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상찰선사 십현담
同案常察禪師 十玄談
[1] 心印심인
問君心印作何顔 心印誰人敢授傳
문군심인작하안 심인수인감수전
歷劫坦然無異色 呼爲心印早虛言
역겁탄연무이색 호위심인조허언
須知本自虛空性 將喩紅爐火裏蓮
수지본자허공성 장유홍로화리연
莫以無心云是道 無心猶隔一重關
막이무심운시도 무심유격일중관
그대에게 묻노니 심인이란 어찌 생겼는가
심인을 뉘라서 감히 전할 수 있겠는가
긴 세월 한결같이 다른 색깔이 없으니
심인이라고 호칭을 붙이면 벌써 잘못이다.
본래부터 텅 비고 공한 성품인 줄 반드시 알아야 하니
비유하자면 붉은 화로 속에 피어난 연꽃 같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무심을 도라고도 절대로 말하지 말게
무심하더라도 오히려 한 관문에 가로 막힌다.
[2] 祖意조의
祖意如空不是空 靈機爭墮有無功
조의여공불시공 영기쟁타유무공
三贒尙未明斯旨 十聖那能達此宗
삼현상미명사지 십성나능달차종
透網金鱗猶滯水 廻途石馬出紗籠
투망금린유체수 회도석마출사롱
殷懃爲說西來意 莫問西來及與東
은근위설서래의 막문서래급여동
달마 조사께서 오신 뜻은 공한듯하나 공하지 않고
신령한 기연은 작용이 있고 없고 상관없으니
3현의 지위에 오른 보살도 이 뜻을 밝히지 못했는데
10지의 지위에 오른 성인인들 어찌 이 종지를 통달할 수 있으리오.
투망을 용케 벗어난 금 잉어도 용문폭포를 뛰어넘지 못하지만
길머리를 돌린 돌덩이로 된 말[石馬]은 비단 등롱을 탈출하는구나
은밀하게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말하노니
서쪽에서 오셨는지 동쪽에서 오셨는지를 묻지 마소.
[3] 玄機현기
迢迢空劫勿能收 豈爲塵機作繫留
소소공겁물능수 기위진기작계류
妙體本來無處所 通身何更有蹤由
묘체본래무처소 통신하경유종유
靈然一句超羣像 逈出三乘不假修
영연일구초군상 형출삼승불가수
撒手那邊千聖外 廻程堪作火中牛
살수나변천성외 회정감작화중우
아득히 긴 시간으로도 거둘 수 없는데
부질없는 기연으로 얽어맬 수 있겠는가
(마음의) 오묘한 바탕은 본래 처소가 없는데
온 몸엔들 어찌 자취를 남기랴.
신령스런 한 마디가 뭇 형상을 초월하고
3승을 훌쩍 벗어나니 닦을 것도 없네
두 손을 뿌리치고 천 명의 성인 밖에서
가는 길을 돌리면 불 속의 소를 만들 뿐이네.
[4] 塵異진이
濁者自濁淸者淸 菩提煩惱等空平
탁자자탁청자청 보리번뇌등공평
誰言卞璧無人鑑 我道驪珠到處晶
수언변벽무인감 아도려주도처정
萬法泯時全體現 三乘分別强安名
만법민시전체현 삼승분별강안명
丈夫自有衝天志 莫向如來行處行
장부개유충천지 막향여래행처행
탁한 것은 저절로 탁하고 맑은 것은 저절로 맑아
보리와 번뇌는 모두 공하고 평등하다
누가 변화의 옥을 알아볼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가
나는 말하리라, 검은 용의 여의주는 곳곳에서 빛난다고.
온갖 법이 사라질 때에 (한 마음의) 온전한 바탕이 드러나고
3승으로 분별한 것은 억지로 이름 붙인 것이네
대장부란 본래 충천의 기상이 있으니
여래께서 가신 길이라도 절대로 가지 마시오.
[5] 演敎연교
三乘次第演金言 三世如來亦共宣
삼승차제연금언 삼세여래역공선
初說有空人盡執 後非空有衆皆捐
초설유공인집집 후비공유중개연
龍宮滿藏醫方義 鶴樹終談理未玄
용궁만장의방의 학수종담이미현
眞淨界中纔一念 閻浮早已八千年
진정계중재일념 염부조이팔천년
3승의 차례로 불법을 연설하시니
3세의 여래께서도 역시 그렇게 설하셨네
처음에 ‘유’와 ‘공’을 설하시니 모든 사람이 다 집착하더니
나중에 공도 아니고 유도 아니라 하시니 중들이 모두 반연하네.
용궁 속에 가득한 경전들은 모두 의사의 처방전 같은 것이지만
사라쌍수에 이르러 ‘마지막 말씀’ 하셨지만 진리는 드러내지 못하셨네
진실하고 청정한 세계에서 잠깐 한 생각을 일으켜도
사바세계에서는 벌써 팔천 년이 지나가네.
[6] 還鄕曲환향곡
勿於中路事空王 策杖還須達本鄕
물어중로사공왕 책장환수달본향
雲水隔時君莫住 雪山深處我非忙
운수격시군막주 설산심처아비망
堪嗟去日顔如玉 却嘆廻時鬢似霜
심차거일안여옥 각탄회시빈사상
撒手到家人不識 更無一物獻尊堂
살수도가인불식 갱무일물헌존당
수행의 과정에서 부처를 섬기지 말고
지팡이를 재촉하여 제 고향으로 돌아가시오
구름과 물에 막히는 시절인연에도 그대여 머물지 말고
설산의 깊은 골짜기에서도 나는 허둥대지 않으리.
아! 집 떠나던 때는 옥 같던 내 얼굴이
돌아올 때에는 도리어 귀 밑 머리 희어짐을 탄식하네
손 뿌리치고 제 집에 이르렀건만 아는 이 아무도 없고
어머님께 바칠 물건 하나도 없네.
[7] 破還鄕曲파환향곡
返本還源事已差 本來無住不名家
반본환원사이차 본래무주불명가
萬年松徑雪深覆 一帶峰巒雲更遮
만년송경설심복 일대봉만운경차
賓主穆時純是妄 君臣合處正中邪
빈주목시순시망 군신합처정중사
還鄕曲調如何唱 明月堂前枯樹花
환향곡조여하창 명월당전고수화
본래의 근원으로 돌아오는 일 이미 틀렸고
본래 머물 것도 없으니 제 집이라고 할 수도 없네
만 년 묶은 소나무 길 위에는 휜 눈이 덮이고
한 줄기의 높은 봉우리마다 흰 구름이 걸렸구나.
‘손님[賓]’과 ‘주인[主]’이 화목할 때는 모두가 다 허망하고
‘임금[君]’과 ‘신하[臣]’가 합하는 자리는 바른 가운데 삿됨이다
고향 돌아가는 곡조를 어떻게 부를까?
명월당 앞뜰에는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네.
[8] 廻機회기
涅槃城裏尙猶危 陌路相逢沒了期
열반성리상유위 맥로상봉몰료기
權掛垢衣云是佛 卻裝珍御復名誰
권괘구의운시불 각장진어복명수
木人夜半穿靴去 石女天明戴帽歸
목인야반천화거 석녀천명대모귀
萬古碧潭空界月 再三撈漉始應知
만고벽담공계월 재삼로록시응지
열반의 성 속도 오히려 위태롭고
길 위에서 상봉해도 깨칠 기약이 없네
방편으로 때 묻은 옷을 걸친 이를 부처라 한다면
진귀한 곤룡포를 입은 분은 누구라 할꼬?
나무 사람은 한 밤 중에 신을 신고 떠났는데
돌 여자는 동틀 무렵 모자 쓰고 돌아오네
오래된 푸른 연못에 비친 하늘의 달을
거듭 건져보면 비로소 알리라.
[9] 轉位歸전위귀
被毛戴角入鄽來 優鉢羅花火裏開
피모대각입전래 우발라화화개리
煩惱海中爲雨露 無明山上作雲雷
번뇌해중위우로 무명산상작운뢰
鑊湯爐炭吹敎滅 釰樹刀山喝使摧
확탕로탄치교멸 검수도산갈사최
金鏁玄關留不住 行於異路且輪廻
김쇄현관류불주 행어이로차륜회
몸에 털 뒤집어쓰고 뿔 달고 세상으로 나오니
우담발화는 불 속에서 피었네
번뇌의 바다 속에서는 비와 이슬 되어 (중생을) 적셔주고
무명의 산속에서 구름 되고 천둥 치네.
화탕 노탕 지옥 불어서 쳐부수고
검수도산도 소리 질러 꺾어버리네
번뇌의 쇠사슬과 꽉 막힌 관문도 남겨두지 말고
짐승으로 다니면서 또 다시 윤회에 뛰어든다.
[10] 一色일색
枯木巖前差路多 行人到此盡蹉跎
고목암전차로다 행인도차진차타
鷺鸞立雪非同色 明月蘆花不似他
로로입설비동색 명월로화불사타
了了了時無所了 玄玄玄處亦須呵
료료료시무소료 현현현처역수가
殷懃爲唱玄中曲 空裏蟾光撮得麽
은근위창현중곡 공리섬광촬득마
마른 나무 차가운 바위 앞에는 갈림길이 많고
가는 사람마다 여기에서 죄다 자빠지네
흰 색 해오라기가 흰 눈 위에 섰다고 같은 색깔이 아니고
밝은 달과 갈대꽃은 색깔이 갖지 않다네.
분명하고 분명하게 깨달았을 때도 깨달을 것이 없고
현묘하고 현묘한 자리라도 그 역시 칭찬할 것이 못 되네
은근히 그대를 위하여 현묘한 노래를 부르노니
허공 속의 달빛을 잡을 수가 있겠는가?
십현담(十玄談) / 동안상찰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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