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에
공생대각중空生大覺中 여해일구발如海一謳發 유루미진국有漏微
塵國개종공소생皆從空所生 구멸공본무 황부제삼유
“허공이 대각 가운데서 생기게 된 것이 마치 바다에서 물거품이
하나 일어나는 듯하고, 미진같이 수없는 유루국토들이 모두 허공
을 의지하여 생겼다.
물거품이 소멸하면 허공도 본래 없거늘 하물며 다시 삼유가 있겠
는가? “각覺의 바다 그 성품性品은 맑고 둥글어 각覺이 원래 묘妙
하고 묘하도다.
원래 밝은 원명이 비추어 대상을 내나니 소所가 성립成立되고는
비추는 성품性品이 없어졌네.
대각大覺이 무엇이기에 온 우주를 다 감싸고 있는 저 넓은 허공이
대각 가운데서 나왔다고 하는가?
대각이란 사람들의 마음이다. 마음에서 허공이 생겼고 허공에 의지
하여 모든 세계와 온 우주가 다 존재한다.
허공은 대각에서 볼 때 큰 바다의 거품 한 방울이라 하였다.
그 거품이 금세 소멸하듯 본래 없는 그 허공까지 없는데, 우리가
의지해서 사는 삼유三有인 욕계 색계 무색계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다 환영幻影이요, 그림자이다.
그와 같이 삼계三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인생사人生事도
역시 환영이며 물거품이며 그림자이며 꿈속의 일이다.
그러나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상주법계常住法界는 부증불감과 거래가
영절한 중중무진연기가 있을 뿐이니 이것이 제법의 실상이다.
이 무진연기상의 일체 생명은 性相一如이며 물심불이物心不二여서
유정무정의 구별이 없고 생명은 유정무정의 총칭이다.
그러므로 무정설법을 들을 수 있어야만 생명의 참소식을 알게 되는
것이니 개개생명 전체가 절대여서 생명거래가 없는 것이다.
무정물도 항상 활동하고 있으니 바위도 무정물을 구성하고 있는
근본요소인 소립자들이 원자핵 안에서 돌아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허공이 그렇게도 광활하지만 진여법계에 비하면 대해의 일적에
불과하므로 허공이 대각 속에서 생기함은 대해의 물거품이 하나
일어남과 같다고 하였다.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전처실능유轉處實能由
수류인득성隨流認得性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라,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 구르고 구르는 곳마다 실로 능히 깊고
그윽하다.
흐름을 따라 성품을 득하면 기쁨도 또한 근심도 없느니라.”
이심이조 마라난 존자가 그의 이십삼조 학르나 존자에 설하여
오백 마리의 학鶴을 제도케 하신 송이다.
본 성품을 보아 견성한 삶은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에 빠져들거나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다.
『원각경』에
무변허공無邊虛空 각소현발覺所顯發이라.
이 허공계 온 우주가 모두가 내 것이니 마음 놓고 살아라.
무변허공도 각覺 즉 “이뭣고”의 시是에서 나툰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각성覺性이라는 마음 그릇은 이처럼 신령神靈한
것으로 신통묘용이 우리 앞에 현전現前하고 있는 것이다.
천지여아동근天地如我同根 만물여아동체萬物如我同體라,
하늘과 온 대지가 나와 한 뿌리인 생사가 없는 시是요,
삼라만상의 모든 물체가 나와 한 몸인 시是인데, 천당天堂은
갈 곳이요, 지옥地獄은 못 갈 곳이라면, 우주가 내 한 몸이요,
천당과 지옥이 내 한 집인데, 중생은 한 세계를 두 개로 갈라
놓고, 한 몸을 분신分身시켜 천당 지옥으로 나누어 보내고 있으니,
이것이 중생의 업연業緣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과수게過水愒(동산양개 선사 오도송)
절기종타멱切忌從他覓 초초여아소迢迢與我疎 아금독자왕我今獨自往
처처득봉거處處得逢渠 거금정시아渠今正是我 아금불시거我今不是渠
응수임마회應須恁麽會 방득계여여方得契如如
“밖에서 찾지 마라 갈수록 나에게서 멀어지나니, 나 이제 홀로가메
곳곳에서 그를 만나노라. 그가 바로 지금의 나이지만 나는 지금 그가
아니로다. 이렇게 깨달아야 바야흐로 진여와 하나 되리라.
‘나’는 주체적인 진아를 말하고 ‘그’는 그림자인 허깨비 나다.
우리의 육신이나 그림자는 생사가 없는 존재의 밑바탕인 진아의 환영에
불과한 것이다. 동산이 개울물을 건너다가 물속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자기의 실체를 견성見性한 것이다.
혜심慧諶의 대영對影 물에 비친 나
지변독자좌 지저우봉승
묵묵소상시 지군어불응
“고요한 연못가에 외로이 홀로 앉았는데, 잔잔한 물 밑에 우연히
또한 중僧을 만났네, 둘이 서로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만 지으니
마음과 마음이 비춰서 통하니 무슨 말이 소용이랴”
번뇌 망상이 소멸된 구름 거친 푸른 하늘과 맑은 호수가 하나 되어
말은 없어도 서로 바라보며 만년 미소 짓고 있는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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