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지환즉리(知幻卽離) / 대우거사

수선님 2022. 5. 22. 13:11

< 질문 >

 

어떤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것이 꿈인 줄 알면서도

막상 그 고통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 답변 >

 

지금 질문자가 제 입으로 꿈이라고 하질 않았소?

그 어려운 일들이 전부 꿈인 줄 알겠다고.

 

그러면 거기에 그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소?

 

참으로 꿈인 줄 아는 사람이

그렇게 그 꿈 때문에 전전긍긍 하며

꿈을 떨치기가 어렵다느니 쉽다느니 그러겠소?

 

지금 꿈을 갖고 시비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오?

 

지환즉리(知幻卽離)라는 말이 있듯이

진실로 환인 줄 꿰뚫어 볼 수 있으면

그게 곧 여읜 것이라 했소.

 

몽땅 다 꿈인데

그것을 다 쓸어 없애고 털어버릴 이유가 뭐가 있냐는 말이오.

 

그러니

꿈이라고 아는 것과

참으로 꿈으로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엄청난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선지식들이 남기신 어떤 말씀을 들었거든,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진지한 자세로 참으로 깊이 참구해서

그 바닥을 사무쳐 다해야 하오.

 

그저 ‘꿈이라 카더라’ 정도로는

절대 이 길을 갈 수가 없소.

 

 

여전히 이 몸뚱이를

행위의 주체, 사고의 주체로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단이 벌어지는 거요.

 

이 육신은 주재자가 아니오.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

다른 그 무엇인가로 말미암아 있는 거요.

 

자체로는 성품이 없소.

 

전부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은 거요.

 

이 몸뿐만 아니라

목전에 펼쳐진 모든 유정, 무정의 것들이

다 마찬가지요.

 

이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그 말의 깊은 뜻을 참구하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어렵소.

 

그렇기 때문에

질문도 늘 같은 범주 내에서의 질문만 반복되는 거요.

 

있지도 않은 이 ‘내’가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결국 늘 그것 아니오?

 

어떡하면

어려움이나 고통 따위는 떨쳐버리고

편할 수 있는가가

질문자의 유일한 관심 아니오?

 

 

삼라만상이 몽땅 다 마음뿐이요,

마음 바깥엔 한 법도 없소.

 

전부다

내가

그렇다 해서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거요.

 

그러니

밖을 향해 탓할 일은

아무것도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