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라고도 생각지 않고, 악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 혜능선사(慧能禪師)
일자무식꾼인 혜능(慧能)이 달마(達磨)대사의 5대 전인(傳人)인 홍인(弘忍)선사로부터 의발(衣鉢)을 전수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홍인선사의 문하생들은 다들 놀랐습니다. 절에서 방아나 찧던 무식한 사나이가 쟁쟁한 수제자들을 제치고 선의 진수를 깨달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스승인 홍인선사는 경박한 자들이 혜능을 해칠까 두려워, 그를 일찌감치 멀리 남방지방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래도 일부 제자들은 깨달음의 상징인 의발이라도 빼앗으려고 혜능의 뒤를 추적하여 드디어 따라잡았습니다. 그러자 혜능은 스승으로부터 선의 진수를 깨친 것을 증명하는 의발, 곧 가사 한 벌과 고양 그릇을 돌 위에 놓았습니다. 제자들이 그것을 가져 가려고 했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옷이나 바리때는 단지 물체가 아니라 선법(禪法)의 전승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완력이나 지성으로 소유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추격자들 속에 끼여 있던 혜명(慧明)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무인(武人) 출신이었지만 수행이 적�은 터이라, 곧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겸허한 구도자로 돌아가 삿된 생각을 버리고 혜능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가르침을 베풀어주기를 청했습니다. 혜능은 간절히 가르침을 원하는 그에게 물었다.
"선이라고도 생각지 않고 악이라고 생각지 않을 때 그대의 본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선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악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不思善 不思惡]'는 것은 '도덕적으로 판단하기를 멈춘다'는 의미를 넘어서 '상대적인 인식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경지를 말합니다. 이 상대적인 인식은 모든 것을 선과 악, 옳고 그름, 좌파와 우파 하는 식으로 대립시켜 구별합니다.
그리고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다른 쪽을 매도하거나 버리려고 합니다. 이런 대립된 인식으로 말미암아 미혹되고 망령된 생각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 수행자는 상대적인 인식 습관을 비워버리고 절대적인 인식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 상대적인 대립을 해소하는 말이 '불사선 불사악'입니다. 같은 뜻의 말로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이니 '천지미분이전(天地未分以前)'이니 하는 것이 있습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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