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실 때가 되면 밥을 먹을 때가 되면 밥을 먹는다(喫茶喫飯隨時過)" - 유유자적하는 사람의 생활태도를 말합니다. 같은 뜻의 말로 "때가 되면 차 마시고 밥 먹고 옷 입을 뿐(喫茶喫飯又着依)"이 있습니다. 때가 되면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옷을 입을 뿐, 불법(佛法)에 다른 비결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먹고 마시는 행위 속에서는 그의 일상생활이 나타나 있습니다. 생활 전체가 '때에 따라' 자연스레 진실된 균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상 자체가 차이고 밥이고 옷이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생명이 숨쉬고 있습니다.
조주선사에게 한 수행승이 찾아왔습니다.
선사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자네가 전에 온 적이 있었던가?"
"네, 있습니다."
그러자 선사는 말했습니다.
"차를 들게나."
며칠 후에 다른 수행승이 찾아오자, 선사가 또 물었습니다.
"자네가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던가?"
"아니요."
그러자 선사는 전과 똑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들게나."
옆에서 지켜보던 절의 주지가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전에 이곳에 있던 이나 오지 않았던 이나 똑같이 차를 마시라고 했는데 무슨 까닭입니까?"
조주선사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지스님!"
"네."
"차를 드세요."
왜 조주선사는 입장이 다른 세 사람에게 한결같이 차를 마시라고 했을까요?
이 물음을 이해하는 실마리는 바로 '이곳'이라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곳'은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위치의 부정, 즉 무위(無位)입니다.
어느 절집 기둥에 "불신원만무배상 시방래인좌대면(佛身圓滿無背相 十方來人坐對面)"이라는 글귀가 씌어 있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몸체가 원만하므로 사방에서 온 사람들이 앉아서 대면한다는 뜻입니다. 이곳에 오건 말건,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간에, '이곳'에 무심히 앉아 있는 '마음'과 대면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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