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우가라죽원(優迦羅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이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다. 그 이치는 깊고 그윽하며 범행을 청정(淸淨)하게 수행하는 것이니, 이 경의 이름은 '일체 법의 근본[一切諸法之本]'이라고 하느니라. 너희들은 잘 사유하고 기억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일체 법의 근본'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범부(凡夫)들은 성현(聖賢)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여래의 말씀을 보호하지 못하며,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고 선지식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도 흙을 관찰하여 그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은 흙이다'라고 그렇게 흙이라고 살펴 안다. 사실 그대로 이것은 흙이듯이 또한 이것은 물이고, 또 이것은 불이며, 또 이것은 바람이다. 그러나 이 4대가 합해서 사람이 되면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한다.
하늘은 스스로 하늘인 줄 알고 하늘에서 좋아하나니, 범천(梵天)은 범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대범천(大梵天)은 대범천이라고 스스로 알아 자기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하며, 광음천(光音天)들은 광음천에서 왔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변정천(遍淨天)은 변정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과실천(果實天)은 과실천이라고 스스로 알아 착란하지 않는다.
또 아비야타천(阿毗耶陀天)은 아비야타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공처천(空處天)은 공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식처천(識處天)은 스스로 식처천이라고 알고 있고, 불용처천(不用處天)은 불용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유상무상처천(有想無想處天)은 유상무상처천이라고 스스로 알고 있다.
보는 자는 본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듣는 자는 듣는다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하고자 하는 자는 하고자 한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지혜로운 자는 지혜롭다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같은 무리는 같은 무리라고 스스로 알고 있고, 많은 무리는 많은 무리라고 스스로 알고 있으며, 모두 갖춘 자는 모두 갖추었다고 스스로 알고 있고, 열반한 자는 열반했다고 스스로 알아 그 안에서 스스로 즐거워한다. 왜냐 하면 그것은 지혜로운 자들이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중(聖衆)은 성인을 찾아가 뵙고 그 법을 받으며, 좋은 벗을 섬기고 항상 좋은 벗을 가까이한다. 이 흙의 요소를 관찰하고는 그것을 모두 분명히 알고, 그것이 온 곳을 알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지 않아 물 드는 마음이 없다. 물·불·바람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람·하늘·범왕천·광음천·변정천·과실천·아비야타천·공처천·식처천·불용처천·유상무상처천과 보고 듣고 기억하고 아는 것과 같은 종류인지 다른 종류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나아가 열반에 있어서도 그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또 열반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것을 모두 잘 분별하고 잘 관찰하기 때문이니라.
만일 그 비구가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으로서 할 일을 이미 마쳤고,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생사(生死)의 근본을 알아 평등이 해탈한 자라면 그는 능히 흙의 요소를 분별하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는 생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사람·하늘·범왕천 나아가 유상무상처천에 대해서도 다 그러하며, 열반에 이르렀어도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열반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것은 모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은 흙이라는 요소를 잘 분별하기 때문에 흙의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흙의 요소라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것은 다 애욕의 그물을 부수었기 때문이다.
존재[有]로 말미암아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늙음과 죽음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없앴기 때문에 여래는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비구들은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 하면 악마 파순이 그들의 마음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경의 이름은 '일체 법의 근본'이라고 한다. 나는 이제 자세히 설명하였다. 불세존(佛世尊)이라면 누구나 수행해야 하는 일들을 나는 이제 완전히 시행하였다. 너희들은 부디 조용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뜻을 바르게 가지고 좌선(坐禪)하며 이 묘한 이치를 깊이 사유하라.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뒤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증일아함경 : 지수화풍 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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