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이야기

십지경

수선님 2023. 7. 23. 13:13

십지경

(十地經, daśa-bhūmi sutra)

 

금강장보살

은 '십지품을' 말한다. 이 성립되기 전에 독립경전으로 이 유행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 조성되면서 그 속에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십지품’은 ‘입법계품’과 함께 산스크리트 원본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은 중관철학을 확립한 용수(龍樹, 나가르주나, 150?-250?) 이전에 이미 성립된 것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인도에서 대승불교 운동이 일어난 것이 기원을 전후 한 시기로 본다. 그리고 은 AD 50~150년경에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어서, 대승불교 초기 경전이라 하겠다.

그런데 은 인도에서 조성된 것이 아니라 현재 중국의 신장ㆍ위구르 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타림분지) 남서단에 위치한 호탄(和田-Hotam)이라고 하는 곳에서 집대성됐다는 것이 정설로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체적으로 언제 누구에 의해 집성됐는지 문헌상 정확한 근거는 나와 있지 않다. 호탄이란 곳은 역사적으로 남쪽 실크로드, 즉 서역남로에 위치하는 오아시스 도시로서, 현재 호탄의 인구는 28만명 정도이고, 연옥(軟玉) 생산지로 유명하며, 주로 위구르족이 거주하는데, 조성 무렵의 이곳은 우전국(于窴國)이라는 도시국가였다.

당나라시대 현장(玄奘) 법사도 인도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이곳을 지나갔다고 하는데, 불교가 무척 성한 곳이었다고 했다. 호탄 지역에는 이미 BC 76년에 불교가 전래됐다고 하는데, 중국에 불교경전을 전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고 하며, 이곳을 통해 주로 대승경전이 전해졌다.

여기에서 4세기 중엽에 이 집성돼 그것이 실크로드를 지나 돈황ㆍ옥문을 거쳐 장안(長安)으로 들어온 것이다. 따라서 은 우전국(호탄)에서 4세기에 하나의 경전으로 집대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은 십지품과 입법계품 등 각 품별로 대단히 광대한 지역에 걸쳐서 이루어져 각기 따로 존재하다가 나중에 하나로 합쳐졌다고 본다. 그리하여 먼저 34품의 <60 화엄경>이 4세기 중엽 중앙아시아 호탄(Hotan/和田, 옛 고탄/Khotan) 지역인 우전국(于闐國)에서 집대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전국(于闐國)---타클라마칸(Taklamakan) 사막(타림분지)의 남서쪽 오아시스 지역, 지금의 중국 신장ㆍ위구르 자치구 화전(和田-허텐-호탄-옛 고탄) 지역에 있던 고대 국가.

그리고 5세기에 여산 혜원(廬山慧遠)의 제자 지법령(支法領) 등이 호탄에서 산스크리트본 을 구해 중국으로 가져왔고, 이것을 토대로 동진(東晋)시대에 북인도 출신 불타발타라(覺賢, Buddha-bhadra, 359~429)가 중심이 돼 418년에 번역을 시작해 422년에 완료했으며, 이것이 바로 <60권본 화엄경>이다.

따라서 <60 화엄경>은 가장 오래된 으로 7처 8회 34품, 60권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60 화엄>이라 한다. 이를 구화엄(舊華嚴), 진경(晉經), 진본(晉本) 혹은 진역(晉譯) 이라고도 하며, 구역(舊譯)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7처는 설법의 장소를 말하고, 8회는 회좌(會座)의 수효이며, 34품은 경전 내용의 장(章)의 수효이다. 그 가운데에 이 ‘십지품’으로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에서 부처님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은 부처님이 한 마디 설법도 하지 않았어도 보살이 대신 설법하는 형식의 경전이다. 에서 주인공은 ‘바즈라가르바(금강장보살)’이다.

그래서 경에서는 “모두 다른 국토에서 와서 모였는데, 깨달음을 향한 님인 금강을 잉태한 님 바즈라가르바를 상수로 했습니다.”라고 돼 있다. ‘바즈라가르바(금강장보살)’을 사회자로 뽑은 것이다. 그리고 에 언급돼있는 부처님의 설법은 모두 ‘바즈라가르바(금강장보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시(序詩)이다. 현재 법정 스님이 번역한 ‘십지품’에는 없는 시이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승한 공덕의 열 가지 초월의 길은

이처럼 각각의 교의로 잘 시설되었고,

세상 사람의 이익을 위해

일체지자에 의해 열 단계 지평이 설해졌으니,

허무주의와 영원주의는 버려지고

티끌 없는 중도가 시설되었습니다.

이 열 단계 십지경을 설법할 때에,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들은 경청하시오(전재성 역).

 

이 서시는 송출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경을 널리 유포하기 위해 경을 편집한 사람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은 7처 8회 34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중 제6회 타화자재천궁회(他化自在天宮會)에서 행하는 설법회에서는 제22 십지품~제30 불소상광명공덕품까지를 금강장보살이 설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10지(十地)를 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세친(世親, 320∼400)이 지은 에서도 보살 십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초기불교에서는 사문으로서 최고위인 아라한이 되기 위한 수행단계를 성문사과(聲聞四果) 혹은 사문4과(沙門四果)라 하고, 줄여서 4과(四果)라고 했는데, 수다원(須陀洹), 사다함(斯陀含), 아나함(阿那含), 아라한(阿羅漢)의 네 단계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듣고 수행함으로써 아라한이라는 이상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셨으며,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는 데는 이러한 네 단계를 거쳐야 함을 설하셨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수행단계를 세분해서 52단계로 나누었다. 을 보면,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단계를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각(等覺), 묘각(妙覺)의 52위로 나누었다.

이 중 10지(地, 地平)는 마치 대지(大地)와 같이 중생을 이익 되게 하는 지위이다.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 52위(位) 중, 제41위로부터 제50위까지의 10위는 광대무변한 불지(佛智-부처님에 버금가는 지혜)를 생성하고, 충분히 지혜로워져서 함부로 움직이지 아니하며, 중생의 온갖 고통을 짊어지고 그들을 교화해서 고통을 덜어 이익 되게 하는 것이, 마치 대지가 만물에 널리 유익하게 함과 같으므로 지(地) 혹은 지평(地平)이라 한다.

수행에 있어서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점수(漸修)가 시작되는 것으로, 무지, 아집의 때가 모두 지워지는 그날까지 닦고 또 닦아야 한다. 견성(見性) 돈오(頓悟)의 단계가 1단에 해당하며, 쉬지 않고 차츰차츰 닦아감에 따라서 지워진 업보와 닦인 공덕만큼 그 단계는 자꾸 높아간다. 이러한 승단 체계는 , , 등의 경전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러한 경전들의 승단체계는 모두 돈오점수(頓悟漸修)의 가르침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리고 십지는 십바라밀(十波羅蜜)과 관련해 보살의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의 깊은 단면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교훈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이러한 십지는, 곧 환희지(歡喜地) ․ 이구지(離垢地) ․ 발광지(發光地) ․ 염혜지(燄慧地) ․ 난승지(難勝地) ․ 현전지(現前地) ․ 원행지(遠行地) ․ 부동지(不動地) ․ 선혜지(善慧地) ․ 법운지(法雲地) 등의 열 가지를 가리키며, 이에 대해 십바라밀의

보시(布施) ․

지계(持戒) ․

인욕(忍辱) ․

정진(精進) ․

지혜(智慧) ․

방편(方便) ․

원(願) ․

력(力) ․

지(智)를 이에 배대하기도 한다.

※배대---‘배대하다’라는 용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선가에서는 더러 쓰는 말이다. 뜻은 ‘대입(代入)하다’, ‘치환(置換)하다’이다.

 

① 환희지(歡喜地, 산스크리트어 pramudit-bhumi)---보살 수행의 제1단계로서, 극희지(極喜地), 희지(喜地), 열예지(悅豫地), 초환희지(初歡喜地)라고도 한다. 보살이 수행을 하다가 깨달음의 눈이 뜨여 처음으로 불법의 이치를 깨달아 기쁨으로 가득 찬 경지이다. 보살이 환희지에서 느끼는 기쁨이란 곧 부처님을 믿고 공경할 때 생겨나는 마음이며, 모든 번뇌를 떨치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즉, 처음으로 참다운 중도지(中道智)를 내어 불성의 이치를 보고, 견혹(見惑)을 끊어 능히 자리이타(自利利他)해서 진실한 희열에 가득 찬 지위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환희의 뜻은 세 가지이다.

• 내 뜻과 꼭 맞는 경계에서, 심신이 가볍고 즐겁다.

• 환은 몸의 즐거움이고, 희는 마음의 즐거움이다.

• 죽어서 극락왕생할 것을 생각하고 미리 기뻐한다.

보살이 수행결과로 이 자리에 오면, 진여(眞如) 이(理)의 일부를 증득해 성인지위에 올라, 다시는 물러나지 않고 자리이타(自利利他)행을 이루어서, 마음에 기뻐할 일이 많다는 뜻에서 환희지라고 한다.

그리고 제1지는 환희심을 발하기 때문에 환희지라 이름 하는데, 환희지에서는 다음 열 가지 원을 발하게 된다.

첫째는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겠다는 공양원(供養願)이며,

둘째는 모든 부처님이 설한 바 법을 수지하겠다는 수지원(受持願)이고,

셋째는 부처님께 법을 설해주시기를 원하는 전법륜원(轉法輪願)이며,

넷째는 모든 보살행을 수행하겠다는 수행원(修行願)이고,

다섯째는 중생들을 성숙케 하겠다는 성숙중생원(成熟衆生願)이다.

여섯째는 모든 부처님을 뵙고 모시겠다는 승사원(承事願)이며,

일곱째는 국토를 청정케 하겠다는 정토원(淨土願)이고,

여덟째는 언제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을 떠나지 않겠다는 불리원(不離願)이며,

아홉째는 언제나 중생을 이익케 하겠다는 이익원(利益願)이고,

열째는 모든 중생과 함께 깨달음을 얻겠다는 정각원(正覺願)이다. 이외에도 10바라밀 중에서는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을 닦는 것이다.

 

② 이구지(離垢地, 산스크리트어 vimala-bhumi)---무구지(無垢地), 정지(淨地)라고도 한다. 인간의 더러운 때와 같은 번뇌를 떨치고 깨끗하게 되는 제2단계 경지이다. ‘이구(離垢)’에서 ‘구(垢)’ 자는 때, 티끌이라는 뜻이어서 ‘이구’란 번뇌의 때를 벗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2지는 번뇌를 떠나기 때문에 이구지라 이름 한다. 청정한 계율로 수혹(修惑)을 끊고 범계(犯戒)의 더러움을 없애 몸을 깨끗하게 하는 지위로서, 이 지위에서는 무엇보다도 보살은 계율을 지키고 10불선도(不善道)를 떠나서 10선행(善行)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0불선도는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아첨하는 말, 이간질하는 말, 거친 말, 탐내는 것, 화내는 것, 어리석음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죽어서는 3악도에 떨어지게 된다. 10불선도를 행하지 않는 것이 곧 10선도를 실천하는 것이니, 곧 10바라밀 중에서는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을 닦는 것이다.

 

③ 발광지(發光地, 산스크리트어 prabhakari-bhumi)---명지(明地), 유광지(有光地), 흥광지(興光地)라고도 한다. 모든 번뇌를 끊어 지혜의 광명이 발현돼 빛나는 경지이니, 수혹(修惑)을 끊어서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로서, 불도를 수행하는 효과가 밝게 드러나는 제3단계이다. 제3지는 마음이 밝아지기 때문에 명지라 이름 하며, 마음에서 지혜의 불꽃이 점화된다는 뜻이다. 이 지위에서는 능히 모든 유위법의 여실한 모습을 관찰하고, 모든 법이 지음이 없으며, 일어남도 없고,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님을 아는 것이다. 이 지위에선 공한처(空閑處)에 안주해 색계4선정(色界四禪定)과 무색계4선정(無色界四禪定)을 얻으며, 5신통(神通)을 얻는다. 10바라밀 중에서는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을 닦는 것이다.

※공한처(空閑處, 산스크리트어 araṇya)---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멀리 떠난 조용한 곳. 마을에서 떨어져 수행자들이 머물기에 적합한 곳(암자).

 

④ 염혜지(焰慧地, 산스크리트어 arcismati-bhumi)---염지(焰地), 증요지(增曜地), 휘요지(暉曜地)라고도 한다. 모든 번뇌를 불길로 태워버리는 제4단계로서 번뇌가 사라지고 지혜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경지이다. 제4지는 지혜가 빛나기 때문에 염혜지라 이름 한다. 이 지위에서는 불퇴전의 마음, 청정한 믿음 등이 무너지지 않으므로 여래의 집에 태어난 것과 같다. 염혜지에 머무는 보살은 내신(內身)의 순신관(循身觀), 외신(外身)의 순신관 등을 닦아서 세간의 탐착과 근심, 걱정을 제거한다. 또한 37조도품(助道品)을 수행해,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고 대비를 성취하며, 수승한 도를 구하는 것이다. 이 지위에서는 신견(身見)을 비롯해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 등 그릇된 견해를 모두 단멸하며, 10바라밀 중에서는 정진바라밀(精進波羅密)을 닦는 것이다.

※순신관(循身觀)---‘순관(循觀)’이란 쫓아서 관하는 것이므로 순신관(循身觀)은 몸을 쫓아 관하는 것이다. 즉,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의 여러 부위를 차례대로 주시해 그것들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마음에 새기는 수행법.

 

⑤ 난승지(難勝地, 산스크리트어 sudurjaya-bh mi)---극난승지(極難勝地)라고도 한다. 번뇌를 모두 끊어 진지(眞智-지혜)와 속지(俗智-지식)가 조화를 이루게 된 경지이다. 수혹(修惑)을 끊고 진지(眞智)와 속지(俗智)가 조화하는 지위로서, 대낮 같이 밝은 미묘한 지혜는 어둠속의 범부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5지는 쉽게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난승지라 이름 한다. 어려운 고비를 이겨 내는 경지인 제5단계를 셋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보살의 교만을 없애는 것,

둘째 끊임없이 불도를 닦는 것,

셋째 불도를 닦아서 얻는 결과에 대한 것 등이다.

이 지위에서는 보리분법(菩提分法-助道品)을 잘 닦으며, 모든 부처님의 보호를 받아서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일으킨다. 또한 제5지에 머무는 보살은 4제(四諦)를 알고, 속제(俗諦)와 제일의제(第一義諦-眞諦)를 알며, 모든 진리를 안다. 정관(正觀)에 의해 생하는 지혜의 힘으로 짓는바 모든 선근으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 10바라밀 중에서는 선정바라밀(禪定波羅密)을 닦는 것이다.

 

⑥현전지(現前地, 산스크리트어 abhimukhi-bhumi)---현재지(現在地), 목견지(目見地), 목전지(目前地)라고도 한다. 번뇌를 끊고 지혜가 드러나는 경지로서, 무위진여(無爲眞如), 즉 무위의 진여성이 깨끗하고 밝게 드러나는 지위이다. 보살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번뇌를 없애는 것이 곧 부처의 지혜를 얻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혜바라밀로써 이를 증득할 수 있다.

현전지는 지혜가 드러나는 경지인 제6단계로서 수혹을 끊고 최승지(最勝智)를 내어 무위진여(無爲眞如)가 드러나는 지위로서, 필요한 상황에서 눈앞에 바로 지혜가 나타나서 타이밍이 맞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제6지는 수행한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전지라 이름 한다. 이 지위에서는 모든 법의 성품을 관찰해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

그러나 보살이 이 지위에 들었다 해도 곧바로 반야의 지혜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12인연(十二因緣)과 유심게(唯心偈)를 닦아야 비로소 큰 지혜가 눈앞에 나타난다. 12인연은 곧 12연기이며, 유심게는, 삼계는 허망하니 단지 이 마음이 짓는 것이며, 12연기 또한 마음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의 게송이다.

즉, 제6지에서는 수순하게 12인연을 관찰하고, 여래가 설하신 바 12인연 역시 모두 마음에 의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10바라밀 중에서는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닦는 것이다.

 

⑦원행지(遠行地, 산스크리트어 duramgama-bhumi)---심행지(深行地), 심입지(深入地), 심원지(深遠地), 현묘지(玄妙地)라고도 한다. 성문승과 연각승 2승(二乘)의 경지를 초월해, 각(覺)의 영역을 넘어 원대한 진제(眞諦)의 세계에 이른 경지이다. 수혹(修惑)을 끊고 대비심을 일으켜, 2승의 오(悟)를 초월해 광대무변한 진리세계에 이르는 지위로서, 지혜의 바다에 멀리 혹은 바다 깊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제7지는 넓고 깊은 지혜를 찾기 위해 멀리 가기 때문에 원행지라 이름 한다. 인간세상을 멀리 떠나 부처의 세계로 들어서는 제7단계이다.

이 지위에서는 무량한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는 법에 들어가며, 무량한 세간의 성품에 들어가고, 모든 부처님이 한량없이 설하신바 대승의 집성사(集成事-모아서 이룸)에 들어간다. 또 중생으로 하여금 들어가도록 한다. 이 보살이 10바라밀을 갖출 때는 생각마다 4섭법, 37보리분법과 3해탈문 역시 갖추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돕는 모든 법은 생각마다 모두 갖추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10바라밀 중에서 방편바라밀(方便波羅密)을 닦는 것이다.

※삼해탈문(三解脫門, 산스크리트어 trīni vimoksa-mukhāni)---삼해탈문은 삼계(三界)의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에서 해탈해 열반을 득하는 방편[門]인 공해탈문(空解脫門) ․ 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 ․ 무원해탈문(無願解脫門)의 3가지 선정을 말한다.

 

⑧부동지(不動地, 산스크리트어 acala-bhumi)---불퇴전지(不退轉地)라고도 한다. 마음의 동요가 없는 제8단계로서 참다운 마음에 안주해 동요하지 않는 지위이며, 완전한 진여(眞如)를 얻어 조금도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경지이다. 수혹(修惑)을 끊고 이미 전진여(全眞如)를 얻었으므로, 다시 동요하지 않고, 확고부동한 지혜의 경지에 올라, 더 이상 뒷걸음질을 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제8지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부동지라 이름 한다. 보살이 이 지위에 머물게 되면,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그의 모든 일은 모든 불법(佛法)을 모으는 것이다.

“이 지위는 부셔질 수 없으므로 부동지라 이름 하고,

지혜가 흔들리지 않으므로 부전지(不轉地)라 이름 하며,

모든 세간이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에 위덕지(威德地)라 이름하고,

허물이 없기 때문에 왕자지(王子地)라 이름 하며,

뜻대로 자재하기 때문에 보살생지(菩薩生地)라 이름 하고,

다시 짓지 않으므로 성지(成地)라 이름 하며,

잘 가려서 알기 때문에 구경지(究竟地)라 이름 하고,

대원을 잘 발하므로 변화지(變化地)라 이름 하며,

모든 법을 무너뜨리지 않기 때문에 승처지(勝處地)라 이름 하고,

잘 닦아서 선도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공력지(無功力地)라 이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위에서는 원바라밀(願波羅密)을 닦는 것이다.

⑨선혜지(善慧地, 산스크리트어 sadhumati-bhumi)---선재의지(善哉意地), 선근지(善根地)라고도 한다. 지혜로서 올바르게 선도하는 지위. 부처님의 십력(十力)을 얻어 때와 근기에 따라 중생을 교화해 지혜를 터득한 경지이다. 부처의 지혜와 거의 같은 경지의 지혜를 얻는 제9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수혹을 끊어 부처님께서 일체를 요지(了知)하는 열 가지의 심력(心力)인 십력(十力)을 얻고, 기류(機類)에 대해 공교하게 설법하는 지위로서, 가장 수승한 반야지혜를 이룬다. 이와 같이 제9지는 법을 설하는 것이 미묘하고 훌륭하므로 묘선지(妙善地)라 이름 한다. 이 지위에서는 대법사(大法師)가 돼서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수호하고, 무량한 지혜방편과 4무애지(無碍智)를 써서 보살의 설법을 일으킨다.

“이 보살은 언제나 법무애(法無碍), 의무애(義無碍), 사무애(辭無碍), 요설무애(樂說無碍) 등의 4무애지에 따르면서도 분별하지 않는다. 법무애지로써는 모든 법의 자상(自相)을 알고, 의무애지로써 모든 법의 차별을 알며, 사무애지로써 분별함이 없이 법을 설하고, 요설무애지로써 모든 법의 차례가 끊어지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이 지위에서는 10바라밀 중 역바라밀(力波羅密)을 닦는다.

※기류(機類)---중생의 다양한 소질이나 능력을 뜻함.

 

⑩법운지(法雲地, 산스크리트어 dharmamegh-bhumi)---법우지(法雨地)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법은 마치 만물을 소생시키는 비의 원천인 구름과도 같다는 제10단계이다. 끝없는 공덕으로 진리를 펴나가는 지위로서, 많은 공덕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대비심 같은 존재가 된 경지이다. 수혹을 끊고 끝없는 공덕을 구비하고서 사람에 대해 이익 되는 일을 행함으로써 대자운(大慈雲)이 되는 지위이고, 법비를 뿌려서 깡마른 중생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준다는 뜻이다. 제10지는 장차 모든 부처님의 법우(法雨)를 중생들에게 골고루 내려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운지라 이름 한다.

먼저 이 지위에 이른 보살은 부처님 지위에 가까이 왔으므로, 해인(海印)삼매 등 백 천 만 아승기의 삼매가 나타난다. 이러한 삼매 속에 보살은 부처의 미간에서 나온 빛을 받아서 부처의 경지에 오른다. 그리고 이 지위에 이른 보살은 지혜 중에서 최상의 자재한 힘을 얻고, 대지혜의 힘을 잘 간택해서 좁은 것을 넓게 하고, 넓은 것을 좁게 하며,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등 신변(神變)을 행하게 된다. 따라서 이 지위에서는 10바라밀 중 지바라밀(智波羅密)을 닦는 것이다.

※대자운(大慈雲)---자비의 마음을 넓은 하늘을 덮는 구름에 비유한 것임.

 

위와 같은 10지의 각 단계는 보살이 부처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방편적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누구든지 최상의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불법을 믿고 따라야 하며 흔들림 없이 수행에 전념해야 한다. 이 점은 본 경전 곳곳에서 강조하는 것으로서 모든 단계에 필수적이며 보살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점이다.

그리고 보살이 십지(十地)수행을 끝내면 그 다음 단계로 등각(等覺), 그리고 묘각(妙覺)이 기다리고 있다.

등각은 등정각(等正覺)의 줄인 말로서 보살이 수행하는 지위 중에서 제51위(位)에 해당하며, 분성위(分聖位)라고도 한다. 이는 지혜가 만덕원만(萬德圓滿)한 부처님과 깨달음이 동등한 지위이고, 보살의 최고 위(位)이다.

그리고 묘각은 보살 수행의 52위인 마지막 지위로서 온갖 번뇌를 끊어버린 부처님의 지위인 불과(佛果)를 말하며, 부처의 무상정각(無上正覺)을 말한다. 곧 부처의 지위인 극성위(極聖位)에 올랐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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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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