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선시 모음

수선님 2023. 1. 29. 13:39

1. 한산시(1)

 

 

한산은 깊어 내 마음이네

(寒山深 稱我心/한산심 칭아심)

 

寒山深(한산심) 稱我心(칭아심)

純白石(순백석) 勿黃金(물황금)

泉聲響(천성향) 撫伯琴(무백금)

有子期(유자기) 辨此音(변차음)

 

내 마음은 한산(寒山)

황금보다도 흰 돌이 더 아름답네

청아한 샘물소리 백아(伯牙)의 거문고에 실으면

종자기(鍾子期)가 그 소리를 안다네

 

5. 25 선시

 

한산시(2)

 

바위에 앉으니 안개와 구름이 걷히네

 

今日巖前坐(금일암전좌)

坐久煙雲收(좌구연운수)

一道淸溪冷(일도청계냉)

千尋碧嶂頭(천심벽장두)

白雲朝影靜(백운조영정)

明月夜光浮(명월야광부)

身上無塵垢(신상무진구)

心中那更憂(심중나갱우)

 

 

바위에 앉으니 안개와 구름이 걷히네

 

오늘은 바위에 앉아

오래도록 좌선하니

안개와 구름이 다 걷히네.

한 줄기 깨끗하고 찬 시냇물

천 길 푸른 산꼭대기에서 내리네.

아침에는 흰 구름 그림자 고요하고

밤에는 밝은 달빛이 떠 있네.

몸에 더러운 때가 없는데

마음엔들 어찌 근심이 있으리오.

 

 

5. 26 선시

 

詠花 -(꽃을 노래함)

 

花開滿樹紅 (화개만수홍)

花落萬枝空 (화락만지공)

唯餘一朶在 (유여일타재)

明日定隨風 (명일정수풍)

花開滿樹紅 (화개만수홍)

花落萬枝空 (화락만지공)

唯餘一朶在 (유여일타재)

明日定隨風 (명일정수풍)

 

 

 

知玄後覺 禪師 ( 지현후각 선사)

 

 

5. 26 선시

 

空山不見人(공산불견인)

但聞人語響(단문인어향)

返景入深林(반경입심림)

復照靑苔上(부조청태상)

 

텅 빈 산,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도란도란 사람소리

석양빛이 숲속 깊숙이 들어와

다시금 푸른 이끼 위에 비치네. -

 

(전당시 1책 권126, 왕우승집)

왕유의 선시 녹시(鹿柴)

사슴이 노는 골짜기(鹿柴/녹시)

 

5. 왕유

 

5. 26 선시

비내리는 가을밤 홀로 선정에 들다(秋夜獨坐)

백발은 끝내 다시 검게 변하기 어렵고

붉은 모래로는 황금을 만들 수가 없네

 

 

獨坐悲雙?(독좌비쌍빈)

空堂欲二更(공당욕이경)

雨中山果落(우중산과락)

燈下草蟲鳴(등하초충명)

白髮終難變(백발종난변)

黃金不可成(황금불가성)

欲知除老病(욕지제로병)

惟有學無生(유유학무생)

 

홀로 앉아 희끗희끗한 양 귀밑털을 슬퍼하노라니

텅 빈 마루에 어느덧 야밤 이경이 되어 오네.

산중엔 비 내리는 가운데 산과실 떨어지고

등잔 밑에선 가을 풀벌레 구슬피우네.

백발은 끝내 다시 검게 변하기 어렵고

단사(丹砂)로 황금을 만들어 낼 수 없네.

생로병사 고통을 제거하는 이치를 터득코자 한다면

오직 불생불멸의 불도를 배우는 길뿐이네. - < 왕유 >

 

 

5. 27 선시

대도는 문이 없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이 관문을 뚫고 나가면

온 천하를 당당히 걸으리라.

 

大道無門 千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 - 『無門關』

 

5. 27 선시

오도송(悟道頌)

 

身是菩提樹(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시시근불식)

莫使有塵埃(막사유진애) <돈황본 육조법보단경에서>

 

“이 몸은 보리수(깨달음의 나무)이고

내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번뇌가 끼지 않게 하세.”- 신수 대사

 

5. 28 선시

 

혜능 (慧能)의 오도송(悟道頌)(1)

 

菩提本無樹(보리본무수)

明鏡亦無臺(명경역무대)

佛性常淸淨(불성상청정)

何處有塵埃(하처유진애)

 

깨달음은 본래 형상이 있는

보리수나무와 같은 것이 아니며

밝은 마음(거울) 또한

경대(鏡臺)와 같은 실제 모양이 없네.

본래마음인 불성은 항상 청정한데

어디에 티끌(번뇌)이 있으리오./ <돈황본 육조법보단경>

 

9.

5. 30 선시

향적사를 찾아서(過香積寺)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

數里入雲峰(수리입운봉)

古木無人徑(고목무인경)

深化何處鍾(심화하처종)

泉聲咽危石(천성인위석)

日色冷靑松 (일색냉청송)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

安禪制毒龍(안선제독룡)

 

(전당시 1책 권126)

향적사 어디쯤인지 몰라

얼마나 산등성이 지나 구름 속을 헤매였나.

고목만 즐비하고 사람 다니는 길조차 없는데

깊은 산속 어디에선가 은은히 범종소리 들려오네.

산골짝 물소리는 기암괴석 사이에서 흐느끼고

푸른 소나무 빛에 햇빛도 푸르네.

선승(禪僧)은 해지는 저녁 텅 빈 물가에 고요히 앉아

좌선하며 마음의 번뇌를 다스리네. - << 왕유 >>

 

10.

 

5. 31 선시

 

 

비내리는 가을밤 홀로 선정에 들다(秋夜獨坐)

 

獨坐悲雙鬢(독좌비쌍빈)

空堂欲二更(공당욕이경)

雨中山果落(우중산과락)

燈下草蟲鳴(등하초충명)

白髮終難變(백발종난변)

黃金不可成(황금불가성)

欲知除老病(욕지제로병)

惟有學無生(유유학무생)

 

홀로 앉아 희끗희끗한 양 귀밑털을 슬퍼하노라니

텅 빈 마루에 어느덧 야밤 이경이 되어 오네.

산중엔 비 내리는 가운데 산과실 떨어지고

등잔 밑에선 가을 풀벌레 구슬피우네.

백발은 끝내 다시 검게 변하기 어렵고

단사(丹砂)로 황금을 만들어 낼 수 없네.

생로병사 고통을 제거하는 이치를 터득코자 한다면

오직 불생불멸의 불도를 배우는 길뿐이네. - <<왕유>>

 

 

6. 1 선시

 

임종게(臨終偈)ㅡ白雲和尙(백운화상)

 

人生七十歲 (인생칠십세) 古來亦希有 (고래역희유)

七十七年來 (칠십칠년래) 七十七年去 (칠십칠년거)

處處皆歸路 (처처개귀로) 頭頭是故鄕 (두두시고향)

何須理舟楫 (하수리주즙) 特地欲歸鄕 (특지욕귀향)

我身本不有 (아신본불유) 心亦無所住 (심역무소주)

作灰散四方 (작회산사방) 勿占檀那地 (물점단나지)

 

사람이 칠십을 사는 것 예로부터 드문 일

이른 일곱 해를 살아가다가 이른 일곱 해 만에 떠나니

곳곳이 모두 내 돌아갈 길 낱낱이 바로 내 고향이로다

상여를 만들지 말게 이대로 떠나려네

이 몸 본래 없었고 마음 또한 머문 곳 없었으니

태워서 흩어버리고 남의 땅에 묻지 말게

 

1299(충렬왕 25)∼1374(공민왕 23). 고려 후기 선사(禪師).

 

 

6. 2 선시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지

마음 한 번 쉬어지니 모든 일에 한가롭네.

시비를 들이대며 내게 따지지 말게나.

뜬세상의 사람 일을 간섭하지 않노라.

 

飢來喫食困來眠(기래끽식곤래면)

一種平懷萬境閑(일종평회만경한)

莫把是非來辨我(막파시비래변아)

浮生人事不相干(부생인사불상간)

 

백운경한(白雲景閑, 1298~1374)

 

6.3 선시

 

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하지 말게나.

그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뿐이라네.

고요한 달밤이 가장 좋나니

창 너머 때로 마음 씻기는 소리 들려온다네.

 

休言潭水本無情(휴언담수본무정)

厥性由來得一淸(궐성유래득일청)

最愛寥寥明月夜(최애요요명월야)

隔窓時送洗心聲(격창시송세심성)

 

 

무용수연(無用秀演1651~1719) 스님

 

 

 

 

6. 4 선시

 

산새가 물가에서 울고 있는데(鳥鳴澗)

 

할 일을 다 마친 사람 한가로운 데,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밤은 고요하고 봄 산은 텅 비었네.

밝은 달이 중천(中天)에 떠오르자 산새는 놀라서

봄 물가에서 우짖고 있네. - < 왕유 >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6. 5 선시

 

지난날 매우 어렵게 고생하며

밤마다 다른 사람의 보물만 세었네.

오늘 곰곰이 생각하여

스스로 내 살림을 꾸리기로 하였네.

하나의 보물을 캐내어 보니

깨끗한 수정(水精)구슬이었네.

푸른 눈동자의 달마대사가 있어

은밀히 그것을 사가려고 하네.

나는 그에게 말했네.

이 구슬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라고.

 

- < 한산시 >

 

석일극빈고(昔日極貧苦)

야야수타보(夜夜數他寶)

금일심사량(今日審思量)

자가수영조(自家須營造)

굴득일보장(掘得一寶藏)

순시수정주(純是水精珠)

대유벽안호(大有碧眼胡)

밀의매장거(密擬買將去)

여즉보거언(余卽報渠言)

차주무가수(此珠無價數)

 

 

6. 5 선시

 

 

廬山煙雨(여산연우)

 

 

 

廬山煙雨浙江潮(여산연우절강조)

未到千般恨不消(미도천반한불소)

到得還來無別事(도득환래무별사)

廬山煙雨浙江潮(여산연우절강조)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용출하는 조수(潮水)

천하의 절경을 보지 못할 땐 온갖 한이 남더니만

실제로 와서 보고 나니 별 것 아닐세 그려

여산의 안개비, 절강의 용출(湧出)하는 조수

 

蘇東坡(소동파 1036-1101)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가로로 보면 첩첩이 산등성이고,

옆으로 보면 뾰쪽한 봉우리인데

멀거나 가깝게,

높거나 낮게 보아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네.

여산의 참모습을 바로 보지 못한 것은

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네.

 

 

 

 

6.7 선시

 

석일극빈고(昔日極貧苦)

야야수타보(夜夜數他寶)

금일심사량(今日審思量)

자가수영조(自家須營造)

굴득일보장(掘得一寶藏)

순시수정주(純是水精珠)

대유벽안호(大有碧眼胡)

밀의매장거(密擬買將去)

여즉보거언(余卽報渠言)

차주무가수(此珠無價數)

 

지난날 매우 어렵게 고생하며

밤마다 다른 사람의 보물만 세었네.

오늘 곰곰이 생각하여

스스로 내 살림을 꾸리기로 하였네.

하나의 보물을 캐내어 보니

깨끗한 수정(水精)구슬이었네.

푸른 눈동자의 달마대사가 있어

은밀히 그것을 사가려고 하네.

나는 그에게 말했네

이 구슬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라고.

 

- <<한산시>>

 

 

6. 8 선시

 

비내리는 가을밤 홀로 선정에 들다(秋夜獨坐)

 

獨坐悲雙鬢(독좌비쌍빈)

空堂欲二更(공당욕이경)

雨中山果落(우중산과락)

燈下草蟲鳴(등하초충명)

白髮終難變(백발종난변)

黃金不可成(황금불가성)

欲知除老病(욕지제로병)

惟有學無生(유유학무생)

 

홀로 앉아 희끗희끗한 양 귀밑털을 슬퍼하노라니

텅 빈 마루에 어느덧 야밤 이경이 되어 오네.

산중엔 비 내리는 가운데 산과실 떨어지고

등잔 밑에선 가을 풀벌레 구슬피우네.

백발은 끝내 다시 검게 변하기 어렵고

단사(丹砂)로 황금을 만들어 낼 수 없네.

생로병사 고통을 제거하는 이치를 터득코자 한다면

오직 불생불멸의 불도를 배우는 길뿐이네. << 왕유 >>

 

산새가 물가에서 울고 있는데(鳥鳴澗)…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할 일을 다 마친 사람 한가로운 데, 계수나무 꽃 떨어지고

밤은 고요하고 봄 산은 텅 비었네.

밝은 달이 중천(中天)에 떠오르자 산새는 놀라서

봄 물가에서 우짖고 있네.

 

 

 

6.8 선시

 

분노는 마음속의 불(瞋是心中火)

 

瞋是心中火(진시심중화)

能燒功德林(능소공덕림)

欲行菩薩道(욕행보살도)

忍辱誰直心(인욕수직심)

분노는 마음속의 불

공덕의 숲을 살라버린다네.

보살의 길을 가려고 하거든

인욕하는 생활과 곧은 마음을 지녀야 하네. - (寒山 - 107)

 

宿昔朱顔成暮齒(숙석주안성모치)

須臾白髮變垂髫(수유백발변수초)

一生幾許傷心事(일생기허상심사)

不向空門何處銷(불향공문하처소)

 

홍안의 미소년이 늙은이 되어

어릴 적 다박머리가 순식간에 백발이 되었구나.

일생 동안 가슴 아팠던 일 그 얼마였던가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았다면 어디서 위안을 받았을꼬.

 

 

금불부도로(金佛不度爐)하고

쇠로 만든 부처는 화로를 건너지 못하고

목불부도화(木佛不度火)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건너지 못하고

니불부도수(泥佛不度水)하나

진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지만

진불내리좌(眞佛內裏座)로다

참다운 부처는 속 안에 앉아 있구나

 

금강경오가해 - 벽암록(조주)

 

 

 

 

17.

6. 9 선시

祖意明明百草頭 (조의명명백초두)

草頭直下好開眸 (초두직하호개모)

韶陽三昧何須問 (소양삼매하수문)

體露金風滿月秋 (체로금풍만월추)

 

조사의 뜻은 분명하게 온갖 풀 머리에 있나니

풀 머리에 곧바로 눈을 뜰 시절이 있네

운문의 삼매를 물을 것이 있는가

당체가 금풍을 드러내니 만월의 가을이여

 

-진각혜심(1178-1233) 무의자선집,

 

祖意明明百草頭 (조의명명백초두)

春林花發鳥聲幽 (춘림화발조성유)

朝來雨過山如洗 (조래우과산여세)

紅白枝枝露未收 (홍백지지로미수)

 

온갖 풀끝마다 조사의 뜻 분명한데

봄이 온 숲에는 꽃이 피고 새소리 또한 그윽하다.

아침에 비가 내려 산은 씻은 듯하고

희고 붉은 가지마다 이슬이 맺혀있다.

-감산덕청대사(1546-1623)

 

19. 한산시(6)

분노는 마음속의 불(瞋是心中火)

기사제공 :

瞋是心中火(진시심중화)

能燒功德林(능소공덕림)

欲行菩薩道(욕행보살도)

忍辱誰直心(인욕수직심)

분노는 마음속의 불

공덕의 숲을 살라버린다네.

보살의 길을 가려고 하거든

인욕하는 생활과 곧은 마음을 지녀야 하네.

 

20.

海底泥牛含月珠 (해저니우함월주)

巖前石虎抱兒眠(암전석호포아면)

鐵蛇鑽入金剛眼(철사찬입금강안)

崑崙騎象鷺鷥牽(곤륜기상로사견)

 

바다 밑에 진흙 소가 달을 물고 달아나고

바위 앞의 돌 호랑이 새끼를 안고 졸고 있네.

쇠로된 뱀이 금강의 눈을 뚫고 들어가는데

코끼리를 탄 곤륜을 해오라기가 끌고 가는구나.

 

고봉원묘(高峰原妙: 1238~1295) 선사

 

 

 

6.10 선시

콧구멍 없는 소

어떤 사람이 콧구멍이 없다고 하는 말을 홀연히 듣고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인 줄 몰록 깨달았네.

유월의 연암산 아래 길에서

야인들이 하릴없이 태평가를 부르도다.

 

忽聞人語無鼻孔 頓覺三千是吾家

홀문인어무비공 돈각삼천시오가

六月燕岩山下路 野人無事泰平歌

유월연암산하로 야인무사태평가

- 경허 성우(鏡虛惺牛)

 

6.10 선시

 

무쇠소〔鐵牛〕

 

但自無心於萬物 (단자무심어만물)

何妨萬物常圍繞 (하방만물상위요)

鐵牛不怕獅子吼 (철우불파사자후)

恰似木人見花鳥 (흡사목인견화조)

木人本體自無情 (목인본체자무정)

花鳥逢人亦不驚 (화조봉인역불경)

心境如如只遮是 (심경여여지차시)

何處菩提道不成 (하처보리도불성)

 

다만 온갖 만물에 무심하다면

만물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무엇이 방해가 되겠는가.

쇠로 만든 소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고,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을 보고 새를 보는 것과 꼭 같네.

나무로 만든 사람은 본래 자체에 마음이 없으며

꽃과 새도 나무로 만든 사람을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마음과 경계가 여여하면 다만 이러할 뿐인데

깨달음 이루지 못한 것을 무엇 대문에 염려하겠는가.

 

- 『방거사(龐居士)』

6. 11 선시

 

七十餘年游夢宅

幻身幻養未安寧

今朝脫却歸圓寂

古佛堂前覺月明

 

칠십여 년을 꿈속에 살면서

환영의 몸을 환영으로 가꾸느라 편치 못했네.

오늘아침에 벗어 내던지고 고요한 곳으로 돌아가니

옛 부처의 집 앞에 마음 달이 밝아라. - < 任性 선사 > -

 

24 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閑臥山林萬事竟

何須浮生强求名

杜鵑啼歇三更夜

但愛溪聲與月明

 

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세상일 다 잊었는데

부생이 무엇 때문에 억지로 명리를 구하는가.

두견새도 잠이 든 삼경의 깊은 밤에

시냇물 소리와 밝은 달을 좋아할 뿐이네. - 太古普愚 -

 

 

 

 

 

 

6. 12 선시

 

모든 현묘한 이론을 다 갖추고 있어도

그것은 마치 넓은 허공에 터럭 한 오라기를 날리는 것과 같고, 세상에서 가장 높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마치 큰 웅덩이에 물 한 방울 던지는 것과 같다.

 

 

窮諸玄辯 (궁제현변)

若一毫置於太虛 (약일호치어태허)

竭世樞機 (갈세추기)

似一滴投於巨壑 (사일적투어거학) - 德山 -

 

訪舊懷論實可傷

經年獨臥涅槃堂

門無過客窓無紙

爐有寒灰席有霜

病後始知身自苦

健時多爲別人忙

老僧自有安閑法

八苦交煎總不妨 - 굉지(宏智) -

 

 

벗을 찾아 깊은 얘기 나누다 보니 실로 마음이 아프도다.

몇 해가 지나도록 홀로 열반당에 누워있네.

문 앞에는 지나가는 나그네 없고 창문에는 종이마저 떨어졌네.

화로엔 차가운 재만 있고 앉을 자리에는 서리가 끼어있네.

병이 든 후에야 이 몸이 고인 것을 비로소 아나니

건강할 때 열심히 남을 위해 도우라.

노승은 스스로 편안한 도리가 있어서

여덟 가지 고통이 옥죄어 와도 전혀 방해롭지 않네.

 

6. 13 선시

 

◈학은 세번 울며 날아 가네

십 년을 단정히 앉아 마음의 성을 굳게 지키니

깊은 숲의 새는 길들여져 놀라지도 않는구나.

어젯밤 松潭(송담)에 비바람이 사납더니

고기는 연못 귀퉁이에 모여 있고 학은 세 번 울며 날아가네.

 

十年端坐擁心城

慣得深林鳥不驚

昨夜松潭風雨惡

魚生一角鶴三聲 - 淸虛休靜 -

 

 

 

 

 

 

深嗟末法實悲傷

佛法無人得主張

未解讀文先坐講

不曾行脚便陞堂

將錢討院如狂狗

空腹高心似啞羊

奉勸後賢休繼此

免敎地獄苦時長 - << 靈芝 >>

 

 

말세에 이 슬픈 현상을 깊이 슬퍼하도다.

불법을 외칠 만한 사람이 없구나.

아직은 글 읽을 줄도 모르면서 강석에 앉고

일찍이 행각도 못했는데 법상에 앉네.

돈을 들고 절을 하는 모습은 마치 미친개와 같고

속은 텅 비었는데 마음만 높은 것은 벙어리 염소와 같다.

뒷사람들에게 엎드려 권하노니 이러한 풍속 이제 그만 두어

오랫동안 지옥 고통 받을 일면하기를 바라노라.

 

6. 14 선시

 

◈ 한 물건〔一物〕 ◈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긴 것도 아니요

일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네.

 

有一物於此

從來以來 昭昭靈靈

不曾生不曾滅

名不得狀不得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

 

 

◈ 고금을 꿰뚫다 ◈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있으나

동서남북과 상하를 모두 에워싸고 있다.

 

唯一物於此

絶命相貫古今

處一塵圓六合

 

- 금강경오가해 <함허 득통 >-

 

6. 15 선시

 

 

 

일천 겁을 지나도 옛 것이 아니고

만세에 뻗어 있어도 늘 지금이네.

바다와 산이 서로 많이 바뀌었는데

풍운이 변하는 모습 얼마나 보았던가.

 

歷千劫而不古

亘萬歲而長今

多經海岳相遷

幾見風雲變態

 

- 금강경오가해, 함허 -

 

6. 16 선시

 

물이 다하고 구름이 다한 곳이며,

연기는 소멸하고 불은 꺼진 때더라.

문득 본지풍광을 밟으니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을 마음대로 하겠더라.

 

水窮雲盡處 烟消火滅時

수궁운진처 연소화멸시

驀然踏着本地風光 管取超佛越祖

맥연답착본지풍광 관취초불월조

 

도를 배우는 일은 처음과 같이 하여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천 가지 마장과 만 가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정신 차리고 하라.

바로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들겨 빼내고

금강신장의 뒤통수에 박혀 있는

못을 뽑아 버려야 한다.

 

學道如初不變心

天魔萬難愈惺惺

直須敲出虛空髓

拔卻金剛腦後釘 - < 선요, 고봉 원묘화상 >

 

6.17 선시

 

滿天風雨散虛空 (만천풍우산허공)

月在千江水面中 (월재천강수면중)

山岳高低揷空連 (산악고저삽공연)

茶煎香古途通 (다전향고도통)

 

하늘에 가득한 비바람 허공에 흩어지니

달은 천강의 물 위에 어려 있고

산은 높고 낮아 허공에 꽂혔는데

차 달이고 향 사르는 곳에 옛길이 통했네

 

 

모든 물과 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온갖 산들은 전부 수미봉에 이르니

바다는 법의 바다요 봉우리는 도의 봉우리로다

바다여 봉우리여

이것이 바다냐 이것이 봉우리냐

뭣고 뭣고

돌솥에 하늘과 땅의 물로

한 잔의 차를 달이니

차 한 잔 들게나, 차 한 잔 들게나.

 

萬水千江盡入海

群山總付須彌峰

海是法海 峰是道峰

海兮峰兮

是者海耶 是者峰耶

者 z者 z

石鼎乾坤水

盡成一椀茶

喫茶喫茶

 

차, 차 이 한 잔 차맛에는

우주 만상의 진리가 여기에 있으니

이 맛은 어떻다고 보이기도 어려우며

말하기도 어렵구나 아자자 가가소

송 왈

온 산의 단풍경치는

이월의 꽃보다 곱구나 미소 짓는다.

 

 

◈茶茶這個茶一味

宇宙萬像之眞理

在此難可示

難可說 阿刺刺 呵呵笑

頌曰

萬山楓葉景

勝如二月花微笑

 

- 경봉(鏡峰 1892∼1982) 선사

 

6. 18선시

 

온 누리 중생들 백년을 살지라도

이 마음 못 보면 한갓 꿈속의 잠이라

아미타불을 어찌 멀리 구하랴

이름도 나와 같아 눈 앞에 있는 것을

 

法界衆生過百年

此心無見夢中眠

阿彌陀佛何求遠

與我同名坐目邊

 

 

◈세상사람 물욕은 어느 때나 다할까

금전에 구애되니 좋은 일 늦어지네

해가 먼 산에 빛나니 맑은 기운 흐르고

꽃 핀 나무엔 푸른 가지 무성하네

몇 해 동안이나 그대 생각 떠나지 않았는데

서로 만나 한번 웃으니 마음 변치 않네

비록 천리나 떨어져 살지만

저 맑은 달은 우리의 정을 언제나 알고 있소.

 

 

世人物慾盡何時(세인물욕진하시)

拘得金錢好事遲(구득금전호사지)

日麗遠山含淑氣(일려원산함숙기)

暗烘芳樹譪碧枝(암홍방수애벽지)

數年長思心無息(수년장사심무식)

一笑相逢意不移(일소상봉의부이)

雖有分居千里外(수유분거천리외)

個中圓月照常知(개중원월조상지)

 

* 경봉선사(1892~1982)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 없으니

우담바라 꽃빛이 온누리에 흐르네

 

我 是 訪 吾 物 物 頭 (아시방오물물두)

目 前 卽 見 主 人 樓 (목전즉견주인누)

呵 呵 逢 着 無 疑 惑 (가가봉착무의혹)

優 鉢 花 光 法 界 流 (우발화광법계류)

 

 

月在天江水面中(월재천강수면중)

山岳高低揷空連(산악고저삽공련)

茶煎香熱古途通(다전향설고도통)

 

 

 

하늘에 가득한 비바람이 허공에 흩어지니

 

달은 일천강의 물위에 떠 있고

 

산악은 높고 낮아 허공에 꽂혔는데

 

차 달이고 향사루는 곳에 옛길을 통했네--- 경봉스님

 

 

 

모든 물과 강은 바다로 흘러가고

온갖 산들은 전부 수미봉에 이르니

바다는 법의 바다요 봉우리는 도의 봉우리로다

바다여 봉우리여

이것이 바다냐 이것이 봉우리냐

뭣고 뭣고

돌솥에 하늘과 땅의 물로

한 잔의 차를 달이니

차 한 잔 들게나, 차 한 잔 들게나.

 

萬水千江盡入海

群山總付須彌峰

海是法海 峰是道峰

海兮峰兮

是者海耶 是者峰耶

者 z者 z

石鼎乾坤水

盡成一椀茶

喫茶喫茶

 

차, 차 이 한 잔 차맛에는

우주 만상의 진리가 여기에 있으니

이 맛은 어떻다고 보이기도 어려우며

말하기도 어렵구나 아자자 가가소

송 왈

온 산의 단풍경치는

이월의 꽃보다 곱구나 미소 짓는다.

 

 

◈茶茶這個茶一味

宇宙萬像之眞理

在此難可示

難可說 阿刺刺 呵呵笑

頌曰

萬山楓葉景

勝如二月花微笑

 

 

◈滿天風雨散虛空(만천풍우산허공)

月在天江水面中(월재천강수면중)

山岳高低揷空連(산악고저삽공련)

茶煎香熱古途通(다전향설고도통)

 

하늘에 가득한 비바람이 허공에 흩어지니

달은 일천강의 물위에 떠 있고

산악은 높고 낮아 허공에 꽂혔는데

차 달이고 향사루는 곳에 옛길을 통했네--- 경봉스님

 

此一炷淸香(차일주청향)은 三世諸佛(삼세제불)의 法印(법인)이며 歷代祖師(역대조사)의 眼目(안목)이며 今日靈駕(금일영가)의 本來面目(본래면목)이며 一切衆生(일체중생)의 命根(명근)이니라. 特爲今日(특위금일) 靈駕의 裝嚴覺路(장엄각로)하야 揷香爐中(삽향로중)하노라 ---경봉스님

 

 

◈6. 19 선시

초목들도 추운 겨울에는 모두 선정에 들어

찬 눈보라 속에서 정기를 단련 하네

모질고 험한 시간을 그렇게 견디는 것은

봄날 꽃 피워 향기 뿜어내기 위해서 라네

 

草木三冬皆入定

凍寒氷雪練精時

多經風雨險過時

只侍開花香發時

 

둘 다섯은 원래 열인데

여기에 의심 없는 이 누구인가

이 밖에 현묘한 것을 찾는다면

이미 제 이두에 떨어진 것이다

 

二五元來十

無疑者是誰

更求玄妙處

已落第二頭

 

 

- 경봉선사(1892~1982)

 

 

 

아미타불을 어찌 멀리서 구하랴

 

 

 

 

온 누리 중생들 백년을 살지라도/

이 마음 못 보면 한갓 꿈속의 잠이라/

아미타불을 어찌 멀리서 구하랴/

이름도 나와 같아 눈앞에 있는 것을

(法界衆生過百年 此心無見夢中眠

阿彌陀佛何求遠 與我同名坐目邊)”

 

“일상생활이 그대로 불법(佛法)이고 도다. 밥하고 옷 만들고 농사짓고 장사하는데 도가 있다.

 

하루 한 시간은 자기 주인공(主人公)을 찾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天晴日頭出

하늘이맑으니 해가 빛나고

 

雨下地上濕

비가 내리니 대지가 젖도다

 

盡情都了說

생각을 다해 설파하였는데

 

只恐信不及

다만 믿지 않을까 두렵도다

 

 

 

 

 

 

 

 

 

 

 

 

 

 

 

 

 

 

 

 

 

 

 

 

 

 

 

 

 

 

 

 

 

 

 

 

 

 

 

 

 

 

 

 

 

 

 

 

 

 

此一炷淸香(차일주청향)은 三世諸佛(삼세제불)의 法印(법인)이며 歷代祖師(역대조사)의 眼目(안목)이며 今日靈駕(금일영가)의 本來面目(본래면목)이며 一切衆生(일체중생)의 命根(명근)이니라. 特爲今日(특위금일) 靈駕의 裝嚴覺路(장엄각로)하야 揷香爐中(삽향로중)하노라 ---경봉스님

 

 

 

이 한 가지 맑은 향은 삼세 모든 부처님의 법인이며 역대 모든 조사의 안목이며, 오늘 영가의 본래 모습이며, 일체 중생의 목숨이라. 오늘의 영가가 깨달아가는 길을 장엄하기 위하여 향로 중에 꽂노라.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獨有一物常獨露 澹然不隨於生死 (독유일물상독로 담연불수어생사)

 

 

 

 

 

생은 한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사는 한조각 뜬 구름 사라짐이라

 

 

 

뜬 구름 그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생사의 오고 감도 이와 같구나

 

 

 

오직 한 물건만이 항상 홀로 존재하여,

 

담연하여 생사를 따르지 않는도다

 

 

 

 

 

 

 

제령한진치신망(諸靈限盡致身亡)

 

 

 

석화광음몽일장(石火光陰夢一場)

 

 

삼혼묘묘귀하처(三魂渺渺歸何處)

 

 

 

칠백망망거원향(七魄茫茫去遠鄕)

 

 

 

 

모든 영가시여, 목숨(기한)이 다하여 몸을 잃었으니

부싯돌의 불과 같은 한생이 한바탕 꿈과 같다네

 

삼혼은 고요하여 그 간 곳이 어느 곳이며

칠백은 아득하여 또한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람이 어머니 배속에 잉태할 때 1영이 3혼과 7백을 거느리고 들어옵니다.

 

3혼은 천기,지기,인기로서 살과 뼈와 오장육부에 머무르고, 7백은 희노우구애증욕의 7가지 감정으로 이목구비 칠공에 머무릅니다.

 

 

 

사람이 죽으면 3혼은 하늘로 흩어지고 7백은 땅으로 흩어지고 오직 1영만이 업식을 따라 윤회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이 사람의 몸을 빠져나오는 순간 혼절하여 3일후에 의식이 깨어나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분별할 수도 없고 당황스럽고 춥고 배가 고픕니다. 이승의 미련과 집착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49일동안 7곱번의 선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만 ,원한이 깊거나 집착이 강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모든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구중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고 맙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가의 앞길에 숙생에 걸친 인연들이 펼쳐집니다.

 

그 인연들은 좋은 것, 나쁜 것, 이리저리 섞인 것등 무수히 많습니다.

 

생전에 수행을 열심히 한 영가는 일찍 정신을 차리고 그중에 좋은 인연을 따라 좋은 곳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생전에 수행을 하지 못한 영가는 혼미한 상태에서 마지막 49일째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가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도 숙생에 복을 많이 지은 영가는 떠밀려가는 길 일지라도 좋은 곳으로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영가의 입장에서 보면 현생의 삶이라는 것은 죽어서 다음 생을 선택할 준비를 하는 것 일 뿐입니다.

 

 

 

 

 

 

 

 

 

 

滿天風雨散虛空(만천풍우산허공)

 

 

 

月在天江水面中(월재천강수면중)

 

 

 

山岳高低揷空連(산악고저삽공련)

 

 

 

茶煎香熱古途通(다전향설고도통)

 

 

 

하늘에 가득한 비바람이 허공에 흩어지니

 

달은 일천강의 물위에 떠 있고

 

산악은 높고 낮아 허공에 꽂혔는데

 

차 달이고 향사루는 곳에 옛길을 통했네--- 경봉스님

 

作墨戱題其額 贈姜國鈞 / 작묵희재기액 증강국윤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 - - 姜希孟/강희맹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물결 따라 달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물결 갈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胡孫投江月 / 호손투강월

波動影凌亂 / 파동영능란

飜疑月破碎 / 번의월파세

引臂聊戱玩 / 인비료희완

水月性本空 / 수월성본공

笑爾起幻觀 / 소이기환관

波定月應圓 / 파정월응원

爾亦疑思斷 / 이역의사단

長嘯天宇寬 / 장소천우관

松偃老龍幹 / 송언노룡관 - <姜希孟/강희맹.

 

 

 

 

 

 

 

34.

 

● 흙덩어리가 대광명을 놓다 - 선묘 -

 

 

人法俱忘 心識路絶 (인법구망 심식로절) 나와 너를 함께 잊어버리고 마음과 의식의 길이 끊어지면

 

擧步則大海騰波 (거보칙대해등파) 걸음을 걸을 때마다 대해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彈指則須彌岌峇 (탄지즉수미급합) 손가락을 퉁길 때마다 수미산이 높이 솟는다.

 

泥團土塊 放大光明 (니단토괴 방대광명) 진흙과 흙덩어리는 대광명을 놓고

 

瓠子冬苽 熾然常說 (호자동고 식연상설) 박과 호박은 기세 좋게 언제나 법을 설한다.

 

35.

 

● 도를 배우다 - 선요, 고봉 원묘 화상 -학도여초불변심

 

學道如初不變心 도를 배우는 일은 처음과 같이 하여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天魔萬難愈惺惺 천 가지 마장과 만 가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더욱 정신 차리고 하라.

 

直須敲出虛空髓 바로 모름지기 허공의 골수를 두들겨 빼내고

 

拔卻金剛腦後釘 금강신장의 뒤통수에 박혀 있는 못을 뽑아 버려야 한다.

 

36.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 법집별행록절요, 보조 지눌 국사 -

 

實際理地 不受一塵 실제적인 진리의 자리에는 먼지 하나 없지만,

佛事門中 不捨一法 불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

 

6. 19 선시

 

◈큰 도란 그 마음을 근본으로 삼았고

마음의 법은 본래 머물지 않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머물지 않는 마음의 본체가 신령스럽게 알아 어둡지 않다.

성품과 형상이 텅 비었으되 덕과 작용을 다 품고 있다.

 

大道本乎其心

心法本乎無住

無住心體靈知不昧

性相寂然 包含德用 - 심요전, 청량 징광 대사 -

 

 

◈두렷이 깨달은 산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있어서

꽃은 피었는데 천지가 아직 나눠지기 이전이네.

푸른색도 아니고 흰 색도 아니고 검은 색도 아닌데

봄바람에도 있지 않고 하늘에도 있지 않네.

 

圓覺山中生一樹

開花天地未分前

非靑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 - 석문의범 -

 

 

6. 20 선시

 

◈이 몸 편히 쉴 곳을 찾았었는데

한산이 오래 살기 제일 좋구나.

미풍이 노송에 불어올 때는

가까이서 듣는 소리 더욱 좋아라.

나무 아래 흰머리 노인이 있어

남남남남 노자를 흥얼거리네.

십년동안 돌아가지 아니했으니

올 때의 그 길을 잊어 버렸네.

 

 

欲得安身處 寒山可長保

微風吹幽松 近聽聲逾好

下有班白人 喃喃讀黃老

十年歸不得 忘却來時道

 

- < 한산 > -

 

개울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곧 부처님의 크나큰 진리의 설법이다.

그렇다면 울긋불긋한 산천초목의 모습이

어찌 청정법신 부처님의 몸이 아니겠는가.

하루 종일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밤이 되면 팔만사천 게송이 되니

이 이치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것인가.

 

 

溪聲便是廣長說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似人

 

- 소동파 오동송 -

 

 

6. 21 선시

 

일만 나라의 도성은 개미집이요,

일천 가옥의 호걸들은 구더기일세.

창문의 밝은 달을 베게 삼아 누웠는데,

끝없는 솔바람소리 가지각각 다르구나.

 

萬國都城如蟻垤 (만국도성여의질)

千家豪傑若醯鷄 (천가호걸약혜계)

一窓明月淸虛枕 (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風韻不齊 (무한송풍운부제)

 

- 서산집, <청허 휴정 대사 >-

 

 

부처란 중생의 마음 속 부처다.

모두들 자신의 근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따를 뿐 달리 다른 물건이 아니다.

일체 모든 부처의 근원자리를 알고자 하는가.

다만 자신의 번뇌 무명이 본래로 부처이니라.

 

 

佛是衆生心裏佛

隨自根堪無異物

欲知一切諸佛源

但自無明本是佛

 

- < 보조지눌 > -

 

 

 

6. 22 선시

 

41 .

마음의 길이 끊어지다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

 

 

參禪須透祖師關 妙悟要窮心路絶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고, 미묘한 깨달음은 요컨대 마음의 길이 끊어져야 한다.

 

 

42.

[大丈夫 - 야보도천 -

 

得樹攀枝未足奇 (득수반지미족기)

나 뭇가지를 잡는 것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懸崖撒水丈夫兒 (현애살수장부아)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水寒夜冷魚難覓 (수한야냉어난멱)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留得空船載月歸 (유득공선재월귀)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

 

43.

[心外無法 - 천태덕소(天台德韶) -

通玄峰頂 不是人間 통현봉 꼭대기는 인간세상이 아닌데,

 

心外無法 滿目靑山 마음 밖에는 법이 없으니 눈에 가득 온통 푸른 산이네.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다. - 마라나 존자 -

 

心隨萬境轉 (심수만경전) 마음은 만 가지 경계를 따라서 굴러다니나

 

轉處悉能幽 (전처실능유) 그 굴러가는 곳마다 모두 다 깊고 그윽하다.

 

隨流認得性 (수류인득성) 흐름을 따르더라도 그 본 성품을 알면

 

無喜亦無憂 (무희역무우)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다.

 

44.

 

唯我獨尊 - 선문염송 -

承春高下盡鮮姸 봄을 맞으니 높은 산 낮은 들 모두가 아름답고

 

雨過喬林叫杜鵑 울창한 숲에 비 지나가고 나니 두견새 지저귄다.

 

人靜畵樓明月夜 인적은 고요하여 그림같이 달 밝은 밤에

 

醉歌歡酒落花前 꽃잎은 휘날리고 술에 취해 노래 부른다.

 

45. 무정설법 - 소동파 -

 

溪聲便是廣長說

개울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곧 부처님의 크나큰 진리의 설법이다.

 

山色豈非淸淨身

그렇다면 울긋불긋한 산천초목의 모습이 어찌 청정법신 부처님의 몸이 아니겠는가.

 

夜來八萬四千偈

하루 종일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밤이 되면 팔만사천 게송이 되니

 

他日如何擧似人

이 이치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것인가.

 

46.

인연에 의해서 생기고 소멸한다. - 아함경 -

諸法從緣生 諸法從緣滅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서 생기고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서 소멸한다.

 

我佛大沙門 常作如是說 우리 부처님 큰 사문께서는 항상 이러한 말씀을 하신다.

 

47. 傳法 - 지론 -

假使頂戴經塵劫 가령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머리에 이고 한량없는 세월 동안 섬긴다 하더라도,

 

身爲床座遍三千 그리고 자신의 몸이 삼천대천세계와 같이 넓은 평상의 의자가 되어 부처님을 앉고 눕게 하여 받든다 하더라도,

 

若不傳法度衆生 만약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여 사람들을 제도하지 못하면

 

畢竟無能報恩者 끝내 부처님의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리라.

 

 

6. 22 선시

 

◈봄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달빛이 좋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아름답다.

만약 쓸데없는 일이 마음에 남아 있지 않으면

그것이 곧 인간의 좋은 시절인 것을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 < 운문 선사 > -

 

 

 

◈ 몸을 단련하여 마치 학의 형상과 같고,

천 그루의 소나무 아래서 두어 함의 경전을 두고 있네.

내가 와서 도를 물었는데 아무런 말이 없고,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하네.

 

鍊得身形似鶴形

千株松下兩函經

我來問道無餘說

雲在靑天水在甁 - 이고(李翶) -

 

 

 

 

50. 부처의 근원 자리 - 보조지눌 -

佛是衆生心裏佛 부처란 중생의 마음 속 부처다.

 

隨自根堪無異物 모두들 자신의 근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따를 뿐 달리 다른 물건이 아니다.

 

欲知一切諸佛源 일체 모든 부처의 근원자리를 알고자 하는가.

 

但自無明本是佛 다만 자신의 번뇌 무명이 본래로 부처이니라.

 

51. 부처가 있는 곳 - 부 대사 -

夜夜抱佛眠 밤마다 밤마다 부처님을 안고 자고,

 

朝朝還共起 아침마다 아침마다 함께 일어난다.

 

起坐鎭相隨 일어나고 앉고 하는 데 늘 함께하며,

 

語黙同居止 말하고 침묵하는 데도 또한 같이 한다.

 

纖毫不相離 터럭만큼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는 것이

 

如身影相似 마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과 같다.

 

欲識佛去處 부처가 간 곳을 알고 싶은가.

 

只遮語聲是 다만 이렇게 말을 하는 그것이라네.

 

 

6.23 선시

 

 

◈우주를 소요하는 것 누가 나를 당할 것인가?

늘 기분대로 자유롭게 배회하노라

돌 침상에 앉고 누우니 옷이 차갑고

꽃 핀 언덕에서 돌아오니 지팡이와

신발이 향기롭구나.

 

宇宙逍遙孰我當(우주소요숙아당)

尋常隨意任彷徉(심상수의임반양)

石床坐臥衣裳冷(석상좌와의상냉)

花塢歸來杖屨香(화오귀래장구향)

 

- 허응당 보우(虛應普雨: ?~1565)

 

 

◈산하와 대지가 눈앞의 꽃이요

만상 삼라도 또한 그럴 뿐이네

자성이 청정한 줄 바야흐로 알았으니

진진찰찰이 법왕의 몸이구나.

 

 

 

산하대지안전화 山河大地眼前花

만상삼라역부연 萬象森羅亦復然

자성방지원청정 自性方知元淸淨

진진찰찰법왕신 塵塵刹刹法王身

- < 나옹선사 >

 

 

 

 

6. 24 선시

 

푸른 숲 짙은 그늘 여름날은 길고 긴데

누대의 그림자는 연못 속에 거꾸로 잠겼구나.

미풍이 일어나 수정발이 흔들리고

줄기 뻗어 가득 핀 장미로 온 절이 향기롭네.

 

녹수음롱하일장 綠水陰濃夏日長

누대도영입지당 樓臺倒影入池塘

수정렴동미풍기 水晶簾動微風起

만가장미일원향 滿架薔薇一院香

 

- 위산 영우(771~853)선사

 

 

 

 

 

춘삼월 햇빛 모아둘 곳 없어서

버들가지 위에 눈부시게 흩어져 있네.

아깝게도 봄바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물 따라 흘러가는 붉은 꽃잎만 보이는구나.

 

三月韶光沒處收 ( 삼월소광몰처수 )

一時散在柳梢頭 (일시산재유초두)

可憐不見春風面 (가련불견춘풍면 )

却看殘紅逐水流 ( 각간잔홍축수류)

 

- 대혜종고(大慧宗杲1088~1163) 선사

 

 

 

 

 

 

6. 25 선시

 

 

풍동과빈락 風動果頻落

바람 불자 산 나무 열매 자꾸 떨어지고

산고월이침 山高月易沈

산이 높으니 달이 벌써 지려하네.

시중인불견 時中人不見

내 곁에는 아무도 없는데

창외백운심 窓外白雲深

창 밖에 흰 구름만 자욱하구나. -

 

부휴선수(浮休善修1545~1615)선사

 

56.

 

산하대지안전화 山河大地眼前花 산하와 대지가 눈앞의 꽃이요

만상삼라역부연 萬象森羅亦復然 만상 삼라도 또한 그럴 뿐이네

자성방지원청정 自性方知元淸淨 자성이 청정한 줄 바야흐로 알았으니

진진찰찰법왕신 塵塵刹刹法王身 진진찰찰이 법왕의 몸이구나. - 나옹선사

 

 

57.

부운유수시생애 浮雲流水是生涯

구름처럼 떠돌며 물처럼 흘러가는 이 내 생애여

헐박수연괘석지 歇泊隨緣掛錫枝

인연 따라 쉬고 머물며 지팡이 걸어 두네

납자유래무정적 衲子由來無定跡

납자는 원래 정한 곳이 없으니

종교거주부심기 從敎去住負心期

가고 머무는 것 마음에 내맡겼네

 

일사문수(一絲文守 1608~1646)

 

58.

사대원무주 四大元無主 사대는 원래 주인이 없고

오온본래공 五蘊本來空 오온도 본래 공한 것일 뿐

장두임백인 將頭臨白刃 칼날이 내 머리 내리치겠지만

흡사참춘풍 恰似斬春風 흡사 봄바람을 베는 것 같으리라.

 

 

승조(僧肇)법사의 임종게(臨終偈)

 

 

 

 

59.

 

일주무영목 一株無影木 한 그루 그림자 없는 나무를

이취화중재 移就火中栽 불 속에 옮겨 심으니

불가삼춘우 不假三春雨 봄비가 오지 않아도

홍화난만개 紅花爛漫開 붉은 꽃 어지럽게 피어나리라

 

소요태능(逍遙太能1562∼649)

 

 

60.

 

거년빈미시빈 去年貧未是貧

작년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네.

금년빈시시빈 今年貧始是貧

금년의 가난이 진짜로 가난일세.

거년무탁추지지 去年無卓錐之地

작년에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금년추야무 今年錐也無

금년에는 송곳마저 없어져 버렸네.

 

향엄지한(香嚴智閑?~898)스님

 

61.

일발천가반 一鉢千家飯

바루 하나로 천가의 밥을 빌면서

고신만리유 孤身萬里遊

외로운 몸 만리를 떠도네

청목도인소 靑目睹人少

눈 푸른 이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문로백운두 問路白雲頭

흰 구름에게 갈 길을 물어 볼까나.

- 포대화상(布袋和尙)

 

6. 25 선시

 

달은 물 속에 잠기고

가을빛은 정자에 가득하다.

스스로 뜯다마는 내 즐겨하는 가락을

남이야 듣거나 말거나.

 

강정월재수 江靜月在水

산공추만정 山空秋滿亭

자탄환자파 自彈還自罷

초불요인청 初不要人聽

 

만해 한용운스님(1879~1944)

 

 

작야월만루[昨夜月滿樓]하더니

창외노화추[窓外蘆花秋]로다

불조상신명[佛祖喪身命]한데

유수과교래[流水過橋來]로구나

 

어젯밤 달빛은 누樓에 가득하더니

창밖은 갈대꽃 가을이로다.

부처와 조사도 신명身命을 잃었는데

흐르는 물은 다리를 지나 오는구나.

 

<전강田岡선사> 오도송

 

 

6. 26 선시

 

 

 

아미타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 간절히 잊지 말고

생각 생각 다하여서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여섯 문에 자색 금빛 대광명이 비추리라

 

阿彌陀佛在何方(아미타불재하방)

着得心頭切莫忘(착득심두절막망)

念到念窮無念處(념도염궁무념처)

六門常放紫金光(육문상방자금광) - < 나옹선사 >

 

겹겹 쌓인 푸른 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요

푸른 바다 아득한 곳 부처님의 궁전이네

모든 것은 마음 따라 걸림 없는데

소나무 위 붉은 학 머리 몇 번이나 보았는가

 

靑山疊疊彌陀窟(청산첩첩미타굴)

滄海茫茫寂滅宮(창해망망적멸궁)

物物拈來無가碍(물물염래무가애)

幾看松亭鶴頭紅(기간송정학두홍) - < 원효대사(元曉大師) > -

 

 

 

 

 

 

 

극락세계 법당 앞에 둥근 달과 같은 얼굴

아미타불 금색광명 온 누리에 비추시니

누구든지 오롯하게 아미타불 부르면

찰나 간에 무량공덕 원만하게 이루리라 - <

 

極樂堂前滿月容(극락당전만월용)

玉豪金色照虛空(옥호금색조허공)

若人一念稱名號(약인일념칭명호)

頃刻圓成無量功(경각원성무량공)

 

 

 

 

 

 

6. 27선시

 

작래무영수[斫來無影樹]하여

초진수중구[焦盡水中漚]로다

가소기우자[可笑騎牛者]여

기우갱멱우[騎牛更覓牛]로구나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물 가운데 거품을 태워 다할지니라.

가히 우습다 소 탄 자여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는구나. - < 서산 대사 > -

내 평생 오로지 거문고 하나 밖엔 몰랐는데

원광 화상 지시로 심금을 뜯게 되었네.

관음의 원통(圓通) 삼매에 몇몇 해나 빠졌었나

물소리 듣고 산을 바라보니 고금을 통했네.

 

유아평생지일금(惟我平生知一琴)

원광지시시심금(圓光指示是心琴)

관음삼매기성상(觀音三昧幾成霜)

청수관산통고금(廳水觀山通古今) -고금 노인

 

 

 

6. 28선시

 

 

◈趙州古佛路

坐斷千聖路

吹毛覿面提

通身無孔窺

狐兎絶潛蹤

飜身獅子露

打破牢關後

淸風吹太古

 

 

 

‘조주 옛 부처가

앉아서 일천 성인의 길을 끊고

취모리(吹毛利)의 칼을 들이대매

온몸에 빈틈이 없네

여우와 토끼의 자취는 완전히 사라지고

몸을 뒤집어 문득 사자의 모습이 드러나니

생사의 견고한 관문을 부수고 난 뒤에

맑은 바람이 태고암에 불어오네’ - < 태고 보우 >오도송

 

 

◈물 위에 어린 밝은 달 고금의 도심(道心)이요,

우주의 화창한 봄볕 고금의 활기(活氣)일세.

매화의 향기, 대의 절개 고금의 의절(義節)이요,

분수와 만족을 아는 것은 고금의 달지(達志)이며

꽃이 웃고 새가 노래함은 고금의 풍류이네.

그러나 지혜의 눈으로 보아라.

마음이 이러하고 경계도 이러하도다.

허무함도 실상도 없고 있는 것에도 없는 것에도 걸림 없으니,

성현이 아니요 일 마친 범부로다. 안녕

금정산에 걸린 달이

집집마다 비추네. 미소

 

수화명월 고금지도심(水和明月 古琴之道心)

우주춘색 고금지활기(宇宙春色 古琴之活氣)

매향죽절 고금지의절(梅香竹節 古琴之義節)

지분지족 고금지달지(知分知足 古琴之達志)

화소조가 고금지풍류(花笑鳥歌 古琴之風流)

수연동정철안간 (雖然銅睛鐵眼看)

심여경여무실무허 (心如境如無實無虛)

유역불관무역불구 (有亦不管無亦不拘)

불시현성요사범부 (不是賢聖了事凡夫) 진중(珍重)

금정쇄야월 (金井鎖夜月)

조파만가문 (照破萬家門) 신( 哂 ) - < 경봉 선사 >

 

발 아래 하늘 있고, 머리 위에 땅 있네

(脚下靑天頭上巒)

본래 안팎이나 중간은 없는 것

(本無內外亦中間)

절름발이가 걷고, 소경이 봄이여

(跛者 行盲者見)

북산은 말 없이 남산을 대하고 있구나

(北山無語對南山)

 

◈부엌에서 불 지피다가 홀연히 눈 밝으니

이를 좇아 옛 길이 인연따라 분명하네

누가 내게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위 아래 울려대는 물소리는 젖지 않았다 하리라.

 

(着火廚中眼忽明)

(從玆古路隨緣淸)

(若人問我西來意)

(岩下泉鳴不濕聲)

 

< 한암선사 > 오도송

 

 

 

 

 

 

6. 27선시

 

유물래래부진래 有物來來不盡來

존재하는 만물은 오고 또 와도 다 오지를 못하니

래재진처우종래 來纔盡處又從來

다 왔는가 싶으면 또 다시 오네.

래래본자래무시 來來本自來無時

오고 또 오는 것은 시작이 없는 데서 오는 것

위문군초하소래 爲問君初何所來

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

落花千片萬片(낙화천편만편)

꽃잎은 떨어져 천 조각 만 조각으로 날리고

 

垂柳長條短條(수유장조단조)

긴 가닥 짧은 가닥 버들가지는 휘늘어졌는데

 

悄悵天涯獨客(초창천애독객)

슬프구나. 하늘 끝 외로운 나그네

 

不堪對此魂消(불감대차혼소)

이를 보고 있으니 혼이 녹아내리는 것 같구나.-

 

백암성총(栢庵性聰:1631~1700) 스님

◈부 설 거 사 오 도 송

 

 

共把寂空雙去法 공파적공쌍거법

공적의 오묘한 법 함께 잡고서

同棲雲鶴一間庵 동서운학일간암

암자에 구름과 학이 같이 사노라.

已和不二歸無二 이화불이귀무이

불이(不二)에 화하여 무이(無二)로 돌아갔거늘

誰問前三與後三 수문전삼여후삼

뉘라서 전 후삼삼 물어오는가

閑看靜中花艶艶 한간정중화염염

고운 꽃 바라보며 한가로이 졸고

任聆窓外鳥남남 님영창외조남남

창밖에 새소리도 때로 듣는 구나

能令直入如來地 능령직입여래지

곧바로 여래지에 들어간다면

何用區區久歷參 하용구구구력참

구구히 오래도록 닦아 무엇하리?

 

 

2.부설거사 팔죽송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랑타죽

粥粥飯飯生此竹 죽죽반반생차죽

是是非非看彼竹 시시비비간피죽

貧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市政買賣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되어가는대로

바람불면 부는대로 물결치면 치는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사는형편대로

옳으면 옳은대로 그르면 그른대로 보이는 그대로

손님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세상물건 사는대로 파는대로 그때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맘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그러면 그런대로 그렇다면 그런대로 세상따라 살자.

 

 

 

 

 

 

3.부설거사 임종게

目無所見無分別 耳聽無聲絶是非 分別是非都放下 但看心佛自歸依

목무소견무분별 이청무성절시비 분별시비도방하 단간심불자귀의

 

 

 

눈으로 보는 바없으면 분별이 없고

귀로 듣는 소리 없으면 시비 또한 없도다.

분별과 시비일랑 모두 놓아버리고

다만 마음부처를 보아 스스로 귀의할것이니라.

 

 

 

 

 

6. 28선시

 

牀前看月光(상전간월광)

침상에서 달빛을 내다봤더니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 위에 서리가 내린 것 같구나.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

머리 들어 산위에 뜬 달을 바라보다가

 

低首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 집을 생각해 본다.

 

정야사(靜夜思)라는 이백(李白: 701~762)

 

 

 

71

 

宇宙逍遙孰我當(우주소요숙아당)

우주를 소요하는 것 누가 나를 당할 것인가?

尋常隨意任彷徉(심상수의임반양)

늘 기분대로 자유롭게 배회하노라

石床坐臥衣裳冷(석상좌와의상냉)

돌 침상에 앉고 누우니 옷이 차갑고

花塢歸來杖屨香(화오귀래장구향)

꽃 핀 언덕에서 돌아오니 지팡이와

신발이 향기롭구나.

허응당 보우(虛應普雨: ?~1565) 스님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何方)

착득심두절막망(着得心頭切莫忘)

염도념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아미타불이 어디 있는고?

마음속에 꼭 잡아 잊지 말아라.

생각 생각이 생각 없는 데 이르면

六門(눈/귀/코/혀/몸/뜻)에서 항상 자금광을 놓으리라.

 

아미타불 어느 곳에 계시는가

마음속깊이 새겨 간절히 잊지 말지니

생각이 이르고 생각이 다하여 생각이 끊어진 곳

 

육근의 문에서 항상 금빛광명 찬란하게 나오네

 

 

71

 

宇宙逍遙孰我當(우주소요숙아당)

우주를 소요하는 것 누가 나를 당할 것인가?

尋常隨意任彷徉(심상수의임반양)

늘 기분대로 자유롭게 배회하노라

石床坐臥衣裳冷(석상좌와의상냉)

돌 침상에 앉고 누우니 옷이 차갑고

花塢歸來杖屨香(화오귀래장구향)

꽃 핀 언덕에서 돌아오니 지팡이와

신발이 향기롭구나.

허응당 보우(虛應普雨: ?~1565) 스님

 

 

 

6. 29 선시

 

담장 가득한 이끼 색이 옷에 묻혀오는 듯하고

대나무 사립문은 종일 닫혀 있는데

홀연히 책상에 내리는 먹의 향기는

바다 학이 가져왔나 의심 되구나.

 

滿牆苔色染人衣(만장태색염인의)

盡日常關竹下扉(진일상관죽하비)

忽有墨香來墮案(홀유묵향래타안)

疑言海鶴帶將來(의언해학대장래) -

 

< 초의(草衣:1786~1866) 선사> -

 

꽃잎은 떨어져 천 조각 만 조각으로 날리고

긴 가닥 짧은 가닥 버들가지는 휘늘어졌는데

슬프구나. 하늘 끝 외로운 나그네

이를 보고 있으니 혼이 녹아내리는 것 같구나.

 

落花千片萬片(낙화천편만편)

垂柳長條短條(수유장조단조)

悄悵天涯獨客(초창천애독객)

不堪對此魂消(불감대차혼소) -

 

 

<< 백암성총(栢庵性聰:1631~1700) 스님 >>

 

 

6. 30 선시

 

동림사 절 앞에서 손님 배웅하는데

달이 밝게 떠 있고 잔나비가 우는구나.

웃으며 헤어지던 여산의 혜원스님

아뿔싸, 그만 호계의 다리를 지나고 말았네.

 

東林送客處(동림송객처)

月出白猿啼(월출백원제)

咲別廬山遠(고별여산원)

何須過虎溪(하수과호계)

 

동진(東晋) 여산(廬山) 혜원(慧遠: 335~417)

 

 

새벽바람에 풍경 소리 멀리 날아가고

저녁 눈발 창틈으로 날아드는데

자나 깨나 선방을 떠나지 않고

은근히 마음 씻으며 살고 있다네.

 

曉風飄磬遠(효풍표경원)

暮雪入廓深(모설입곽심)

 

念在禪房宿(염재선방숙)

慇懃自洗心(은근자세심) -

 

<< 매계수상(梅溪守常) 선사 >> -

 

 

 

 

 

 

 

 

7.1 선시

새벽바람 저문 비 눈 날리는 동산에

쓸쓸히 사라지는 향기, 돌아오지 못하는 넋이여!

발 구르며 불러 봐도 붙잡지 못하는데

온 산의 외로운 달마저 저물어 가네.

 

晨風暮雨雪飄園(신풍모우설표원)

寂寂香銷未返魂(적적향소미반혼)

 

佇立驚呼留不得(저립경호류부득)

萬山孤月又黃昏(만산고월우황혼)

 

-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 1560) -

 

81.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흰 구름 속에 절이 있는데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스님은 흰 구름을 쓸지 않다가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손님이 찾아오자 비로소 문을 여니

萬壑松花老(만학송화노) 온 골짜기에 송화가 쇠었네.

 

 

조선조 중기 이달(李達: 1539~1618)

 

 

 

76. 三年竄逐病相仍(삼년찬축병상잉) 삼년의 은둔 생활 병까지 들고 보니

一室生涯轉似僧(일실생애전사승) 한 칸 집에 사는 신세 스님을 닮았네.

雪滿四山人不到(설만사산인부도) 눈 덮인 사방 산엔 찾아오는 사람 없고

海濤聲裏坐挑燈(해도성리좌도등) 눈보라 소리 속에 앉아 등불의 심지를 돋운다.

 

 

고려 말의 문신 최해(崔瀣: 1287~1340)

 

 

 

78. 山近月遠覺月小(산근월원각월소)

산이 가깝고 달이 멀어 달이 작게 보여져

便道此山大於月(변도차산대어월)

이 산이 달보다 크다고 말하지만

若人有眼大如天(약인유안대여천)

만약 하늘처럼 큰 눈을 가진 이가 있다면

還見山小月更闊(환견산소월갱활)

산이 작고 달이 큰 걸 다시 보리라.

 

 

중국의 왕양명(王陽明: 1472~1528)

 

 

79. 7. 1 선시

 

하늘과 땅은 텅 빈 한 채의 집이요

예와 지금은 눈 한번 깜박이는 순간이라네.

그 가운데 있는 한 주인은

영원토록 얼굴 한번 변하지 않네.

 

天地一虛堂(천지일허당)

古今一瞬息(고금일순식)

其中一主人(기중일주인)

曠劫一顔色(광겁일안색)

 

 

하늘을 날아가는 외기러기 울음 슬프고

들판에 우짖는 벌레 소리도 슬프다.

가을 강가에서 그대와 이별하니

산에는 노을이 물들고 있구나.

 

長天一雁怨(장천일안원)

大野百蟲悲(대야백충비)

別友秋江畔(별우추강반)

牛山落日時(우산낙일시) -< 서산스님 >

 

 

 

 

 

82.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찾아오는 손님 없어 혼자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빈 뜰이 비 올려나 어둑하구나.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까치가 밟았는지 나뭇가지 흔들린다. -

 

서거정(1420~1488)

 

83. 黃昏緩步行(황혼완보행) 황혼에 천천히 걸어가노니

松韻和灘聲(송운화탄성) 솔바람 여울 소리 섞여 울리고

素月更流彩(소월갱유채) 달빛마저 하얗게 흘러내리니

悠然心境淸(유연심경청) 마음속이 유난히 맑아지누나

 

조선조 중기의 문신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

 

84.

 

7. 7 선시

◉찾아오는 손님 없어 혼자 앉아 있으니

빈 뜰이 비 올려나 어둑하구나.

물고기가 흔드는지 연잎이 움직이고

까치가 밟았는지 나뭇가지 흔들린다.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鵲踏樹梢翻(작답수초번) -<< 서거정(1420~1488) >> -

 

길은 실낱 같이 구부러져 푸른 산으로 닿았는데

절간이 어디냐고 묻기도 귀찮아 스님 가는대로 따라왔네.

산에 도착하자마자 맑은 시냇물 소리를 들으니

인간 세상 온갖 시비 찧어 부수어 버리는구나.

 

線路縈紆接翠微(선로영우접취미)

不煩問寺逐僧歸(불번문사축승귀)

到山才聽淸溪響(도산재청청계향)

舂破人間百是非(춘파인간백시비)

 

-<<이규보(李奎報: 1168~1241)>>-

 

 

 

85.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되지 않고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 녹은 남쪽 시내 물이 불어났으니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새싹들도 많이 돋아났겠지.

 

봄밤에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 소리를 희미하게 듣고 눈 녹은 시냇가에 돋아날 새싹들을 생각하는 시상이 무척 자연스럽다. 대지를 적셔주는 봄날의 밤비가 만물을 소생시키는 영양임을 이 시는 은연중 일깨워 준다.

 

고려 말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

 

世事不堪說(세사불감설)

세상일 차마 말할 수 없지만

心悲安可窮(심비안가궁)

마음의 슬픔 어찌 다할 수 있으리오.

春風雙涕淚(춘풍쌍체루)

봄바람에 두줄기 눈물 흘리며

獨臥萬山中(독와만산중)

홀로 산속 깊이 누워 있다네.

 

조선조 효종 때의 문신 김육(金堉:1580~1658)

 

 

7. 2 선시

 

연꽃잎 달빛 향해 가슴을 열고

버들잎 바람 불어 얼굴이 간지럽네.

밤새도록 뜰 앞에서 춤을 추다가

날이 밝아 비단소매 분 냄새가 축축하네.

부용월향회중조 芙蓉月向懷中照

양류풍래면상취 楊柳風來面上吹

야반정전자지무 夜半庭前柘枝舞

천명라수습연지 天明羅袖濕臙脂 - < 선문 염송 >

 

 

 

비개인 남산에 아지랑이도 걷히고

산 빛 의연히 옛 암자를 마주하네.

고요히 홀로 앉아 바라보니 마음마저 맑아져

이렇게 반평생 어깨에 장삼 걸치고 살았네.

 

우수남악권청람 雨收南岳捲靑嵐

산색의연대고암 山色依然對古庵

독좌겅관심사정 獨坐靜觀心思淨

반생견괘칠근삼 半生肩掛七斤杉

 

- << 일선정관(一禪靜觀1533~1608) >> -

 

 

7. 3 선시

 

구름 걷힌 가을 하늘 달이 못에 도장을 찍었네

그지없는 물에 비친 달빛 누구에게 말해줄까

하늘과 땅을 뚫어 막힘 없는 눈을 뜨면

큰 도는 분명하여 참구할 필요 없네

 

운권추공월인담 雲捲秋空月印潭

한광무제여수담 寒光無際與誰談

활개투지통천안 豁開透地通天眼

대도분명불용참 大道分明不用參 - <<예장 종경(豫章 宗鏡)선사>>

 

 

◈돌아와 발을 씻고 침상에 올라 자다

산 위로 달이 가는 줄 미처 몰랐네

숲 속의 새소리에 문득 눈을 떠보니

소나무 가지에 붉은 해가 걸렸구나

 

귀래세족상상수 歸來洗足上床睡

곤중부지산월이 困重不知山月移

격림유조홀환성 隔林幽鳥忽喚醒

일단홍일괘송지 一團紅日掛松枝 -<< 석옥 청공(石屋 淸珙) 선사 >> -

 

7. 4 선시

 

◽운방(선방)에 높이 누워 세상 티끌을 멀리 떠나

단지 솔바람 좋아서 선방문(禪房門)을 열어 놓았네.

서릿발 같은 삼척검(三尺劍)으로

마음 속의 정령(精靈, 잡된 생각) 모두 잘랐네.

 

雲房高臥遠塵紛

只愛松風不閉門

一柄寒霜三尺劍

爲人提起斬精魂

 

◽스님과 산 그리고 물은 진정한 세 친구

학과 더불어 구름·소나무와 지내는 세계

텅 비고 고요한 본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생에 어찌 이 몸이 한가하랴.

 

僧兼山水三知己

鶴與雲松一世間

虛寂本心如不識

此生安得此身閑 ― 《청허당집》 권1, 〈각행대사〉

 

 

 

◈종이와 붓으로 서른 해 가까이

나는 다라니 ( 대진언)를 글로 옮겼다네

누군가 묻기를 내 마음(소감) 이 어떤가

오직 주사는 붉고 먹물은 검을 뿐이라네

 

紙筆卅餘年 (지필삽여년)

我移大眞言 (아이대진언)

誰問如何感 (수문여하감)

唯丹朱墨玄 (유단주묵현)

 

 

종이와 붓으로 서른 해 가까이

나는 다라니 ( 대진언)를 글로 옮겼다네

누군가 묻기를 내 마음(소감) 이 어떤가

오직 주사는 붉고 먹물은 검을 뿐이라네

 

 

紙筆卅餘年 (지필삽여년)

我移大眞言 (아이대진언)

誰問如何感 (수문여하감)

唯丹朱墨玄 (유단주묵현)

 

 

7. 5 진언행자 선진

 

 

◈외로운 암자 이 공적함이여

한 줄기 길다랗게 바람이 불어오네 (바람구멍 열리네 )

보고 듣는 당체가 불멸이건만

서녘으로부터(달마대사께서) 오신 뜻은 왜 묻는고?

 

 

孤庵斯空寂 ( 고암사공적 )

一長風口開 ( 일장풍구개 )

見聞當不滅 ( 견문당불멸 )

豈問自西來 ( 기문자서래 )

 

7. 6 진언행자 선진

 

 

 

두류산에 암자가 하나 있으니

암자의 이름은 내은적이라.

산 깊고 물 또한 깊어

노니는 선객은 찾아오기 어렵다네.

동서에 누대가 있으니

물(物)은 좁아도 마음은 좁지 않다네.

청허라는 한 주인은

천지를 이불 삼아 누웠다네.

여름 날 솔바람을 즐기노니

구름은 청백으로 조화를 부리누나.

 

 

頭流有一庵

庵名內隱寂

山深水亦深

遊客難尋跡

東西各有臺

物窄心不窄

淸虛一主人

天地爲幕席

夏日愛松風

臥看雲靑白

 

― 《청허당집》 권1, 〈내은적〉

 

 

7. 5 선시

 

◈우사연등(芋社燃燈)

 

초의란 늙은 중이 먹에서 참선하여

등 그림자 심심(心心)에 먹 그림자 둥글었네

등 불꽃 베낼세라 그대로 한 번 도니

천연스런 연꽃이 불 속에서 솟아나네

 

 

草衣老衲墨參禪(초의노납묵참선)

燈影心心墨影圓(등영심심묵영원)

不剪燈花留一轉(부전등화유일전)

天然擎出火中蓮(천연경출화중연)

 

 

◈유초의선(留草衣禪)

 

눈앞의 조주차를 공짜로 마셔대고

손 속 에는 굳건히 범지화를 쥐었다네

외친 뒤에 귓문이 차츰차츰 젖어드니

봄바람 어드멘들 산가가 아니리오.

 

 

眼前白喫趙州茶(안전백끽조주다)

手裏牢拈梵志華(수리로념범지화)

喝後耳門飮箇漸(갈후이문음개점)

春風何處不山家(춘풍하처불상가) - 추사 김정희

 

7. 7 선시

 

◈추일만흥(秋日晩興) 3수

 

도황 해자 좋은 철을 서울에서 지내자니

기러기 나는 -원문 결- 가에 가을 흥이 끝이 없네

어정이라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에

갈매기 해방인 양 자유로이 조으누나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秋興無端鴈□邊(추흥무단안구변)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7. 7 선시

지붕머리 은하수라 유기는 빗겼는데

내일 아침 기쁜 일을 촛불 꽃이 알려주네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을 테니

길한 상서 집에 가득 밤빛도 하얗구나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喜事明朝占燭華(히사명조점촉화)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이끼 꽃 수도 없이 댓돌머리 솟아 나니

산 집의 제일 가을 짐작하고 남겠구만

석류 뒤 국화 앞에 구경거리 잇따르니

장원홍 저게 바로 풍류를 아울렀네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추사 김정희

 

 

 

◈초량(初涼)

 

 

능각진 봉우리는 여위고 푸르다면

슬슬한 가는 물살 깁 무늬 흐르누나

또렷또렷 먼 하늘에 외론 꿈 꼿꼿한데

여기저기 이슬 땅엔 온갖 벌레 가을 소리

 

楞楞山出瘦靑意(릉릉산출돌청의)

瑟瑟波明經縠流(슬슬파명경곡류)(縠=고운비단곡)

的的遙天孤夢直(적적요천고몽직)

頭頭露地百蟲秋(두두로지백충추)

 

◈민 행대장의 서장관 행차를 보내다

[送閔行臺丈書狀之行]

 

인생이 황하수를 건너지 못할진대

요연에 가 본 이도 그 또한 많지 않소

지구를 감돌자면 무릇 얼마나 될고

호도껍질 그 속에서 때 놓칠 걸 한탄하네

 

人生未得渡黃河(인생미득도황하)

看到遼燕亦不多(간도료연역불다)

繞出地毬凡幾許(요출지구범기허)

胡桃殼裏歎蹉跎(호도각리탄차타)

 

우통(尤侗) 시인 옛제 부른 죽지사를 읽어보면

우리 동방 사이와 다르단 걸 알았거든

사모라 판포를 다투어 곱게 보며

구주의 백성들이 곧 한관의 위의라고

 

尤家昔唱竹枝詞(우가석창죽지사)

解識吾東異四夷(해식오동이사이)

紗帽版袍爭艶看(사모판포쟁염간)

九疇人是漢官儀구주인시한관의)

 

 

때마침 이역에서 가을 바람 만난다면

좋은 국화 시든 난초 생각이 많을밖에

정녕히 알고말고 요양성 바깥 길에

돌아가는 제비가 오는 기럭 원망하리

 

恰從異域過秋風(흡종이역과춘풍)

佳菊衰蘭思不窮(가국애란사불궁)

 

 

 

 

 

 

 

 

선시 모음

1. 한산시(1) 한산은 깊어 내 마음이네 (寒山深 稱我心/한산심 칭아심) 寒山深(한산심) 稱我心(칭아심) 純白石(순백석) 勿黃金(물황금) 泉聲響(천성향) 撫伯琴(무백금) 有子期(유자기) 辨此音(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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