懶翁和尙歌頌 나옹화상가송
翫珠歌 보배구슬 가지고 노는 노래
這靈珠極玲瓏 이 신령한 구슬은 지극히도 영롱하니
體徧河沙內外空 몸은 갠지즈 강의 모래알만큼 되면서도 안팎이 비었고
人人帒裏堂堂有 사람들의 몸뚱이 속에 당당히 있으면서
弄去弄來弄莫窮 이리 저리 가지고 놀며 끝이 없어라.
或摩尼或靈珠 마니주라 하기도 하고 신령스런 구슬이라 하기도하니
名相雖多體不殊 이름과 모양은 달라도 몸은 다르지 않네.
刹刹塵塵明了了 무수한 세계 어디서나 밝고 뚜렷하나니
還如朗月滿江秋 밝은 달이 가을 강에 가득 비치는 것과도 같네.
飢也他渴也他 굶주리는 것도 그것이고 목마른 것도 그것이니
知渴知饑不較多 목마름을 아는 것과 배고픔을 아는 것이 대단하지 않도다.
晨朝喫粥齋時飯 아침에는 죽을 먹고 낮에는 밥을 먹으며
困則打眠也不差 피곤하면 자는 것에 조금도 어긋남 없네.
差也他正也它 어긋나는 것도 그것이고 바른 것도 그것이니
不勞開口念彌陁 수고롭게 입을 열어 아미타불 외우지 않아도 되지.
若能着着無能着 만약 집착하고 집착하더라도 집착할 수 없나니
在世縱橫卽薩埵 세상에서 종횡으로 자유자재한 보살이라.
此心珠難把捉 이 마음의 구슬은 잡기가 어려우니
宛轉玲瓏難可得 빙빙 돌면서 영롱하여 얻기가 어려워라.
無相無形現相形 모습도 형태도 없으면서 모습과 형태를 드러내어
往返無蹤非可測 자취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 헤아리기 어려워라.
追不及忽自來 좇아가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느 듯 문득 절로 와 있고
暫到西天瞬目廻 잠깐 사이에 서쪽 하늘에 있다가 눈깜짝할 사이에 되돌아오네.
放則虛空爲袍內 내놓으면 허공을 다 둘러싸지만
收則微塵難析開 거두어들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티끌이 되지.
不思議體堅剛 생각으로 미치지 못하는 그 견고한 것을
牟尼喚作自心王 석가모니는 내 마음의 왕이라고 불렀네.
運用無窮又無盡 무궁무진하게 움직여 쓸 수 있는데도
時人妄作本自忘 사람들이 그 존재를 잊어버렸네.
正令行孰當頭 올바른 명령이 행해지면 누가 감당하리오?
斬盡佛魔不小留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부처든 마귀든 다 목을 베어라.
從玆徧界無餘物 이 온 세계에 남은 물건 없어지리니
血滿江河急急流 핏물이 강에 가득하여 세차게 흐르리라.
眼不見耳不聞 눈은 보지 않고 귀도 듣지 않으니
不見不聞眞見聞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이 참된 보고 들음이라.
箇中一箇明珠在 그 가운데 하나의 밝은 구슬이 있어
吐去呑來新又新 토하고 삼키니 끝없이 새로워지네.
或名心或名性 마음이라 하기도 하고 성품이라 하기도 하니
心性元來是緣影 마음과 성품이 원래가 인연의 그림자라.
若人於此卽無疑 만약에 사람이 여기에서 의심할 바가 없게 되면
自己靈光常冏冏 자기의 신령한 빛이 항상 환하리라.
或爲道或爲禪 도라 하기도 하고 선(禪)이라 하기도 하나
禪道由來是强宣 선이니 도니 하는 것은 억지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
實知師姑女人做 여인이 비구니가 된다는 것을 진실로 안다면
不勞擡步到那邊 수고로이 발을 들어서 저쪽으로 갈 필요가 없네.
也無佛也無魔 부처도 없고 마귀도 없으니
魔佛無根眼裏花 마귀든 부처든 근거가 없는 눈 속의 꽃1)이라.
常常日用了無事 늘 사용하면서도 아무 일 없으니
喚作靈珠也被訶 신령스런 구슬이라 부른다면 야단을 맞을 것이라.
1) 눈 속의 꽃 : 실재하는 꽃이 아니라 눈병이 나서 헛것으로 보이는 꽃.
也無死也無生 죽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으니
常踏毗盧頂上行 항상 비로자나 정수리 위를 밟고 다니네.
收來放去隨時節 거두어들이고 내놓는 것을 시기에 따라 하면
倒用橫拈骨格淸 뒤집어서 사용하든 가로질러 내놓든 뼈대는 맑도다.
也無頭也無尾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면서
起坐明明常不離 일어나든 앉아 있든 환하게 밝아 떠나는 일이 없네.
盡力赶他他不去 힘을 다해 쫓아내어도 떠나가지 않고
要尋知處不能知 있는 곳을 찾아보려 해도 알 수가 없네.
阿呵呵是何物 껄껄껄, 이 무슨 물건인고?
一二三四五六七 일이삼사오륙칠
數去飜來無有窮 숫자로도 세어보고 뒤집어서 보아도 다함이 없네.
摩訶般若波羅蜜 마하반야바라밀.
百衲歌 백번 기운 누더기의 노래
這百衲最當然 이 백번 기운 누더기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冬夏長被任自便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늘 편하게 입어 왔으니까.
䘥䘥縫來千萬結 옷깃마다 천 번 만 번 꿰매다 보니
重重補處不後先 겹겹이 기운 곳이 어디가 먼저인지 알 수가 없네.
或爲席或爲衣 어떤 때는 방석이 되고 어떤 때는 옷이 되니
隨節隨時用不違 시간과 때에 따라 어긋남이 없이 쓰이네.
從此上行知己足 이렇게 살다 보니 모든 것에 만족함을 알겠으니
飮光遺跡在今時 가섭의 남긴 자취2) 지금에 있구나.
2) 가섭의 남긴 자취 : 선불교의 연원이 가섭으로부터 시작한다.
一椀茶七斤衫 한 잔의 차, 일곱 근의 적삼3)
趙老徒勞擧再三 조주 늙은이는 쓸데없이 두 번 세 번 하였구나.
縱有千般玄妙說 비단 천 가지 현묘한 이야기가 있다 한들
爭似吾家百衲衫 어찌 우리 가문의 백번 기운 누더기 장삼만하리.
3) 화두의 종류.
此衲衣甚多宜 이 누더기 옷은 정말 매우 적합하니
披去披來事事宜 옷을 입고 벗음에 일마다 알맞구나.
醉眼看花誰敢着 취한 눈으로 꽃을 보니 누가 감히 집착을 하랴
深居道者自能持 깊이 도에 들어 사는 이는 스스로 능히 지닐 수 있네.
知此衲幾春秋 이 누더기를 입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던가?
一半風飛一半留 반은 바람 따라 날아가고 반만 남아 있구나.
獨坐茅菴霜月夜 서리 내리는 달밤 암자에 홀로 앉았으니
莫分內外混蒙頭 안팎을 분간할 수 없이 뒤섞였구나.
卽身貧道不窮 몸은 가난해도 도는 궁하지 아니하여
妙用千般也不窮 천 가지로 사용해도 다함이 없었지.
莫笑繿縿癡呆漢 옷이 헤진 바보같은 사람이라 비웃지 마소,
曾參知識續眞風 일찍이 선지식을 찾아 뵙고 참된 기풍을 이었네.
一鶉衣一痩筇 한 벌 메추라기같은 옷에 가녀린 지팡이 하나로
天下橫行無不通 천하를 횡행하여 가지 못한 곳이 없어라.
歷徧江湖何所得 강과 호수를 두루 다녀 무엇을 얻었는가?
元來只是學貧窮 원래는 다만 빈궁을 배웠을 뿐이네.
不求利不求名 이익도 구하지 않고 명예도 구하지 않아
百衲懷空豈有情 백번 기운 누더기에 생각을 비웠으니 무슨 집착 있으리오?
一鉢生涯隨處足 발우 하나로 살아가는 인생 가는 곳마다 만족하니
只將一味過殘生 이 하나의 맛으로 남은 인생 살아가리.
生涯足更何求 살아가는 것이 충족한데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可笑癡人分外求 어리석은 사람이 분수를 넘어 구하니 가소롭구나.
不會福從前世作 복이란 전생에 지은 업에 따르는 것을 알지 못하고
怨天怨地妄區區 하늘을 원망하고 땅을 원망하며 망령된 짓 일삼네.
不記月不記年 달이 가는지 해가 가는지 알지 못한 채
不誦經文不坐禪 경전도 읽지 않고 좌선도 하지 않네.
土面灰頭癡呆呆 얼굴에 흙을 바르고 머리에 재를 발라 바보가 되어
唯將一衲度殘年 누더기 하나로 남은 인생 살아가리라.
山居 산에서 살며
一鉢一甁一瘦藤 발우 하나 물병 하나 가느다란 지팡이 하나
深山獨隱任騰騰 깊은 산 홀로 숨어 마음대로 하며 사네.
携籃採蕨和根炙 바구니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채 삶기도 하지만
衲被蒙頭我不能 누더기를 머리까지 둘러쓰는 일 할 수가 없네.
我有眞空無事禪 나에게 진공(眞空) 무사(無事)의 선이 있으니
巖間倚石打閑眠 바위 사이 돌에 기대어 한가로이 잠을 자지.
有人忽問向奇特 어떤 사람이 특별한 무엇이 없는가 묻건만
一領鶉衣過百年 메추라기 꽁지처럼 헤진 옷 한 벌로 백 년을 보낸다오.
松窓盡日無塵鬧 소나무 보이는 창문엔 하루 종일 아무 번잡한 일이 없고
石槽常平野水淸 돌 물통은 항상 평온하고 고인 물도 맑아라.
折脚鐺中滋味足 다리 부러진 솥엔 맛있는 음식이 풍족한데
豈求名利豈求榮 어찌 명리를 찾고 영화를 구하리오?
白雲堆裏屋三間 흰 구름 쌓인 곳에 세 칸 집
坐臥經行得自閑 앉든 눕든 거닐든 절로 한가로와라.
磵水冷冷談般若 차가운 석간수는 반야를 이야기하며 흐르고
淸風和月遍身寒 맑은 바람은 달과 함께 온 몸을 시원하게 하네.
幽巖靜坐絶虛名 깊은 바위 속에 고요히 앉아 헛된 명성 끊고
倚石屛風沒世情 돌 병풍에 기대 앉으니 세속의 정이 사라지네.
花葉滿庭人不到 꽃과 잎이 사람 오지 않는 뜰에 가득하고
時聞衆鳥指南聲 때때로 들려오는 뭇 새소리는 나를 깨우치는 소리라.
深山竟日無人到 깊은 산 종일토록 오는 사람 아무도 없고
獨坐茅菴萬事休 암자에 홀로 앉으니 아무 일도 없구나.
三尺柴扉推半掩 조그만 사립문은 반쯤 닫혀 있고
困眠飢食任逍遙 피곤하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밥을 먹으며 자유롭게 지내노라.
我自居山不厭山 나 스스로 산에 살면서 산을 싫어하지 않으니
柴門茅屋異人間 사립문과 띠집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淸風和月簷前拂 맑은 바람과 달은 처마 앞을 스치고
磵水穿胸洗膽寒 석간수는 차가와 가슴을 뚫고 쓸개를 씻어 주네.
無端逐步到磎邊 그저 발 가는 대로 시냇가에 이르니
流水冷冷自說禪 흘러가는 차가운 물 절로 선(禪)을 이야기하네.
遇物遇緣眞體現 사물을 만나거나 인연을 만나거나 참된 본체가 드러나니
何論空劫未生前 아득한 과거, 부모가 나를 낳기 전을 따져 무엇하리오?
遊山 산에 노닐며
秋深投杖到山中 깊은 가을 지팡이 짚고 산 속에 이르니
巖畔山楓已滿紅 바위 곁 단풍나무 이미 가득 붉구나.
祖道西來端的意 서쪽에서 온 조사의 분명한 뜻
頭頭物物自先通 두두물물에 절로 먼저 통하네.
月夜遊積善池 달밤에 적선지(積善池)에 노닐며
信步來遊半夜時 한밤중에 발 가는 대로 노닐다 보니
箇中眞味孰能知 그 가운데 참된 맛을 누가 능히 알리오?
境空心寂通身爽 세상도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하니 온 몸이 상쾌한데
風滿池塘月滿溪 연못엔 바람이 가득하고 시냇물엔 달빛이 가득하네.
旱雨 가뭄에 비
旱逢甘雨孰無忻 가뭄에 단비를 만났으니 누가 기뻐하지 않으리오?
天下蒼生洗垢塵 천하의 푸른 생명들이 때와 먼지를 씻는구나.
百草開眉和滴舞 백 가지 풀이 눈썹을 열고 빗방울에 춤을 추며
千花仰口共珠新 천 가지 꽃이 입을 우러러 비구슬에 싱싱해지네.
農夫戴笠忙忙手 농부는 삿갓 쓴 채 부지런히 손 놀리고
菜女披蘘急急身 나물 캐는 아낙네는 도롱이 쓰고 급히 몸을 피하네.
見此萬般常式事 이 만 가지 일상의 일들을 보노라면
頭頭物物盡爲眞 사물 하나하나 참된 진리로다.
閑中有懷 한가한 시간에 생각이 나서
四十年前遊歷遍 사십 년 전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天台南嶽各留蹤 천태산으로 남악으로 자취를 남겼었네.
如今冷坐思量看 이제 와 차가운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四海叢林兩眼空 온 세상이 절이요 두 눈은 공(空)이로다.
蚊子 모기
不知氣力元來少 기력이 원래 적은 줄을 모르고서
喫血多多不自飛 피를 너무 많이 마셔 날지도 못하누나.
勸汝莫貪他重物 남의 소중한 물건 탐하지 말지니
他年必有却還時 다음에 반드시 되돌려 줄 때 있으리.
幻菴 환암(幻菴)
體若空花無處覓 허공 속의 꽃과 같아 그 실체를 찾을 곳이 없는데
六窓風月包淸虛 여섯 창문4)에 비쳐드는 바람과 달은 맑으면서 텅 비었네.
無中似有還非實 없는 속에 있는 듯하나 그것이 실체는 아니니
四壁玲瓏暫借居 영롱한 네 벽을 잠시 빌어 사노라.
4) 여섯 창문 : 사람의 감각과 의식의 여섯 가지 종류(눈·귀·코·혀·몸·생각)를
창문에 비유하였다. 보통 육근(六根)이라고 한다.
大圓 대원(大圓)
包塞虛空絶影形 허공을 다 둘러싸고도 그림자나 형체조차 없으니
能含萬像體常淸 만물을 다 품고 있으면서 그 본체는 항상 맑구나.
目前眞景誰能量 눈 앞의 진경을 누가 능히 헤아리리오?
雲卷靑天秋月明 구름 걷힌 푸른 하늘에 가을 달이 밝구나.
歇菴 헐암(歇菴)
萬緣放下便歸來 만 가지 인연을 다 내려놓고 돌아와 쉬나니
四壁淸風拂拂廻 네 벽에 맑은 바람 스쳐 돌아 나가네.
從此不須重拶着 이제 다시 집착할 필요가 없으니
窄容寬處坐堆堆 좁지만 넓은 곳에 꼿꼿이 앉아 지내노라.
無餘 무여(無餘)
南北東西虛豁豁 동서남북 사방이 다 텅 비고 넓기만 하니
十方世界更何遺 시방세계 그 무엇을 빠트리리?
虛空拍手囉囉哩 허공에 손뼉치며 라라리 노래 부르니
石女和聲舞不休 석녀(石女)가 따라 부르며 쉬지 않고 춤을 추네.
幻山 환산(幻山)
列在天邊體實空 하늘 끝에 늘어서 있으나 실체는 없는데
峰巒奇妙極玲瓏 봉우리가 기묘하여 지극히 영롱하구나.
看時似有無能得 볼 때는 있는 듯하나 잡을 수는 없으니
嶺上元來沒路通 고개 위로는 원래 통하는 길이 없도다.
谷蘭 곡란(谷蘭)
萬壑幽深巖石中 깊고 깊은 골짜기 바위 틈
馨香異草繞溪松 시냇가 소나무에 둘러싸인 기이한 향초.
重重曡疊千峯裏 겹겹의 천 봉우리 속에
忽地花開遍界通 홀연히 핀 꽃 온 세계로 통하네.
信菴 신암(信菴)
的的無疑親蹋着 명백하고 의심 없는 곳 친히 와 보니
六窓孤月再分明 여섯 창문에 외로운 달 더욱 분명하구나.
從玆不妄東西走 이제부턴 쓸데없이 동서로 내달리지 않으리니
小屋終年徹底淸 작은 집은 일년 내내 철저히 맑기만 하네.
一山 일산(一山)
萬像森羅未現前 삼라만상이 나타나기도 전
巍巍嶮峻四時寒 우뚝하고 험준하여 사시사철 차가왔네.
須彌大海都歸合 수미산과 큰바다가 모두 여기 와서 합해지니
獨鎭層尖別是關 홀로 층층의 뾰족함을 누르고 별도의 관문이 되네.
鐵門 철문(鐵門)
徹體渾鋼誰動着 온통 쇠덩어리로 된 것을 누가 움직이기나 하랴?
兩扉鎖定不同風 두 문짝이 짓누르고 있어 바람조차 통하지 않더니5)
還他鶻眼堅剛漢 저 송골매의 눈을 가진 굳건한 사나이가
一摑搥開驀得通 한번 박차고 열어제쳐 순식간에 통하게 하네.
5) 원문에는 ‘不同風’으로 되어 있으나, 의미의 맥락으로 볼 때 ‘不動風’의 잘못이
아닌가 한다.
虛菴 허암(虛菴)
四面元來無一物 사면이 원래 아무 것도 없으니
不知何處擬安門 문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這閒小屋空空寂 이 조그만 집이 텅 비고 고요한데
明月淸風掃白雲 밝은 달 맑은 바람이 흰 구름을 쓸어가네.
深谷 심곡(深谷)
極遠誰能到那邊 지극히 머니 누가 능히 그 곳까지 이르랴,
片雲橫掛洞門前 조각 구름만이 골짜기 입구에 걸쳐 있네.
其中勝境無人識 그 가운데 뛰어난 경치 아는 사람 없는데
明月淸風弄碧川 밝은 달 맑은 바람이 푸른 시냇물을 희롱하네.
雪嶽 설악(雪嶽)
玉屑霏霏一夜間 하룻 밤 사이에 옥가루가 펄펄 날리어
奇巖高聳白銀團 높이 솟은 기이한 바위가 하얀 은 덩어리로 변했네.
梅花明月何能比 밝은 달빛 속에 피어난 매화라 한들 여기에 비할손가?
疊疊重重寒更寒 겹겹이 펼쳐지고 차갑고 또 차갑구나.
默雲 묵운(默雲)
沈沈寂寂絶行蹤 말 없이 고요하여 행적이 끊어졌으니
豈揀東西南北風 어찌 동서남북의 바람을 분간할 수 있으리.
莫道他家無可說 그 집에 말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하질 마소,
有時包納大虛空 때로는 큰 허공을 다 둘러싸기도 한다오.
曉堂 효당(曉堂)
衆星殘處見前程 뭇 별들이 사라져 가는 곳에 앞길이 보이기 시작하니
一室寥寥內外明 방 하나 휑하니 비어 안팎이 환하구나.
從此昏雲消散盡 이제부터 어둠의 구름은 흩어져 사라지고
六窓風月自新淸 여섯 창문에 바람과 달이 절로 새롭고 맑구나.
無一 무일(無一)
東西南北蕩然空 동서와 남북이 모두 다 텅 비어 버렸으니
何物於中喚作宗 그 가운데 무엇을 일러 으뜸이라 할까?
吸盡虛空翻轉處 허공을 다 빨아들이고 몸 바꿔 나오는 곳
通天徹地足霜風 하늘부터 땅까지 서릿바람이 가득하구나.
玉磎 옥계(玉磎)
無瑕正體極玲瓏 티 없이 바른 것이 지극히 영롱하고
兩岸淸風細細通 양쪽 언덕에선 맑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네.
尺璧波光誰定價 커다란 보배구슬같은 물빛에 누가 값을 매기랴?
靈源深遠出無窮 깊고 먼 곳에서 신령스런 샘물이 끝없이 솟아나오네.
窄山 착산(窄山)
針錐不入細無間 바늘조차 들어갈 틈도 없는 비좁은 곳에
突出巍巍壓衆巒 우뚝하게 솟아서 수많은 봉우리를 제압하네.
豈只微塵含法界 어찌 다만 작은 먼지가 온 세계를 머금기만 하랴?
須彌芥納合成團 수미산이 겨자씨 속에 들어가 한 덩어리가 되었네.
月堂 월당(月堂)
玉蟾飛起海門東 바다 동쪽 나라6)에 옥 두꺼비7) 날아오르니
一屋寥寥四壁空 온 집이 텅 비고 사방의 벽도 고요하네.
光影有誰能辨的 빛과 그림자를 누가 능히 구분하랴?
六窓都是主人公 여섯 창문 모두가 주인공이로다.
6) 바다 동쪽 나라 : 고려를 말한다.
7) 옥 두꺼비 : 신화에 두꺼비가 달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옥은 아름답다는 의미로
붙은 수식어이다.
海雲 해운(海雲)
海廣無邊岸 넓은 바다 끝없는 언덕
雲多幾際中 구름이 많아 어디가 어디인지?
於斯驀得知端的 여기서 문득 분명하게 깨달으면
坐臥經行展古風 앉든 눕든 다니든 옛 기풍을 펼치리라.
無學 무학(無學)
歷劫分明若大虛 수많은 세월이 지나더라도 저 허공처럼 분명하거니
何勞萬里問明師 무엇 하러 만리길을 가서 밝은 스승에게 묻는가?
自家財寶猶難覓 자기 집에 있는 보배를 찾기가 오히려 어려우니
得髓傳衣枝上枝 골수를 얻어 의발을 전하는 것8)은 가지 위의 가지로다.
8) 제자에게 법을 전할 때 그 신표로서 옷과 발우를 전한다.
友梅 우매(友梅)
同心妙旨孰能歡 깊은 뜻을 함께하는 마음 누가 능히 기뻐할까?
雪裏淸香透室間 눈 속에 맑은 향기 방 안까지 풍겨오네.
唯有軒前松與竹 집 앞에 있는 소나무와 대나무만이
共他一樣耐霜寒 그와 함께 서리와 추위 이겨내는구나.
無聞 무문(無聞)
眼耳元來自沒蹤 눈과 귀는 원래 자취가 없는 것인데
箇中誰得悟圓通 그 속에 누가 깨달음을 얻어 두루 통하는가?
空非相處翻身轉 텅 비어 모습 없는 그 곳에서 몸 바꿔 나오면
犬吠驢鳴盡豁通 개 짖고 나귀 우는 데서 활연히 도를 통하네.
溪月軒 계월헌(溪月軒)
柳影松陰逐水流 버들 그림자 소나무 그늘은 물결따라 흐르건만
團團明月不肯隨 동글동글 밝은 달은 따르려 하지 않네.
幽深絶壑澄波裏 깊고 깊은 계곡의 투명한 물결 속에도 있고
和與淸風在檻頭 맑은 바람과 어울려 난간 끝에도 걸려 있네.
送幻菴長老謁師翁
연로한 스승을 뵈러 가는 환암(幻菴)9) 장로를 보내며
9) 환암(幻菴) : 고려 말의 승려 혼수(混脩, 1320~1392)의 호. 1370년(공민왕 19)에
나옹화상이 주관하여 공부가 많이 된 승려를 선발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혼수가 선발되었다. 왕이 요직에 앉히려 하였으나 사양하고 봉황산에 은거하
였다.
餘疑要決謁師翁 남은 의심 풀려고 연로한 스승 찾아뵙는 모습
倒握烏藤活似龍 지팡이 거꾸로 잡고 용처럼 펄펄하구나.
徹底掀飜明白後 철저히 뒤흔들어 명백해 진 다음에는
大千沙界起淸風 온 세계에 맑은 바람이 일어나리라.
送宗禪者參方
이곳 저곳 다니기 위해 떠나는 종(宗) 스님을 보내며
烏藤倒握參方去 지팡이 거꾸로 잡고 여러 지방으로 떠나가니
天下叢林自作家 세상의 절간이 다 자기 집이 되리라.
心裏深藏無價寶 마음 속에 값이 없는 보배를 간직하고
東西南北任緣過 동서남북으로 인연 따라 다니리.
送珠侍者 주(珠) 시자를 보내며
萬里參方意莫窮 만리 여정 떠나자니 끝없는 생각
切忌海外覓他宗 바다 너머 다른 종파를 찾아서는 아니 되네.
烏藤未握前提起 지팡이를 잡기 전에 생각해 보세
彼處虛空此處空 저 곳의 땅도 공(空)하고 이 곳 또한 공하나니.
送谷泉謙禪師遊方
여러 지방으로 다니기 위해 떠나는 곡천(谷泉)의 겸(謙) 선사를 보내며
本自圓成不在言 본래부터 원만히 이루어져 말에 있지 않거늘
何勞開口爲君宣 무엇하러 수고스럽게 그댈 위해 구구히 말하겠는가?
烏藤倒握翻身轉 지팡이 거꾸로 잡고 몸 바꿔 보면
爲月爲雲去又還 달이 되고 구름이 되어 가고 또 돌아오리라.
送寬侍者 관(寬) 시자를 보내며
一衲隨身冬夏過 누더기 하나로 겨울 여름 다 지내고
一條烏杖辨西東 한 가닥 지팡이로 서와 동을 분간했네.
其中深志誰能識 그 가운데 깊은 뜻을 누가 능히 알리오?
穿耳胡僧暗自通 귀를 뚫은 오랑캐 중10)이 가만히 알아채리라.
10) 달마를 말한다.
送心禪者參方
여기 저기 다니러 떠나는 심(心) 스님을 보내며
參方問道別無他 여기 저기 다니면서 도를 묻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只要當人直到家 바로 그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함이라.
打碎虛空無一物 허공마저 쳐부수어 한 물건도 없게 하면
百千諸佛眼中沙 백 천의 모든 부처가 눈[眼] 속의 모래가 되리.
瓊禪者 求偈 경(瓊) 선자가 게송을 부탁하기에
不知不覺忽拶透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질곡을 벗어나면
大地山河顚倒走 산하 대지가 뒤집어져 내달리고
水底火發燒虛空 물 밑에서 불이 일어나 허공을 태우며
草木叢林師子吼 숲 속의 절에선 사자의 울음 소리 들리리.
修禪者 求偈 참선하는 이가 게송을 구하기에
了得身心本自空 몸과 마음이 본래 공함을 확실히 알게 된다면
何妨隨處展家風 가는 곳마다 자신의 가풍을 펼쳐도 무방하리라.
雖然物物明明現 물물마다 밝고 밝게 드러나지만
更覓來由又沒蹤 그 유래를 찾으려 들면 자취가 사라지리라.
仁禪者 求偈 인(仁) 선자가 게송을 구하기에
應物明明見則空 사물에 응하여 밝고 밝지만 보려 하면 아무 것도 없으니
塵塵刹刹用無窮 어느 곳 어디에서든 그 쓰임이 무궁무진하구나.
於斯不覺開雙眼 여기에서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이 뜨이나니
虎穴魔宮活路通 호랑이 굴과 마귀 궁전에서도 살 길이 트이리라.
唐道元 求偈 중국사람 도원(道元)이 게송을 청하기에
參禪只在起疑團 참선이란 다만 의심 덩어리를 일으키는 것
疑去疑來似火團 의심하고 의심하기를 불덩어리같이 해야지.
不覺全身都放下 자기도 모르게 온 몸을 놓아버릴 때
大千沙界一毫端 우주가 하나의 터럭 끝에 있으리라.
鈴禪者 求頌 령(鈴) 선자가 게송을 청하기에
豎起脊梁急着鞭 등뼈를 세우고 급히 채찍질하여
要明空劫未生前 이 세상이 생겨나기 전의 소식을 밝혀야 하리.
忽然一拶虛空裂 문득 한번 들이쳐서 허공이 찢어지면은
無脚鐵牛走大千 다리 없는 무쇠소가 온 우주로 내달리리.
慧禪者 求頌 혜(慧) 선자가 게송을 청하여
割愛辭親特出來 사랑을 끊고 어버이를 떠나 출가를 하였으니
工夫逼拶直無疑 세차게 공부하여 곧바로 의심이 없게 하라.
命根頓斷虛空落 생명의 뿌리가 문득 잘리고 허공이 떨어질 때에
六月炎天白雪飛 한여름 뜨거운 하늘에서 흰 눈이 날리리라.
心禪者 求頌 심(心) 선자가 게송을 구하기에
學道無多子 도를 공부하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으니
當人決定心 그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는 데 있네.
忽然都放下 홀연히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物物是知音 물물마다 다 나를 알아주는 벗이 되리라.
普禪者 求頌 보(普) 선자가 게송을 구하기에
本自天然非造作 본래부터 저절로 된 것이지 만들어 낸 것이 아닌데
何勞向外別求玄 어찌 힘들게 바깥에서 따로 깊은 이치 찾는가?
但能一念心無事 다만 능히 일념으로 마음에 일이 없으면 되니
渴則煎茶困則眠 목 마르면 차를 끓이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네.
示李少卿 이소경11)에게 보임
11) 소경(少卿) : 종4품 벼슬 이름.
誤聽虛名遠遠來 헛된 명성 잘못 듣고 저 멀리서 오셨으니
誠心極處免輪廻 성실한 마음이 지극한 곳에서 윤회를 면하리라.
莫分僧俗與男女 승속과 남녀를 가릴 것 없이
一擲翻身正眼開 한번 던져 몸이 바뀌면 바른 눈이 열리리라.
示辛相國廉 재상 신렴(辛廉)에게 보임
一別神光再不逢 신광사(神光寺)12)에서 한번 이별한 후 다시 만나지 못하여
多年相憶在心中 여러 해 동안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今朝驀面相看笑 오늘 아침 문득 만나 서로 보고 웃으니
深意誰能敢得通 그 깊은 뜻 누가 알 수 있으리.
門前一路透長安 문 앞에 한 가닥 길은 서울로 통하는데
何故人人自不還 무슨 까닭으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지.
忽覺眉毛橫眼上 문득 눈 위에 가로지른 눈썹을 깨닫는다면
不勞修道得心歡 힘들여 도를 닦지 않고도 기쁜 마음 얻으리라.
12) 신광사(神光寺) : 황해도 해주에 있던 절. 나옹화상이 중국에서 돌아온 후 왕의
요청으로 이 절에 머물면서 후학을 가르쳤다.
示杏村李侍中(巖) 행촌(杏村) 이암(李巖)13)에게 보임
13) 이암(李巖) : 1297년에 태어나 1364년에 서거하였다. 호가 행촌(杏村)이다. 17세
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생활을 하였으나 57세에 청평산에 입산 수도하였다.
이 때 나옹화상과 교류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다시 환속하여 관직 생
활을 하였다.
大地春廻刹刹融 대지에 봄이 오니 곳곳마다 온화하여
杏花村裏景無窮 살구꽃 핀 마을에 경관이 무궁하구나.
南來燕語通閑室 남쪽에서 온 제비 소리는 한적한 방에까지 들리고
北往鴻聲透靜空 북쪽으로 가는 기러기 소리는 고요한 허공을 뚫네.
雨洗桃紅宣妙理 비는 붉은 복숭아꽃을 씻으며 묘한 이치 설하고
風吹梨白振玄宗 바람은 하얀 배꽃에 불어 깊은 진리 펼치네.
塵塵齊唱西來意 온갖 사물마다 일제히 달마의 뜻을 부르짖는데
何處勞勞覓祖翁 어디로 가서 수고롭게 조사를 찾으리오?
示朴成亮判書 판서(判書)14) 박성량(朴成亮)에게 보임
14) 정3품 벼슬 이름.
提起話頭末後句 궁극의 진리 담은 화두를 들어
翻來覆去起疑情 뒤집고 또 뒤집으며 의심을 일으키라.
疑來疑去無疑處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의심이 없는 곳에 이르면
掇轉虛空笑一聲 허공을 뒤흔드는 웃음 소리 들리리라.
警世外覓者 바깥에서 찾는 자를 경계함
信得家中如意寶 집 안의 여의주를 믿으면
生生世世用無窮 세세생생 무궁하게 사용하리라.
雖然物物明明現 비록 물물마다 환하게 드러나지만
覓則元來卽沒蹤 찾으려 들면 자취가 사라져 버린다네.
人人有箇大神珠 사람마다 큰 신비로운 구슬이 있으니
起坐分明常自隨 일어나거나 앉거나 분명하여 항상 자기를 따른다네.
不信之人須着眼 믿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이렇게 착안할지니
如今言語是爲誰 지금 말을 하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住淸平山偶題 청평산(淸平山)15)에 있으면서 우연히 지음
15) 청평산(淸平山) :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산. 1370년 무렵에 나옹화상이 청평산의
청평사(淸平寺)에 있었던 적이 있다.
江湖歷盡十餘年 여기 저기 두루 다닌 지 십 여 년
驀得胸中自豁然 문득 가슴 속이 절로 확 트임을 얻었네.
有問淸平成底事 청평산에서 이룬 일을 누가 묻는다면
飢喰渴飮困安眠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피곤하면 잔다고 하네.
臨移棲寄同袍 옮겨 살게 되면서 동료들에게 보임
春至雁飛從塞北 봄이 되면 기러기는 북쪽으로 날아오고
秋來依舊向南歸 가을이 되면 늘 그러듯이 남쪽으로 돌아가네.
道人行李皆如此 도인의 삶도 모두 이와 같으니
身去身來更不疑 몸이 가고 몸이 옴에 다시 의심이 없도다.
寄廣州牧使 광주(廣州) 목사(牧使)16)에게 드림
16) 목사(牧使) : 정3품에 해당하는 지방행정조직 책임자.
萬事憑君好細看 만사는 그대에게 달려 있으니 자세히 보시기를
夢中浮世大無端 꿈 속의 뜬 세상 아무 까닭 없도다.
百年擾擾閑榮辱 부질 없는 영욕에 백년 동안 요란을 떨어도
只在儂家一瞬間 우리 집안에선 한 순간이라 여기노라.
自讚 자찬
咄這村僧 쯧쯧, 이 시골 중아
一無可取 취할 것이 하나도 없구나.
細細看來 자세히 살펴 보면
行無毛分 털끝만큼의 행실도 없구나.
面似慈悲 얼굴이야 자비스러운 듯 보이지만
心中最毒 마음 속은 몹시 악독하도다.
謗佛謗法 부처와 법을 비난하니
過犯漫天 그 잘못이 하늘까지 넘친다.
其施汝者 너에게 보시하는 자는
不名福田 복전(福田)17)이라 부르지 않고
供養汝者 너에게 공양하는 자는
墮三惡道 삼악도(三惡道)18)에 떨어지리라.
17) 복전(福田) : 수행의 공덕이 있는 자는 보시를 받으면 그 복을 키워서 돌려주는
능력이 있다고 하여 ‘복전’이라 한다.
18) 삼악도(三惡道) : 죄를 지으면 지옥에 태어나거나 아귀·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當胸措手像如人 가슴을 만져보면 사람처럼 생겼으나
肚裏元無一點眞 배 속에는 한 점 참됨이 없도다.
罵佛謗僧心最毒 부처와 수행자를 모독하니 마음이 몹시 독하며
至今不得露全身 지금까지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였도다.
咄這擔板漢 쯧쯧, 이 널빤지를 짊어진 사람19)이여!
嗔恚癡不除 성냄과 어리석음 제거하지 못했구나.
心意識顚倒 마음과 의식이 뒤집어져
談禪信口開 입에선 나오는 대로 선에 대해 말하니
舌頭胡亂埽 혀 끝이 소란스럽기만 하네.
未嘗寂寂入禪定 일찍이 고요하게 선정에 들어본 적도 없고
終日波波廊下走 종일토록 분주하게 회랑 아래로 내달리네.
爲人把鼻亦好笑 남에게 코가 잡혀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更不容人謾開口 남이 함부로 입을 여는 것은 또 용납하질 않네.
盲枷瞎棒用無時 맹목적으로 방망이를 아무 때나 사용하며
是與不是辟脊僂 옳든 그르든 곱사등이를 배척하네.
19) 널빤지를 짊어진 사람 : 한쪽만 보고 다른 쪽은 보지 못하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
打破虛空出骨 허공을 때려 부수어 뼈다귀를 빼내고
閃電光中作窟 번쩍하는 번갯불 속에 굴을 만드네.
有人問我家風 누가 우리 가풍을 묻는다면
此外更無別物 이 밖에 다른 물건이 없다고 하리라.
參見指空 지공(指空)화상을 찾아 뵙고 나서20)
喪亡自宗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렸군.
咄這瞎漢 쯧쯧, 이 눈먼이여!
反入羅籠 도로 그물망 속으로 빠져드는구나.
20) 나옹화상은 원(元)나라로 들어가 지공화상을 만나 가르침을 청하였다. ■
[출처] 懶翁和尙歌頌 나옹화상가송|작성자 실론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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