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두 다리로 걸음을 걷습니다. 그런데 이 걸음이 방향의 큰 일입니다. 가르침에 따라 진리 쪽으로 걸음을 내딛게 되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 괴귀한 목적에 다가가게 됩니다. 아니, 목적이 그 사람쪽으로 걸어오게 됩니다. 날마다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진리로 가는 수행의 장이 되는 것입니다.
도량(道場)은 범어 '보디만다(菩提道場)'를 줄인말입니다. 보디만다는 본래 부처님이 인도 부다가야의 보리수 밑에서 진리를 깨친 것을 기려서, 진리가 현현한 그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서는 선을 수행하는 장소, 더 넓게는 널리 불도를 닦는 장소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곧 도량"이라는 말은 따라서 우리들의 한 걸음 한 걸음,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수행이며, 진리 안에서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백은선사는 '지한장한(地限場限)'이라고 말햇습니다. 오늘 지금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극진한 가르침입니다.
한 선사는 더 나아가 '일족삼례(一足三禮)'라고 가르쳤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참배하는 심정으로 걸어가라는 뜻입니다. 옛날에 철도의 차장들은 객차 안을 몇 걸음 걸어야 가장 적합한가를 측정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너무 빨리 걸으면 승객에게 불안감을 주고, 너무 늦게 걸으면 불편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백화점의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 수행자는 자신의 호흡을 세우면 좌선에 들어갑니다. '걸음걸이와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수련 과정은 오늘날의 삶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비슷한 말에 '보보청풍기(步步淸風起)'가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어놓을 적마다 발지에서 서늘한 바람이 인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진리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비로소 가능한 경지입니다. 우리는 이상만 지나치게 높아 현실에서 떠나기 쉽습니다. 발을 땅에 대고 한 걸음 한 걸음 인생의 도량을 설어가면 언제 어디서나 진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선 수행자는 모름지기 걸을 때 6척(尺) 앞을 잘 보면서 "호랑이 같은 눈으로 황소처럼 걸어야 한다(虎視牛行)"고 했습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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