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다리 끊긴 내를 건너고 달 없는 마을로 간다 - 무문관(無門關)
중국 파초산에 살던 파초(芭蕉)스님이 수행자에게 한 말입니다.
"너희들이 지팡이를 갖고 있으면 나는 너희들에게 지팡이를 주겠지만, 만일 갖고 있지 않으면 너희들의 지팡이를 빼앗을 테다."
이를 두고 송나라 무문(無門)선사가 이렇게 평했습니다.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면 다리 끊어진 개울도 건널 수 있고 또 어두운 마을에도 갈 수 있습니다."
너희들에게 지팡이가 있으면 지팡이를 주고, 너희들에게 지팡이가 없으면 지팡이를 빼앗을 것이라는 파초스님의 난해한 가르침에 대해 한 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보면, 예수의 가르침 가운데 '무릇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든 정신 생활의 원리로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선사들과 예수가 본 종교의 진수에 공통점이 있다는 게 놀랍다. 있는 자는 얻게 되고 없는 자는 빼앗긴다. 엄창난 모순처럼 생각되는 말이지만, 이 모순 속에서 참된 생명의 흐름을 발견하게 된다. 절대자의 활동은 창조적인 삶의 흐름이다."
상대적 인식의 극한까지 추구하다 보면 모순으로밖에 표현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선의 진수를 깨친 고승 아래서 수행하여 그 깊은 이치를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선의 깊은 뜻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안에 또 한 사람의 자기가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해 보라"는 경구도 있듯이, 감정적이고 상식적인 자기 이외의 영원한 자기가 깃들여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분명히 깨닫게 되면 살아가는 보람도 분명 느낄 수 있습니다.
좌선을 하거나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얻기까지 이 지팡이에 관한 선어를 명심해 두기 바랍니다. 그것을 '생명의 지팡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무문선사의 선어 중에 '다리 끊어진 개울'이나 '달 없는 마을'은 단지 추상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살아가다 보면 개울을 건너려고 해도 다리가 없고, 앞을 내다보려 해도 달조차 없어 한치 앞조차 캄캄하게 보이지 않는 절망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그때 자기를 지탱하고 자기를 인도해 주는 '생명의 지팡이'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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