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涵虛堂得通和尙語錄 함허당득통화상어록

수선님 2023. 7. 30. 12:54

涵虛堂得通和尙語錄 함허당득통화상어록

般若歌 반야의 노래

有心求處元無迹 마음을 가지고 찾아보면 아무런 흔적 없고

不擬心時常歷歷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항상 또렷해.

於中坐臥及經行 그 가운데 앉고 눕고 걸어다니지만

不須擬心要辨的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분명해지네.

閑則閑閑忙則忙 한가하면 한가하고 바쁘면 바쁘며

困來伸脚飯來噇 피곤하면 다리를 뻗고 먹을 때는 먹는다.

不離日用常無事 늘 쓰고 있으면서도 항상 일이 없으니

一道寒光無處藏 한 줄기 차가운 빛도 감출 곳 없어라.

長靈一物在目前 신령한 한 물건이 눈 앞에 있으니

亦能同地亦同天 또한 능히 땅과 같고 하늘과 같도다.

眼見耳聞無聲色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나 소리와 빛은 없고

展去廻來常寂然 펼쳐지기도 하고 되돌려지기도 하지만 항상 고요하네.

一身圓含十方空 하나의 몸이 시방세계를 두루 포함하면서 비었고

一念能令十世融 하나의 생각에 십세(十世)1)가 다 녹아들어 있나니

四聖六凡都在裏 수많은 성인과 범인이 모두 그 속에 있고

塵沙劫海不離中 티끌이나 모래알같이 많은 겁의 세월이 거기서 벗어나지 않네.

1) 십세(十世) : 과거·현재·미래의 삼세를 다시 각각 과거·현재·미래로 나누고,

그 전체를 아울러 십세라 한다.

甚深十二諸經律 깊고 깊은 모든 경전과 계율

道儒百家諸子述 도가, 유가, 제자백가의 저술

世與出世諸法門 세간과 출세간의 모든 법문

盡從這裏而演出 그 모든 것이 여기로부터 펼쳐져 나왔네.

如彼大虛無不括 저 큰 허공과 같이 감싸지 못하는 것이 없고

亦如日月遍塵刹 또한 해와 달처럼 온 우주에 두루한다.

莫問緇素與尊卑 승려와 속인, 존귀한 이와 비천한 이를 불문하고

摠向彼中同死活 모두가 그 가운데서 함께 죽고 사는 것이라.

無相無名若大虛 모습도 없고 이름도 없어 큰 허공과 같으나

我師權號波羅蜜 우리 스승께서 임시로 바라밀이라 하였네.

摩訶般若波羅蜜 마하반야바라밀

了了見時無一物 또렷하게 볼 때에 그 어떤 한 물건도 없네.

山河大地等空華 산과 강과 땅이란 허공 속의 꽃과 같고

殊相劣形同水月 잘났거나 못났거나 물 속의 달과 같네.

法法無根摠歸空 모든 존재 는 뿌리가 없어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니

獨有此空終不滅 오직 이 공만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네.

今於何處見眞機 지금은 어디에서 참된 기틀 볼 것인가?

月落雲生山有衣 달 지고 구름 생겨 산에다 옷을 입혔네.

眼辦自肯人何限 보면 아는 것인데 남들이 어떻게 할 것이며

耳咡如聾數難知 귀로 들어도 귀머거리같다면 알아차리기 어려우리라.

得之不易守尤難 얻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우니

動靜須敎體常安 움직이든 가만히 있든 몸을 항상 편안히 하라

虛空誰着一毫許 허공에 누가 터럭 하나 붙여 놓았는가?

自有氷輪萬古寒 저절로 얼음바퀴2)가 있어서 만고에 서늘하리라.

2) 달을 가리키는 말이다.

祗因眼翳礙虛明 다만 눈이 가려져서 텅 비고 밝은 것을 보지 못하니

妄見空花競崢嶸 망령되이 허공의 꽃이 다투어 번성함을 보네.

但向眼中除幻翳 다만 눈 속에 가려진 것만 없애면 되나니

空本無花廓爾淸 허공에는 본래 꽃이 없고 텅비어 맑기만 하네.

客夢破猿啼歇 나그네의 꿈이 깨어지고 원숭이 울음도 그치자

滿目淸風與明月 눈 가득히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

幾人買了還自賣 몇 사람이나 샀다가 스스로 되팔았는가?

無限風流從玆發 무한한 풍류가 여기에서 생겨나네.

自慶吟 스스로 기뻐하는 노래

無私一句 사사로움이 없다[無私]는 한 마디는

聖凡皆具 성인이든 범인이든 다 가지고 있는 것.

體絶偏圓 그 본체는 원만함도 치우침도 아니요

相離規矩 그 모습은 규칙을 떠났네.

遇物遇緣 물건을 만나건 인연을 만나건

覿面呈露 직접 대면하면 드러나네.

髣髴依俙 엇비슷하고 흐릿한 모습이라

尋之罔指 찾아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네.

曾以色身 일찍이 물질의 몸이

爲我眞身 나의 진짜 몸인줄 알았지만

今觀此身 지금 이 몸을 보면

是幻非眞 환상이지 참이 아니라네.

眞身絶相 참된 몸은 모습을 떠나 있고

大無限量 그 양이 무한히 크나니

但云空寂 다만 공적(空寂)이라고 하기는 하나

寂亦非寂 공적 또한 공적이 아니로다.

曾以緣心 일찍이 반연하는 마음이

爲我眞心 나의 참마음인 줄 알았지만

心亦如身 마음 또한 몸과 같아서

是影非眞 그림자이지 참이 아니라네.

眞心絶慮 참마음은 생각을 떠나 있고

窮元無處 어떠한 곳에도 있지 않나니

但云靈知 다만 신령스런 앎[靈知]이라고 하기는 하나

知亦非知 이 또한 올바른 앎이 아니라네.

曾於目前 일찍이 눈 앞에

萬狀摐然 만 가지 모습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나

今於目前 이제 눈 앞에는

一切寂然 일체가 고요할 뿐이라네.

不二而二 둘이 아니면서 둘이고

相相有異 모습과 모습이 서로 다르지만

異而還同 다르면서도 같아서

同歸一致 똑같이 하나로 돌아간다네.

曾謂我身 일찍이 나의 몸이

不同佛身 부처님의 몸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今觀我身 이제 내 몸을 보니

亦同佛身 또한 부처님의 몸과 똑같구나.

自身他身 나의 몸과 남의 몸이

同是一身 똑같이 하나의 몸이니

物物齊觀 사물과 사물을 평등하게 보고

中無異身 그 가운데 다른 몸은 없느니라.

曾謂佛知 일찍이 부처님의 지혜는

待滿三祗 무한한 세월을 기다려야 이룬다고 생각했지만

刹那廻機 찰나의 한 순간으로 되돌아오면

與聖同歸 성인과 똑같은 경지가 된다네.

處凡自屈 범속함에 처하여 스스로 비굴한 것은

只因逐物 다만 사물을 좇기 때문이지.

但不生情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만 않는다면

卽心是佛 마음이 곧 부처라네.

曾謂佛地 일찍이 부처님의 경지는

信己卽是 자기를 믿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八風吹倒 여덟 가지 바람[八風]3)이 불어 닥치면

茫然失路 아득히 길을 잃고 만다네.

3) 여덟 가지 바람[八風]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여덟 가지 일. 이익과 손해, 명예

와 불명예, 칭찬과 비난, 괴로움과 즐거움.

路正風息 길이 바르고 바람이 멎으면

須憑觀力 보는 힘에 의지해야 하네.

我依正觀 내가 바르게 보는 힘에 의지하면

心得漸安 마음이 점차 편안해진다네.

曾謂神用 일찍이 신령한 쓰임은

悟則便用 깨달으면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始知初心 비로소 알았네, 처음 마음[初心]은

難呈妙用 묘한 쓰임[妙用]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것을.

負重致遠 무거운 것을 지고 멀리 가는 일은

非兒堪願 아이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頗經歲月 상당한 세월을 지나야만

任運自健 굳건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네.

緬思已過 생각을 하면 이미 지나쳐버리니

幾被佛訶 부처님의 꾸중을 들을 것이라.

何不廻心 어찌 마음을 돌려

流浪至今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지 않는가?

幸逢了義 다행히 뚜렷한 뜻[了義]을 만나게 되면

以慶以嘳 기뻐하고 감탄하게 될 것이라.

不因此遇 이러한 경우를 만나지 않고는

焉知正路 어떻게 바른 길을 알리오?

卓爾末由 우뚝하나 그 까닭이 없으니

知不可謳 노래할 수 없음을 알리라.

爲引癡孩 어리석은 아이를 끌어안기 위하여

强顔開懷 표정 지어 가슴을 여네.

日午幽齋 궁벽한 집에 한낮이 되어

自吟自諧 스스로 시를 짓고 스스로 답을 하네.

吟罷廻看 시를 읊고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月上蒼崖 푸른 언덕에 달이 솟았네.

答仁同守 인동(仁同)4) 부사(府使)에게 답함

4) 인동(仁同) : 경상북도 구미시와 그 인근 지역 일대를 포함한 지역 명칭. 고려 초

에 현(縣)이었다가 조선 선조 때 도호부(都護府)가 되었고, 고종 때는 다시 군

(郡)으로 되었다가 1914년에 칠곡군에 편입되었다.

蘇黃去後 謂爲無人 得書知以道相契, 信知代不乏人也. 道契則霄壤共

處, 趣異則覿面楚越. 某與明宰 雖未嘗承顔接論 以道相契故 一如舊

交遊看待. 來棲嶺南 已逾年矣, 無有一箇以道通信者 今方始得華緘 添

得禪悅法喜之樂 多矣. 謹次佳韻 以發千里一笑.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5)이 죽은 이후 시인이 없다고들 하지만 글을 받

아보고 도가 서로 맞음을 알았고, 대대로 사람이 없지 않다는 점을 믿게 되

었습니다. 도가 서로 맞으면 하늘과 땅 만큼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 있는 것

이며, 취향이 다르면 얼굴을 보고 있어도 서로 먼 다른 나라에 있는 것과 마

찬가지입니다. 저는 현명한 사또와 비록 일찍이 얼굴을 뵙고 말씀을 나눈

적은 없으나 도가 서로 맞는 까닭에 한결같이 오랫동안 교유한 것처럼 대하

였습니다. 영남에 와 계신지 이미 해를 넘겼습니다만, 여태까지 도로써 서로

교신한 적이 없다가, 이제 비로소 서신을 받잡고 선(禪)과 법(法)의 기쁨에

커다란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삼가 아름다운 시에 화답하오니 먼 곳에서

한번 웃고 마시기 바랍니다.

5)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 : 중국 송(宋)나라의 대표적인 시인들이다.

一封華札落雲間 한 통의 편지가 구름 사이에서 떨어져

開坼猶如舊日顔 열어보니 옛날 얼굴 그대로군요.

時處己能知一貫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지 한결같음을 알겠으니

多君無事自安閑 많은 분들 일 없이 저절로 편안하고 한가하겠군요.

一念五陰會也未 한 생각이 오음임을 아시는지요?

甄明更與老僧看 확실히 안 곳을 다시 노승과 함께 보시지요.

忘機契理誠難得 기틀을 잊고 이치에 계합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

一念猶存隔亂山 어지러운 산을 저만치 두고 한 생각은 그대로 있지요.

遊神勒 신륵사(神勒寺)에 노닐며

衆山迢遞一江深 뭇산들 끝없이 이어지고 한 줄기 강은 깊은데

殿閣崢嶸萬樹林 우뚝한 전각 수많은 나무 숲.

江月軒明江月下 강월헌(江月軒)이 강 위의 달빛 속에 밝으니

始知江月昔年心 비로소 알겠구나 강 위의 달이 예전의 그 마음임을.

山下長江江上軒 산 아래 긴 강, 강 위의 정자

軒中趣味孰能傳 이 정자의 멋을 누가 능히 전할까?

徘徊不覺春陽晩 배회하다 보니 봄 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네

雲淨波澄月滿天 깨끗한 구름 맑은 파도 하늘 가득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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