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也祗麽 死也祗麽 有偈無偈 是甚麽熱
생야지마 사야지마 유게무게 시삼마열
사는 것도 그저 그렇고
죽는 것도 그저 그렇다.
게송이 있든 없든
무얼 그리 마음 쓰는가?
해설 ; 이 게송은 대혜(大慧,1089~1163)선사의 열반송이다. 선사는 북송 말기 지금의 중국 안휘성 선국현 해씨(奚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16세에 동산 혜운원의 혜제(惠齊)대사에게 출가하였다. 17세에 비구계를 받고 여러 곳을 편력하면서 수행하다가 원오(圓悟)선사에게 참례하고 최후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위의 게송은 열반송으로서 매우 빼어난 게송이라고 칭송을 받는다. 열반송이란 자신의 한 생을 마지막으로 결산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뜻도 포함되어 있어서 수행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의례히 게송 하나를 남기는 것이 관례다. 꼭 남겨야 할 필요는 없으나 제자들의 요청에 의하여 억지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 대혜선사의 게송도 그 경위를 잘 살펴보면 제자들의 요청에 의해서 어쩌면 마지못해 남기게 된 듯도 하다.
1163년 8월 9일에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내일 갈 것이다[吾翌日殆行].”하니 요현(了賢)이라는 승려가 게송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스님은 마지못해 “사는 것도 그저 그렇고 죽는 것도 그저 그렇다. 게송이 있든 없든 무얼 그리 마음 쓰는가?”라고 크게 써 주었다. 뜻으로 보나 경위로 보나 요청하므로 마지못해 써 준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대혜선사의 입장에서 삶도 죽음도 그저 그렇거늘 그저 그런 삶에 딸려있는 하찮은 부속품, 있으나 마나한 악세사리를 졸라대니 수순중생(隨順衆生)하느라고 그냥 써 준 것이다.
대혜선사의 마음에는 이미 삶도 죽음도 너무나 시시하다. 그래서 그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였다. “삶도 죽음도 그냥 그렇거늘 그까짓 게송이 있든 없든 무얼 그리 안달하고 들볶는가.” 참으로 인생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겨서 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대혜선사에게는 이미 인생이 없어진지 오래다. 흔적도 없고 색깔도 없고 무게도 없다. 가고 오고 할 것도 없다. 살고 죽고, 그리고 열반송을 남기고 안 남기고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공연한 분별망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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