하겠습니다. 삼림을 벌채해 목초지로 만들고, 거기에 소를 방목하며, 죽이고 냉동시키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엄청납니다. 그 추정치를 본다면 깜짝 놀랄 겁니다. 2012년 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너무 늦습니다.
-IPCC(기후변화 범정부위원회) 의장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유엔 환경의 날 인터뷰 중에서)

(2) 수자원 절약

데이비드 피멘틀 코넬대학 농경제학과 교수는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0만ℓ의 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많은 물이 드는 이유는 생산되는 곡물 대부분이 가축에게 먹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축사료용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반 작물에 필요한 물의 10만 배 이상이나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토마토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은 110ℓ. 통밀 1㎏을 재배하는 데는 525ℓ의 물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물이 소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물의 절반 정도가 소와 다른 가축을 기르는 데 쓰이고 있으며, 가축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텍사스 북부의 관개용 수자원은 이미 고갈돼 가고 있다. 몇십 년 안에 지하수도 크게 줄어 현재의 관개시설의 3분의 1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리라고 과학자들은 계산한다.

현재 미국에서 쓰이는 물의 50%가 가축사육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소 사육이 지금과 같이 진행된다고 하면, 미국 전역에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 사료용 곡물과 주변 사육단지로 물을 공급하는 미국의 오갈랄라 평원의 위기는 벌써 시작됐다. 현재 세계 최대의 지하수층을 자랑하던 70% 이상의 지역에서 지하수 고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30년을 넘지 못할 것이다. 텍사스 러벅 지역은 이미 땅이 말라 버린 상태다. 과다한 육류 소비가 지구환경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존 로빈스, 《새로운 미국을 위한 식사》중에서

(3) 토양 보존

지구 토양의 황폐화는 가축사육의 과잉으로 인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 수치로 나타내면, 조금씩 육류와의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육류와 닭고기, 계란, 우유를 각각 1파운드 생산하는 데 있어 대략 5파운드의 표토(表土)가 농장에서 손실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소실된 미국의 표토는 75%, 그중 가축사육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85%이다. 육류 생산을 위한 농지조성 때문에 사라진 미국 산림의 면적만 약 1조 2천억㎡에 달한다.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육류는 매년 약 1억 3천6백만 톤인데, 0.25파운드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라지는 열대우림이 55제곱피트이며, 동물사육과 다른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파괴되는 열대우림으로 인해 멸종되는 생물이 1천 종에 달한다고 한다.

(4) 삼림 보호

한국 산림청 산림자원국 윤영균 국장은, 기후변화 리더십 강연에서 “1900년대 이래 중앙아메리카 숲의 25% 이상이 목초지 조성을 위해 벌채됐습니다. 1970년대 말에는 중앙아메리카 전체 농토의 3분의 2를 소나 다른 가축들이 점유하게 됐습니다. 멕시코에서 1987년 이후 15만㎢의 숲이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파괴됐습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동남아 열대림의 최대 파괴자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며, 기후변화의 위협이 심화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생태적 책무’를 생각한다면, ‘탄소중립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 에너지 절약

콩으로부터 단백질 1k㎈를 얻기 위해 소요되는 화석연료는 2k㎈, 하지만 1㎏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4만 4천 k㎈가 든다. 이 화석연료는 주로 가축사료용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소비된다. 즉 야채에 비해 가축의 사육, 수송에 거의 10배의 에너지가 더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 차원에서도 육식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2) 동물보호를 위한 채식

세계의 많은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비윤리적인 도축 장면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과도한 육식으로 발생한 동물 학대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대동소이한데, 이는 모두가 공장식 축산업 때문이다. 다음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알리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보고서 내용이다.

①소: 간편한 관리를 위해 약물에 의한 집단 임신을 시켜 얻어낸 송아지들은 생후 2개월이 지나면, 마취제도 쓰지 않은 채 거세당하거나 뿔이 잘리고, 방향을 바꿀 수 없는 크기의 나무 우사로 보내 져서 철분과 섬유질이 제거된 사료를 먹게 되고, 그 대신에 각종 항생제와 성장 촉진 호르몬제를 투여받는다. 파리 떼를 쫒기 위해 소가 하루에 쓰는 230g의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많은 양의 살 충제도 뿌려진다. 20년이 보통 수명인 소의 수명은 길어 봐야 3, 4년. 그 안에 가장 경제적 이윤을 남기기 위해 소들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몸집을 만들어야 한다. 젖소는 계속적인 임신과 출산, 축 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 있는 기간의 3분의 2 이상을 임신 상태로 지내며, 제 몸무게의 34~40 배에 달하는 3만kg의 젖을 착취당하고 나서, 도살장으로 끌려가 무참히 도살당한다.

②돼지: 10~15년이 평균수명인 돼지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수명이 3, 4년이고, 생후 8, 9개월 에 첫 수정을 시키는데, 생후 2년간 5회 출산까지도 가능하게 만든다. 꼼짝도 못하는 격리 수용칸 에서 돼지 한 마리당 한 생에 60~90마리를 낳게 하는 것이다. 수퇘지의 거세나, 서열 충돌을 막기 위한 새끼돼지의 치아와 꼬리 제거 시술도 진통제 없이 이루어진다.

③닭: 닭 공장의 육계들은 인공수정과 인공부화를 시작으로 끔찍한 삶을 보내야 한다. 양계장에서는 쓸모없는 산란계 수평아리들은 감별되어 바로 비닐백 등에 넣어져 압착, 질식사하거나 산채로 갈려 서 비료 사료의 첨가물로 쓰인다. 암수의 성비는 1:1, 매년 2,500만여 마리가 그렇게 죽어 간다. 그 나마 부화된 닭은 서로 쪼거나 사료를 흩치지 못하도록, 부리를 커터기로 자른 뒤 지져서 지혈시킨다. 종계, 육계의 수평아리는 발톱도 자른다. 닭이 미쳐 날뛰지 않도록 백신과 항생제 투여는 기본 이다. 산란계에게 투여되는 백신은 무려 15종, 심지어 배설물에 파리 유충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약품까지 더하면 실로 약에 절어 생명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닭은 특히 생활 면적이 A4용지보다 조 금 더 넓은 27x35cm의 닭장에 빽빽이 가두어 놓고 운동량을 극히 제한한다. 닭은 오히려 스트레스 를 증가시켜 강제로 털갈이를 하게 함으로써 산란율을 높이는 방식을 쓴다.

FAO의 2004년도 통계에 따르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사육되는 세계의 가축 숫자는 50억 마리의 네발 동물과 180억 마리의 가금류, 즉 약 230억 마리의 가축이 식용으로 길러지고 있다고 한다. 식용으로 쓰이는 약 13억 마리의 소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조광호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농장동물 복지법 제도가 전무한 실정이고, 도축·운송의 기준조차 없다고 한다. 또한 질병과 부상에 노출되어 있는 가축의 관리를 위해 쓰이는 항생제는 뉴질랜드와 비교하여 한국은 30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는 미국보다 많은 수치이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동물보호에 관한 규정들을 동물 복지적 관점으로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식 축산의 비상식적인 시스템, 즉 이윤 극대화를 위한 동물의 비윤리적 관리는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고, 개선의지는 미약하기만 하다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말한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경제적 이윤추구의 현실 속에서, 연간 수억 마리의 생명들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비참한 상태에서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정점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채식운동가들은, 초식동물에 동물성 사료까지 먹이게 된 이 사태를 보며, ‘육식은 동물들의 원한과 고통의 덩어리를 먹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3) 식량과 기아 해결을 위한 채식

소와 기타 가축들은 좀 더 연한 고기를 원하는 인간들을 위해, 풀 대신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생산되는 곡물의 70% 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제공된다. 코넬대학의 데이비드 피멘틀 교수는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를 완전히 풀로 바꾸면 1억 3천만 톤의 곡물이 절약돼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월드워치연구소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11억이 기아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와 동시에 똑같은 11억 인구가 영양 과다, 체중 과다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체중미달 인구의 숫자와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보다 맛있는 고기를 많이 먹겠다는 인간의 욕심은 소의 먹이도 바꿔 버렸다. 이제 소들은 고기 생 산을 위해 옥수수, 콩 밀이 섞인 곡물사료 심지어 동물사료도 먹는다. 더욱이 단기간에 키워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사육장에서 하루에 소가 먹는 사료는 엄청난 양이다. 쇠고기 1kg을 얻는 데 들어가는 곡물은 7kg. 그런데도 미국은 생산되는 곡물의 80% 이상을 소의 먹이로 사용하고 있 다. 결국 미국은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곡물의 5배나 되는 양을 고기를 얻는 데 쓰고 있 는 것이다. 만약 미국인들이 육류소비를 10%만 줄인다면 해마다 1천2백만 톤의 곡물이 남게 된다. 그것은 기아에 허덕이는 6천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존 로빈스, 《새로운 미국을 위한 식사》중에서

4) 건강을 위한 채식

최근 채식 잡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육류와 달걀과 유제품을 먹지 않을 때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도가 90% 감소한다고 한다. 식단과 질병에 관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해 온 코넬 켐벨 박사는 중국에서 음식과 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조사한 결과, 쌀 야채를 주식으로 지방질이 적은 식사를 하는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균적으로 중국인의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은 10%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인은 70%에 이른다. 그만큼 미국인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한 심장마비는 미국에서 사망 원인 1위다. 존 로빈스는 자신의 강연에서 “심장마비로 사망자를 부검한 결과 하나같이 관상동맥을 막고 있는 기름 덩어리, 즉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막은 게 원인이었다. 미국 역사상 발생했던 그 어떤 전쟁보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두부나 야채가 심장마비의 원인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건강을 위해서 채식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5) 기타

그 외에도 종교적 신념에 의한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6. 세계 채식운동의 현황

1) 서양에서 증가하는 채식

미국에서 발표된 현대 채식주의 연구자료 <The New Vegetarians>에 따르면, 미국 건강신문에서 1985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9백만 명의 미국인이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다른 4천만 명의 성인이 과거보다 육류를 덜 먹고 채식을 더 먹고 있다고 한다. 전국요식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고객들은 육류 식사를 덜 주문하고 샐러드, 신선한 과일, 과일 주스 등을 더 주문하였다고 한다. 또한 1987년 《채식주의자 타임(vegetarian time magazine)》에 발표된 주요 채식주의 식당 가이드에는 1978년에는 단지 350개의 식당이 올라 있었는데, 당시에는 1,000개의 가입 식당이 명부에 올랐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의 성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영양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1986년 《뉴스위크》는 채식주의의 멋이라 하여 건강한 식사 습관을 언급하였고, 1998년 《타임》은 건강하고 의식이 있는 젊은 성인의 새로운 채식주의에 대한 선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 세계 채식주의자들의 활동

세계 도처에 확산되고 있는 채식 선호는, 여러 나라의 환경운동가들, 사상가나 종교인들, 심지어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통한 홍보 활동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건강의 문제나 동물보호 차원을 넘어, 세계의 불평등 문제, 지구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절실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채식운동가 존 로빈스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회사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던 그는 자신의 부가 긍정적이지 못한 것임을 깨닫고 상속을 포기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채식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건강을 위한 최상의 식단이 고기라고 굳게 믿어 온 자신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식탁에 앉을 때, 우리가 선택한 식품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햄버거 하나에 열대우림 한쪽이 들어 있고, 10억 개의 햄버거가 팔릴 때마다 100가지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지글거리는 스테이크 속에는 동물들의 고통과 토양오염, 삼림파괴, 그리고 건강 손상이 함께 들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강연하고 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워 가면서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상관관계를 발견할수록, 미국의 식생활이 바뀔 때 얻게 될 수많은 혜택에 대한 생각으로 채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서로는 《새로운 미국을 위한 식사》,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등이 있다.

*지구구조대(Earth Save) 회장 하워드 라이먼 미국 몬태나의 대목장주였던 하워드는 대학에서 화학농법을 배웠고, 생산력 증대를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 항생제 등 화학약품을 사용했다. 그는 더 많은 소를 더 빨리 키워 내고자 좀 더 강력한 약품을 찾게 됐고, 심지어 금지된 약품까지 사용했다. 10년 사이 농장은 40배로 늘어났지만, 그는 이미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있었다. 의사는 그가 농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약품이 종양세포의 성장을 촉진한 것 같다고 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생활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의 혈압은 167에서 124로 낮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150 정도가 됐다. 체중도 크게 줄었다. 채식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하워드에게 새로운 신념을 갖게 했다. 그는 육류는 물론 유제품과 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이런 사실들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그는 환경단체 ‘지구구조대’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쇠고기는 이제 그만’ 캠페인과 28개 지부 학교급식 이벤트로 '식사습관 바꾸기' 등 다양한 채식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성난 카우보이》와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등이 있다.

*유엔 IPCC(기후변화 범정부위원회) 의장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채식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과학자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몇 년 후면 물에 잠길 섬나라들에 대한 홍보와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유엔 환경의 날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육류소비 양식을 당연히 여기지 마세요. 육류 생산양식은 인간이 할 행동 또는 취사선택의 정도를 벗어났습니다. 육류의 생산과정을 보면, 심각한 문제들이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들을 밝혀내고 대중이 그것을 이해한다면, 분명히 세계 지도자들과 여론을 이끄는 사람들은 육류 대량소비에 관련된 결과를 분명하게 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을 공개해야 합니다. 일단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인식하면 대중과 또 특정 사회지도층이 육식 위주가 아닌 식단의 장점을 알게 될 겁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은, 육류에 대한 의존을 줄이게 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칭하이무상사 1993년 세계평화상을 수상한 영적 지도자로서, 온 세계를 다니며 지구환경을 위한 강연과 공연 등을 통해, 지구환경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있으며, 환경문제의 대안으로서 채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채식 위성TV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제자로 입문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카르마파 존자 2000년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불교 카규파의 수장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채식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2007년 6천여 명의 세계 각국 사람들이 참석한 보드가야 세계 대기원 법회에서 채식 법문을 했다.

“육식을 하는 것과 살생은 매우 관련이 있고 또한 살생이라는 악업은 육식이 그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모든 중생을 우리 자신의 아들, 딸과 같이 보아야 하는데, 우리가 고기를 먹는다면 단지 음식을 위해서, 우리가 우리의 자식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존재들을 저버린다는 것과 같습니다. 티베트에서는 예전엔 채식을 하는 것이 매우,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고기가 당신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식량이 아닙니다. 다른 것들도 있고, 야채들도 있습니다.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육식은 좋지 않고, 추하고, 또 건강에도 해롭다는 견해를 계속 길러 가야 합니다. 온전하게 모든 유정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그런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지라도, 저는 생명을 보호하고 방생을 하는 최선의 길은, 바로 채식을 하는 길이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는 한, 도살되는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상황에서 동물보호 또는 방생이라면, 채식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 지도자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채식 인구가 많은 대만에서는,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채식인이 될 것을 선언하였는데, 다음은 타이충 시장 제이슨 휴가 한 말이다.
“저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지구를 보호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생명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작은 동물들의 생명도 중요합니다. 채식인이 된 후로 기분이 좋고 힘이 넘쳐 납니다. 동물의 고기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또한 고기를 위해 동물을 기를 때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소, 염소, 돼지를 기를 때 엄청난 지구의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육식 소비를 끊는 것은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 됩니다.”

*그 밖에 세계 유명 채식주의자 미얀마의 민주인사 아웅산 수치 여사, 애플사 창립자 스티브 잡스, 미국 태권도의 대부 이준구, 영화감독 짐 자무시, 스티븐 스필버그,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 야네즈 드로노브셰크 등이 있으며,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 우디 해럴슨, 애슐리 주드, 조시 하트넷,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와 아킨 피닉스 형제, 에단 호크,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 <배트맨>의 크리스천 베일,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알려진 이안 맥캘런 등이 있고, 브래드 피트, 리즈 위더스푼, 매슈 매커너히와 데이비드 듀코브니도 동물애호가이면서 채식주의자이다. 그 밖에도 폴 뉴먼, 더스틴 호프만, 리차드 기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브 마틴은 할리우드에서도 내로라하는 채식의 선구자다.

7. 한국 채식운동의 현황

1) 한국에서 증가하는 육식


한국채식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채식은 종교, 치료, 명상에 국한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00년 이후 먹을거리 불안으로 인해 ‘채식 물결’이 일어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SBS TV의 신년특집 <잘 먹고 잘 사는 법>에서 육식의 위험성이 부각된 직후 바로 구제역 소동이 벌어졌고, 이 ‘덕분’에 채식인구는 전체 인구의 1%(약 50만 명)대로 늘었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2003년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닭고기 소비량이 확 줄면서 1.2%(약 60만 명)로 조금 증가했고,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또 한 번 채식 물결이 일었다고 말한다.

 

특히, 30대가 주류인 한국의 채식운동은 PC 보급과 함께 채식동호인들의 모임이 주가 되어 확산되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요즘 회원 수가 열 배 정도 늘어났고, 하루 방문자 수도 2천 명에서 만 명이 넘어,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채식문화는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에서는 채식 여부가 필수사항으로 들어가는 반면, 한국의 채식인구 조사는 정확히 말하자면 2004년, 서울대 학생들에 대한 채식인구 조사가 유일한 공식 통계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채식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수준인 것이다.

 

또한 그 기반이 탄탄한 것도 아니다. 완전채식인의 비율도 다소 낮은 편이다. 국제채식연맹(IVU)이 추산한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 8천만 명. 이 중 완전채식인은 30%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완전채식인이 10%, 우유도 먹는 채식인이 50%, 달걀까지 먹는 채식인이 40%로 추정되고 있다. 채식인은 아니지만 생선까지 먹는 채식인 또는 상황에 따라 곡물·채소만 먹는 반(semi)채식인이 많다. 완전채식인과 달리 우유와 달걀도 먹는 채식인과 반채식인은 육식 쪽으로 돌아설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동물사랑실천연합회 박소연 대표는 “현재의 채식 열풍은 동물·환경 보호에 대한 신념보다는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불안감이 가시면 다시 육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2) 다양한 채식운동

한국의 채식단체들은 짧은 역사에도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벌여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채식동호회와 채식단체를 중심으로, 채식요리 전시, 강좌, 시식회 개최, 회원들의 정기모임 개최, 채식 식단과 채식 영양학 자료 소개를 통해 채식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홍보해 나가고 있다. 또한 전국 채식 식당 및 채식급식 학교, 병원, 단체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채식 스티커 배포, 동물보호기금 환원, 반려동물 채식사료 후원, 동물법에 관한 세미나 등의 캠페인, 채식 관련 홍보영상물 제작도 하고 있다. 주요 단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한국채식연합 www.vege.or.kr
②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www.bevege.or.kr
③카라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 비영리 동물보호시민단체)
④그린피플(생태공동체 사회실현단체)
⑤푸른생명 채식연합,지구사랑 VEGA. www.vegetus.or.kr
⑥한울벗채식나라 www.hanulvut.com
⑦슈프림마스터TV www.suprememastertv.com

8. 한국 채식운동의 방향

건강과 웰빙 채식이 많은 한국의 채식 경향은 내용 면에서 그 기반이 충실하지 못하다. 따라서 채식의 가치에 대한 다각적인 홍보와 채식에 대한 영양학적 정보 공유가 가장 시급하다.

1) 채식급식

서울대학교에서 개인적으로 채식을 해 오던 학생 30여 명이 함께 모여 공개적으로 채식을 선언했다. 캠퍼스 구내식당의 메뉴가 대부분 고기를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서울대 채식인들이 겪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결국 이들은 학생회관 내 식당과 협상을 벌여 매주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들은 그다음 사업으로 ‘캠퍼스 내 채식 전용식당 마련'을 계획 중이다.

채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의 채식급식의 문제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채식의 선호 문제가 급식시스템에 전반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원인은, 식단의 결정적인 선택권을 쥐고 있는 영양학 전공자들의 채식에 대한 인식이 채식학생들의 인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채식메뉴 구성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보지 말고 '식품 선택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호주와 영국의 교도소와 인도의 군대에서는 식품선택권을 인정받아 배식 때 채식을 선택할 수 있다."라며, "선진국에서는 이를 기본적인 인권, 행복추구권으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채식급식에 좀 더 다양하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삼육재단에서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 동성중학교, 설악산 자연학교, 전북 무주 푸른꿈대안학교에서 채식급식을 한다. 또한 서울위생병원, 경기도 에덴요양병원, 전남 여수요양병원 등에서 환자들에게 채식을 제공하고 있다.

2) 템플스테이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가장 경쟁력 있는 한국의 관광자원 중 하나로 ‘템플스테이’를 꼽은 바 있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도 서구 레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절제하는 삶’을 짚은 바 있다. 풍족한 물질문명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 템플스테이가 특별한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서양문명을 자랑했지만 한편에서는 동양의 검소한 절제정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서양인들에게 템플스테이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산사에서 주는 공양이 기본적으로 채식인데도, 담백한 절밥이 뜻밖에 아주 맛있다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는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재인식까지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3) 채식산업

한국의 외식산업은 여전히 향후 10년간 역동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별성 있는 새로운 상품인 채식산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국면이다. 때로는 광우병, 조류독감 같은 내외적 자극에 의해 지금처럼 폭발적인 관심과 약진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채식용 고기인 콩고기를 출시한 ‘베지푸드'에는 가맹점 개설 문의가 몰리고 있고, 콩불고기, 콩가스, 콩살로만(햄) 등 세 개 품목의 매출이 최근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는 대안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 대중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의외로 비싼 유기농산물에 대한 선호 층이 늘고 있는 한국시장의 특이성이 더욱 시장전망을 낙관하는 요인이다.

9. 맺는 말

한국은 다른 생명체에 대한 뿌리 깊은 유대감이 존재하는 문화전통을 가진 나라다. 먼 길을 갈 때 벌레를 밟지 않으려고 좀 더 느슨하게 만든 짚신을 신고 다녔고, 반닭(班鷄)이라 하여 지조가 있는 닭은 배가 고파도 잡아먹지 않았으며, 부모가 물릴까 봐 웃옷을 벗고 대신 모기에 물리는 풍습이 있었고, 빈대나 이를 죽이지 않고 보살통이라고 불리는 대나무통에 겨울 동안 넣어 둔다거나, 뜨거운 물은 바닥에 버리지 않는 미덕이 있었다.

 

이는 모두 우리 조상의 생명존중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명존중 선진국이 서구문명으로 인해, 생명존중 후진국으로 추락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전통 농경국가였던 한국이 경제성장과 함께 받아들이게 된 서구식 경제논리 앞에서는,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돌보는 미덕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서양은 육식문화의 문제를 인식하고 거기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는데, 오히려 동양은 서양의 육식문화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존 로빈스는 이렇게 말한다.
“아시아, 남미 국가 등 전통적으로 채식문화권 국가들이 점차 미국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식 식생활을 따르게 되면 미국과 똑같은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공해에 시달리고, 비만, 심장병, 암뿐 아니라 세상까지도 오염시키게 됩니다. 미국의 식생활은 우리의 건강과 환경, 물과 공기, 땅을 오염시켰습니다. 미국은 절대 좋은 모델이 아닙니다.”

흔히들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 낸 천형이라고들 한다.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과도한 육식의 한계에 직면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채식의 높은 가치를 알리려는 채식인들의 움직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비록 오래된 습관을 바꾸기 어렵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버겁긴 하겠지만, 우리가 먹는 고기에 우리 지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면,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말 못하는 수많은 동물이 비참하고 끔찍한 삶을 살아가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죽어 가는 지구를 살릴 수도 있으며, 각종 환경 문제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고, 사정이 어려운 나라의 기아 문제를 도울 수도 있다. 광우병과 조류독감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 수도 있고, 누군가가 대신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며, 오직 경제 이윤만이 우선시 되어 가는 국가 정책에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다. 나아가 다른 생명의 행복과 안녕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측면에서 놀라운 인간 의식의 진보를 얻을 수 있는 ‘채식’을 간절하게 권해 본다.

현현스님 
2000년 부산대 음대 졸업, 수덕사 출가. 2001년 사미니계 수지. 2004년 동국대 선학과 2년 수료. 현재 지리산 수행 공동체 홍서원에서 공양주 소임을 6년째 맡아 수행 하고 있으며, ‘보리심의 새싹’ 홈페이지(www.borisim.net)를 통해 불교 수행과 채식 을 알리고 있다.

 

 

 

 

 

 

 

 

 

 

 

 

 

 

채식하는 서양인, 육식하는 동양인

-세계채식운동의 현황과 방향1. 들어가는 말 채식에 대한 요즘 세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남다르게 느껴진다. 육식을 해 오던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채식이 좀 더 호소력 있는 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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