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구름처럼, 바다의 달처럼 도타운 대화 - 벽암록(碧巖錄)
친구란 참으로 귀한 조재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 그리워하게 마련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 구리워하게 마련인 것이 친구입니다. 만나면 그야말로 "산을 두른 구름처럼, 바다에 뜬 달처럼 도다퉁 대화가 끝이 없네[話盡山雲海月情]"가 되지요. 산봉우리 위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듯 정담은 깊ㅊ어만 가고, 바다에 달이 떠올라 훤히 비추듯 목소리도 정답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만나서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처럼 흐믓한 것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이 구절은 예술이나 철학의 깊은 경지를 터득한 사람들이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 선 수행자들끼리 만나 깨달음의 진수를 나누는 광경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동파의 시는 그 '깊은 대화'의 오묘한 경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溪聲便是廣長舌 시냇물 소리가 부처님 설법이요
山色豈淸淸淨心 산의 경치 그대로 청정한 마음일세
이 시를 좀더 자세히 풀이하면, 산골짜기 여율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는 그침없이 진리를 논하는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이요, 산은 그대로 맑고 깨끗한 진리의 몸(法身)이라는 것입니다.
시냇물 여울지는 소리는 어디까지나 여울지는 소리일 뿐이요, 산 경치는 어디까지나 경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법문이나 청정한 부처님의 모습으로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의 깊이에 따른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작용을 선가에서는 '불심(佛心)'이라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영성(靈性)' 또는 '창조하는 마음(創造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연은 주어진 사실로서, 이를테면 소재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본디 그 자연을 형상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사물이라도 어떻게 보고 형상화하는가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고 톨스토이도 말하고 있습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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