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이 없음 - 오등회원(五燈會元)
선불교의 시조는 달마(達磨)선사입니다. 달마대사는 인도에서 바다를 건너 중국으로 건너가 선을 전했습니다. 서기 520년에서 527년 사이로 생각됩니다.
당시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불교에 깊이 귀의하고 있었으므로 크게 기뻐하여 달마대사를 금릉(金陵-지금의 남경)에 위치한 궁중으로 초대하였습니다.
"짐은 나라 곳곳에 절도 많이 세웠고 승려들도 많이 배출했는데, 이만하면 공덕이 어떻소?"
무제는 전에 법의를 걸치고 <반야경(般若經)>을 강론하고 수행도 할 만큼 불교에 열심이었고, 이 질문에서 알 수 있듯이 절을 세우고 승려를 많이 키웠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불심천자(佛心天子)'라고 부를만큼 숭앙하던 이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던진 질문에 달마는 눈썹 하나 흔들림 없이 잘라 말했습니다.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공덕을 바라고 한다면 어떠한 선행(善行)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선은 돋보이는 것, 유명해지는 것을 경계합니다. 남 몰래 숨어서 선행을 하는 것입니다. 누가 했다는 것이 판명되면 그 일은 안한 것과 같습니다.
남에게 칭찬받기를 원하여 하는 선행은 이미 머이너스인 셈이지요. 그것은 이기적 행위일 뿐입니다. 이기심으로 한 행위를 신앙의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추한 마음을 죽여야 합니다.
선행을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선인선과(善因善果)의 법칙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런데 선불교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인과 결과 사이에 놓인 시간과 공간의 간격을 두지 않고 원인과 결과를 한 점에 응결합니다. 즉 원인은 그대로 결과로, 결과는 그대로 원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과일여(因果一如)'라 합니다.
선행을 나중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될지, 하는 일반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어쩌면 악을 저지를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선을 행한 것 자체가 고마운 일 아닙니까?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 해 보면 선한 일을 할수있는데도 악한 일을 한 것 저체가 이미 벌을 받고 있는 증거입니다.
달마대사는 이와 같은 '인과일여'의 법칙을 들어 무제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공명심과 이기심의 뿌리를 단번에 들어내 버린 것입니다.
공덕을 쌓았다는 생각이나 공덕이 없다는 의식 모두를 없애야 합니다. 사(私)를 버리고 묵묵히 선행을 쌓는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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