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23. 關 - 좁은 문

수선님 2018. 2. 18. 12:56
 좁은 문 - 운문선사(雲門禪師)
 
 
선을 수행함에 있어서, '운문의 관(關)'이라고 하여 쉽사리 통과할 수 없는 공안 하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얼마나 많은 수행자들이 고통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90일 동안 하안거(夏安去)가 끝났을 때, 취암(翠巖)스님이 말했습니다.
 
"나는 90일 동안 설법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법해 왔다. 그래서 벌을 받아 눈썹이 빠진다고 한다. 내게 눈썹이 있는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제자인 보복(保福)과 장경(長慶)이 입을 모아 그 동안의 설법이 매우 유익했다고 대답하는데, 운문(雲門)은 '관(關)!'이라고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운문수님은 깨달은 경지를 한마디로 줄여 이같이 내뱉었던 것입니다. 그 뒤로 운문선사라 하면 '관', '관'하면 운문선사라 할만큼 이 말이 유명해졌습니다. 이 말에는 선의진수가 깃들여 있어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만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인생길이든 관(關)이라는 좁은 문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도 관소(關所)가 곳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현관(玄關)이란 단어도 처음엔 신불교로 쓰던 말로, 본디는 '현모한 길, 곧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어쨌든 이곳을 지나가지 않으면 깊숙한 안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나 쉽사리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선뿐만 아니라, 창작활동이나 무예를 닦는 데에 있어서도 이른바 '길'이란 게 있습니다. 이 길에도 자기를 내세워지는 지나갈 수 없는 좁은 문, 곧 관이 있습니다.
 
전에 교외의 한 절에서 좌선회에 참석했던 한 젊은 여성이 참선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한 수의 노래로 읊어 저한테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문 하나를 지나가면 또 문이 있으니
사색하는 이여, 들어오지 말지이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