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송

홍일연음 - 임종게

수선님 2020. 9. 20. 11:05

臨終偈

임종게

 

弘一演音

홍일연음

 

 

君子之交 군자지교

其淡如水 기담여수

執象而求 집상이구

咫尺千里 지척천리

問余何適 문여하적

廓爾忘言 곽이망언

華枝春滿 화지춘만

天心月圓 천심월원

 

군자가 사귀는 것은

담백하기가 맑은 물과 같고

눈 감고 코끼리를 더듬으면

가까운 거리가 천 리와 같다

어디로 가야 편안할지 내게 물으면

눈앞에 펼쳐진 넓은 세상 나는 말을 잊노라

꽃이 핀 가지에는 봄의 뜻이 가득하고

높은 하늘 한가운데 둥근 달이 떠있다

 

 

홍일대사는 출가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던 예술인이었는데

그가 만든 노래들은 마치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세상 속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출가 후에는 세속적인 문예 활동을 하지 않았고,

입과 붓 모두 오로지 부처의 가르침 하나만을 말하고 쓸 뿐이어서

묵보墨寶를 청하는 이가 있으면 불경 속 한 구절을 적어주었다.

 

자신의 임종게로 지은 사언절구四言絶句에서 홍일대사는

앞에서는 군자의 사귐에 대해 말하며 생사의 문제에 집착하지 말 것을 말하고,

뒤에서는 삶을 마치고 갈 세상이 이미 원만하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첫 구절 ‘君子之交’는 ⟪장자莊子⟫ 속 내용을 인용한 것이기도 하다.

 

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 彼無故以合者, 則無故以離.

군자지교담약수, 소인지교감약례. 군자담이친, 소인감이절, 피무고이합자, 즉무고이리.

 

군자의 친교는 물과 같이 담백하고 소인들의 교제는 단술처럼 달착지근하다.

군자는 담백해서 오래오래 가까움이 유지되지만

소인들은 달착지근해서 오래잖아 사귐이 끊어지는데,

무릇 까닭 없이 가까워진 것들은 헤어지는 것에도 이유가 없다.

- ⟪장자莊子⋅산목山木⟫ 중에서

 

 

◈ 홍일대사弘一大師 [1880~1942]

현대 중국의 율종律宗 고승으로 법명은 연음演音이고 법호는 홍일弘一인데, 그 밖에도 일음一音, 원음圓音을 비롯한 70여 개에 이르는 별명이 있다. 또 출가 전 속성은 이李, 이름은 안岸, 자는 숙동叔同이었는데, 속세에 있을 때에도 문도文濤, 성혜成蹊 등 여러 이름을 썼다. 대대로 소금을 판매하는 거상이었으나 부모가 모두 세상을 뜬 뒤에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유학을 갔다 와서 저명한 서법가, 음악가, 희극가 및 예술교육자로 활약하였다. 많은 저작물을 내고 제자들을 배출하다가 나이 마흔을 앞두고 항주杭州 호포사虎跑寺로 출가한 뒤에 영은사靈隱寺에서 계를 받았다. 출가 후에는 절을 갖지 않고 제자를 두지 않았으며 경전을 정리하며 불교계율을 일으키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알았다. 율종 경전의 수많은 주석을 남긴 뒤 푸젠성福建省의 한 양로원에서 입적하였다.

 

 

 

 

 

[출처] 홍일연음 - 임종게|작성자 들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