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禪家)에서 쓰는 말 중에 '억하지탁상(抑下之托上)'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래로 눌러 들어올린다"는 뜻인데, 쓰인 글이나 말이 겉으로는 비난이나 냉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음속으로 칭찬이나 에정을 나타낼 경우에 사용합니다.
이런 예는 일반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자기 자식을 남에게 소개할 때,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또는 '개구장이예요"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식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에는 이와 같이 반대의 표현이 아니면 나타낼 수 없는 진싱이 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면 반대어를 사용하여 자기의 깊은 심정을 표시하기도 하는 거지요. 선 수행자는 체험을 통해 이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 '할머니의 친절함'이 바로 그 예입니다. 할머니가 손자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을 비난하느 말인데, '노파철곤(老婆徹곤)도 같은 말입니다. '곤(곤)'은 '진정으로'라는 뜻으로 '진정성에 철저한 할머니'라는 뜻입니다.
옛 선사들이 제자들에게 한 간절한 훈계나 가르침 등을 전해듣고는 "꼭 노파가 하는 잔소리 같군"하면서 노파친절이니 노파철곤이니 하고 비난하고 깍아내리는 듯 평하지만, 그 속에는 진한 애정을 지양하고 부처님의 생명인 대자비심을 나타내어 보이는, 지도하는 이의 투철한 진정성을 칭찬하는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도원선사는 수제자인 의개(義价)스님에게 "자네는 노파심이 부족하니 조심하게"하고 가끔 훈계했습니다. 노파심이야 말로 수행자에게 없엇는 안 되는 덕목입니다.
松元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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