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

白雲和尙語錄 백운화상어록

수선님 2023. 7. 2. 13:18

白雲和尙語錄 백운화상어록

居山 산에 살며

夢幻年光過耳順 몽환 같은 세월 60년을 지났으니

孤山村塢也相宜 고산암(孤山菴)1) 시골 마을이 적당하리라.

飢來喫食困來睡 배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자니

李四張三都不知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네.

1) 경한이 김포에 있는 고산암에 주석한 것은 71세 때인 1369년이다.

一念不生全體現 한 생각 생겨나지 않으니 전체가 드러나는데

此體如何得喩齊 이 본체를 어떻게 비유할 수 있을까?

透水月華虛可見 물에 비치는 달빛은 비어도 볼 수가 있지만

無心鑑象照常空 무심(無心)의 거울에 비치는 상은 항상 공(空)이라.

洞中流水如藍染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쪽빛에 물든 것같고

門外靑山畫不成 문 밖의 청산은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것.

山色水聲全體露 산색과 물소리 전체가 드러나니

箇中誰是悟無生 그 가운데 누가 무생(無生)2)을 깨달을까?

擧杖云 認着依前 주장자를 들고 이른다. “이와 같이 알면 틀린다.”

還不是

2) 무생(無生) : 모든 법의 실상은 생멸이 없다는 이치.

山靑靑水綠綠 산은 청색이요 물은 녹색이며

鳥喃喃花蔟蔟 새는 재잘거리고 꽃은 모여 피었네.

盡是無絃琴上曲 이 모두가 줄 없는 거문고의 연주이니

碧眼胡僧看不足 달마스님도 보고 또 보고 했었지.

黃花翠竹非他物 누런 꽃 푸른 대가 남의 것이 아니며

明月淸風不是塵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은 번뇌가 아니라네.

頭頭盡是吾家物 세상 만물 모두가 내 집의 것이니

信手拈來用得親 손 가는 대로 집어서 편하게 쓰면 된다오.

孤山山下好養身 고산(孤山) 산 아래가 몸을 기르기 좋으니

米賤柴多足四隣 쌀값도 싸고 땔나무도 많고 사방의 이웃도 넉넉하도다.

無心野老機關少 무심한 시골 늙은이 순박하다 보니

家火從他乞與人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것 도로 남에게 주네.

黃面瞿曇不良久 석가모니도 오랫동안 말 없이 계시지 않았고

室中維摩亦不默 유마거사 역시 침묵하지 않았지.

恰似吹毛新發硏 흡사 새로 단련한 취모검(吹毛劍)3)과 같아서

外道天魔覰不得 외도나 마귀따위는 넘보지도 못한다네.

3) 취모검(吹毛劍) : 털을 갖다대고 불기만 해도 잘려버리는 예리한 칼. 번뇌를 단

숨에 잘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선승의 뛰어난 능력을 비유한다.

結芧於孤山山下 고산 산 아래에 띠집을 지어

飢來喫食困來臥 배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누워자네.

冬夜夜寒覺夜長 겨울밤 날이 차가우니 밤도 길게 느껴져

煨取柴頭三兩箇 장작 두 세 개를 더 태워보네.

橫擔櫛入山庵 주장자 비스듬히 메고 암자로 들어가

行脚多年事罷參 행각 생활 수년에 배움 마쳤네.

欲識山僧親切處 산승의 깊은 경지 알고 싶은가?

前三三與後三三 앞도 삼삼(三三)이요 뒤도 삼삼(三三)이로다.

風吼松窓雪滿山 바람 부는 소나무 창에는 산 가득 눈이요

入夜靑燈照寂寥 밤이 되자 푸른 등불이 고요히 비추는구나.

衲衣蒙頭休萬事 만사를 쉬고 누더기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此是僧山得力時 이것이 바로 산승이 힘을 얻는 때로다.

飢來喫食因來眠 굶주리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니

一種平懷萬境閑 평온한 생각에 만 가지 경계 한가해지네.

莫把是非來辨我 옳고 그르다는 생각으로 나를 판단하지 마시길

浮生人事不相干 뜬 구름같은 인생의 일에 서로 관여해서 무엇하리.

向上機關何足道 깨달음의 방법을 어떻게 말할 수 있으리

困來閑臥渴卽茶 피곤하면 한가롭게 드러눕고 목 마르면 차 마시지.

臨濟德山特地迷 임제와 덕산은 단단히 미혹되었으니

枉用功夫施棒喝 엉뚱하게 방할 따위의 공부를 베풀었도다.

白日江山麗 대낮의 강산은 아름답고

靑春花草榮 청춘의 화초는 번성하였네.

何須重話會 거듭 말할 것 무엇 있겠나

萬物本圓成 만물은 본래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을.

三界上下法 삼계(三界)의 모든 법은

我說識所變 모두가 식(識)이 변한 것이니

念體本來空 생각의 본체는 본래 공한데

所變何有實 변해서 된 것이 무슨 실체 있으랴.

若欲忘前境 눈 앞의 경계를 잊으려 하면

先當忘汝心 먼저 네 마음을 잊어야 하리.

心若不强名 마음이 만약 억지로 이름붙이지 않는다면

境物從何起 경계의 사물이 어디로부터 일어나리오?

推眞眞無體 진(眞)을 찾아도 진은 본체가 없고

窮妄妄無蹤 망(妄)을 찾아도 망은 자취가 없으니

眞妄了無殊 진과 망은 전혀 다르지 않고

平等同一體 평등한 하나의 본체이니라.

白日不照夜 환한 해도 밤을 비추지는 못하고

明鏡不照後 밝은 거울도 뒤를 비춰주지는 못하네.

焉得如我心 어떻게 하면 내 마음과 같을 수 있을까?

圓明常寂照 두루 밝고 항상 고요히 비추네.

釋迦不出世 석가는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達磨不西來 달마는 서쪽에서 오지 않았더라도

佛法遍天下 불법은 천하에 두루 퍼져 있으니

春風花滿開 봄바람에 꽃이 활짝 피었네.

孤山山下寺 고산의 산 아래 절

冷落似村居 쇠락하여 시골집같네.

隔林聞犬吠 숲 너머로 개 짖는 소리 들리니

慙愧道人居 도인이 사는 집으로서 부끄럽구나.

孤山山下寺 고산의 산 아래 절은

居僧亦是常 중이 살아도 또한 별다른 게 없어라.

土砌隨高下 섬돌은 제멋대로 높고 낮게 널려 있고

芧茨任短長 띠 지붕은 마음대로 길기도 짧기도 하네.

一物先天生 한 물건이 하늘보다 먼저 생겼으니

無名亦無相 이름도 없고 모습도 없도다.

應緣能屈伸 인연따라 굽혔다 폈다 하니

方便號爲智 방편으로 지혜라 부를 뿐이네.

本色住山人 본래 모습은 산에 사는 사람인데

貌古語亦少 모습은 예스럽고 말 또한 적도다.

相逄不苟顔 서로 만나도 체면치레 하지 않고

論心秋月皎 마음을 논하니 가을 달이 밝구나.

了知諸法空 모든 법이 다 공함을 확실히 아니

無一法當情 하나의 법도 집착으로 대하지 않네.

是諸佛用心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마음씀씀이니

汝等勤修習 너희들은 부지런히 수행하게나.

一切有爲法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은

如夢幻泡影 꿈이나 환상, 물거품이나 그림자와 같은 것.

佛語雖眞實 부처님의 말씀이 비록 진실하지만

錯會觀者多 엉터리로 보는 자가 많도다.

天生石師子 하늘이 돌사자를 낳았는데

背上松風聲 등 위에는 소나무 바람 소리가 들려오네.

好箇西來意 이것이 바로 훌륭한 법문이니

諸禪子細聽 여러 수행자들은 잘 들어보게나.

- 右一頌 在成佛菴作 南山有大石 形如師子背生大松 故作此偈書其石

- 위 마지막 편의 시는 성불암(成佛菴)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남쪽 산에 큰 돌이 있어

모양이 사자와 같고, 등에 큰 소나무가 있었던 까닭에 이 게송을 지어 그 돌에 썼다.

謝道號白雲 백운(白雲)이란 호에 감사하며

元來卓卓靑山父 원래 우뚝 솟은 청산이

下笑白雲隨處飄 이리 저리 떠도는 흰 구름을 굽어보고 웃는도다.

跡雖隨處飄然去 자취는 비록 여기 저기 떠돌아 다니지만

心與靑山常寂寥 마음은 청산과 더불어 항상 고요하도다.

寄懶翁和尙入金剛山

금강산(金剛山)4) 에 들어가는 나옹(懶翁)화상께 드림

4) 금강산(金剛山) :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도 유명하지만, 유점사·

장안사 등 유서 깊은 사찰들이 많아 수행처로서도 유명하였다.

奉別尊顔又一年 존안을 받들어 이별한지 또 한 해가 되었는데

喜聞山裏且安禪 산 속으로 들어가 참선하신다는 소식 기쁘게 들었나이다.

三家村漢疎慵甚 궁벽한 시골 사람은 허술하고 게으름이 심하여

飢卽加飡困卽眠 배 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잠이나 자지요.

思大和尙 사대(思大) 화상

可笑思大老古錐 가소롭구나, 늙은 사대(思大) 화상이시여

三世諸佛一口呑 삼세의 여러 부처를 한 입에 삼켜 버리네.

若有可呑之諸佛 만약에 삼킬 여러 부처가 있다면

豈無可度之衆生 어찌 제도할 중생이 없으리오?

出州廻山 다른 지방에 갔다가 산으로 돌아오며

去時一溪流水送 갈 때에는 계곡의 흐르는 물이 전송을 하더니

來時滿谷白雲迎 올 때에는 골짜기 가득 흰구름이 맞아주네.

一身去來本無意 한 몸이 가고 옴에 본래 뜻이 없었더니

二物無情却有情 두 사물은 정이 없는 듯하면서도 정이 있구나.

流水出山無戀志 흐르는 물은 내가 산을 나가도 사모하는 마음이 없고

白雲歸洞亦無心 흰 구름은 내가 골짜기로 돌아와도 또한 무심하구나.

一身去來如雲水 한 몸이 가고 옴이 구름이나 물과 같으니

身是重行眼是初 몸은 거듭 다녀도 눈은 처음 보는 것같네.

悼亡人 돌아가신 분을 애도함

漚生漚滅一何速 물거품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 얼마나 빠른지

法燈已滅法梁傾 법의 등불이 이미 사라지고 법의 들보도 기울었네.

因思扣請當年事 찾아가 묻던 그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哭不成兮笑不成 곡을 할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구나.

答鄭偰宰臣詩韻 재상 정설(鄭)의 시에 답함

無爲大化門大開 무위(無爲)의 큰 교화문을 크게 연 것은

意在金鱗透網來 그 뜻이 금빛 물고기가 그물을 뚫고 오는 것에 있었네.

莫道水寒魚不食 물이 차가와 물고기가 물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

如今釣得滿船廻 지금같이 잡으면 배 가득히 채워 돌아오리라.

古也逼塞虛空 옛날에도 허공을 꽉 채웠고

今也逼塞虛空 지금도 허공을 꽉 채웠네.

縱然逼塞滿虛空 비록 허공을 가득 채워 있건만

看時不見如虛空 바라보면 허공처럼 보이질 않네.

復答請法以五言示之 법을 청하기에 다시 오언시로 답함

本來眞面目 본래의 진면목은

髣髴若虛空 허공과 방불하지.

又如一點雪 또한 한 점 눈이

落在烘爐中 불타는 화로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도 같지.

離念眞如性 생각을 떠난 진여의 성품이란

如日處虛空 해가 허공에 있는 것과 같고

六根才一動 육근(六根)이 한번 움직였다 하면

如日入雲中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아.

本來淸淨道 본래부터 청정한 도는

其量等虛空 그 양이 허공과 똑같아서

乾坤在其內 하늘과 땅이 그 속에 있고

日月處其中 해와 달이 그 가운데 있지.

靈光色非色 신령스런 빛은 색(色)이면서 색이 아니요

神用空不空 신비로운 쓰임은 공(空)이면서 공이 아니니

徧現周沙界 무한히 넓은 이 세계에 두루 나타나면서

收攝一塵中 티끌 하나 속으로도 들어가네.

靈知一段空 신령스런 앎이란 하나의 공이니

寂照含虛空 허공을 머금고서 고요히 비추네.

萬相影現中 그 속에서 만 가지 모습 나타나고

獨露萬相中 만 가지 모습 속에 홀로 드러나네.

無生亦無滅 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면서

一物鎭長空 하나의 물건이 머나먼 허공을 누르고 있네.

施爲渾大有 베풀면 대우주와 뒤섞여 하나가 되어

逈脫根塵中 육근과 육진(六塵)을 훌쩍 벗어나 버리네.

無始塞大虛 시작 없는 때로부터 큰 허공을 채우고

無終塞大空 끝이 없는 때까지 큰 허공을 채우네.

縱然塞大空 비록 큰 허공을 채운다 해도

如鳥跡空中 새가 허공에 남긴 자취와 같네.

四威儀頌 사위의(四威儀)5)

5) 사위의(四威儀) :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등의 행동에서 수행자로서 지켜야

할 법도.

闃寂安居餞殘生 조용히 안거하며 남은 인생 보내나니

興來時隨意上山行 흥이 일면 기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네.

衲衣蒙頭休萬務 누더기로 머리 뒤집어쓴 채 만사를 잊으니

正得力不依有無住 바로 힘을 얻어 유무(有無)에 의존하지 않고 머무르네.

一切善惡都放過 일체의 선악일랑 모두 내팽개치고

須彌山兀然無事坐 수미산처럼 꼿꼿한 모습으로 일 없이 앉았네.

靑山綠水藤蘿下 청산 녹수 넝쿨 아래로

放四大飢食困來臥 사대(四大)6)를 내버려두고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누울 뿐이라.

6) 사대(四大) : 불교에서는 모든 물질이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無心歌 무심가

白雲澹泞 깨끗한 흰구름이

出沒於大虛之中 큰 허공 가운데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네.

流水潺湲 잔잔하게 흐르는 물

東注於大海之心 동쪽 큰 바다 속으로 흘러들어가네.

水也遇曲遇直 물이란 굽이진 곳도 만나고 곧은 곳도 만나지만

無彼無此 이것 저것 가리지 않네.

雲也自卷自舒 구름은 스스로 뭉쳤다 펴졌다 하니

何親何疎 누구를 가까이하고 누구를 멀리하겠는가?

萬物本閑 만물은 본래 한가로와서

不言我靑我黃 나는 파랗다 나는 노랗다 말하지 않네.

惟人自鬧 오직 사람만이 스스로 시끄러워서

强生是好是醜 억지로 이것은 좋다 이것은 나쁘다는 생각을 낳네.

觸境心如雲水意 경계를 만나 마음이 구름이나 물의 뜻과 같다면

在世縱橫有何事 세상에 살면서도 종횡으로 자재하니 무슨 어려운 일 있으리오?

若人心不强名 만약에 사람 마음이 억지로 이름 붙이지 않는다면

好醜從何而起 좋고 나쁨이 어디로부터 일어나리오?

愚人忘境不忘心 어리석은 사람은 경계는 잊어도 마음은 잊지 않으며

智者忘心不忘境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은 잊어도 경계는 잊지 않나니

忘心境自寂 마음을 잊으면 경계는 절로 고요해지고

境寂心自如 경계가 고요해지면 마음도 절로 그렇게 되니

夫是之謂無心 대저 이것을 일러 무심(無心)의 참된 종지(宗旨)라 하네

眞宗

臨終偈 임종게

師臨行 示二三兄弟曰, “古人云, ‘常了一切空 無一法當情.’ 是諸佛用

心處 汝等勤而行之 我今漚滅 不可興悲.”

스님이 돌아가실 즈음에 두세 명의 형제들에게 말씀하였다. “옛사람이 말씀

하시기를, ‘모든 것이 공(空)임을 알면 집착할 것이 하나도 없다.’ 라 하시었다.

이것이 여러 부처님의 마음 씀씀이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행하여라. 나는 지

금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니 슬픔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人生七十歲 인생 칠십까지 사는 것은

古來亦希有 옛부터 드문 일인데

七十七年來 칠십칠 년 동안 살아오다

七十七年去 칠십칠 년 만에 떠나가노라.

處處皆歸路 곳곳이 모두 돌아갈 길이며

頭頭是古鄕 물물마다 고향이니

何須理舟楫 무엇하러 배와 노를 장만하여

特地欲歸鄕 특별히 고향으로 가려 하겠나?

我身本不有 내 몸이란 본래는 있는 것이 아니요

心亦無所住 마음 역시 머무는 곳이 없어라.

作灰散四方 재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니

勿占檀那地 시주들의 땅을 차지해서는 아니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