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반야심경

금강경 야보송

수선님 2024. 3. 24. 13:55

金 剛 經 冶 父 頌

 

 

【야보】

 

法不孤起라 誰爲安名고

法은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이름 하였나?

摩訶大法王이여 無短亦無長이로다

本來非皂白이로대 隨處現靑黃이로다

花發看朝艶이요 林凋逐晩霜이로다

疾雷何太擊고 迅電亦非光이로다

凡聖元難測이어니 龍天豈度量이리오

古今人不識일새 權立號金剛이로다

크다 大法王이여,

짧은 것도 없고 또한 긴 것도 없는 것,

本來 검거나 희지도 않지만

어디에나 靑과 黃으로 나타나도다.

 

꽃이 피어 아침이 곱기도 해라

나뭇잎 시들어 늦서리 내렸도다.

천둥은 어찌 그리 크게 치는가.

빠른 번개도 역시 빛을 잃는구나.

 

凡夫 聖人도 측량키 어렵거니

天龍이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예나 지금이나 아는 사람 없어서

方便으로 금강(金剛)이라 이름 했도다.

 

如是여

古人이 道하사대 喚作如如인댄 早是變了也라하시니 且道하라

變向甚麽處去오 不得亂走어다 畢竟作麽生고 道火不曾燒却口니라

如是여 옛 사람이 이르기를 "如如"라 부른다면 이것은 벌써 變해 버린 것이다 하였다.

또한 일러라.

變하여 어디로 向해 갔는가? 어지럽게 찾아다니지 말라. 畢竟엔 어떨까? 불(火)을 아무리 말하여도 아직까지 입을 태 운적은 없도다.

 

如란 如여

靜夜長天에 一月孤로다

如란, 如여, 고요한 밤 먼 하늘에 외로운 달 하나.

是란 是여

水不離波波是水라 鏡水塵風不到時에 應現無瑕照天地니 看看하라

是란 是여,

물과 물결은 분리할 수 없어 물결이 바로 물인 것을.

거울 같은 물은 티끌 바람이 이르지 못해

티 없이 나타나 天地를 비추노라.

보고 보아라.

 

我여,

赤裸裸淨하야 沒可把로다

我여, 벗은 듯이 깨끗하여 가히 잡을 수 없구나.

 

我란 我여

認得分明成兩箇라 不動纖毫合本然하니 知音自有松風和로다

我여, 我여.

알겠다. 하면 分明 두 개(주관 . 객관)로 분리 된다.

털끝만큼도 動하지 않고 本然그대로라

옛날 지음자 있듯이 솔바람이 和答하네.

 

聞이여,

切忌隨他去이다

聞이여 남(境界)을 따라가는 것 간절히 꺼릴지어다.

 

聞이란 聞이여

猿蹄嶺上이요 鶴唳林間이라

斷雲風捲하고 水激長湍이로다

最好晩秋霜午夜에 一聲新雁覺天寒이로다

聞이란 聞이여,

원숭이는 산위를 달리고

학은 숲 속에서 우는 구나

구름 걷히고 바람 쉬는데

물은 여울져 흐르도다.

늦가을 서리 내린 깊은 밤에

기러기 한 소리에 날씨 차가은줄 깨쳤도다.

 

一이여

相隨來也로다

일(一)이여, 서로 따라 옴이로다.

 

一란 一이여

破二成三이 從此出이라

乾坤混沌未分前에 以是一生參學畢이로다

一이여, 一이여. 이(二)를 부숴고 삼(三)을 만드는 것이 여기로 부터 일어났도다.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기 이전에 이것으로 一生의 참학(參學)을 마쳤도다.

 

時여

如魚飮水에 冷暖自知로다

때(時)여, 물고기가 물을 먹음에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알지 로다.

 

時란 時여

淸風明月이 鎭相隨라

桃紅李白薔薇紫를 問着東君自不知로다

時여, 時여,

淸風明月이 항상 서로 같이하네.

복숭 꽃은 붉고 오얏 꽃은 희고 장미꽃 붉은 것을

봄바람에게 물었더니 그도 또한 모른다 하네.

 

佛이여

無面目說是非漢이로다

부처(佛)여, 면목(面目) 없이 옳고 그름(是非)을 말하는 사내 로다.

 

小名은 悉達이요 長號는 釋迦라 度人無數하사 攝伏群邪로다

若言他是佛하면 自己却成魔니

只把一枝無孔笛하야 爲君吹起太平歌로다

어려서 이름은 싣달타(悉達多)이고 커서 이름은 釋迦로다.

數 없는 사람을 제도하고

삿된 무리를 거두어 조복 받으셨다 네.

만약 다른 이를 부처라 말한다면

도리어 自己는 魔軍이란 말이니

다만 한 가닥 구멍 없는 피리(無孔笛)를 잡아서

그대를 위하여 太平歌를 부르리라.

 

在여

客來須看이니 也不得放過하면 隨後便打니라

재(在)여,

客이 오면 자세히 살필지니 그냥 지나치면 차후에 문득 치리 라.

 

獨坐一爐香하야 金文을 誦兩行이로다

可憐車馬客이여 門外에 任他忙이로다

홀로 향로 옆에 앉아서

經典(金文) 두어 줄을 외우노라

가련하다. 車馬의 客이여.

문밖에서 다른 경계와 함께 분망하도다.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여

獨掌不浪鳴이로다.

큰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하심이여.

한 손바닥만으로 소리가 나지 않소이다.

 

巍巍堂堂이여 萬法中王이라

三十二相이요 百千種光이라

聖凡膽仰하고 外道歸降이로다

莫謂慈容難得見하라 不離祇園大道場이로다.

 

높고도 堂堂한

萬法에 王이시여

三十二相에 百千가지 빛이어라.

聖賢 凡夫가 우러러 보고

外道가 도라 와 降伏하도다.

慈悲로운 모습을 뵙기 어렵다 말하지 말라.

祇園 大道場에서 떠나지 않으셨도다.

 

惺惺着이삿다

飯食訖兮洗足已하시고 敷座坐來誰共委오

向下文長知不知아 看看平地波濤起니라

맑으시도다.

供養하시고 발을 씻으신 다음에

자리 펴고 앉으심은 누구와 함께 하심인가.

지난 날 글을 아는가 모르는가.

보고 보아라. 平地에 波濤가 일어나도다.

 

如來不措一言이어시늘 須菩提便興讚歎하시니

具眠勝流는 試着眼看이어다

如來께서는 한 말씀도 하시지 안 했는데

須菩提는 곧 讚歎하였으니,

눈을 갖춘 뛰어난 무리들은

시험 삼아 잘 着眼하여 보라.

 

隔檣見角에 便知是牛요

隔山見煙에 便知是火로다

獨坐巍巍여 天上天下어늘

南北東西에 鑽龜打瓦로다

담 넘어 뿔을 보면 소 인줄 알고,

산 넘어 연기를 보면 불 인줄 아네.

홀로 앉아 높고 높음이여, 천상천하이거늘

南北東西에서 거북과 기와로 점(鑽龜打瓦)을 치도다.

這一問은 從甚處出來오

이 한 물음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고?

 

你喜我不喜요 君悲我不悲라

上思飛塞北하고 燕憶舊巢歸로다

秋月春花無限意를 箇中只許自家知니라

너는 기뻐나 나는 기쁘지 않고

그대는 슬퍼도 나는 슬프지 않네.

기러기는 북쪽으로 날아갈 것을 생각하고

제비는 옛집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네.

가을 달과 봄꽃들의 無限한 뜻을(本來의 참 모습) 그 개중에서 다만 스스로 알뿐이로다.

 

往往事因 叮囑生이로다

지난 날 일들이 자세히 付囑함에서 생겼도다.( 囑은 이 른바 "너는 이제 자세히 들으라."한 것이다.)

 

七手八脚이요 神頭鬼面이라

棒打不開요 刀割不斷이라

閻浮踔躑幾千廻요 頭頭不離空王殿이로다

일곱 손이 여덟 다리에

신의 머리 귀신의 얼굴이라.

몽둥이로 쳐도 열이지 않고

칼로 베어도 끊지 못하네.

閻浮提에 뛰는 것이 그 몇 천 번인가?

낱낱이 空王殿을 떠나지 않았네.

 

頂天立地요 鼻直眼橫이로다

이마는 하늘로 하여 땅위에 서 있고,

코는 수직으로 눈은 가로 놓여 있도다.

 

堂堂大道여 赫赫分明이라

人人本具하고 箇箇圓成이라

因差一念하야 現出萬般形이로다

堂堂한 大道여,

밝고 밝아 分明하도다.

사람사람이 本來 갖추었고

낱낱이 圓滿하게 이루어 졌도다.

어긋난 한 생각으로 인하여

萬 가지 形相이 나타난다네.

 

若要天下行인댄 無過一藝强이니라

만약 天下를 行하고자 한다면 한 가지 재주를 뛰어나게 할지 니라.

 

西川十樣錦에 添花色轉鮮이라

欲知端的意인댄 北斗面南看이어다

虛空不關絲毫念이라 所以彰名大覺仙이니라.

西川(中國) 열 무늬 비단에

꽃을 수놓으니 색이 더욱 곱도다.

分明한 뜻을 알고 저 하면

북두칠성을 남쪽을 向하여 볼지어다.

虛空은 털끝만한 생각도 거리끼지 않으니

이 까닭에 大覺仙이라 이름 함이로다.

 

可知藝也니라

가히 재주를 알지니라.(예를 아는 사람이로다.)

 

虛空境界豈思量가 大道淸幽理更長이로다

但得五湖風月在하면 春來依舊百花香하리라

虛空境界를 어찌 思量하랴,

大道는 맑고 깊어 그 이치 또 다시 길도다.

단만 五湖에 風月이 있음을 안다면

옛 과 같이 봄 돌아와 꽃마다 향기리라.

 

且道하라

卽今行住坐臥는 是甚麽相休瞌睡어다

또 일러라

지금의 行住坐臥는 이 무슨 相인고. 졸지 마르라.

 

身在海中休覓水하고 日行嶺上莫尋山이어다

鶯吟燕語皆相似하니 莫問前三與後三이어다

바다 가운데 있으면서 물을 찾지 말고

매일 산 위를 行하면서 산을 찾지 말라.

꾀꼬리 울음과 제비 지저귐이 서로 비슷하니

前三과 後三을 묻지 말지어다.

 

山是山 水是水니 佛이 在甚麽處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

 

有相有求俱是妄이요 無形無見墮偏枯로다

堂堂密密何會間이리오 一道寒光爍太虛로다

相이 있고 구함이 있음은 이 모두 妄이요

無形 無見은 치우친 所見에 떨어짐이로다.

堂堂 密密을 어느 누가 아리요.

한 가지 깨끗한 빛(寒光)이 큰 허공을 빛내도다.

金佛不度爐하고 木佛不度火하고

泥佛不度水로다

금부처님은 화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나무부처님은 불을 건너지 못하며,

흙부처님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三佛形儀總不眞이며 眼中瞳子面前人이라

若能信得家中寶하면 啼鳥山花一樣春이로다

三佛의 形相과 擧動은 다 眞實이 아니고

눈 가운데의 瞳子가 그대 앞의 사람이라.

만약 能히 집에 있는 보배를 믿기만 하면

새 울고 꽃피는 봄일 것이니라.

 

種瓜得瓜요 種果得果로다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과일을 심으면 과일을 얻을 진저.

 

一佛二佛千萬佛이 各各眼橫兼鼻直이라

昔年親種善根來러니 今日依前得渠力이로다

須菩提須菩提여

着衣喫飯尋常事어늘 何須特地却生疑오

한 부처 두 부처 千萬부처가

각각 눈은 가로 있고 코는 세로로 놓였도다.

옛날에 친히 善根을 심어 왔더니

오늘도 옛날에 의하여 큰 힘을 얻었도다.

須菩提 須菩提여,

옷 입고 밥 먹는 것이 日常의 일이거늘

어찌하여 모름지기 특별히 疑心을 내는가.

 

圓同太虛하야 無欠無餘로다

원만함이 虛空과 같아서 남고 부족함이 없어라.

 

法相非法相이여 開拳復成掌이로다

浮雲散碧空하니 萬里天一樣이로다

法相과 非法相이여,

주먹을 펴니 다시 손바닥이로다.

뜬구름이 푸른 하늘에서 흩어지니

만리의 하늘이 온통 푸른 하늘뿐이더라.

 

金不愽金이요 水不洗水로다

금은 금을 살 수 없으며 물은 물을 씻지 못한다.

 

得樹攀枝未足奇라 懸崖撤手丈夫兒로다

水寒夜冷魚難覓하니 留得空船載月歸로다

나무에서 나뭇가지를 잡음은 족히 기이함이 아니라,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물도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

 

水到渠成이로다

물이 이르면(고이면) 개울이 이루어지도다.

 

終日忙忙에 那事無妨이라

不求解脫하고 不樂天堂이로다

但能一念歸無念하면 高步毘廬頂上行하리라

종일토록 바쁘고 바빠

무슨 일에도 방해되지 않도다.

解脫도 구하지 않고

天堂도 즐기지 않도다.

다만 能히 일념이 無念에 돌아가면

높은 걸음으로 毘盧의 頂上을 걸어가리라.

 

寒卽言寒이요 熱卽言熱이로다

추우면 춥다고 말하고 더우면 덥다고 말하도다.

 

雲起南山雨北山하니 驢名馬字幾多般고

請看浩渺無情水하라 幾處隨方幾處圓고

남산에는 구름 일고 북산에는 비 내린다.

나귀를 馬이라 이름 하는 자가 얼마나 많았는가.

청컨대 넓고 아득한 無情水를 보라.

몇 곳이 모났고 몇 곳이 둥글었나.

 

是甚麽오

是甚麽오(무엇이냐)

 

恁麽也不得이며 不恁麽也不得이니

廓落太虛空에 鳥飛無影迹이로다 咄

撥轉機輪却倒廻하니 南北東西任往來로다

이렇다 해도 안 맞고 저렇다 해도 안 맞다.

텅빈 虛空에 나르는 새는 자취가 없도다. 돌!

굴리는 바퀴가 도리어 거꾸로 돌아가니

南北東西 멋대로 왕래하도다.

 

毫釐有差하면 天地懸隔이로다

털끝만한 차이가 있어도 하늘·땅처럼 벌어진다.

正人說邪法하면 邪法悉歸正이요

邪人說正法하면 正法悉歸邪라

江北成枳江南橘이여 春來都放一般花로다

바른 사람이 삿된 法을 말하면

邪法이 다 正으로 돌아오고

삿된 사람이 正法을 說하면

바른 法이 다 邪에 돌아가도다.

江北에서는 탱자가 되고 江南에선 귤이 됨이여,

봄은 똑같은 꽃을 낳도다.

 

事向無心得이니라

일은 無心을 향하여 이루어지느니라.

 

寶滿三千及大千이라도 福緣應不離人天이니

若知福德元無性하면 買得風光不用錢하리라

보배를 三千大千世界를 채워 布施하더라도

福의 緣은 人天을 벗어나지 않으니

만약 福德은 元來 性品 없음을 알면

本地風光을 사는 데 돈을 쓰지 않으리라.

 

且道하라 此經은 從甚麽處出고

須彌頂上이요 大海波心이니라

또한 일러라. 이 經은 어느 곳으로부터 나왔는가.

須彌의 頂上이요 大海의 중심이로다.

 

佛祖垂慈實有權하시니 言言不離此經宣이로다

此經出處還相委아 便向空中駕鐵船이니라

(空中은 他本에 作雲中이라) 切忌錯會어다

佛祖께서 慈悲를 베푸시어 眞實과 方便을 두시니

말씀 말씀이 다 이 經을 떠나지 않고 설하셨도다.

이 經의 出處를 자세히 아는가.

문득 하늘을 向해 鐵船을 몰지니라.

간절히 바라노니 잘못 알지 말지어다.

 

能將蜜果子하야 換汝苦胡蘆로다

能히 단 과자를 가지고 너의 쓴 호로와 바꾸어라.

 

佛法非法이여 能縱能奪이라

有放有收하며 有生有殺이로다

眉間常放白毫光이어늘 癡人猶待問菩薩이로다

佛法이 法이 아님이여,

能히 놓아두기도 하고 能히 뺏기도 함이로다.

놓아두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며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도다.

눈썹 사이에서 항상 白毫光을 놓거늘

어리석은 이들은 오히려 菩薩에게 묻는구나.)

 

諸行無常하야 一切皆苦로다

모든 것이 無常이며 온갖 것이 다 苦로다.

 

三位聲聞已出塵이나 往來求靜有疎親이로다

明明四果元無果하니 幻化空身卽法身이로다

三位의 聲聞이 이미 六塵을 벗어났으나

오고 가며 靜을 구하며 親疎를 두었도다.

분명코 四果는, 元來 果라는 것이 없으니

幻化 空身(虛妄한 빈 몸뚱이)이 곧 法身이로다.

把定則雲橫谷口요 放下也月落寒潭이로다

定을 잡으면 구름이 골짜기에 가득하고

놓으면 달이 못에 떠있구나.

 

喚馬何會馬리오 呼牛未必牛라

兩頭都放下하고 中道一時休라

六門迸出遼天鶻하니 獨步乾坤總不收로다

말이라고 부른들 어찌 말이겠는가?

소라 불러도 반드시 소는 아니니,

둘을 모두 놓고

中道에서 잠간 쉴지어다.

六門을 열어 놓고 먼 하늘을 달리는 송골매라 한들,

獨步로써 乾坤을 모두 거둘 수 있으랴.

 

認着하면 依前還不是니라

알았다 착각하면 여전히 그러 하니라.

 

蚌腹隱明珠하고 石中藏碧玉이라

有麝自然香이니 何用當風立이리오

活計看來恰似無나 應用頭頭皆具足이로다

조개 속엔 밝은 구슬 숨어 있고

돌 속엔 푸른 옥이 감추었도다.

사향노루에 저절로 향기 나는데

어찌하여 바람 앞에 서려하나.

살림살이 흡사 없는 듯 보이나

쓰면 쓸수록 가지가지 具足하네.

 

古之今之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옛날은 옛날이고 지금은 지금이로다.)

 

一手指天하고 一手指地하시니

南北東西에 秋毫不視로다

生來心膽大如天하시니 無限群魔倒赤幡이로다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가리키시니

南北東西 추호도 보지 못하는구나,

나면서부터 心膽이 크기가 하늘같아

無限한 마군들이 붉은 깃발 꺾기 도다.

 

孃生袴子요 靑州布衫이로다

어머니의 속옷이요, 청주에 장삼(布衫)이로다.

 

抖擻渾身白勝霜하니 蘆花雪月轉爭光이로다

幸有九皐翹足勢하니 更添朱頂又何妨가

온 몸을 털어 버리니 희기가 서리보다도 더 희고,

갈대꽃과 雪月은 더욱 빛을 다투도다.

다행히 깊은 못에 한 마리 학이 빼어났으니

다시 붉은 이마를 더한들 무엇이 방해되랴.

 

 

雖然恁麽나 爭奈目前에 何오

비록 이러하나 눈앞에 있는 것을 어찌하리오.

 

見色非干色이요 聞聲不是聲이라

色聲不礙處에 親到法王城이로다

色을 보면 色에 간섭받지 않고

소리를 들어도 소리가 아니로다.

色과 소리가 걸리지 않는 곳이

친히 法王城 이리라 하리.

 

退後退後어다 看看하라 頑石이 動也로다

물러서고 물러서서 보고보라.

頑石(굳은 돌)이 움직이지 않느냐.

 

山堂靜夜坐無言하니 寂寂廖廖本自然이라

何事西風動林野하야 一聲寒雁唳長天고

산사 고요한 밤 선에 앉으니

적적하고 고요해 본래 그러한 것을

무슨 일로 西風은 林野를 디 흔들고

외마디 기러기는 長天을 깨우는고?

 

設有인들 向甚麽處着고

설사 있다 한들 어느 곳을 向할고.

 

擬把須彌作幻軀하니 饒君膽大更心序라

目前指出千般有라도 我道其中一也無라하니라

便從這裏入이어다

須彌山을 잡아 幻의 몸을 만들려 하니

그대의 간이 크기도 하구나.

눈앞에 가질 것은 千萬 가질지라도,

나는 그 中에서 한 개도 없다 말 하리

문득 이속으로 들어올지어다.

 

前三三後三三이로다

前三三 後三三이로다.

 

一二三四數河沙여 沙等恒河數更多로다

算盡目前無一法하야사 方能靜處薩婆訶하리라

一, 二, 三, 四의 恒河沙여,

모래 같은 恒河의 수가 또한 많기도 해라.

다 셈을 해도 눈앞에 一法도 없구나

바야흐로 能히 寂靜處가 薩婆訶로구나.

 

眞鍮로 不換金이로다

진짜 놋쇠라도 금과는 바꾸지 않는다.

 

入海算沙徒費力이라 區區未免走紅塵이니

爭如運出家珍寶하야 枯木生花別是春가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셈하는 것은 한갓 힘만 허비함이라. 구구히 紅塵에서 허덕임을 면치 못하노니.

내 집의 가보를 꺼내본들

枯木에 꽃피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合如是로다

이와 같이 맞도다.

 

似海之深이요 如山之固로다

左旋右轉에 不去不住로다

出窟金毛獅子兒가 全威哮吼衆狐疑로다

深思不動干戈處에 直攝天魔外道歸로다

바다같이 깊고

산처럼 堅固하지만

좌로도 돌고 우로도 돌아

가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도다.

굴에서 나온 금빛 사자새끼가

위세로 포효하니 여우들은 의심하누나.

무기를 쓰려는 생각이 없는 곳에

天魔와 外道는 조용히 돌아가도다.

 

今日에 小出大遇로다

今日에 조금 내놓고 크게 얻었도다.

 

火不能燒요 水不能溺이며

風不能飄요 刀不能劈이라

軟似兜羅하고 硬如鐵壁하니

天上人間이 古今不識이로다 咦

불이 태우지 못하고 물도 빠뜨리지 못하며

바람도 날리지 못하고 칼도 자르지 못하도다.

부드럽기는 도라솜(兜羅綿)같고 단단하기는 철벽과 같거늘

古今에 天上과 人間이 어찌 알지 못 할고! 우습다.

 

猶較些子로다

오히려 조금 비슷하도다.

 

一手擡一手搦하고 左邊吹右邊拍하며

無絃彈出無生樂하야 不屬宮商律調新이어야

知音知後에 徒名邈이로다

한손으로 들고 한손으로 잡으며

왼쪽으로 불고 오른쪽으로 쳐서

줄 없이 無生의 가락을 퉁겨내어야

宮商에 속하지 않고 律調가 새롭구나.

知音者가 안 후에야 그 이름이 멀진저.

 

低聲低聲하라

소리를 낮추고 소리를 낮추어라(조용 조용하라.)

 

入草求人不奈何오 利刀斫了手摩挲로다

雖然出入無蹤跡이니 紋彩全彰見也麽아

숲이 깊어 사람을 찾을 수 없구나 어찌 할고

칼로 숲을 베고 손으로 쓰다듬어 보아도

오고 가는 자취가 없으니

무늬가 드러나도 볼 수가 있을까?

南贍部洲요 北鬱單越이로다

남섬부주요 북울단월이로다.

 

頭指天脚踏地하고 饑則飡困則睡라

此土西天이요 西天此土로다

到處元正便是年이니 南北東西秖者是로다

머리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리는 땅을 밟도다.

주리면 먹고 피곤하면 자도다.

이 땅이 西天(極樂)이고 西天이 이 땅이로다.

곳곳마다 설날은 똑같은 새해이니

南北東西도 다만 이것일 진저.

 

借婆衫子拜婆年이로다

할머니 옷을 빌려 입고서 할머니에게 절한다.

 

爾有我亦有요 君無我亦無라

有無俱不立하면 相對觜盧都로다

그대 있으니 나 또한 있고

그대 없으면 나도 또한 없구나.

有와 無를 함께 세우지 아니하면

상대가 있을 수 없네.

 

兩彩一賽로다

두 가지 色이 한 주사위로다.(두 가지 색을 가진 주사위로다)

 

伏手滑槌不換劍하니 善使之人皆總便이라

不用安排本現成하니 箇中須是英靈漢이라

囉囉哩哩囉囉여 山花笑野鳥歌로다

此時如得意하면 隨處薩婆訶리라

손에 망치를 잡고 칼을 바꾸지 못하니

잘 쓰는 사람은 더욱 편리하도다. (蓋總便은 他本에

作能穩便이라)

알맞게 배치하지 않아도 本來 다 이루었으니

그 中에 모름지기 영특한 사람이어라.

라라리리라라여.

산꽃은 피고, 들새는 지저귀누나.

이때에 만약 뜻을 얻으면

곳곳마다 薩婆訶니라.

 

好笑어늘 當面諱了로다

좋게 웃어야 하거늘 얼굴을 마주하여 숨겼도다.

 

自少來來慣遠方하니 幾廻衡岳渡瀟湘하고

一朝踏着家鄕路하니 始覺途中日月長이로다

젊어서부터 돌아다녀 먼 길도 익숙해

몇 번이나 형악산을 돌고 소상강을 건넜던가.

하루아침에 고향 땅을 밟고 보니

途中에 긴歲月을 비로소 깨달았도다.

 

山河大地를 甚處에 得來오

山河大地를 어느 곳에서 찾아오리오.

 

遠觀山有色이요 近聽水無聲이라

春去花猶在요 人來鳥不驚이로다

頭頭皆顯露하니 物物體元平이라

如何言不會오 秖爲太分明일새니라

산은 멀리서 보아야 경치가 좋지만

물은 가까이서 들으면 소리가 없네.

봄은 갔지만 꽃은 오히려 남았고

사람이 와도 새는 놀라지 않네,

頭頭는 남김없이 드러났고

物物은 본래 태평하구나.

어찌하여 이런 이치 모른다 말하리.

너무도 分明한 것을.

 

若不得後語면 前話也難圓이로다

만약 뒷말을 알지 못하면 앞의 말도 圓滿하기 어렵도다.

 

難難難이어 如平地上靑天이요

易易易여 似和衣一覺睡로다

行船盡在把梢人하니 誰道波濤從地起오

어렵다 어렵고 어려움이여,

마치 平地에서 靑天에 오름이로다.

쉽다 쉽고 쉬움이여,

옷 입은 채 한잠 잔 것 같구나.

배가 가는 것은 삿대 잡은 이에 달였거니

누가 땅에서 波濤가 일어난다 말하느냐.

 

行住坐臥와 着衣喫飯이 更有甚麽事리오

行住坐臥와 옷 입고 밥 먹는 것이 이 무슨 일인고.

 

氷不熱火不寒이요 土不濕水不乾이라

金剛脚踏地하고 幡竿頭指天이라

若人信得及하면 北斗面南看하리라

얼음은 뜨겁지 않고 불은 차지 않으며

흙은 습하지 않고 물은 건조하지 않네.

金剛神의 다리는 땅을 밟고

깃대의 머리는 하늘로 向하도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道理를 안다면

北斗를 남쪽으로 向하여 보리라.

 

心不負人이면 面無慙色이로다

마음에서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있을 소냐?

 

舊竹生新筍하고 新花長舊枝로다

雨催行客路요 風送片帆歸로다

竹密不妨流水過요 山高豈礙白雲飛리오

묵은 대는 새 죽순 낳고

새 꽃은 옛 가지에서 피도다.

비는 나그네 길을 재촉하고

바람은 조각배를 돌려보내는 구나.

대나무 빽빽해도 물 흐름에는 방해되지 않거늘

어찌 산이 높다하여 나는 구름 막히리.

 

秖是自家底니라

다만 自己 것이기 때문이다.

 

毛呑巨海水요 芥子 納須彌로다

碧漢一輪滿하니 淸光六合輝로다

踏得故鄕田地穩하니 更無南北與東西로다

한 털이 큰 바다를 다 삼키고

겨자 하나에 須彌山을 넣는구나.

푸른 은하수에 달이 가득하니

밝은 빛이 온 누리를 밝히도다.

편안한 고향 땅을 밟으니 (鄕은 一作關이라)

南北東西가 따로 없도다.

 

八字打開하야 兩手分付하다

八字로 打開하여 兩手로 分付하셨다(양팔로 열어 보여 두 손 으로 드러내었다)

 

是名第一波羅蜜이여 萬別千差從此出이라

鬼面神頭對面來하니 此時莫道不相識하라

이 이름 第一波羅蜜이여,

千差萬別이 이로부터 나왔도다.

鬼面과 神頭로써 대면하여 보니

이때를 당하여 서로 모른다고 말하지 말라.

 

智不責愚니라

智慧는 어리석음을 책망하지 않는다.

 

如刀斷水요 似火吹光이라

明來暗去에 那事無妨이로다

歌利王歌利王이여

誰知遠煙浪에 別有好商量이리오

칼로써 물을 베는 것과 같고

빛에 불 부치는 것과 같도다.

밝음이 오면 어둠은 가는 것

무슨 일이라도 방해 없도다.

歌利王 歌利王이여

안개와 물결이 자욱한 곳에

따로 좋은 경치가 있음을 누가 알리오.

 

目前無法하니 從敎柳緣花紅이요

耳畔無聞하니 一任鶯吟燕語로다

눈앞에 法이 없도다.

버들잎 푸르고 꽃은 붉을 뿐.

귓가에 들리는 것 없으니

꾀꼬리는 읊조리고 제비는 노래하게 두어라.

 

四大元無我요 五蘊悉皆空이라

廓落虛無理여 乾坤萬古同이라

妙峯祥祥常如故하니 誰管顚號括地風이리오

四大가 元來 我가 없는데

五蘊 어찌 空아니랴.

텅 비어 허무가 理이니

하늘과 땅이 萬古에 그대로네.

妙峯은 아름다워 항상 그러하거니

땅을 휩쓰는 회오리바람을 누가 탓하리.

 

是卽此用가 離此用가

이것을 卽한 用인가. 이것을 떠난 用인가.

 

得之在心이오 應之在手라

雪月風花요 天長地久라

朝朝鷄向五更啼하고 春來處處出花秀로다

얻는 것은 마음에 있고

쓰는 것은 손에 있다. (在는 一作於라)

눈(雪) 달이요 바람꽃이 로다,

하늘도 오래고 땅도 장구하도다.

아침이 되면 닭은 五更을 알리고

봄이 오면 꽃은 곳곳에서 피네.

 

有佛處不得住하고 無佛處急走過하야

三十年後에 莫言不道어다

부처님 계신 곳에도 머물지 않고,

부처님 없는 곳에도 지나갔네.

삼십年 후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朝遊南嶽하고 暮往天台로다

追而不及이요 忽然自來로다

獨行獨坐無拘繫하니 得寬懷處且寬懷로다

아침엔 南嶽山에서 놀고

저녁엔 天台山에 갔네.

가려 해도 미치지 못하더니

홀연히 저절로 왔구나.

가도 홀로요 앉아도 홀로니 매일 것 있나

너그러이 편하고 또 편하도다.

 

別有長處하니 不妨拈出이로다

별도로 長處(좋은 곳)가 있으니

잡아내는데 방해 롭지 않도다.

 

不是衆生不是相이여 春暖黃鶯啼柳上이로다

說盡山雲海月情이여늘 依前不會空惆悵이로다

休惆悵하라 萬里無雲天一樣이로다

衆生도 相도 아님이여,

따뜻한 봄날 노란 꾀꼬리 버들 위에서 노래하네.

山과 구름· 바다와 달을 다 說했거늘

여전히 空을 모르니 쓸쓸하구나.

서글퍼하지 말라.

만리창공에 구름 없으니 모두가 하늘이네.

 

知恩者가 少하고 負恩者가 多로다

은혜를 아는 者는 적고 은혜를 저버리는 者는 많도다.

 

兩箇五百是一貫이요 阿爺元是丈夫漢이라

分明對面向渠言이나 爭奈好心無好報리오

眞語者 實語者여 呵呵呵喏喏喏로다

두 개의 五百斤은 一貫이요

아버지는 元來 장부로다.

分明히 對面하여 말하려하나

마음은 좋으나 報는 없구나.

眞語者, 實語者여. 하하하, 그렇고 그렇도다.

 

水中鹹味요 色裏膠淸이로다

물속의 짠맛이요, 그림 속에 아교로다.

 

硬似鐵軟如酥하고 看時有覓還無라

雖然步步常相守나 要且無人識得渠로다 이

굳기는 철과 같고 부드럽기는 연유(煉乳)와 같으며

보면 있는 듯하나 찾으면 도리어 없는 것

비록 걸음걸음에 항상 서로 함께하나

그를 아는 이 아무도 없도다.

 

因地而倒에 因地而起니 地向儞道什麽오

땅으로 인해 넘어지고 땅으로 인해 일어나니,

땅이 그대에게 뭐라 말하던가.

世間萬事不如常하니 又不驚人又久長이라

如常恰似秋風至하야 無意涼人人自涼이로다

世間萬事가 무상한 것을

사람들은 놀랠 줄 모르는지 이미 오래로다.

恰似 가을바람이 사람을 차게 할 뜻 없으나

사람들이 스스로 서늘해 하도다.

 

人天福報卽不無어니와 佛法未夢見在로다

人天에는 福· 果報가 없지 않으나

佛法에는 꿈에도 보지 못함이로다.

 

初中後發施心同하니 功德無邊算莫窮이로다

爭似信心心不立하야 一拳打透太虛空가

初, 中, 後의 베푸는 마음은 동일하나

끝없는 功德은 다 헤아릴 수 없네.

믿음은 마음이나 그 마음 세우지 못해

주먹으로 쳐서 虛空이나 뚫을 거나.

如斬一握絲하야 一斬一切斷이로다

한줌의 실을 단번에 끊음과 같이 한번 끊어 一切가 다 끊어지게 하라.

 

擘開泰華手는 須是巨靈神이니라

泰山과 華山을 쪼갤 수 있는 솜씨는 모름지기 이 巨靈神(火 身)이로다.

 

堆山積岳來에 一一盡塵埃로다

眼裏瞳人碧하고 胸中氣若雷로다

出邊沙塞靜이요 入國貫英才로다

一片寸心如海大하니 波濤幾見去還來오

언덕을 쌓고 태산을 쌓음에는

하나하나 다 티끌이로다.

눈 속의 눈동자 푸르고

가슴속 그 기세는 우레 같도다.

변방에 나아가면 변방이 평정하고

나라 안에 들어오면 英才가 되도다.

한 조각 작은 마음이 바다처럼 크거늘

波濤가 오고감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仁者見之에 爲之仁이요 智者見之에 謂之智로다

어진 이가 보면 '어질다(仁)’하고 智慧로운 이가 보면 '智 慧롭다' 말하도다.

 

不學英雄不讀書하고 波波役役走長途로다

娘生寶藏無心用하야 甘作無知餓死夫로다

爭怪得別人이리오

영웅은 배우지도 않고 독서도 하지 않으며

부지런 부지런히 먼 길만 달이네.

어머니가 준 보배를 마음대로 쓸 줄 몰라서

굶어 죽는 것은 어리석은 사내라 하노라.

어찌 특별한 사람이리오.

 

鎭州蘿蔔이요 雲門胡餠이로다

진주의 무우요 운문의 호떡이로다.

 

與君同步又同行하니 起坐相將歲月長이로다

渴飮飢飡常對面하니 不修回首更思量이니라

그대와 함께 걷는 동행자라서

앉고 서고 긴 세월을 함께 했도다.

목마르면 마시고 주리면 밥 먹으며 낯을 마주했으니

머리를 돌려 딴 생각 말지어다.

 

不因一事면 不長一智니라

한 가지 일을 因하지 않고는 하나의 智慧가 자라나지 않느니 라.

 

讚不及毁不及이라 若了一萬事畢이로다

無欠無餘若太虛어늘 爲君題作波羅蜜이로다

讚歎도 훼방도 미치지 못할 일

하나를 알면 萬事를 알아 마치노라.

모자람도 남음도 없는 虛空과 같거니

그대에게 '波羅蜜'이라 이름 하노라.

功不浪施니라

功은 헛된 베품이 아니니라.

 

億千供佛福無邊이나 爭似常將古敎看가

白紙上邊書黑字하니 請君開眼目前觀이어다

風寂寂水漣漣하니 謝家人秖在魚船이로다

부처님께 억 천으로 供養한 복이 끝이 없으나

어찌 가르침을 항상 간직함만 같으리오.

백지 위에 검은 글자를 써서

그대에게 청하노니 눈을 떠서 눈앞을 볼지어다.

바람은 고요하고 물결은 잔잔한데

집 떠난 어부는 다만 어선 위에 있도다.

 

各各眉毛眼上橫이로다

各各의 눈썹은 눈 위에 가로놓여 있거늘.

 

良藥苦口요 忠言逆耳라

冷暖自知가 如魚飮水로다

何須他日待龍華리오 今朝先授菩提記로다

좋은 약은 입을 쓰게 하고

충실한 말은 귀를 거슬리게 하네.

차고 더움을 자연히 아는 것은

고기가 물 마심과 같으니

어찌 모름지기 다른 날에 龍華世界를 기다리리오.

오늘 아침에 먼저 菩提를 授記받았도다.

 

有時에 因好月하야 不覺過滄洲로다

어떤 땐 달이 좋아서 滄洲 지나가는 줄도 몰랐더라.

 

若問云何住인댄 非中及有無라

頭無纖草蓋하고 足不履閻浮로다

細似隣虛析이요 輕如蝶舞初로다

衆生滅盡知無滅하니 此是隨流大丈夫로다

만일 云何住를 묻는다면,

中도 아니고 有도, 無도 아니라하겠네.

머리엔 풀 덮은 지붕도 없고

발로는 閻浮提(南贍部洲)땅도 밟지 못하겠네.

가늘기는 작은 먼지를 쪼갠 듯하고

가볍기는 춤추는 나비 날개와 같도다.

衆生을 제도해도 제도될 이 없음을 알면

참으로 大丈夫리라.

少他一分인들 又爭得이리오

저 하나마저 적은데 어찌 또 얻으려 하리.

 

獨坐翛然一室空하니 更無南北與西東이라

雖然不借陽和力이나 爭奈桃花一樣紅이리오

홀로 소연히 빈 방에 앉았으니

南北과 東西도 없구나.

비록 화창한 봄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복숭아꽃은 온통 붉기만 하네.

 

若不同床睡면 爭知帋被穿이리오

만약 같은 침상에서 잠자지 않았으면

어찌 帋被(종이 속옷)가 뚫어진 줄을 알았으리요.

 

打鼓弄琵琶가 相逢兩會家로다

君行楊柳岸하고 我宿渡頭沙로다

江上晩來疎雨過하니 數峯蒼翠接天霞로다

북치는 이와 琵琶 타는 이가

둘이 한집에서 만났도다.

그대는 버들 언덕을 거닐고

나는 나루터에서 잠자리라.

강 위엔 가랑비 지나가고

산봉우리 푸른빛은 하늘에 닿았도다.

 

貧似范丹이나 氣如項羽로다

가난하기는 范丹(후한의 청빈한 선비)같으나

그 기개는 항우와 같도다.

 

上無片瓦하고 下無卓錐로다

日往月來에 不知是誰오 噫라

위로는 한 조각 기와도 없고

아래로는 송곳 꽂을 데도 없도다.

날이 가고 달이 와도

알 수 없어라. 이 누구인가.

아! 슬프라.

 

○住住하라 動著則三十棒호리라

○ 住하고 住하라(가만히 있으라). 움직이면 三十방을 치리 라.

 

上是天兮下是地요 男是男兮女是女로다

牧童撞着牧牛兒하니 大家齊唱囉囉哩로다

是何曲調오 萬年歡이로다

위는 하늘, 밑은 땅이라,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로다.

목동이 목동을 만나니

大家는 다 함께 라라리~ 부르도다.

이 무슨 곡조인가. 만년의 기쁨이로다.

 

富嫌千口少요 貧恨一身多로다

부유하면 千 입도 적다 하고, 가난하면 한 몸도 많다하네.

生涯如夢若浮雲하니 活計都無絶六親이로다

留得一雙靑白眼하야 笑看無限往來人이로다

生涯가 꿈같고 뜬구름 같으니

살 길도 없어지고 六親마저 끊어졌도다.

오직 한 雙의 靑白眼을 얻어서

무한한 往來人을 보도다.

 

明明百草頭에 明明祖師意로다

분명한 百草頭에 분명한 祖師의 뜻이로다.

 

會造逡巡酒하고 能開頃刻花로다

琴彈碧玉調요 爐煉白硃砂로다

幾般伎倆從何得고 須信風流出當家니라

逡巡酒를 만들 줄 알고

頃刻花를 能히 피우도다.

거문고로 碧玉의 곡조를 타고

화로에는 白硃砂를 精鍊하도다.

몇 가지의 기량을 어디서 배웠는고.

모름지기 風流가 自己 집에서 나옴을 믿을지니라.

 

上大人丘乙己로다

上大人 丘乙己로다.(丘는孔子名)孔子님이로다. 聖人이로다.)

 

是法非法不是法이여 死水藏龍活鱍鱍이요

是心非心不是心이여 逼塞虛空古到今이로다

秖者是絶追尋이로다

無限野雲風捲盡하니 一輪孤月照天心이로다

是法과 非法은 옳은 法이 아님이여,

죽은 물에 잠긴 용이 活鱍鱍하도다.

是心과 非心은 모두 옳은 心이 아님이여,

虛空을 막아 옛 부터 오늘에 이르렀으니

다만 이것일 뿐, 달리 찾을 게 없도다.

한없는 들 구름은 바람에 걷치고,

둥근달만이 온 하늘에 빛나도다.

 

喚作一物이라도 卽不中이니라

一物이라 해도 맞지 않도다.

 

天産英靈六尺軀하니 能文能武善經書로다

一朝識破孃生面하니 方信閑名滿五湖로다

하늘이 뛰어난 六尺의 몸을 낳으시니

文에도 能하고 武에도 能하며 經書도 잘 하도다.

하루아침에 本來面目을 깨뜨리니

바야흐로 부질없는 이름들이 天下에 가득 하도다.

喚牛卽牛요 呼馬卽馬니라

소라고 부르면 곧 소이고, 말이라 부르면 곧 말이어라.

 

借婆衫子拜婆門하니 禮數周旋已十分이라

竹影掃階塵不動이요 月穿潭底水無痕이로다

노파의 적삼(婆衫子)을 빌려 입고

노파의 문 앞에서 절을 하니

예의와 법도가 이미 充分하도다.

대 그림자는 뜰을 쓰는데 먼지는 일지 않고

달은 연못을 뚫었는데 물은 흠나지 않네.

 

寒卽普天寒이요 熱卽普天熱이로다

추우면 온 하늘이 다 춥고 더우면 온 하늘이 다 덥도다.

 

有我元無我하니 寒時燒軟火요

無心似有心하니 半夜拾金針이로다

無心無我分明道하니 不知道者是何人고 呵呵

有我는 元來 無我로다

추울 때는 불을 태워 보라.

無心도 有心과 같으니

밤중에 金針을 주워보라.

無心과 無我를 分明히 말했으니

알 수 없으라 말 한자 누구인가? 하하-.

 

盡在眉毛下로다

(그 五眼이) 모두 눈썹 밑에 있느니

 

如來有五眼이요 張三只一雙이라

一般分皂白하야 的的別靑黃이로다

其間些子爻訛處는 六月炎天下雪霜이로다

如來는 五眼이 있음이요

張三(우리들)은 다만 한雙뿐이라

똑같이 흑皂과 白을 나누어

分明히 靑과 黃이 分別하도다.

그 사이에 조금 다른 것은

六月 염천에 눈서리가 내림이로다.

 

曾爲蕩子偏憐客이요 慣愛貪盃惜醉人이로다

나그네가 나그네를 생각함이요.

술을 좋아하는 자가 취한 사람을 애석하게 여기도다.

 

眼觀東南이요 意在西北이로다

將謂猴白이여 更有猴黑이로다

一切衆生一切心이여 盡逐無窮聲與色이로다. 喝!

눈은 東南을 보고 뜻은 西北에 있도다.

白이라 말려다가 다시 黑이라 말함이로다.

一切衆生의 一切心이여,

모두가 다 한없는 聲과 色을 추종 하도다, 喝!

 

病多에 諳藥性이로다

病이 많다 보면 藥性도 잘 알도다.

 

一波纔動萬波隨하니 似蟻循環豈了期리오. 咄

今日與君都割斷하니 出身方號丈夫兒니라

한 물결이 일렁이면 만 물결이 따라 움직이는데

개미의 돌고 도는 것을 어찌 아리오. 어허!

오늘 그대와 더불어 모두 다 잘라 버렸으니

몸을 들어내어 바야흐로 이름 하여 丈夫라 하노라.

 

低聲低聲하라 直得鼻孔裏出氣로다

소리를 낮추고 낮추어라.

곧 바로 콧구멍 속에서 숨소리 나는구나.

 

三際求心心不見하니 兩眼依前對兩眼이라

不須遺劍刻舟尋이니 雪月風花常見面이로다

三際에 마음을 구하여도 마음은 볼 수 없구나

두 눈은 여전히 두 눈이로구나.

칼을 배에다 두었다고 표하지 말나.

눈과 달과 바람과 꽃들은 항상 보고 있네.

 

由勝別勞心이니라

피로한 마음이 심하구나.

 

羅漢應供薄이요 象身七寶珍이라

雖然多濁富나 爭似少淸貧이리오

罔象只因無意得이요 离婁失在有心親이니라

羅漢은 應供이 薄하고

코끼리 몸은 七寶가 진귀하도다.

비록 濁한 富자는 많으나

어찌 淸한 貧자는 적은고?

罔象은 다만 無意로써 얻었고,

离婁는 有心에써 잃었도다.

 

官不容針이나 私通車馬로다

官(公的인 입장)에서는 바늘만큼도 용납하지 못하나

私私로는 수레라도 통과하는구나.

 

請君仰面看虛空하라 廓落無邊不見蹤이로다

若解轉身些子力하면 頭頭物物總相逢하리라

그대에게 청하노니 얼굴을 우러러 虛空을 보라.

확 트이고 끝없어 자취를 볼 수가 없구나.

만약 몸을 굴려 작은 힘을 알게 되면

頭頭物物이 모두 만나게 되리라.

 

是則是나 大藏小藏은 從甚處得來오

옳은 것은 옳으나 大藏經 小藏經들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 가.

 

有說皆成謗이요 無言亦不容이라

爲君通一線하노니 日向嶺東紅이니라

說해도 비방이요 말한다 해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대를 爲하여 한 가닥 通해주노니

해는 嶺東에서 붉게 떠누나.

 

兎角杖 龜毛拂

토끼 뿔이요 거북의 틀이 로다.

 

多年石馬放毫光하니 鐵牛哮吼入長江이로다

虛空一喝無蹤跡하야 不覺潛身北斗藏이로다

且道하라 是說法가 不是說法가

나이 많은 石馬가 白毫光明을 놓고

鐵牛는 포효하며 長江으로 들어가네.

虛空에 一喝하나 종적이 없이

몰란 결에 北斗에 몸을 감추도다.

또 일러라. 이것이 說法인가 說法이 아닌가.

 

火熱風動이요 水濕地堅이로다

불은 뜨겁고 바람은 움직이며 물은 습하고 땅은 堅固하도다.

 

指鹿豈能成駿馬며 言烏誰謂是翔鸞이리오

雖然不許纖毫異나 馬字驢名幾百般고

사슴을 가리켜 어찌 준마라 할 수 있느냐

까마귀를 일러 누가 난새(희귀한 새)라 이르리오.

비록 그렇게 털끝만큼의 다름도 허락치 않건만

馬를 나귀라 이름 함이 얼마나 많던가.

 

求人이 不如求自己니라

남에게 구하는 것은 自己에게 구하는 것만 같지 못하느니라.

 

滴水成氷信有之요 緣楊芳草色依依라

秋月春花無限意여 不妨閑聽鷓鴣啼로다

물방울이 얼음이 되는 소식 있고

緣楊과 芳草의 色도 무성하구나.

秋月과 春花의 깊은 뜻을,

자고새가 울어본들 방해 되겠는가.

 

山高海深이요 日生月落이로다

산이 높으면 바다가 깊고 해가 뜨면 달이 지도다.

 

僧是僧兮俗是俗이여 喜則笑兮悲則哭이라

若能於此善參詳이면 六六從來三十六이니라

스님은 스님이고 俗人은 俗人이여,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도다.

여기에서 자세히 참구해 보라

六六은 本來 三十六이니라.

 

面上夾竹桃花요 肚裏侵天荊棘이로다

얼굴엔 복숭아 꽃이요 뱃속엔 가시나무로다

(얼굴엔 慈悲스런 菩薩의 모습 이고 배속에는 羅刹의 마음이 로다).

 

是惡非惡이요 從善非善이라

將逐符行하고 兵隨印轉이로다

有時獨立妙高峯이라가 却來端坐閻羅殿이라

見盡人間抵點頭하니 大悲手眼多方便이로다

惡이라 해도 악이 아니고 善을 쫓아도 선이 아니로다.

장수는 符(부: 명령표시)를 따라 行하고

병사는 印(지휘봉)을 따라 움직이도다.

어떤 때는 홀로 妙高峰(須彌山 꼭대기 利天)에 섰다가

문득 閻羅殿에 단정히 앉아 있도다.

온 人間이 보고 다만 머리를 끄덕거리니

大慈悲의 觀音菩薩의 方便이로다.

 

千錐劄地가 不如鈍鍫一捺이로다

천 개의 송곳으로 땅을 파는 것이 무딘 괭이로 한 번 파는 것만 같지 않도다.

 

麒麟鸞鳳不成群이니 尺璧寸珠那入市리오

逐日之馬不竝駝요 倚天長劍人難比로다

乾坤不覆載요 劫火不能壞라

凛凛威光混太虛하니 天上人間總不如로다. 噫라

기린과 난새, 봉황이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크고 훌륭한 보배가 어찌 시장에 들어오리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은 낙타와 함께 하지 못하고

하늘을 의지한 장검은 사람이 비교하지 못하도다.

乾坤도 그것을 싣지 못하고

劫火도 能히 그것을 무너뜨리지 못하도다.

늠름한 威光이 太虛에 빛나니

天上과 人間이 모두 같지 않도다. 噫라.

 

春蘭秋菊이 各自馨香이로다

봄의 난초와 가을 국화가 각기 제 향기로다.

 

生下東西七步行이여 人人鼻直兩眉橫이로다

哆啝悲喜皆相似하니 那時誰更問尊堂이리오

還記得在麽아

탄생하여 東西로 七步를 걸음이여

사람마다 코는 수직으로 두 눈썹은 종행이로다.

입을 벌리는 것과 슬픔과 기쁨은 다 서로 같으니

어느 때에 누가 다시 尊堂을 물으리오.

도리어 기억하고 있는가.

 

前念衆生後念佛이라 佛與衆生是何物고

앞생각은 衆生이고 뒷생각은 부처로다.

부처와 다만 衆生은 무슨 物件인가.

 

不現三頭六臂하야도 却能拈匙放筯로다

有時醉酒罵人이라가 忽爾燒香作禮로다

手把破砂盆하고 身披羅錦綺로다

做模打樣百千般이나 驀鼻牽來秖是你로다

머리 셋과 팔 여섯를 나투지 않아도

能히 수저를 잡고 놓을 줄 알도다.

어느 땐 술에 취하여 사람을 꾸짖다가

홀연히 향을 사르고 예를 올리도다.

손에는 깨진 사기그릇을 잡다가

몸에는 비단 옷을 걸쳤도다.

모양을 만들기가 百千 가지이나

문득 코를 잡아보니, 다만 나로구나.

 

錯이라

틀렸음이라.

 

泥塑木雕縑綵畵여 堆靑抹綠更粧金이로다

若將此是如來相인댄 笑殺南無觀世音하리라

진흙 빚음과 나무 조각이며 비단 그림이여.

靑을 칠하고 綠을 바르고 다시 金으로 장식하도다.

만약 이로써 如來의 모습이라 하다면

우습도다. 나무 관세음보살!

 

有相身中無相身이여 金香爐下鐵崑崙이로다

頭頭盡是吾家物이니 何必靈山問世尊이리오

如王秉劍이로다

有相身 가운데 無相身이여!

금향로 밑에 철곤륜이로다.

頭頭가 모두 내집 物件이니

何必 영산의 세존께 물으리오.

王이 칼을 잡음과 같도다.

 

直饒不作聲色求라도 是亦未見如來在나

且道하라 如何得見고 不審不審이로다

바로 소리와 빛으로 구하지 않더라도

이는 또한 如來를 보지 못함이니,

또 말하라. 어찌해야 볼 수 있겠는가.

찾을 수 없구나 찾을 수 없구나.

 

見色聞聲世本常이어늘 一重雪上一重霜이로다

君今要見黃頭老인댄 走入摩耶腹內藏이어다 咦

此語三十年後에 擲地金聲在하리라

빛을 보고 소리 듣는 것은 세상사이거늘

한 겹 눈 위에 한 겹 서리로다.

그대가 지금 黃頭老를 보고자 할진댄

摩耶 뱃속에 뛰어 들어갈지어다.

이 말은 三十年 後 땅을 박차고 金소리 내리라.

 

剪不齊兮理還亂이요 拽起頭來割不斷이로다

다듬어도 가지런하지 않고 도리어 흩어지고.

머리를 잘라도 끊어지지 않도다.

 

不知誰解巧安排오 捏聚依前又放開로다

莫謂如來成斷滅하라 一聲還續一聲來로다

알 수 없어라. 누가 교묘히 安排할줄 아는가.

잡았다가 예전처럼 또 놓아주도다.

如來가 斷滅을 이뤘다고 말하지 말라.

한소리가 또 한소리를 이어오도다.

 

 

耳聽如聾이요 口說如啞로다

귀로 들어도 귀머거리 같고

입으로 말하여도 벙어리와 같도다.

 

馬下人因馬上君하야 有高有下有疎親이러니

一朝馬死人歸去하니 親者如同陌路人이라

秖是舊時人이 改却舊時行履處로다

馬아래 下人과 말 위엔 임금이로다.

높음도 낮음도 疎親도 있더니,

하루아침에 말도 죽고 임금도 돌아가시니

그 친하던 사람들은 길가는 사람과 같음이라.

다만 이 옛時節의 사람이

옛時節에 놀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음이로다.

 

裙無腰袴無口로다

치마엔 허리가 없고 바지는 입구가 없도다.

 

似水如雲一夢身이여 不知此外更何親고

箇中不許容他物하니 分付黃梅路上人이로다

물과 같고 구름 같은 한 꿈의 몸이여,

알 수 없어라. 이것 外에 다시 무엇과 親하리오.

이 가운데는 어떤 것도 용납을 불허하노니

黃梅의 路上人에게 分付함이로다.

 

山門頭에 合掌하고 佛殿裏에 燒香이로다

山門 앞에서 合掌하고 佛殿에 들어가 香을 사룸이여.

 

衲捲秋雲去復來하니 幾廻南岳與天台오

寒山拾得相逢笑하니 且道하라

笑箇甚麽오 笑道同行步不擡니라

衲僧이 구름을 잡고 가고 다시 오니,

몇 번이나 南岳山과 天台山을 돌았던가.

寒山과 拾得이 서로 만나 웃으니,

또 말하라. 그 웃음은 무엇인가.

동행하되 한 걸음도 옮기지 않음을 웃어 보이네.

 

若不入水면 爭見長人이리오

만일 물에 들어가지 아니하면 어찌 큰 사람인 줄 알리오.

 

一塵纔起翳磨空하니 碎抹三千數莫窮이로다

野老不能收拾得하야 任敎隨雨又隨風이로다

한 먼지 일어나 虛空을 갈아서 막아

三千世界를 부순 가루를 다 셀 수 있으랴.

野老는 能히 收拾하지 못하고

비에 맡기고 또 바람에 맡기도다.

 

捏聚放開兵隨印轉

집합시키고 해산시킴이여. 병사들은 印(지휘)을 따라 움직이 도다.

渾圇成兩片이요 擘破劫團圓이라

細嚼莫咬破하야사 方知滋味全하리라

한 덩어리가 두 조각을 이룸이요

쪼갠 것이 도리어 한 덩어리로다.

잘게 씹되 쪼개지는 말아야

바야흐로 그 맛이 온전함을 알리라.

 

飯來開口하고 睡來合眼이로다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잠이 오면 눈을 감도다.

 

千尺絲綸直下垂하니 一波纔動萬波隨라

夜靜水寒魚不食하니 滿船空載月明歸로다

천 자나 되는 긴 실을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이 겨우 일어나자 만 물결이 일도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고기도 물지 않으니

배에 虛空만 가득 싣고 달 밝히고 돌아오도다.

 

要說有甚難이리오

卽今便請하노니 諦聽諦聽하라

說하고자 하면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지금 다시 청하노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行住坐臥와 是非人我와

忽喜忽瞋이 不離這箇어니와

祗這箇라하면 驀面唾하리라.

平生肝膽一時傾하니 四句妙門都說破로다

行住坐臥와 是非人我와

문득 기뻐하고 문득 성냄이, 이것을 떠나 있지 않거니와

또한 이것이라 하면 당장 얼굴에 침을 뱉으리라.

평생의 肝膽(가슴에 품고 있는 것)을 일시에 쏟아 놓으니

四句의 妙門을 모두 說破했도다.

○∴ (圓伊三點)

 

末後一句가 始到牢關하니 直得三世諸佛이 四目相關이며 六代祖師가 退身有分이라 可謂是江河徹凍에 水泄不通이요 極目荊榛에 難爲措足이로다 到這裏하야는 添一絲毫라도 如眼中着刺요 減一絲毫라도 似肉上剜 瘡이니 非爲坐斷要津이라 蓋爲識法者恐이니라 雖然恁麽나 佛法이 只如此인댄 便見陸地平沈이니 豈有燈燈續焰이리오 川上座는 今日에 不免向猛虎口中奪食하며 獰龍 下穿珠하야 豁開先聖妙門하야 後學이 進身有路케하리니 放開一線이 又且何妨이리오 語則全彰法體요 默則獨露眞常이며 動則隻鶴片雲이요 靜則安山列嶽이라 擧一步에 如象王回顧요 退一步에 若獅子嚬呻이니 法王法令을 當行이라 便能於法에 自在로다 如末後一句를 又作麽生道오 還委悉麽아 雲在嶺頭閑不徹하고 水流澗下太忙生이로다

마지막 한 구절(不取於相 如如不動)이 비로소 뇌관(牢關, 堅 固한 관문)에 이르렀으니 바로 三世의 모든 부처님이 네 개 의 눈으로 서로 보는 것이며 六代祖師가 물러설 分이 있음이 로다. 가히 이르되 강물이 徹底히 얼었으니 물이 흐를래야 通하지 못함이요, 눈에 가시가 가득하매 발들여 놓기가 어렵 도다. 이 속에 이르러서는 한 터럭을 더하더라도 마치 눈 속 에 가시를 둔 것 같고 한 터럭을 빼더라도 살 위의 부스럼과 같으니, 앉아서 요긴한 길을 끊으려는 것이 아니라 대저 法을 아는 자에게 두려움이 되기 때문이니라. 비록 이러하나 佛法 이 다만 이와 같을진대 문득 陸地가 平沈함을 볼 것이니 어찌 (祖師의) 燈과 燈이 불꽃(慧明)을 이음이 있으리오. 川上座(冶 父)는 오늘 사나운 호랑이 입속에서 음식을 빼앗으며, 사나운 용의 턱 속에 있는 구슬 꿰는 것을 면치 못함이니, 先聖의 妙 門을 활짝 열어서 後學들이 몸이 나아가는데 길이 있게 하리 니 한 길을 터놓는 것이 또 어찌 방해되리오. 말한즉 온전히 法體를 나타냄이요, 묵묵한즉 홀로 眞常을 드러냄이며 움직인 즉 한 마리 학이 조각구름으로 날아감이요, 고요한즉 앞산이 펼쳐짐이로다. 한 걸음을 들면 마치 코끼리가 돌아보는 듯하 고 한 걸음을 물러서면 사자가 기지개를 켜며 포효하는 것 같 으니 法王의 法令을 마땅히 行함이라. 곧 能히 法이 있어서 自在함이로다. 다만 저 마지막 한 구절을 또 어떻게 말할 것 인가. 또한 자세히 알겠는가.

구름은 고갯마루에 걸려 한가히 걷히지 않고

물은 시내로 흐름이 너무 바쁘도다.

 

得優遊處且優遊하니 雲自高飛水自流로다

秖見黑風翻大浪하고 未聞沈却釣魚舟로다

한가롭고 또 한가로우니

구름은 저절로 높이 날고 물은 저절로 흐르도다.

다만 黑風이 큰 물결 일으킬 징조를 안다면

낚싯배가 침몰함은 면할 지니라.

 

水中捉月이요 鏡裏尋頭로다 刻舟求劍이요 騎牛覓牛로다 空華陽燄이요 夢幻浮漚로다 一筆句下요 要休便休니 巴歌社酒村田樂이 不風流處自風流로다

물 속에서 달을 건지고

거울 속에서 얼굴을 찾네.

배에 새겨놓고(표시) 칼을 찾으며

소를 타고 소를 찾음이로다.

虛空꽃이요 아지랑이며

꿈과 幻과 뜬 물거품이로다.

모두가 붓끝에 있나니

쉬고 싶으면 곧 쉴지어다.

노래와 술이 시골의 즐거움들이니

風流가 없는 곳에서 저절로 風流롭도다.

 

三十年後에 莫敎忘却老僧이니 不知케라 誰是知恩者오 呵呵 將謂無人이로다

30年 후에 老僧을 忘却하지 말지니, 알 수 없어라. 누가 은혜 를 아는 者인가. 하하, 장차 사람이 없다 하리라.

 

饑得食渴得漿하고 病得瘥熱得凉이라

貧人遇寶하고 孾兒見孃이로다

飄舟到岸이요 孤客歸鄕이라

旱逢甘澤이요 國有忠良이로다

四夷拱手하고 八表來降이라

頭頭總是요 物物全彰이로다

古今凡聖과 地獄天堂과

東西南北을 不用思量이니

刹塵沙界諸群品이 盡入金剛大道場이로다

주림에 밥을 먹고 목마름엔 漿(간장물)을 얻으며

병든 이는 쾌차하고 열난이는 시원해 젔도다.

가난한 이 보물을 만나고 어린이는 어머니를 만나도다.

표류하던 배가 언덕에 이르고

외로운 길손이 고향에 돌아오니

가뭄에 단비 만남이요, 나라엔 충신 있도다.

사방의 오랑캐 예배하고 八方에서 降伏하여 오도다.

頭頭가 다 옳고, 物物이 온전히 드러났도다.

古今, 凡聖과 地獄 天堂과, 東西南北을 따로 思量하지 말지니

刹塵世界의 모든 衆生들이 모두 함께

金剛大道場에 들어가도다.

 

 

( 頌 終 )

 

 

 

* 冶父 道川(1127~1130) 宋나라 사람으로 生沒年代가 확실치 않으며 속성은 秋 氏, 이름은 三이다. 軍의 執方職에 있다가 齊東의 道謙禪師에게 法化되어 道川이라는 호를 받았고 淨因繼成의 인가를 얻어 臨濟의 六世孫이 되었다. 그리고 '야부'란 말은 사람의 이름일 경우 '야보'라고 발음해야 옳다.

 

 

 

 

 

 

 

 

 

금강경 야보송

金 剛 經 冶 父 頌 【야보】 ○ 法不孤起라 誰爲安名고 ○ 法은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누가 이름 하였나? 摩訶大法王이여 無短亦無長이로다 本來非皂白이로대 隨處現靑黃이로다 花發看朝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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