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양유취사(良由取捨) 소이불여(所以不如) : 오직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지극한 도와) 한결같지 못하다.
사람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을 갖지 않고 살기는 매우 어렵고 사람마다 무엇을 취하고 버리는지는 다 다르지 않을까?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취하고 버리는 일을 잘하여 잘살고, 취하고 버리는 일을 잘못하는 사람은 못산다. 즉 취사심을 바르게 작용하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잘되고, 취사심이 바르게 작용되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일은 잘 풀려가지 못하고 불행하게 된다.
하면 어떤 사람의 취사심은 바르고 어떤 사람의 취사심은 바르지 못할까?
사실을 사실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탐욕이나 애욕을 멀리한 사람이기에 사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게 된다.
이들은 긴 것은 길다고, 단단한 것은 단단하다고 보고 긴 것은 긴대로 쓸 수 있는 곳이 보이고, 짧은 것은 짧은 대로 쓰일 곳이 보이게 됨으로써 버릴 것도 없고, 특별히 취할 것도 없게 된다.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이 취사심이 없는 마음이다.
이치가 이러하니, 사람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특별히 원하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보면 그 조건에 가려 취할 것과 버릴 것에 착각을 일으키게 되지만 특별히 원하는 선입견을 갖지 않고 사람을 보면 그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양유취사
소이불여
진실로 취사심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까닭에 그와 같지 못함이로다.
취사 또한 상대적인 것이지요.
위순, 순역, 간택, 증애, 취사 등으로 말미암아
불여 즉 본래의 마음대로,
지극한 도대로 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화엄경에서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고 했습니다.
심여공화사 (心如工畵師)
능화제세간(能畫諸世間)
오온실종생(五蘊悉從生)
무법이부조(無法而不造)
여심불역이(女心佛亦爾)
여불중생연(如佛衆生然)
응지불여심(應知佛與心)
체성개무진(體性皆無盡)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모든 세상을 다 그리네.
오온이 모두 마음으로부터 생기면
만들지 않는 것이 없네.
마음과 같이 부처도 또한 그러하며
부처와 같이 중생도 그러하네.
응당히 알라.
부처와 마음은 그 체성이 모두 끝이 없네.
“무엇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나.”
내 것을 만들려는 생각 때문에 내 것 아닌 것이 생겨나게 되므로,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내 것 아닌 것 없이 전부 내 것이 된다.
양유취사良由取捨, 취하고 버리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에 소이부여所以不如, 마음이 한결같지 않게 된다.
취하고 버리려 하는 마음 때문에 마음이 한결같지 않아서 괴로움이 생긴다는 뜻이다. 취할 때는 취하는 것에 거부감을 같지 말고, 버리게 되는 일을 당했을 때는 버리려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갖지 말고, 한결 같은 마음을 가져야 된다는 말이다.
취하는 것을 억지로 취하려 하지 않거나, 버리는 것을 억지로 버리려 하지 않게 되면, 곧바로 못마땅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로 말미암아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지게 되는 것이니, 이와 같이 마음이 한결같지 않으면 고통과 괴로움이 발생하게 된다.
또 좋은 것은 취하게 되고, 나쁜 것은 버리려 하는 마음 때문에, 좋고 나쁜 분별심이 생겨서 좋은 것은 나쁜 과보를 낳게 되고, 나쁜 것이 한번 생기게 되면 그 업습으로 말미암아 다음에 또 다시 나쁜 것이 반복하여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그 인과로 인하여 마음이 괴로워지게 된다.
만약 돈이 들어오면 들어올 때가 되었으니 들어오는 것임에도, 마음을 들뜨게 하거나, 즐거워서 호들갑을 떨게 된다면, 즐거운 만큼의 과보가 생기게 되면서 그 인과로 말미암아 돈이 나가게 되는 일이 반드시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인과 때문에 속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를 칭찬하는 말을 했을 때, 그 칭찬하는 말에 현혹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지고 마음이 즐거워지게 된다면, 이때의 과보로 인해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비방하게 되는 과보가 발생하게 되니, 기분이 매우 나빠지고 괴로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좋은 일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여여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나쁜 일도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여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느니, 이와 같은 마음을 중도심 이라고 한다. 따라서 좋은 것을 취하려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면 그 인과로 말미암아 나쁜 것이 생기게 되고, 이를 버리려 하는 마음이 또 다시 생기게 된다.
취하려 할 때 취하지 못하면 기분이 나빠지게 되고, 버리려 할 때 버리지 못하면 이 또한 기분이 나빠지게 되므로, 취사양유로 인하여 마음이 한결같지 않게 되는 것이니, 그 과보로 인해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들어오는 것은 인과 인연에 따라 반드시 들어오게 되어 있으니, 이를 억지로 취하려고 애를 쓰거나, 나가는 것 또한 인과 인연에 따라 당연히 나가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못 나가게 방해하거나 억지로 막으려 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취하는 것과 버리는 것에 있어서, 취한다고 좋아하고, 버린다고 싫어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곧바로, 인과에 걸리게 되고 따라서 취사가 자유롭지 못하여 괴로운 마음만 생길 뿐이다.
하여,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취할 때 자연스럽게 취하고, 버릴 때 자연스럽게 버려서, 취하거나 버리는 것에 대해 집착하거나 미련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괴로운 마음만 발생하게 되니, 늘 항상 들고 남에 있어서 초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진정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게 하기 위해서는 기도, 참선, 보시, 정진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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