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선시 공부

수선님 2024. 2. 10. 14:17

파초

 

 

한 그루 파초를 뜨락에 심어두니

밤중에 보슬비 소리조차 들리누나.

매운 바람 툭 쳐서 꺾을까 걱정되어

아이 시켜 돌 주워와 터진 담장 고친다네.

 

 

芭蕉一樹種幽庭 中夜猶聽細雨聲

파초일수종유정 중야유청세우성

剛怕疾風輕破折 囑兒拾石補虧牆

강파질풍경파절 촉아습석보휴장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거(山居)」 2

 

 

국화

 

 

진작에 석대 서편 국화를 심었더니

여린 잎 성근 줄기 작은 시내 비춘다.

계절 돌아 가을 되어 꽃술을 터뜨리면

온갖 새들 적막히 울지 않음 비웃으리.

 

 

曾將菊種石臺西 嫩葉疎莖映小溪

증장국종석대서 눈엽소경영소계

轉到霜天方吐萼 笑他百鳥寂無嗁

전도상천방토악 소타백조적무제

 

-철선 혜즙(鐵船 惠楫, 1791-1858), 「산거(山居)」

 

 

 

 

 

 

 

 

 

 

 

 

 

 

● 본래 스스로 완전무결하다. - 벽장회해 -

 

靈光獨耀 逈脫根塵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빛나서 육근 육진을 멀리 벗어났도다.

體露眞常 不拘文字 본체가 참되고 항상함을 드러내니 문자에 구애되지 않네.

心性無染 本自圓成 심성은 물들지 않아 본래 스스로 원만하나니

但離妄緣 則如如佛 다만 망령된 인연만 떠나버리면 곧 여여한 부처라네.

 

[● 한 생각 청정한 마음 - 문수보살 -

若人靜坐一須臾 만약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만 고요히 앉아 있어도

勝造恒沙七寶塔 항하강의 모래수와 같이 많은 칠보탑을 쌓은 것보다 수승하다.

寶塔畢竟化爲塵 칠보탑은 필경에 먼지로 변하지만

一念淨心成正覺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은 정각을 이룬다.

[

● 마음을 구하고 마음을 다스려라. - 돈오입도요문론 -

聖人求心不求佛 성인은 마음을 구하고 부처를 구하지 않으며,

 

愚人求佛不求心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를 구하고 마음을 구하지 않는다.

 

智人調心不調身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다스리지 않으며,

 

愚人調身不調心 어리석은 사람은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다.

 

[

모두가 부처다. - 석문의범 -

栴檀木做衆生像 (전단목주중생상) 전단향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及與如來菩薩形 (급여여래보살형) 여래와 보살의 모습도 만들어

 

萬面千頭雖各異 (만면천두수각이) 비록 천만 가지 얼굴이 다 다르지만

 

若聞薰氣一般香 (약문훈기일반향) 만약 그 향기를 맡아보면 모두가 같은 전단향의 향기라네.

 

 

[

◉맑은 향기를 누구에게 주었으랴 - 『선문염송』-

靈鷲拈花示上機 (영취염화시상기) 영축산에서 꽃을 든 것은 상근기에게 보인 것이다.

 

肯同浮木接盲龜 (긍동부목접맹구) 물에 뜬 나무가 눈 먼 거북을 만난 것과 어찌 같겠는가.

 

飮光不是微微笑 (음광불시미미소) 음광 존자가 가만히 미소하지 않았더라면

 

無限淸香付與誰 (무한청향부여수) 무한한 맑은 향기를 누구에게 주었으랴.

 

 

[본래 스스로 완전무결하다. - 벽장회해 -

 

靈光獨耀 逈脫根塵 신령스런 광명이 홀로 빛나서 육근 육진을 멀리 벗어났도다.

體露眞常 不拘文字 본체가 참되고 항상함을 드러내니 문자에 구애되지 않네.

心性無染 本自圓成 심성은 물들지 않아 본래 스스로 원만하나니

但離妄緣 則如如佛 다만 망령된 인연만 떠나버리면 곧 여여한 부처라네.

 

[

● 한 생각 청정한 마음 - 문수보살 -

若人靜坐一須臾 만약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만 고요히 앉아 있어도

勝造恒沙七寶塔 항하강의 모래수와 같이 많은 칠보탑을 쌓은 것보다 수승하다.

寶塔畢竟化爲塵 칠보탑은 필경에 먼지로 변하지만

一念淨心成正覺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은 정각을 이룬다

[

◉古寺를 지나면서 - 淸虛休靜 -

花落僧長閉 꽃은 지는데 스님은 절문을 닫아 건 지 오래고

 

春尋客不歸 봄을 찾아온 나그네는 돌아갈 줄 모른다.

 

風搖巢鶴影 바람이 불어 둥지에 앉은 학의 그림자를 흔들고

 

雲濕坐禪衣 구름은 흘러들어 좌선하는 스님의 옷깃을 적신다.

 

 

[●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 『화엄경』-

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능히 모든 세상을 다 그리네.

 

五蘊悉從生 無法而不造 오온이 모두 마음으로부터 생기면, 만들지 않는 것이 없네.(悉 :다 실)

 

如心佛亦爾 如佛衆生然 마음과 같이 부처도 또한 그러하며 부처와 같이 중생도 그러하네.

 

應知佛與心 體性皆無盡 응당히 알라. 부처와 마음은 그 체성이 모두 끝이 없네.

 

 

[

●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 寶公 -

斂容入定坐禪 (염용입정좌선) 자세를 단단히 하고 앉아 선정에 들며

 

攝境安心覺觀 (섭경안심각관) 경계를 거두어들이고 마음을 안정시켜 관하는 것은

 

機關木人修道 (기관목인수도) 마치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가 도를 닦는 것과 같으니

 

何時得達彼岸 (하시득달피안) 어느 세월에 피안에 도달할 수가 있겠는가.

 

 

[

● 병든 비구 - 『靈巖石刻』-

四海無家病比丘 사방에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병든 비구여,

 

孤燈獨照破牀頭 외로운 등불만 파손된 침상을 홀로 비추고 있네.

 

寂廖心在呻吟裏 적막하고 쓸쓸하여 신음소리 처량한데

 

粥藥須人仗道流 죽 한 그릇 먹으려 해도 도반에게 간청한다.

 

病人易得生煩惱 병을 앓는 사람은 슬픈 생각 더욱 많고

 

健者長懷惻隱心 성한 사람들은 측은한 마음뿐일세.

 

彼此夢身安可保 피차가 모두 꿈 같은 인생이라 어찌 오래 보전하랴.

 

老僧書偈示叢林 노승은 이 글을 써서 총림에 보이노라.

 

[

 

● 큰 웅덩이의 물 한 방울 - 德山 -

窮諸玄辯 (궁제현변) 모든 현묘한 이론을 다 갖추고 있어도

 

若一毫置於太虛 (약일호치어태허) 그것은 마치 넓은 허공에 터럭 한 오라기를 날리는 것과 같고,

 

竭世樞機 (갈세추기) 세상에서 가장 높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더라도

 

似一滴投於巨壑 (사일적투어거학) 그것은 마치 큰 웅덩이에 물 한 방울 던지는 것과 같다.

 

 

● 내일이 있다고 기다리지 말라. - 眞淨克文 -

 

剃髮因驚雪滿刀 (체발인경설만도) 삭발하다 칼날 위에 흰 털이 수북한 것을 보고 새삼 놀라는 것은

 

方知歲月不相饒 (방지세월불상요) 남은 세월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을비로소 알았기 때문이다.

 

逃生脫死勤成佛 (도생탈사근성불) 생사를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여 성불해야 하나니.

 

莫待明朝與後朝 (막대명조여후조) 내일이 있고 또 내일이 있다고 기다리지 말라.

 

 

● 병든 스님을 살펴보다. - 굉지(宏智) -

 

訪舊懷論實可傷 벗을 찾아 깊은 얘기 나누다 보니 실로 마음이 아프도다.

 

經年獨臥涅槃堂 몇 해가 지나도록 홀로 열반당에 누워있네.

 

門無過客窓無紙 문 앞에는 지나가는 나그네 없고 창문에는 종이마저 떨어졌네.

 

爐有寒灰席有霜 화로엔 차가운 재만 있고 앉을 자리에는 서리가 끼어있네.

 

病後始知身自苦 병이 든 후에야 이 몸이 고인 것을 비로소 아나니

 

健時多爲別人忙 건강할 때 열심히 남을 위해 도우라.

 

老僧自有安閑法 노승은 스스로 편안한 도리가 있어서

 

八苦交煎總不妨 여덟 가지 고통이 옥죄어 와도 전혀 방해롭지 않네.

 

 

[

● 누가 이몸의 주인인가 - 동산양개(洞山良价) -

不求名利不求榮 명리도 구하지 아니하고 영화도 구하지 아니하며

 

只麽隨緣度此生 다만 인연을 따라 한 생을 살아갈 뿐이다.

 

三寸氣消誰是主 심장의 기운이 사라지면 누가 이 몸의 주인인가.

 

百年身後謾虛名 백년 세월 이후에는 부질없는 헛된 이름뿐일세.

 

衣裳破處重重補 옷이 떨어지면 겹겹이 꿰매 입고

 

粮食無時旋旋營 식량이 떨어지면 가끔씩 구해온다.

 

一箇幻軀能幾日 일개의 허깨비 같은 몸 며칠이나 가겠는가.

 

爲他閒事長無明 쓸데없는 일을 위해 무명만 키우도다.

 

 

[● 텅 비었으되 다 품고 있다 - 심요전, 청량 징광 대사 -

 

大道本乎其心 큰 도란 그 마음을 근본으로 삼았고

 

心法本乎無住 마음의 법은 본래 머물지 않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無住心體靈知不昧 머물지 않는 마음의 본체가 신령스럽게 알아 어둡지 않다.

 

性相寂然 包含德用 성품과 형상이 텅 비었으되 덕과 작용을 다 품고 있다.

 

봄에는 아름다운 백화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온천지 비추도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어오고

겨울에는 아름다운 흰눈이 날리도다.

쓸대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이라네.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 조주선사, 오도송-

 

◉푸른 산 푸른 물이 나의 참모습이니,

밝은 달, 맑은 바람의 주인은 누구인가.

본래부터 한물건도 없다 이르지 마라.

온 세계 티끌마다 부처님 몸, 아니런가.

靑山綠水眞我面

明月淸風誰主人

莫謂本來無一物

塵塵刹刹法王身

- 무학대사, 오도송-

 

뜬 구름 자체는 본래 공한 것

본래 공인 것은 바로 저 허공이니,

허공에 구름 일고 사라지나니

일고 사라짐 자체도 온데 없는 본래 공이네.

浮雲自體本來空

本來空是太虛空

太虛空中雲起滅

나옹선사 오도송

 

◉선불장 가운데 앉아서

성성히 눈여겨 잘보니

보고 듣는 것 다른 것이 아니라

다만 본래의 옛 주인일세

 

 

選 佛 場 中 坐 (선불장중좌)

惺 惺 着 眠 着 (성성착면착)

見 聞 非 他 物 (견문비타물)

元 是 舊 主 人 (원시구주인)

태고선사 오도송

 

 

◉조주에 사는 옛 조사, 앉은 채 천성의 길을 끊었네

칼날을 바로 눈 앞에 대어도,

온몸에 하나의 구멍도 없네.

여우나 토끼도 자취 감춘 중,

문득 뛰어드는 사자 한 마리

철벽같은 그 관문 때려부수니.

맑은 바람이 태고를 불어버리네

 

趙 州 古 佛 老, 坐 斷 千 聖 路 (조주고불로, 좌단천성로)

吹 毛 적 面 提, 通 身 無 孔 窺 (취모적면제, 통신무공규)

狐 兎 絶 潛 踪, 번 身 師 子 露 (호토절잠종, 번신사자로)

打 破 牢 關 後, 淸 風 吹 太 古 (타파뇌관후, 청충취태고)

 

 

영조선사 오도송

 

높은 산 깊은 골에 터를 골라서

숲속에 암자 하나 짓고 사노라.

선나를 닦고 불이를 보고

도를 탐구하여 삼학(三學)이루네.

옥 캐는 사람 중에 뉘 이르럿노.

꽃을 물고 오는 새만 지저귀는구나.

세상 일 모두 잊고 소연히 앉아

한 맛인 법문 참구하노리

 

占 得 幽 居 地 (점득유거지)

萬 松 嶺 上 庵 (만송영상암)

入 禪 看 不 二 (입선간불이)

探 道 喜 成 三 (탐도희성삼)

采 玉 人 誰 到 (채옥인수도)

含 花 鳥 自 남 (함화조자남) 남 = 口+南 자

소 然 無 外 事 (소연무외사)

一 味 法 門 參 (일미법문참)

 

◉雲 香 (운 향)

 

無思無慮又無牽(무사무려우무견)

閑往閑來任自然(한왕한래임자연)

只得溪山何所事(지득계산하소사)

好隨年月度年年(호수년월도년년)

 

생각도 없고 근심도 없고 아무것도 걸릴 걸 없으니

한가히 가고 한가히 와서 자연에 맡기노라.

산골짝 시냇물에 머물러 있으니

해와 달을 따라 세월이 흐르는구나.

 

- 鐘峯禪師(종봉선사)- (1544~1610)

 

◉뜬 구름 자체는 본래 공한 것

본래 공인 것은 바로 저 허공이니,

허공에 구름 일고 사라지나니

일고 사라짐 자체도 온데 없는 본래 공이네.

 

浮雲自體本來空

本來空是太虛空

太虛空中雲起滅

起滅無從本來空

 

-월저선사, 임종계-

 

◉중성나열야명심 衆星羅列夜明深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암점고등월미침 岩點孤燈月未沈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원만광화불마형 圓滿光華不磨瑩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괘재청천시아심 掛在靑天是我心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

 

 

한산시에

 

수리무인도(數里無人到) 멀리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

산황시각추(山黃始覺秋) 산이 단풍들어 가을인 줄 알았네

암간일각수(巖間一覺睡) 바위틈에 한 숨 자다 깨어 보니

망각백년우(忘却百年憂) 사는 걱정 모두 다 날라 가버렸네

 

 

부용도개(芙蓉道楷)스님

 

◉산자무심벽(山自無心碧) 산은 무심히 푸르고

운자무심백(雲自無心白) 구름은 무심히 희구나

기중일상인(其中一上人) 그 가운데 스님 한사람

역시무심객(亦是無心客) 또한 무심한 나그네로세

- 서산스님

 

◉조의명명백초두 祖意明明百草頭

풀 끝마다 조사의 뜻 분명하고

 

춘림화발조성유 春林花發鳥聲幽

봄 숲에 꽃피자 새소리 그윽하다.

 

조래우과산여세 朝來雨過山如洗

아침빗발 스쳐간 산은 세수를 하였나?

 

홍백지지로미수 紅白枝枝露未收

붉고 흰 가지마다 이슬이 맺혔다. - 감산덕청(감山德淸)

 

 

몽과비란상벽허 夢跨飛鸞上碧虛

꿈에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에 올랐다가

 

시지신세일거려 始知身世一遽廬

비로소 몸도 세상도 한 움막임을 알았네

 

귀래착인한탄도 歸來錯認邯鄲道

한바탕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조일성춘우여 山鳥一聲春雨餘

산새의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

중국 송나라 때 대혜종고(大慧宗 ) 선사가

 

◉일조불명처 一鳥不鳴處 새 한 마리 울지 않는 곳

이인상대한 二人相對閑 두 사람이 한가롭게 마주 앉았네

진관여법복 塵冠與法服 속세의 유자와 산중의 스님

막작양반관 莫作兩般看 승속을 구분하여 둘로 보지 마시게

 

이조를 대표하는 고승 서산스님은

 

◉ 桃紅復含宿雨 도홍부함숙우

복사꽃 연분홍 간밤 비에 젖어 있고

柳綠更帶春煙 유록갱대춘연

푸른 버들가지에 봄 안개 어리네.

花落家童未掃 화락가동미소

꽃잎은 시나브로 떨어지고 있는데

鶯啼山客猶眠 앵제산객유면

꾀꼬리 울음 속에 나그네는 졸고 있네.

 

왕유(王維 699~759)

 

◉안자고비수자류 雁自高飛水自流

기러기 높이 날고 물은 절로 흐르는데

백운홍수잡산두 白雲紅樹雜山頭

산머리에 흰 구름 단풍이 섞여있다.

계변낙엽미귀로 溪邊落葉迷歸路

개울가엔 낙엽 쌓여 갈 길이 안보이고

임리소종산객수 林裡疎鍾散客愁

숲속에 먼 종소리 나그네 시름을 흩는구나.

 

부휴선수(浮休善修1543~1615)

 

◉일년의중보 一年衣重補

한 해에 옷 두 번 기워 입고

일일발양세 一日鉢兩洗

하루에 바리 두 번을 씻고 사네.

불효산중취 不曉山中趣

산에 사는 흥취를 모른다면

산중역진세 山中亦塵世

산중도 속세와 다를 바 없네.

 

 

 

연담유일(蓮潭有一, 1720~1799)

 

◉풍동과빈락 風動果頻落 바람 불자 산 나무 열매 자꾸 떨어지고

산고월이침 山高月易沈 산이 높으니 달이 벌써 지려하네.

시중인불견 時中人不見 내 곁에는 아무도 없는데

창외백운심 窓外白雲深 창 밖에 흰 구름만 자욱하구나.

 

이조 중기 부휴선수(浮休善修1545~1615)선사가

 

◉녹수음롱하일장 綠水陰濃夏日長 푸른 숲 짙은 그늘 여름날은 길고 긴데

누대도영입지당 樓臺倒影入池塘 누대의 그림자는 연못 속에 거꾸로 잠겼구나.

수정렴동미풍기 水晶簾動微風起 미풍이 일어나 수정발이 흔들리고

만가장미일원향 滿架薔薇一院香 줄기 뻗어 가득 핀 장미로 온 절이 향기롭네.

 

중국 선종사에 위앙종을 연 위산 영우(771~853)선사가

 

◉간수무성요죽류 澗水無聲遶竹流 개울물 소리 없이 대밭을 감아 흐르고

죽서화초농춘유 竹西花草弄春柔 대밭 가 꽃과 풀은 봄기운에 취했구나.

모첨상대좌종일 茅簷相對坐終日 풀집 처마를 보며 진종일 앉자 있으니

일조불명산갱유 一鳥不鳴山更幽 새 한 마리 울지 않아 산이 더욱 깊네.

 

왕안석(王安石1021~1086)

 

◉격쇄허공무내외 擊碎虛空無內外 허공을 쳐부수니 안팎이 없고

일진불입로당당 一塵不立露堂堂 티끌 하나 없는 자리 당당히 드러났네.

번신직투위음후 飜身直透威音後 몸을 뒤쳐 위음의 뒤를 뚫으니

만월한광조파상 滿月寒光照破床 보름달 찬 빛이 낡은 상을 비추네.

 

고려 때 나옹스님(1320~1378)

 

◉유무좌단로진상 有無坐斷露眞常 있네 없네 깔아뭉개 진상을 드러내니

일점고명약태양 一點孤明若太陽 한 점 밝은 그것 태양 같구나.

직하승당유끽방 直下承當猶喫棒 바로 곧 알아채도 방망이 맞을 건데

나감냉좌암사량 那堪冷坐暗思量 어찌 쓸쓸히 앉아 이리저리 생각하랴.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1178~1234

 

◉청신고수앵류명 淸晨高樹鶯留鳴 맑은 새벽 나뭇가지 높이 꾀꼬리 울음

문이하심아이경 問爾何心我耳驚 묻노니, 네 무슨 마음으로 내 귀를 놀라게 하냐?

원득원통무애력 願得圓通無碍力 원컨대, 막힘없는 원통의 힘을 얻어

보문진성불문성 普聞眞性不聞聲 널리 진여의 본성을 듣고 소리는 듣지 말자.

 

오암(鰲巖 1710~1792)대사는

 

◉월락서봉효경명 月落西峰曉磬鳴 서산에 달 지고 새벽 풍경 울리니

죽풍소슬주신청 竹風蕭瑟做新晴 댓바람 소슬한 게 기분 맑게 하구나

연단예흘빙경궤 蓮壇禮訖凭經几 불단에 예불하고 경상에 기대니

재시선창일반명 纔是禪窓一半明 이제사 선창이 반쯤 밝아오네

 

연파(蓮坡·1772~1811)대사는

 

◉ 지피생한불등암 紙被生寒佛燈暗 홑이불에 한기 들고 불등은 희미한데

사미일야불명종 沙彌一夜不鳴鍾 사미승은 밤이 새도 종을 치지 않는구 나.

응진숙객개문조 應瞋宿客開門早 나그네로 와서 자고 문 일찍 연다 투덜 대겠지만

요간암전설압송 要看庵前雪壓松 암자 앞 눈에 눌린 소나무를 봐야겠네.

 

이 시는 고려 말 문신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1287~1367)의

 

◉일일간산간부족 日日看山看不足 날마다 산을 보아도 보는 것이 모자라고

시시청수청무염 時時聽水聽無厭 때마다 물소리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아

자연이목개청쾌 自然耳目皆淸快 귀와 눈이 저절로 맑고 시원해

성색중간호양염 聲色中間好養恬 소리와 색깔 그 속에 고요함을 기르네.

 

고려 때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沖止 : 1226~1292)의 시이다.

 

 

◉반륜명월백운추 半輪明月白雲秋 하늘에는 초승달 산에는 흰 구름

풍송천성하처시 風送泉聲何處是 어디서 물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나

시방무량광불찰 十方無量光佛刹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 나라 다니며

진미래제작불사 盡未來際作佛事 미래제가 다하도록 부처님 일 하리라.

 

이 시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義天 : 1055〜1101)의 임종게로

◉춘산무반독심유 春山無伴獨尋幽 길동무도 없이 혼자 봄 산 깊숙이 들어가니

협로도화친장두 挾路桃花襯杖頭 길가의 복사꽃 지팡이에 스친다.

일숙상운소우야 一宿上雲疎雨夜 상운암의 밤은 성근 비에 젖는데

선심시사양유유 禪心詩思兩悠悠 선심과 시 생각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이 시는 불우한 생애를 마쳤던 조선조 명종 때의 허응당(虛應堂) 보우(普雨) 선사의 시이다.

 

◉일완다출일편심 一椀茶出一片心 한 잔의 차에 한 조각 마음이 나오니

일편심재일완다 一片心在一椀茶 한 조각 마음이 차 한자에 담겼네.

당용일완다일상 當用一椀茶一嘗 자, 이 차 한 잔 마셔보시게

일상응생무량락 一嘗應生無量樂 한 번 맛보면 근심 걱정 모두 사라진다네.

 

 

 

이 시는 함허득통(涵虛得通1376~1433)선사의 시이다.

 

◉막소생애박 莫笑生涯薄 내 생애 박복하다 비웃지 말라

요현일소도 腰懸一小刀 허리에 찬 작은 칼 하나로

등등천지내 騰騰天地內 하늘과 땅 사이에 늠름하나니

처처진오가 處處盡吾家 이 세상 모든 곳이 내 집이라네

 

이 시의 작자 침굉(枕肱:1618~1686) 스님은

 

◉일입서문고로망 一入西門古路忘 한 번 서산문에 들어와 옛길을 잊었으니

수류수처몰사량 隨流隨處沒思量 흐르거나 머물거나 아무 생각 없다네.

산중세월수능기 山中歲月誰能紀 산중의 세월 그 누가 기억하랴.

기견괴음청우황 只見槐陰靑又黃 괴목나무 잎들이 푸르다 노래진다.

 

조선조 중엽 보응영허(普應暎虛 : 1541~1609)대사는

 

◉채약홀미로 採藥忽迷路 약초 캐다 갑자기 길을 잃었네.

천봉추엽리 千峰秋葉裏 온 산이 단풍잎이 물든 속에서

산승급수귀 山僧汲水歸 산에 사는 스님은 물을 길어 가더니

임말다연귀 林末茶烟起 차를 달이는지 숲 끝 저쪽에 연기가 난다.

 

 

 

이 시는 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

 

◉십년단좌옹심성 十年端坐擁心城 십년을 단정히 앉아 마음의 성을 지켰더니

관득심림조불경 慣得深林鳥不驚 숲속의 새들도 길들어져 놀라지를 않는구나.

작야송담풍우악 昨夜松潭風雨惡 어젯밤 소나무 못 밑에 비바람 몰아치더니

어생일각학삼성 魚生一角鶴三聲 고기는 못 한 구석에 모여 있고 학은 세 번

울며 날아가네.

 

이 시는 서산 스님의 오도송(悟道頌)

 

◉망인제연희칠년 妄認諸緣希七年 헛된 인연 잘못 알고 살아온 77년이여!

창봉사업총망연 窓蜂事業摠茫然 창가에 부딪치는 벌처럼 해온 일도 부질없어라

홀등피안등등운 忽登彼岸騰騰運 훨훨 털고 문득 저 언덕에 올라가면서

시각부구해상원 始覺浮 海上圓 비로소 바다 위에 거품인 줄 이제 알았네.

 

이 시는 범해각안(梵海覺岸)

 

◉ 山深水密生虛 산심수밀생허뢰 산은 깊고 물은 찬데 텅 빈 적막의 소리여

月皎風微夜氣凉 월교풍미야기량 달은 밝고 바람 자서 밤기운 서늘하다.

却恨時人昏入夢 각한시인혼입몽 사람들은 지금 한창 꿈속에 들었겠지

不知淸夜興何長 부지청야흥하장 맑은 밤 이 흥취를 누가 어찌 알려나.

함허득통(涵虛得通 : 1376~1433)선사의 시다.

 

이도명산의욕관 爾名山意欲觀 도라고 이름 붙인 산을 보고 싶어서

장려종일고제반 杖藜終日苦 攀 지팡이 짚고 온종일 고생고생 올라갔었지

행행홀견산진면 行行忽見山眞面 가고가다 홀연히 산의 참 모습을 보았네.

운자고비수자원 雲自高飛水自湲 구름은 절로 높이 날고 물은 절로 흘러가더군.

 

 

 

허응당(虛應堂) 보우(普雨1515-1565) 선사는

 

◉소우추산외 踈雨秋山外 가을 산 밖에는 성근 비 내리고

사양고수변 斜陽古樹邊 늙은 나무 가에는 석양이 비친다.

모천고안향 暮天孤雁響 저문 하늘에 외로운 기러기 울음소리

하사객수견 何事客愁牽 무슨 일로 나그네의 근심을 당겨 주는가?

 

가을이 되면 객지에 가서 사는 사람들에게 고향생각이 일어난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을은 생각나는 것이 많은 계절인가 보다. 그래서 사색의 계절이라고 불러왔는지 모른다.

조선조 영조 때의 허정법종(虛靜法宗1670~1733) 스님은

 

 

◉천마(千魔)와 만난(萬難)이야 허깨비와 같은 법

여울가에 버려진 뒤집힌 배 다름없다.

금강(金剛)과 밤 가시를 통째로 삼켜야만

부모님께 몸 받기 전 그때를 알게 되리.

 

 

千魔萬難看如幻 直似灘頭掇轉船

천마만난간여환 직사탄두철전선

呑透金剛并栗莿 方知父母未生前

탄투금강병율자 방지부모미미생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영운장로에게 주다(贈靈雲長老)」

 

 

천마(千魔)와 만난(萬難)이야 허깨비와 같은 법

여울가에 버려진 뒤집힌 배 다름없다.

금강(金剛)과 밤 가시를 통째로 삼켜야만

부모님께 몸 받기 전 그때를 알게 되리.

 

 

◉千魔萬難看如幻 直似灘頭掇轉船

천마만난간여환 직사탄두철전선

呑透金剛并栗莿 方知父母未生前

탄투금강병율자 방지부모미미생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영운장로에게 주다(贈靈雲長老)」

 

 

◉이름나면 세상 피함 어려워져서

마음 편히 지낼 만한 곳이 없다네.

석장(錫杖)을 날리면서 가고 또 가도

산에 듦이 깊잖을까 염려한다네.

 

 

有名難避世 無處可安心

유명난피세 무처가안심

飛錫又飛錫 入山恐不深

비석우비석 입산공불심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도중에 느낌이 있어(途中有感

 

◉세상 일은 공중의 새

뜬 인생은 물 위 거품.

천하의 땅 안 많아도

산승에겐 지팡이 끝뿐.

 

 

世事空中鳥 浮生水上漚

세사공중조 부생수상구

天下無多地 山僧一杖頭

천하무다지 산승일장두

 

-청허 휴정(淸虛 休靜, 1520~1604), 「강호도인에게 주다(贈江湖道人)」

 

◉양 기슭 갈대꽃에 한 잎의 조각배로

바람 맑고 고요한 밤 달빛이 바늘 같네.

천척의 낚싯줄을 깊은 물에 던져놓고

금린(金鱗)을 낚아야만 그제야 편히 쉬리.

 

 

兩岸蘆花一葉舟 風淸夜靜月如鉤

양안노화일엽주 풍청야정월여구

絲綸千尺拋深浪 釣得金鱗始便休

사륜천척포심랑 조득금린시편휴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어부(漁父)」

 

◉한 치의 시간이 한 치의 금쪽이란

옛 사람이 내린 훈계 뜻이 어찌 깊은지.

승려라도 혹시나 푸른 눈이 안 열리면

늙어서도 헛 애쓰며 붉은 마음 토로하리.

 

 

一寸光陰一寸金 古人垂誡意何深

일촌광음일촌금 고인수계의하심

闍梨倘不開靑眼 老漢徒勞吐赤心

도리당불개청안 노한도로토적심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장(壯) 상인에게 주다(贈壯上人)」

 

 

◉공업(功業)을 멀리하고 지나친 술 말아야지

석 잔도 마다커늘 하물며 많이 하랴.

수보(手報) 없단 불경 말씀 기억하여 둘지니

승려로써 경계 않고 말년에 어이 할까.

 

 

破除功業酒無過 三爵猶辭矧敢多

파제공업주무과 삼사유사신감다

記得經中無手語 僧而不誡末如何

기득경중무수어 승이불계말여하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술 즐기는 승려를 경계하다(誡嗜酒禪者)

 

◉비워야만 한웅큼도 모두 담나니

바다 또한 물병에 전부 채우리.

평범하든 거룩하든 모든 물건은

이름 짓기 어렵고 형상도 없네.

 

 

空應皆納掬 海亦盡盛瓶

공응개납국 해역진성병

有物通凡聖 難名又沒形

유물통범성 난명우몰형

 

-월봉 무주(月峯 無住, 1623-?), 「해(海) 선사에게 보이다(示海禪)」 2

 

 

다른 사람 장단점은 말하지 마시게나

무익할 뿐 아니라 재앙을 부른다네.

제 입을 물병처럼 지킬 수만 있다면

이것이 몸 편히 할 으뜸가는 방편일세.

 

 

休說人之短與長 非徒無益又招殃

유설인지단여장 비도무익우초앙

若能守口如瓶去 此是安身第一方

약능수구여병거 차시안신제일방

 

-사명 유정(四溟 惟政, 1544~1610), 「허생에게 주다(贈許生)」

 

 

 

◉기울고 굽은 길에 갈림길도 많은데

굽은 곳엔 가시 많고 갈림길엔 의심 많네.

길 갈 때 갈림길과 굽은 길 가지 마소

가운데 길로 가야 바야흐로 평탄하리.

 

 

路多邪曲又多岐 曲處多荊岐處疑

노다사곡우다기 곡처다형기처의

行路莫行岐與曲 正當中路路方夷

행로막행기여곡 정당중로노방이

 

-괄허 취여(括虛 取如, 1720~1789), 「갈림길을 꺼림(忌多路)」

 

 

◉마당 쓸고 향 사르며 한낮에도 사립 닫아

이 몸은 고적해도 이 마음은 한가하다.

갈바람에 산창 아래 나뭇잎 떨어지니

일없이 언제나 옛 가르침 살펴보리.

 

 

掃地焚香晝掩關 此身孤寂此心閑

소지분향주엄관 차신고적차심한

秋風葉落山窓下 無事常將古敎看

추풍낙엽산창하 무사상장고교간

 

-부휴 선수(浮休 善修, 1543∼1615), 「산속의 한가한 노래(山中閑咏)」

◉바람 맑고 달 밝아 한밤 못은 서늘한데

외론 등불 마주 앉아 마음 절로 한가롭다.

한 알의 영주(靈珠)는 그 빛이 찬란커늘

다시금 어디에서 안심처(安心處)를 묻는가.

 

 

風淸月白夜塘寒 坐對孤燈意自閑

풍청월백야당한 좌대고등의자한

一顆靈珠光梷爛 更於何處問心安

일과영주광정란 갱어하처문심안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밤에 앉아(夜坐)」

 

 

◉비 갠 남악에 푸른 이내 걷히자

산 빛은 변함없이 묵은 암자 마주 섰다.

홀로 앉아 가만 보니 마음 생각 해맑은데

반평생 어깨에다 일곱 근 장삼 걸쳤네.

 

 

雨收南岳捲靑嵐 山色依然對古庵

우수남악권청람 산색의연대고암

獨坐靜觀心思淨 半生肩掛七斤衫

독좌정관심사정 반생견괘칠근삼

 

-정관 일선(靜觀 一禪, 1533-1608), 「산당에서 비갠 뒤(山堂雨後)」

도 배움은 모름지기 성경(聖經) 공부 먼저이니

성경은 다만 그저 내 마음에 있다네.

갑작스레 집안으로 난 길을 밟아 딛고

긴 하늘 돌아보니 기러기 앉는 가을일세.

 

 

學道先須究聖經 聖經只在我心頭

학도선수구성경 성경지재아심두

驀然踏著家中路 回首長空落鴈秋

맥연답착가중로 회수장공낙안추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희준 선덕에게 주다(贈曦峻禪德)」

 

 

 

◉섬돌 앞 비 맞고 꽃이 웃는데

난간 밖 바람에 솔이 우누나.

묘한 뜻 어이 다 궁구하리오

이게 바로 원통(圓通) 바로 그것이라오.

 

 

花笑階前雨 松鳴檻外風

화소계전우 송명함외풍

何須窮妙旨 這箇是圓通

하수궁묘지 저개시원통

 

-벽송 지엄(碧松 智儼, 1464∼1534), 「진일(眞一) 선자에게 보이다(示眞一禪子)」

 

 

[일년 내내 무주(無住)를 찾아 다니고

온 세상서 몰향(沒鄕)을 찾아 헤맸네.

푸른 산과 도회의 자줏빛 거리

어느 곳이 그가 있을 도량이더냐.

 

 

三際尋無住 十方覔沒鄕

삼제심무주 시방멱몰향

靑山與紫陌 何處是渠塲

청산여자맥 하처시거량

 

-월봉 무주(月峯 無住, 1623-?), 「주인공을 찾아가다(訪主人公)」

 

 

◉석단의 바람 등불 오경에 가물대고

달도 잠든 뜨락 꽃엔 이슬 기운 서늘하다.

게다가 유인(幽人)은 잠을 못 이루는데

작은 난간 물새가 끼룩대며 지나간다.

 

 

石壇風燭五㪅殘 月宿庭花露氣寒

석단풍촉오경잔 월숙정화로기한

況復幽人長不寐 渚禽呼過小欄干

황부유인장불매 저금호과소난간

 

-월하 계오(月荷 戒悟, 1773∼1849), 「피향당에 쓰다(題披香堂)」

 

◉상운암 담장 절반 햇빛 받아 붉은데

서리 숲 온기 돌자 바람결에 새가 운다.

모를괘라 어떤 이 창 안에 있으면서

눈 감고 향로 향에 온갖 생각 비었으리.

 

 

曦色雲庵半堵紅 霜林初暖鳥啼風

희색운암반도홍 상림초난조제풍

不知人在蘿窓內 瞑目爐薰百念空

부지인재나창내 명목로훈백념공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법천사 상운암에 제하다(題法泉上雲庵)」

 

 

[관음보살 일천 개 손 지녀 계시니

바른 눈으로 보면 없는 이 뉘랴.

손 하나 없다 해서 혐의 하리오

아직도 999개 남아 있나니.

 

 

觀音菩薩有千手 正眼看來誰不有

관음보살유천수 정안간래수불유

一箇雖殘何須嫌 猶存九百九十九

일개수잔하수혐 유존구백구십구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오른손이 없는 손님에게 주다(贈無右手客)」

 

 

[

밤낮의 냇물 소리 장광설인데

여기 어이 묵계라고 이름 지었나.

말하고 침묵함이 다가 아니니

이 속 알기 어려워서 묵계라 했지.

 

 

日夜溪聲廣舌長 云何這裡默爲名

일야계성광설장 운하저리묵위명

即聲即默非聲默 此裡難明故默名

즉성즉묵비성묵 차리난명고묵명

 

-응윤(應允, 1743-1804), 「묵계에 제하다(題默溪)」

 

[

환해(幻海)에 부침하며 몇 번 봄을 보내고서

시렁 위서 또 다시 꼭두각시 놀음 했지.

이제서야 껍질 벗고 티끌세상 벗어나면

정계(淨界)에선 연꽃이 곱게 새로 피어나리.

 

 

幻海浮沉度幾春 棚頭又作弄傀人

환해부침도기춘 붕두우작롱괴인

如今脫殼超塵累 淨界蓮花發艶新

여금탈각초진루 정계연화쟁염신

 

-명찰(明詧, 1640~1708), 「임종게(臨終偈)」

 

 

[

기괴한 얘기하면 선지식이라 하고

해박하게 많이 알면 성인(聖人)에다 견준다네.

경전과 시부(詩賦)에 비록 능하다 해도

마음 밭이 안 밝으면 모두 헛일이라네.

 

 

奇談恠語稱知識 愽覽多聞擬聖流

기담괴어칭지식 박람다문의성류

雖善經書詩賦筆 未明心地盡虛頭

수선경서시부필 미명심지진허두

 

-무주(無住, 1623-?), 「세상의 뜬 명예를 탄식함(歎世浮譽)」 4

 

 

[나무 인형 피리 불며 구름 속으로 달아나고

돌 여자가 금(琴)을 타며 바다 위로 오는구나.

그 가운데 한 늙은이 이목구비 하나 없이

깔깔깔 박수치며 파안대소(破顔大笑) 하누나.

 

 

木人吹笛雲中走 石女彈琴海上來

목인취적운중주 석녀탄금해상래

箇裡有翁無面目 呵呵拊掌笑顔開

개리유옹무면목 가가부장소안개

 

-무주(無住, 1623-?), 「무적당의 원수좌에게 부침(寄無迹堂元首座)」 3

 

 

[

산 구경 물 구경에 나날을 허송하고

음풍영월 하느라 정신이 피로하다.

서쪽에서 온 그 뜻을 활연히 깨달아야

바야흐로 출가했다 말할 수 있으리라.

 

 

翫水看山虛送日 吟風詠月謾勞神

완수간산허송일 음풍영월만로신

豁然悟得西來意 方是名爲出世人

활연오득서래의 방시명위출세인

 

-정관(靜觀, 1533-1608), 「시승에게 주다(贈詩僧)」

 

[ 구름 속

 

 

 

 

꾀죄죄 흰 머리 늙은 노인이

처마 밑서 땔나무 장작을 팬다.

지팡이 멈추고 앞길 물으니

손을 들어 구름 속 가리키누나.

 

 

白首龍鍾老 簷前柝火松

백수용종로 첨전탁화송

植杖問前路 擧手點雲中

식장문전로 거수점운중

 

-계오(戒悟, 1773∼1849), 「석문노인(石門老人)」

 

 

[

시절과 인간은 시들어짊 있건만

하늘의 꽃 소식은 매화에 먼저 오네.

돌집에서 늙은 중이 향 사르며 앉았자니

서창으로 든 달빛이 한동안 배회한다.

 

 

時節人間有謝來 上天花詔下先梅

시절인간유사래 상천화조하선매

老僧石屋焚香坐 月入西窓久徘佪

노승석옥분향좌 월입서창구배회

 

-계오(戒悟, 1773∼1849), 「회포를 읊다(咏懷)」

 

 

 

[애증

 

 

남 아끼면 남이 나를 사랑하지만

미워하면 남도 나를 미워한다네.

아끼고 미워함은 내게 달린 것

어이 굳이 산승에게 물으시는가?

 

 

愛人人我愛 憎人人我憎

愛憎惟在我 何必問山僧

 

-계오(戒悟, 1773∼1849), 「석산 한상사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石山韓上舍)」

 

 

[개 가죽

 

 

내 집에 한 마리 개가 있는데

사나워 사람을 따르질 않네.

개 죽자 그대가 먼데서 오니

서 푼 주고 가죽과 맞바꿔 갖게.

 

 

吾家一隻狗 獰性沒人追

狗死君來遠 三錢換得皮

 

-응윤(應允, 1743-1804), 「진허 스님에게 주다(贈振虛師)」

 

 

[칠십 여년 세월을 환해(幻海)에서 노닐다가

오늘 아침 허물 벗고 처음으로 돌아간다.

툭 터진 진성(眞性)은 원래 걸림 없나니

깨달음에 생사 뿌리 어이해 있으리오.

 

 

七十餘年遊幻海 今朝脫殼返初源

칠십여년유환해 금조탈각반초원

廓然眞性元無碍 那有菩提生死根

확연진성원무애 나유보리생사근

 

-부휴(浮休, 1543∼1615), 「임종게(臨終偈)」

헛세월 보내는 것 참으로 가석하니

세간의 사람들이 시비 속에 늙어가네.

부들방석 위에서 단정히 가만 앉아

부지런히 공부해서 조풍(祖風) 이음만 못하리.

 

 

虛負光陰眞可惜 世間人老是非中

허부광음진가석 세간인로시비중

不如端坐蒲團上 勤做功夫繼祖風

불여단좌포단상 근주공부계조풍

 

-부휴(浮休, 1543∼1615), 「경세(警世)」2

 

 

[

 

 

[

백년의 세월이 틈 사이로 지나는 듯

어이 인간 세상에 오래도록 머물 건가.

마땅히 강건할 때 부지런히 애써야지

생사가 갈릴 때는 한가하지 못 하리.

 

 

百歲光陰如過隙 何能久住在人間

백년광음여과극 하능구주재인간

冝隨强健須勤做 生死臨時不自閑

의수강건수근주 생사임시부자한

 

-부휴(浮休, 1543∼1615), 「경세(警世)」1

 

 

[한바탕 웃음

 

 

꽃 떨구는 바람에 강호에 봄 다가고

저물녘 한가한 구름 푸른 허공 지나간다.

그걸 보다 인간 세상 헛 것임을 깨달으니

한바탕 웃음 속에 만사 모두 잊으리.

 

 

江湖春盡落花風 日暮閑雲過碧空

강호춘진낙화풍 일모한운과벽공

憑渠料得人間幻 萬事都忘一笑中

빙거료득인간환 만사도망일소중

 

-부휴(浮休, 1543∼1615), 「한조각 한가론 구름 푸른 허공 지나가네(一片閑雲過碧空)」

 

 

[웃음거리

 

 

진리 찾다 시비의 실마리 속 잘못 들어

여러 해 웃음거리 된 줄도 몰랐었네.

꿈 깨고야 비로소 헛된 신세 알게 되니

흰구름 끝 늙어 마침 마음에 맹서한다.

 

 

尋眞誤入是非端 不覺多年作笑端

심진오입시비단 불각다년작소단

夢罷始知身世幻 誓心終老白雲端

몽파시지신세환 서심종로백운단

 

-부휴(浮休, 1543∼1615), 「감회(感懷)」

 

 

[

묵좌

 

 

마음 비워 가만 앉아 홀로 문을 닫았는데

한 소리 봄 새 울음 푸른 산 구름 잠겨.

한가한 맛 안개 속에 실컷 얻어 가졌지만

다만 혼자 기뻐할 뿐 그대에겐 못 드리리.

 

 

默坐虛懷獨掩門 一聲春鳥碧山雲

묵좌허회독엄문 일성춘조벽산운

烟霞剩得閑中趣 只自熙怡不贈君

연하잉득한중취 지자희이부증군

 

-부휴(浮休, 1543∼1615), 「암(巖) 선백께 드림(贈巖禪伯)」 1

 

 

[참문(參問)함엔 아만(我慢)을 제거해야 마땅하고

수행에는 탐진치(貪嗔痴)를 없앰이 합당하다.

헐뜯음과 기림이 바람처럼 들려와도

만사에 무심해야 도가 절로 새로우리.

 

 

參問須宜除我慢 修行只合去貪嗔

참문수의제아만 수행지합거탐진

雖聞毁譽如風過 萬事無心道自新

수문훼예여풍과 만사무심도자신

 

-부휴(浮休, 1543∼1615), 「준(峻) 상인에게 주다(贈峻上人)」

 

 

[이미 지나간 아주 작은 일들도

 

꿈속에선 선명하게 생각이 나네.

건망증 고친 사람 창을 들고 쫓아냈다는

그 말에 참으로 일리가 있네.

아내를 놔두고 이사를 했다는 것도

우연히 한 말만은 아닐 것이네.

몇 년간 병든 채로 지내온 지금

기심(機心)을 내려놓는 것이 약보다 낫네.

 

往事細如毛 明明夢中記 操戈欲逐儒 此言殊有理

徙室或忘妻 非徒偶語爾 一病今幾年 息機勝藥餌

 

 

 

[

누구인들 영 영 죽지 않으리

죽는 일은 옛날부터 균등하였다.

처음엔 8척 사나이로 생각던 것이

별안간 한줌의 먼지로 되어진다.

황천에 동트는 날 없는데

푸른 풀은 때가 되면 살아난다.

가슴 아파 지는 데까지 다다르니까

소나무 바람이 사람을 시름겹게 만드는구나.

誰家長不死 死事舊來均 始憶八尺漢

俄成一聚塵 黃泉無曉日 靑草有時春

行到傷心處 松風愁殺人 - << 寒山詩(한산시) >> -

 

 

◉심우시(尋牛詩)

 

此物元非無處尋 이 물건 원래 찾을 곳 없는 것 아니나

山中但覺白雲深 산속엔 다만 흰 구름만 깊었어라.

絶壑斷崖攀不得 깊은 골 깎아지른 벼랑 오를 수 없고

風生虎嘯復龍唫 바람 일자 범이 울고 용마저 우짖누나.

狐狸滿山凡幾多 여우 살쾡이 가득한 산 몇 번 지났을까

回頭又問是甚麽 고개 돌려 예가 어디인지를 다시 묻는다.

忽看披艸踏花跡 홀연 풀을 헤쳐 보고 꽃 자취를 밟아가다

別徑何須更他覓 다른 길을 무에 다시 찾을 필요 있으랴.

 

- << 만해 >> -

 

 

至今何必更聞聲 지금 하필 그 소리를 다시 들을까

揖白白兮踏靑靑 밝고 찬란한 모습에 읍하고 뒤따라

不離一步立看彼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서서 보노라니

毛角元非到此成 털과 뿔 본디 이런 것이 아니네.

 

已見更疑不得渠 보았으나 잡을 수 없다 의심이 다시 들어

擾擾毛心亦難除 흔들리는 모심(毛心) 누르기 어려워라.

頓覺其轡已在手 그 고삐 내 손에 있음 단박 깨치니

大似元來不離居 이는 분명 원래부터 떨어진 적 없었든 듯.

 

- << 만해 >> -

 

 

飼養馴致兩加身 꼴 먹이고 길들이며 보호해 줌은

恐彼野性逸入塵 혹여 저 야성이 날뛰어 진속에 들어갈까 봐.

片時不待羈與絆 한시라도 코뚜레와 멍에가 없다면

萬事於今必須人 지금 모든 게 사람의 손이 필요하리.

 

 

不費鞭影任歸家 채찍 그림자(鞭影) 쓰지 않고 귀가길 맡겨두니

溪山何妨隔烟霞 산과 물 연기 노을에 막혔어도 무슨 방해가 되리.

斜日吃盡長程艸 날 저물어 긴 길의 풀을 다 먹어 치우니

春風未見香入牙 봄바람 불지 않아도 풀 향기가 입으로 들어오누나.

 

自任逸蹄水復山 물과 산으로 마음껏 뛰어다녀

綠水靑山白日間 종일토록 청산녹수에 노니네.

雖然已在桃林野 이 몸 비록 복사꽃 핀 들에 있어도

片夢猶在小窓間 선 꿈은 외려 작은 창문 새로 들어오누나.

 

 

非徒色空空亦空 색이 공만인 것이 아니라 공 또한 공이거늘

已無塞處又無通 막힌 곳이 없었으니 통할 것도 없구나.

纖塵不立依天劍 띠끌 세상의 불립문자 천검(天劍)에 의지하니

肯許千秋有祖宗 어찌 천추토록 조종(祖宗)이 있음을 허용하리.

 

 

三明六通元非功 삼명육통(三明六通)은 원래 힘쓸 것이 아니거늘,

何似若盲復如聾 어찌 눈멀고 다시 귀 먼 것처럼 하랴.

回首毛角未生外 돌아보니 털과 뿔이 밖으로 나지 않았는데

春來依舊百花紅 여전히 봄은 찾아와 백화가 만발하구나.

 

 

入泥入水任去來 진흙 속에도 물속에도 마음대로 오가면서

哭笑無端不盈腮 끝없이 울고 웃는 모습 얼굴에 드러내지 않네.

他日茫茫苦海裏 훗날 망망한 고해 속에서도

更敎蓮花火中開 다시금 연꽃으로 불꽃 속에 피게 하리.

 

 

 

7. 5 선시

 

별들이 널려 있는 깊은 밤

바위에 외로운 등불 하나 달은 기우는데

뚜렷이 찬 광명은 이지러지지 않고 빛나니

내 마음 푸른 하늘에 걸려 있다네

 

중성나열야명심 衆星羅列夜明深

암점고등월미침 岩點孤燈月未沈

원만광화불마형 圓滿光華不磨瑩

괘재청천시아심 掛在靑天是我心 - << 한산시 >>

 

산은 무심히 푸르고

구름은 무심히 희구나

그 가운데 스님 한사람

또한 무심한 나그네로세

 

산자무심벽(山自無心碧)

운자무심백(雲自無心白)

기중일상인(其中一上人)

역시무심객(亦是無心客) - 서산스님

 

 

 

 

7. 5 선시

 

지금의 이 몸으로부터 부처가 되기까지

금계를 굳게 지켜 범하지 않으리라.

오직 원하노니 여러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소서

차라리 목숨을 버리더라도 마침내 물러서지 않으오리다.

 

自從今身至佛身

堅持禁戒不毁犯

唯願諸佛作證明

寧捨身命終不退 - << 자장 율사>>

 

달은 금반지가 되어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물은 옥가루가 되어 긴 내에 떨어지네.

이 가운데 무한한 진여의 풍경이여

어찌 산사람의 붓으로 펼쳐낼 수 있으랴.

 

月作金環掛碧天(월작금환괘벽천)

水爲玉屑落長川(수위옥소낙장천)

箇中無限眞風景(개중무한진풍경)

豈易山人筆下宣(기이산인필하선) - << 월파(月波1695~?) 대사>>

 

 

有一物於此 從來以來 昭昭靈靈

不曾生不曾滅 名不得狀不得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긴 것도 아니요 일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네.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

 

다만 온갖 만물에 무심하다면

만물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무엇이 방해가 되겠는가.

쇠로 만든 소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고,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을 보고 새를 보는 것과 꼭 같네.

나무로 만든 사람은 본래 자체에 마음이 없으며

꽃과 새도 나무로 만든 사람을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마음과 경계가 여여하면 다만 이러할 뿐인데

깨달음 이루지 못한 것을 무엇 때문에 염려하겠는가.

 

但自無心於萬物 何妨萬物常圍繞

鐵牛不怕獅子吼 恰似木人見花鳥

木人本體自無情 花鳥逢人亦不驚

心境如如只遮是 何處菩提道不成 - 방거사(龐居士,700년대 唐)

 

꿈속에서 꿈속의 일 말하지 말라.

꿈이 가면 꿈이 오고 꿈은 쉬지 않는다.

근심 속에서 근심 속의 말을 말하지 말라.

근심이 가면 근심이 오고 근심이 다시 근심이 된다.

夢裏莫說夢裏事(몽리막설몽리사)

夢去夢來夢不休(몽고몽래몽불휴)

愁中莫說愁中語(수중막설수중어)

愁去愁來愁復愁(수거수래수부수)

괄허(括虛1720~1789) 스님

 

푸른 숲 짙은 그늘 여름날은 길고 긴데

누대의 그림자는 연못 속에 거꾸로 잠겼구나.

미풍이 일어나 수정발이 흔들리고

줄기 뻗어 가득 핀 장미로 온 절이 향기롭네.

 

녹수음롱하일장 綠水陰濃夏日長

누대도영입지당 樓臺倒影入池塘

수정렴동미풍기 水晶簾動微風起

만가장미일원향 滿架薔薇一院香 -

 

< 고봉원묘(高峯原妙 : 1238~1295) >

 

 

7.5 선시

 

흰 구름 쌓이는 산속의 삼

앉고 눕고 거닐면서 스스로 한가롭네.

차가운 시냇물은 반야를 말하는데

달빛 실은 맑은 바람 온몸이 서늘하네.

 

白雲堆裏屋三間(백운퇴리옥삼간)

坐臥經行得自閑(좌와경행득자한)

澗水冷冷談般若(간수냉냉담반야)

淸風和月遍身寒(청풍화월변신한) - << 나옹집(懶翁集) >> -

 

천리 길 찾아와 임의 안부 묻나이다.

청산에 홀로 서서 몇 해를 보냈나요?

만약 부처님 법이 행하지 못하는 말세를 만났다면

나 역시 임처럼 목숨 아끼지 않았으리.

 

千里歸來問舍人(천리귀래문사인)

靑山獨立幾經春(청산독립기경춘)

若逢末世難行法(약봉말세난행법)

我亦如君不惜身(아역여군불석신)

 

- <<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 >> -

 

◈ - 한산 시 -

 

欲得安身處 寒山可長保 이 몸 편히 쉴 곳을 찾았었는데 한산이 오래 살기 제일 좋구나.

 

微風吹幽松 近聽聲逾好 미풍이 노송에 불어올 때는 가까이서 듣는 소리 더욱 좋아라.

 

下有班白人 喃喃讀黃老 나무 아래 흰머리 노인이 있어 남남남남 노자를 흥얼거리네.

 

十年歸不得 忘却來時道 십년동안 돌아가지 아니했으니 올 때의 그 길을 잊어 버렸네.

 

번뇌를 멀리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승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공부할지어다.

추위가 한 번 뼈에 사무치지 않았다면

어찌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塵勞逈脫事非常 (진노형탈사비상)

緊把繩頭做一場 (긴파승두주일장)

不是一番寒徹骨 (불시일번한철골)

爭得梅花撲鼻香 (쟁득매화박비향) - 황벽희운 -

 

 

봄을 맞으니 높은 산 낮은 들 모두가 아름답고

울창한 숲에 비 지나가고 나니 두견새 지저귄다.

인적은 고요하여 그림같이 달 밝은 밤에

꽃잎은 휘날리고 술에 취해 노래 부른다.

 

承春高下盡鮮姸

雨過喬林叫杜鵑

人靜畵樓明月夜

醉歌歡酒落花前 - 선문염송 -

 

 

 

◈저 스님아 산이 좋다 말하지 말게

좋다면서 왜 다시 산을 나오나,

저 뒷날 내 자취 두고 보게나

한 번 들면 다시는 안 돌아오리

 

僧乎莫道靑山好

山好何事更出山

試看他日吾踪跡

一入靑山更不還 - << 고운 최치원 >> -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후에도 홀로 신령스러운 것이여

일체 부처님이 여기서 나왔다네

미친 마음만 쉬면 바로 볼 수 있나니

가을 물 맑은 하늘, 달이 떠 있구나

 

신전신후독영영 身前身後獨靈靈

일체여래출차경 一切如來出此經

헐즉광심변상견 歇盡狂心便相見

수추천정월정정 水秋天淨月亭亭

굉지정각(宏智正覺:1091~1157) 선사

 

 

 

 

 

 

선시 공부

파초 한 그루 파초를 뜨락에 심어두니 밤중에 보슬비 소리조차 들리누나. 매운 바람 툭 쳐서 꺾을까 걱정되어 아이 시켜 돌 주워와 터진 담장 고친다네. 芭蕉一樹種幽庭 中夜猶聽細雨聲 파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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