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35

수행자 - 법정스님

수행자 진정한 출가 수행자는 세속적인 명예나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 안으로도 얻을 것이 없고 밖으로도 구할 것이 없어 마음은 진리에도 매이지 않는다. 수행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밖으로 흩어져 여물 기회가 없다. 침묵의 미덕이 몸에 배야 한다. 수행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하려는 이 말이 나 자신에게도 이롭고 듣는 쪽에도 이롭고 이 말을 전해 들을 제삼자에게도 이로운 말인가를... 수행자는 무엇보다 가난해야 한다. 자신의 분수와 가난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가난 속에서 도의 마음이 우러난다. ​ 가진 것이 많고 거느린 것이 많으면 출가의 뜻을 잃는다. ​ 늘 깨어 있는 것이 출가 정신이라면 물질의 더미에서도 깨어나야 한다. 수행자에게..

법정스님 2021.06.20

'자기 자신에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 법정스님

'자기 자신에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법정스님 이 법문은 2009.4.19 길상사 봄 법회에서 하신 법문을 변택주님이 정리한 것입니다. 눈부신 봄날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생애에서 이런 기회가 늘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한때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언젠가는 제가 이 자리를 비우게 되리란 걸 예상하게 됩니다. 오늘 만남을 고맙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길상사, 여기는 연등이 너무 많이 걸려서 꽃과 잎을 제대로 볼 수가 없는데, 꽃을 머금은 나무와 풀들은 이 봄을 맞아 저마다 자기 꽃을 활짝 펼치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처음 잎을 내보일 때는 저마다 특성에 따라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자기 ..

법정스님 2021.06.06

무심(無心) - 길상사 회주 법정스님

무심(無心) - 길상사 회주 법정스님 비오는 날 절에 오시느라고 힘들었겠습니다. 차 세울 곳도 마땅치 않고 장소도 협착한데 또 이렇게 만났습니다. 올해는 장마가 일찍 오는가 봐요. 그래서 저도 장마철에 땔나무를 몇일 전에 나무칸에 들여놓았습니다. 해마다 철마다 되풀이되는 장마이기에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될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이와같은 형식적인 대중법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모임에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떠버리고 있지만 제 성에도 차지 않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한 사람 한 사람 마주 바라보면서 묻고 대답하는 그런 과정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모임이 그립습니다. 길상사는 형편상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비오는 날 이렇게 텐트 속에 앉혀 놓고 여기 저기 ..

법정스님 2021.05.23

보왕삼매론 / 법정스님

오늘은 보왕삼매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신앙 생활은 끝없는 복습입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법문을 듣다 보면 대개 비슷비슷한 말씀 아닙니까. 신앙생활에 예습은 없어요.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지요.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까지 익혔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는 겁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보왕삼매론에 대해 많이 들었죠? 이제 복습 삼아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들었던 것 모두 잊으세요. 그건 과거사에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음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가 ..

선지식 2020.11.22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사람, 나의 스승 청화 스님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사람, 나의 스승 청화 스님 흠모(欽慕) / 청화 스님의 제자 성전 스님 불교방송 ‘행복한 미소’의 시그널뮤직을 타고 들리는 음성. “안녕하세요? 행복한 미소, 성전입니다.” 올해로 3년째 불교방송 ‘행복한 미소’의 진행을 맡고 있는 성전 스님은 그렇게 매일 아침 9시 5분이면 세상을 향해 말을 건다. 스님은 그에게 주어진 55분의 시간을 위해 먼 남해 용문사에서부터 달려온다. 이른 새벽부터 멘트를 다듬고 발음을 연습하고 청취자의 사연을 하나하나 챙기며 9시 5분을 준비한다. 스님은 어느덧 방송경력 5년차 베테랑 MC이다. 그의 방송을 들으면 그 중도의 미학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세련되거나 번지르르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설프거나 투박하지도 않은, 굳이 ..

청화스님 2020.11.22

[화엄논강] ① 화엄경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21세기 상생의 패러다임 (종범 스님)

[화엄논강] 21세기 상생의 패러다임 (종범 스님) ① 화엄경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자본주의와 자유시장 체제아래 첨예한 경쟁적 관계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으며, 분열과 대립 그리고 이분법적인 구도아래 ‘힘의 논리’가 세상의 일들을 좌우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기적 세계관을 가장 풍부하게 담고 있는 화엄경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도 배경에는 이 같은 까닭이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맞아 동화사가 교구본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하안거 결제 기간동안 화엄논강(華嚴論講)의 법석(法席)을 열어 교단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300여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된 첫 논강에서 논주(論主)종범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은 ‘화엄경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논제를 발표했다. 경전, 논서..

종범스님 2020.11.22

빛과 거울

빛과 거울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짐 지고 왔더니 고단해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끝은 차고 산골에는 이따금 눈발이 흩날린다. 아까 산길에서 비전(碑殿)에 사시는 성공(性空) 스님을 만났다. 80 이 가까운 노스님이 지게에 한짐 가득 땔감을 지고 가시는 걸 보고,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온유한 수행자의 모습에 숙연해졌다. 요즘은 밥짓는 공양주가 한 사람 들어와 다행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스님들 두 분이 손수 끓여 자시면서 지냈다. 정진 시간이 되면 거르지 않고 염불 소리가 뒤골에까지 메아리친다. 비전은 염불당(念佛堂)이기 때문이다. 성공 노스님은 ..

선지식 2020.11.08

한국불교의 화엄신앙과 간화선 수행

한국불교의 화엄신앙과 간화선 수행 “한국불교의 전통은 화엄신앙에 근거한 간화선이다” 지난 5월26일 본교 대학원에서 주최한 특강에서 총장 종범스님 이“ 한국불교의 화엄신앙과 간화선 수행”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교수님들과 대학원생은 물론 학부생들까지 참석하여 총장 스님의 강의를 들었다. 이 내용을 녹취하여 정리한다. 〈편집자주〉 ​ 한국불교는 화엄신앙을 근거해서 조명해야 정체성이 드러난다 태안 마애삼존불… 법화신앙 삼존불 서산 마애삼존불 주불은 석가모니불 한국불교신앙의 규식(規式)은 법화이고, 본질은화엄이다 태안마애삼존불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불상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삼존불의 형식면에서만 접근하여 한 분은 석가모니불이고 한 분은 아미타불이며 복판 의 작은 체구의 보살상을 주불로 해석했습니다...

종범스님 2020.11.08

법정스님의 8가지 가르침

1.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2.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3.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4.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선지식 2020.10.25

‘일기일회’(一期一會)

‘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 한번뿐인 만남을 누군가는 지나쳐버리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피워올린다. ​ ​ ​ ​ ​ ​ ​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스님 차茶의 세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이 있다.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인연이란 뜻이다. 개인의 생애에 볼 때도 이 사람과 이 한 때를 갖는 이것이 생애에서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여긴다면 순간순간을 뜻깊게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다면 범속해지기 쉽지만, 이것이 처음이면서 마지막 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무렇게나 스치고 지나칠 수 없다.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번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기간에 갖혀 새로운 시..

선지식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