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達磨)대사로부터 선법을 이어받은 6대째 조사가 혜능(慧能)선사입니다. 혜능선사는 중국 광동성 조계(曹溪)에서 살았기 때문에, 때로 그를 '조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계 수원지의 물 한 방울(曹溪一滴水)"에서 '조원(曹源)'은 바로 조계 골짜기의 물, 선법(禪法)의 원천인 혜능선사를 비유하는 말로서, 혜능선사에 의해 선불교가 소나무 숲처럼 무성하게 발전하게 된 역사적 사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혜능선사가 크게 일으킨 선불교는, 그 뒤 오가(五家 - 운문雲門, 위앙潙仰, 임제臨濟, 조동曹洞, 법안法眼의 다섯 종파)와 임제종에서 갈라진 두 파(양기楊岐와 황룡黃龍)로 나뉘며 발전을 거듭하여 모두 칠종(七宗)으로 성립했으며, 그에 따라 24가지의 선법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조계 혜능선사의 가르침을 원전으로 하여 발전했으므로, 혜능선사의 근본 선심(禪心)과 선의 정수를 바르게 이어받은 선법을 가리켜 '조계의 물 한 방울'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벽암록>에 보면 법안종의 창시자인 법안선사에게 한 수행자가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조계의 물 한 방울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러자 법안선사는 즉시 그 물음에 대답합니다.
"조게의 물 한 방울이지."
물음이 그대로 대답이 되어 전달되는 데에 인생의 진실이 있습니다.
이 선문답의 이치는 별도로 하더라도 현대인이 명심해야 할 '물 한 방울'이 있습니다. 그것은 물자가 풍부해진 만큼 오히려 물자를 소홀히 하는 현대인의 나쁜 버릇을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태연히 버리는 요즘 사람들의 행위는, 옛사람들의 눈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잔학한 행위'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불상 조각을 배우려고 사계의 권위자를 찾아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불상 조각을 배우고 싶다는 그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무울에서 물을 길어 오라고 했습니다.
물을 긷는 동작을 기켜보고 있던 선생님은 다짜고짜 그를 크게 꾸짖고는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쫓겨나는 그를 가엾게 여긴 제자들은 그날 밤을 가기들과 함께 묵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자들은 상의 끝에 밤중에 그를 께워 선생님 앞으로 데려갔습니다. 선생님은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애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에 내가 책망한 까닭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말하겠네. 불상은 사람들이 경배하는 것, 그런 불상을 만드는 이는 마땅히 경배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네. 한 바가지의 물도 하늘과 땅의 성물임을 잊어서는 안 되지. 그런데 자네가 물을 긷는 것을 보니 물이 넘쳐도 태연한 모습이더구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불상을 만들 수 있겠나."
선생님의 말씀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은 그는 깊이 반성한 끝에 그의 제자가 되었 드디어 대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松源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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