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로금풍(體露金風)♡ (981)
효성/김태달
체로(體露)는
본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는 뜻이고,
금풍(金風)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뜻합니다.
수행자가
자기의 수행에 대해
애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역순(順逆)에 따라
마음에
병(心病)이 일어납니다.
옛 선사들은
재물과 명예는
그래도 역경계라
버리기 쉽지만,
수행하면서 얻어지는
무심한 경계는
순경계라
참으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벽암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한 학승이
운문(雲門)선사에게
자기의 수행에 대해
자랑스럽게 물었을 때,
운문선사는
학승의 마음 깊은 곳에
수행병이 든 것을 알았습니다.
학승이
운문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선사가 말했습니다.
"온몸이 가을바람을 맞게 되지(체로금풍)."
♤
雲門因僧問
樹凋葉落時如何
(수조엽락시여하)
師云
體露金風(체로금풍)
- 선문염송 23권 수조(樹凋)
♤
학승이 우쭐대며 말한,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은,
몸과 마음이
무심(無心)한 경지를
상징합니다.
즉,
학승이
자기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랑스럽게
묻는 질문입니다.
학승의 질문 속에는
자기 수행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운문선사의 응답은,
''온몸이 가을 찬바람을
맞게 되지''
즉,
체로금풍(體露金風)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건방을 떨지 말라는
충고였습니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라
온몸이 찬바람에
노출되는 법입니다.
여기에
학승은 달리
더 물을 것이 있었을까요?
체로금풍을 놓고,
찬바람은,
작용이며,
벌거벗은 나무는,
적적한 본성
이라고 생각한다면,
운문선사의 뜻과는
학승의 생각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운문선사의 답변은
마치 통으로 된
쇠뭉치와 같아서,
학승이
그동안 배운 지식과
수행의 힘을 다 모아도
밀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운문선사는
'체로금풍' 한 마디로,
단박에
학승의 입을 막아버리고
분별을 그치게 했습니다.
분별이 그쳐야,
무심도
또 하나의 장벽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심에 대한 애착은
참으로 수행자의
병통입니다.
무심에 집착하면,
잎이 떨어진 나무나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는 일에 대해,
온갖 알음알이를
지어냅니다.
육왕심 선사는
다음 게송 하나로
이 화두에 대한
온갖 물결을
일시에 끊었습니다.
''무쇠나무에
꽃을 피운 일이
헛되지 않으니,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인간 세상에
두루 떨어졌네.
이 꽃 한 송이를
누가 주울꼬?
절름발이 운문이
배짱이 산(山)만큼 크구나.''
♤
鐵樹花開不等閑,
金風吹落遍人閒.
不知一 片是誰得,
跛腳雲門膽似山.
- 선문염송 23권 수조(樹凋)
♤
육왕심 선사는
온몸이 가을바람을 맞는다.
는 말이,
즉,
체로금풍(體露金風)이
오히려 세간의
이런 저런 분별을 일으킨다.
고 비난합니다.
나아가
체로금풍을 두고,
절름발이 운문이
칼날 위에서 배짱 좋게
춤을 춘다.고
한 방망이를 던졌습니다.
고요하고 적적한
경계를 붙잡는 것은
아직
마음이 무심에
묶여있기 떄문입니다.
무심(無心)이
눈 녹듯 무너져야
쇠꽃 한 송이를 얻습니다.
운문선사의 답변은
물음에 딱 맞는
답변이면서도,
학승이
길을 잃고 헤매게 했으니,
참으로 탁월하고
교묘한 방편입니다.
천동정각 스님은
대혜종고와 함께
송나라의 대표적 선승입니다.
천동정각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
에 대해,
♤
''파도를 타고
물결을 따라
그렇게 갔더니,
배에 오르자
곧바로 집
문앞에 이르렀구나."
☆선문염송 23권
수조(樹凋)
♤
라고 찬탄했습니다.
천동정각 선사가
법상에 올라
이 화두
(체로금풍)를 들고
말했습니다.
(과연 운문은)
설봉의 아들이요,
덕산의 손자로다.
한 마디 말을
끌어서 돌리니
뿌리를 찾아내기 어렵고,
뭇 견해를
딱 끊어버려
밑바닥을 보인다.
뚜껑과 입이
서로 맞는 것이,
하늘과 땅이
서로 응하는 것과 같고,
긴 것은 긴 대로
짧은 것은 짧은 대로
자연스러워
끊어진 마디가 없으며,
빈틈없이 꽉 차서
통째로
한 덩어리로 변한다.
운문선사는
가을바람에
알몸을 맡긴다는
이 무심한 한 마디로,
학승의 알음알이를
끊어 버리고는
이윽고
학승으로 하여금
자기의 본성을 보게 했습니다.
천동선사는 실로
이 화두의
천기를 누설했습니다.
승찬대사는,
'애착과 증오만 버리면,
눈앞이 분명해진다.
(단막증애 통연명백
但莫憎愛 洞然明白)'
고 했습니다.
애증과 간택이 있는 것은
눈앞의 명예와 부귀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애증(愛憎)과 순역(順逆)에
담담해야
눈 앞이 탁 트입니다.
나무는
봄이 되면 연두색 잎으로
알몸을 장식하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으로 뭇 새를
불러들이고,
가을이면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보내고,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 가듯이
겨울 한 철
산문을 닫고 안으로
채찍질하여
부처님을 닮아 가다가
다시 봄이 되면
빗장쇠를 풉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이면
어린 욕망의 싹을 내고,
여름이면,
짙은 욕망의 무게에
허덕입니다.
가을이면,
이 모든 욕망의 무게를
다 내려놓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참회와 수행 속에
나이테를 만듭니다.
자기 마음챙김을 위해
자만심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지관수행을 통해 정진해서
깨달음의 길로 갑시다.
행복하십시오
성불하십시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김태달님글
♡체로금풍(體露金風)♡
♡체로금풍(體露金風)♡ (981) 효성/김태달체로(體露)는 본체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뜻이고,금풍(金風)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뜻합니다.수행자가 자기의 수행에 대해 애착을 내려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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