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기본입문

[스크랩] 발심수행장

수선님 2018. 1. 21. 12:30

-- 해제

한국 불교사에서 출가수행과 발심수행을 직접적으로 권고하는 글은 현존문헌 가운데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이 최초이다.

 

원효대사는 신라인들의 구심적인 정신원리로 불교신앙을 일반대중들에게

고취시키고자 하는 염원이 간절하였다.

그러므로 원효대사는 불교 본연의 사명이 성취되려면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관심은 자신의 올바른 수행으로부터 비롯됨을 깊이 인식하였고

발심은 보리과를 추구하는 바른 인연임을 믿고 피나는 구도의 행각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은 출가수도를 근본으로 하며 최소한의 검소한 생활이

진정한 발심과 수도라 보고 시간을 아껴 젊은 시절에 마음을 내어 부지런히 수행함을 권고하고 있다.

 

 

-탐욕을 끊고 수행하라-

모든 부처님께서 적멸궁을 아름답게 꾸미신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욕심을 끊고 수행하신 까닭이요,

수많은 중생들이 불타는 집(火宅)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끝없는 세상 동안 탐욕을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막는 사람이 없는데도 천당에 가는 사람이 적은 까닭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 번뇌로 자기의 재물을 삼기 때문이요,

유혹하는 사람이 없는 악도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과 온갖 욕심을 망령되게 마음의 보배로 삼는 까닭이다.

 

어느 누가 고요한 산에 들어가 진리의 도를 닦으려 하지 않으리요마는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세상의 달콤한 일들에 대한 애욕에 얽매인 탓이다.

 

 

-출가하여 용맹 정진하라-

산사가 있는 높은 산과 험한 바위가 있는 곳은 지혜 있는 수행자가 살 만한 곳이요,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깊은 골짜기 또한 수행하는 사람이 머무를 만한 곳이다.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어 주린 창자를 위로하고,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그 갈증을 식힌다.

 

좋은 음식을 먹고 애지중지 보살피더라도 이 몸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며,

비단옷을 입어 보호하더라도 이 목숨은 반드시 마칠 때가 있는 것이다.

메아리 울리는 바위굴을 염불당으로 삼고, 슬피 우는 새 소리를 마음의 벗으로 삼아라.

 

추운 법당에서 절할 때 무릎이 얼음장과 같이 차가워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굶주린 창자가 끊어지는 듯 하여도 먹을 것을 찾지 말아야 한다.

 

잠깐이면 백 년이 지나는데 어찌 배우지 아니하며,

인생이 얼마나 되길래 수행하지 않고 게으르며 졸기만 할 것인가.

 

 

-참된 수행자가 되라-

마음속의 애욕을 모두 여윈 수행자를 사문이라 하고, 세상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한다.

도를 닦는 수행자가 호화스런 비단옷을 입는 것은 개에게 코끼리 가죽을 입힌 것과 같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수행자가 이성에게 연정을 품는 것은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든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재주가 있더라도 쾌락의 유혹이 가깝게 있는 세속에 사는 사람에게는

부처님께서 가엷게 여기는 마음을 내시고, 설사 도를 닦는 힘이 모자라더라도

산사에서 수행하는 사람은 모든 성현들께서 그를 기쁘게 여긴다.

 

재주와 학문이 있더라도 계율을 실천하지 않으면 보배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도 길을 떠나지 않는 것과 같고,

비록 부지런하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은 목적지가 동쪽인데 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

 

지혜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행위는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밥을 먹어 그 배고픈 창자를 위로할 줄 알면서도

진리의 불법을 배워서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은 모르네.

 

계행과 지혜를 갖추는 것은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자기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날아가는 새의 두 날개와 같다.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라-

정성어린 시주를 받고 축원하면서도 그 참뜻을 알지 못한다면 보시한 시주자에게 수치스런 일이며,

공양을 받고, 경전을 외우며 축원하면서도 그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또한 불보살님께 부끄럽지 아니하겠는가.

 

사람들이 더러움과 깨끗한 것을 가리지 못하는 벌레를 싫어하듯이

성현께서도 출가 사문이 깨끗하고 더러움을 판별하지 못하는 것을 미워하네.

세상일의 시끄러움을 버리고 하늘나라에 올라가는데는 청정한 계행이 좋은 사다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율을 지키지 않고 남의 복밭이 되려는 것은

마치 날개 부러진 새가 거북이를 등에 태우고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다.

 

자신의 죄도 벗지 못하고서 어떻게 남의 죄를 풀어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계행을 지키지 못하고서는 다른 사람의 공양이나 시주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수행이 없는 헛된 몸은 아무리 길러도 이익이 없고,

덧없는 목숨은 아무리 아끼더라도 보전하지 못한다.

 

용상(龍象)과 같은 큰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끝없는 고통을 참아야 하고

사자좌에 앉아 있는 부처가 되고 싶거든 세상의 향락을 영원히 버려야 한다.

 

수행자의 마음이 깨끗하면 모든 천신까지도 다같이 찬탄하나,

그렇지 않고 수행자가 여인을 그리워하면 착한 신장들도 그를 버리고 떠난다.

흙·물·불·바람의 사대(四大)로 구성된 몸은 곧 흩어지는 것이므로 오래 살수가 없다.

 

오늘도 벌써 저녁이 되었도다.

그러므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세상의 향락 뒤에는 고통이 따르거늘 무엇을 탐내랴.

 

한번 참으면 오랜 즐거움이 되는데, 어찌 도를 닦지 않는가.

도를 구하는 사람이 탐욕을 내는 것은 수행자들에게 수치스러운 행위요,

출가한 사문이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려는 행위 또한 군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늙으면 수행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막는 말이 끝없이 많은데 탐착과 애욕은 왜 그리 끊지 못하며

닦아야 할 수행이 끝이 없는데 세상일을 버리지 못하며,

번뇌가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끊을 마음은 일으키지 않는다.

 

오늘이란 하루는 끝이 없건만 오늘 한 번만 행한다는 생각에 악한 죄는 많아지고,

내일 내일하고 미루는 내일이 끝이 없지만 착한 일은 날마다 줄어들며,

금년이란 한 해가 다함이 없거늘 한없이 번뇌는 계속되고,

내년하고 미루는 내년이 끝이 없거늘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는구나.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고,

하루하루가 흘러서 어느덧 한 달이 되며,

한 달 한 달이 지나서 어느덧 한 해가 되고,

한 해 한 해가 바뀌어서 잠깐 사이에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망가진 수레는 굴러갈 수 없듯이 사람도 늙으면 수행할 수 없으니,

누우면 게으름만 생기고 앉아 있어도 어지러운 생각만 일어난다.

 

몇 생애를 닦지 않고 낮과 밤을 헛되이 세월만 보냈는데,

또 헛된 몸을 얼마나 살리려고 이 한 생을 닦지 않겠는가.

 

이 몸은 반드시 마칠 날이 있는 것인데 죽어서 다시 받는 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급하고 또 급하지 않는가.

 

출처 : 제이제이
글쓴이 : 제이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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