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35. 一日不作 一日不食 -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수선님 2018. 2. 25. 12:27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 오등회원(五燈會元) 

 

 

이 선어는 백장선사의 가르침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당나라 때의 고승 백장선사는 '백장청규(百丈淸規)'라는 선 수행의 생활규칙을 제정하여 선불교 역사에서 획기적인 흔적을 남겼다고 앞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 '청규'는 사회의 일잔 예법이나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컨대 '보청(普請)'만 해도 그렇습니다. '백장청규'에 보면 "보청의 법은 상하가 고루 힘쓰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모두 공평하게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청'이란 모든 사람이 힘을 다하는 것을 뜻하며, 이것은 다만 건축공사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모를 심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보청입니다.

 

백장선사는 선 수행자들이 육체노동을 함으로써 현실에서 떠난 관념적 유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의 제도를 정했던 것입니다.

 

이 육체노동을 선가에서는 '작무(作務)'라고 합니다. <오동회원>이란 책에서 "선사께서는 육체노동에 앞장섰다"고 씌어 있는 것처럼 백장선사는 여든 살이 넘도록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건강을 걱정하여 일을 그만두고 정양하시라고 권했지만 선사가 듣지 않아 할 수 없이 제자들은 선사의 도구를 몰래 숨겼습니다. 그 때문에 백장선사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였습니다. 갑자기 선사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아야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자기들의 얕은 생각을 뉘우쳤습니다.  

 

백장선사의 말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 말라"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일하는 것은 단지 생활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선 수행자가 하는 일은 '불작불행(佛作佛行)', 곧 부처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불작불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의 진정한 뜻입니다.

 

松元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