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뜨니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보이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 허당록(虛黨錄)
이 말은 선어를 기록한 책 <허당록(虛堂錄)>에 인용되어 있습니다. 진리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곳곳에 있다는 것을 읊은 시입니다.
표현 그대로 "손바닥으로 물을 떠올리면 달이 손 안에 있고, 꽃을 만지면 향기가 옷에 배누나(?水月左手 弄花向友手)"입니다. 다음의 짤막한 시도 이것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수면을 튀기면
위에 떠 있는 잎사귀마다
달밤이로세
9세기 초 중국 마곡산에 보철(寶徹)선사가 살고 잇었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는데, 한 수도승이 찾아와서는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람이 언제 어디에나 있다는 진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반적인 말보다 좀더 구체적으로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습니다."
수도승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부채질을 멈추고 듣고 있던 보철선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부채질을 하기 시작할 뿐 한 마디의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채질이 대답이었습니다. "바람이 언제 어디서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싶습니다"라는 물음에,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대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채질을 하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그 존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감각으로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없는 부처님을 좌선이나 염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수도승은 보철선사의 '말없는 부채질'의 가르침에 크게 기뻐하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높은 하늘에서 땅 위를 하얗게 내리비추는 달도 손바닥으로 물을 떠올리는 구체적인 행위가 따라야 손바닥에서 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꽃을 만지는 동작에 의해서 꽃의 향기가 전해지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움직임은 등잔불이 하늘거리는 것으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유한한 것을 통해 무한한 생명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을 통해 우리는 무한한 자유의 경지를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松元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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