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스크랩] 수행도지경 27. 삼매에 드는 방법에 대한 비유 - 아주 재미있음

수선님 2018. 3. 4. 12:43

수행도지경 27. 삼매에 드는 방법에 대한 비유 - 아주 재미있음

 

 

9. 권의품(勸意品)

  

도지(道地)를 수행하는 이가 무슨 방편으로 그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는가?


내가 일찍이 들으니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온 나라에서 밝고 지혜 있는 이를 뽑아 재상[輔臣]을 삼으려고 하였다. 그 때 국왕은 임시 방편으로 한량없는 지혜를 써서 한 사람을 뽑았는데 그는 총명하고 널리 통달하였으며, 그 뜻이 크고 고상하였다. 그래서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고 명성과 덕을 한꺼번에 갖추고 있었다. 왕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서 그를 시험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일부러 그에게 중한 죄를 뒤집어 씌워볼 생각으로, 다른 신하에게 명하였다. 


"그 사람에게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받쳐들고 북쪽 문에서부터 남쪽 문까지 가서 이 성에서 2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조희(調戱)라는 동산까지 가라고 전하라. 만약 그가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단 한 방울이라도 기름을 흘리면 보고할 것 없이 그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오너라."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령 그 사람이 조희 동산까지 가는 동안

  내 분부 잘 받들어 기름을 흘리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마땅히 내 몸과 같이 공경하고

  중도에 기름을 흘리거든 곧 머리를 베라고 하였네.

  

그 때 많은 신하들은 왕의 지엄한 분부를 받고,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그 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은 두 손으로 받쳐들고,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는 곧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기름이 이렇게 그릇에 가득하고 또한 성 주변에는 다니는 사람도 많으며 오가는 수레와 구경꾼들도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유하면 마치 물은 고요히 흔들리지 않으나 바람이 불어와 그 물에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행인(行人)들도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상태로 물러나서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느 한 사람도 나에게 두려워하거나 후회하지 말라고 권면(勸勉)하는 말을 해주는 이가 없구나. 이 기름 그릇을 받쳐들고는 겨우 일곱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몇 리나 되는 길을 가겠는가?'


그 사람은 걱정이 되고 심란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혼자 속으로 두려운 마음을 가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코끼리·말·수레를 둘러보니

  바람이 물 위에 부는 것처럼 마음도 그와 같아

  마음에 두려움 생겨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우니

  어떻게 이 일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죽는다는 것은 결정된 일이라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설령 저 기름 발우를 받쳐들고 기름을 떨어뜨리지 않고 저 동산까지 가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마땅히 전일하게 계획을 세울 것이요, 만약 시비(是非)거리가 보이더라도 마음이 흔들려 바꾸지 않고 오직 기름이 담겨있는 발우만 생각하여 뜻을 다른 데에 두지 않아야 이 난관을 헤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편안한 동작으로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그 때 모든 신하들과 군사들, 그리고 구경하는 관중들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사람들이 따라가면서 구경하였는데, 마치 구름이 일어나 태산을 둘러싸듯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발우를 받드는 그 사람의 마음 견고한데

  길을 따라 구경하는 수많은 구경꾼들

  숱한 사람이 빙 둘러싸고 따르는 모습

  마치 강과 바다에 큰 구름이 일 듯하였네.

  

그 사람이 발우를 받쳐들었을 때, 그 소문이 널리 펴져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대중들은 모두들 말하였다. 

"이 사람의 의복과 형체와 거동을 보니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죄수와 같다."


이 사람에 대한 소식이 급기야 그의 집에까지 전해지자, 그의 부모와 종족들이 그 소문을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아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슬피 울면서 애달파 했지만, 그 사람은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부모·형제·처자와 모든 친척들은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아들 울어대니 눈물이 샘솟듯 하고

  그 아비 온갖 슬픔으로 울며 탄식하였으나

  마음에 두려움 품고 부모도 살피지 않고

  오로지 뜻을 잡아 발우를 받쳐들었네.

 

여러 사람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이렇게 두세 번 외쳐댔다.

그 때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구경하느라고 소란스럽고 고함치는 소리가 진동하였으며, 서로 치달리고 서로 쫓고 쫓기고 하다가 땅에 자빠졌다가는 다시 일어나고, 서로 기어오르다 짓밟혀 몸둘 곳조차 없었지만, 그 사람은 마음이 단정하여 여러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사람들의 고함소리 끊일 새 없고 

  앞뒤로 서로 몰려 몸둘 곳조차 없지만

  기름 발우 받쳐들고 전혀 쳐다보지도 않으니 

  우박 쏟아져도 허공은 상처를 입지 않는 것과 같네.

  

구경꾼들이 다시 말하였다. 

"어떤 여인이 오고 있다. 저 여인은 단정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위의(威儀)와 얼굴이 온 나라에 짝할 이 없을 정도여서 마치 별 가운데에 떠 있는 보름달이 유달리 밝은 것과 같으며, 그 색은 마치 연꽃과도 같아 큰 거리를 거닐면 위풍당당한 상호와 남들보다 뛰어난 얼굴이 마치 옥녀(玉女)와 같다. 또한 단정하고 아름다운 도리천왕(忉利天王)의 왕후인 호리(護利)를 모든 하늘 인민들이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는 이가 없듯이 지금 그 여인의 맑고 아름다움도 그와 같아서 여덟 가지 춤과 청아한 음성을 보고 듣는 이들은 모두 기뻐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인의 그 거동 평화스러워 보이고

  노래와 춤, 법도에 벗어나지 않으며

  그 마음 기쁨을 품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네.

  

  구슬픈 노래 소리와

  간들거리는 그의 몸매

  빠르지도 또 더디지도 않으며

  의복도 자연스럽고 가지런하네.

  

  일곱 가지 미묘한 음성과

  기특한 재주 50가지가 있네.

  삼계(三界)에 모두 청정하고

  궁상(宮商)의 곡조 서로 조화하네.

  

  머리에서부터 발까지 온몸을 

  보배 영락으로 장엄했으며

  아름답고 청아한 말소리 

  마치 감로가 내리는 것 같네.

  

그 때 그 사람은 한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고, 뜻을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고 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지도 않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모두 말하였다. 

"차라리 오늘 저 예쁜 여인의 얼굴이나 실컷 구경하다가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다. 그것이 오래 살면서 저 여인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낫다."


그 때 그 사람은 비록 이런 말이 들려와도 오로지 발우만 받쳐들뿐 조금도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애교 있고 편안한 느낌 주는데

  그 춤도 또한 솜씨가 가장 훌륭하여

  모든 사람들 탐내고 즐거워함이 

  마치 마왕의 아내[后]와도 같네.

  

  욕심을 여읜[離欲] 이도 동하겠거늘

  더구나 범부이겠는가?

  그 사람 주위를 왔다 갔다 해도

  발우만 받쳐들고 마음 기울이지 않네.

  

그 때 마침 몹시 취한 듯한 코끼리가 자유분방하게 큰 길거리로 뛰어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말하였다. 

"지금 취한 듯한 코끼리가 나타나서 우리들을 마구 밟고 차고 하여 비명에 죽어가고 있다."


이는 도깨비가 코끼리 모습으로 변신하여 닥치는 대로 위험을 가하고 해치되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으며, 몸뚱이에는 종기가 나서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비유하면 허벅다리에서 독한 기운이 흘러내리고, 혀는 빨갛게 되어 피와 같고 배를 땅에 대고 있으며, 입술은 축 늘어지고 걸음걸이는 갈팡질팡하여 무엇을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고 사람의 피를 몸뚱이에 바르고 제멋대로 뛰놀아 거침이 없으며, 나아가고 물러가기를 마치 국왕(國王)처럼 자유자재로 하였고, 멀리서 보면 마치 산과도 같았으며, 사납게 울고 포효하는 소리가 우레와도 같았고 코를 쳐들면서 성내고 분노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큰 코끼리 힘이 세어 감당하기 어려운데

  몸뚱이에 흐르는 피 샘물이 솟듯 하며 

  땅을 디뎌 먼지를 일으키고 입을 벌려 

  여러 사람 위협하면서 해치려 하네.

  

그 코끼리는 이와 같이 구경꾼들을 두렵게 만들어 모두 달아나 흩어지게 하고 군사들도 물리쳤다. 그러자 많은 코끼리 떼까지도 다 도망쳤고 모든 구경꾼들도 겁에 질려 죽으려 하기도 했으며, 큰 나무를 뽑고 여러 생물들을 짓밟아버리는 그 기세는 비록 몽둥이로 때려서 아프게 할지라도 조금도 꺼리거나 두렵게 여기지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군중들과 여러 코끼리 떼를 물리치고 

  사람을 두렵게 위협하여 혹 죽이기도 하며 

  모든 집을 밀쳐서 무너뜨리고

  멋대로 달리며, 제어해도 무서워 않네.

  

  그 소문 멀고 가까운 데 퍼졌는데 

  강하고 억센 것으로 덕목을 삼으며 

  교만하여 조심스러운 데가 없고 

  지나친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네.

  

그 때 길거리와 시장에서 점포를 차려 놓고 물건을 팔고 사는 이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물건을 거두어 감추고 문을 닫았으며, 집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하면서 사람들은 다 피해 달아났다.


또한 코끼리 조련사도 제어할 길이 없었고 성내어 날뛰는 행동이 더욱 심하여 길거리에 있는 코끼리·말·소·양·돼지·송아지 떼를 짓밟아 죽이고, 모든 수레를 부수어 별[星]처럼 낭자하게 흩어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점포를 보는 이 물건을 죄다 감추었고 

  사람과 짐승을 해치고 수레를 부수므로 

  이와 같은 짓을 보고는 문을 닫았으니 

  그 낭자함이 마치 도둑이 영문(營門)을 파괴한 듯하네.

  

혹 어떤 이는 보고 두려움을 품어 감히 꼼짝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원망하고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으며, 또는 정신이 미혹되어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미처 옷을 걸치지 못하여 끌고 달아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미혹되어 동쪽과 서쪽을 식별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달아나는 꼴이 마치 바람이 불어 구름이 사라져 간 곳을 알 수도 없는 것과 같기도 하며, 당황하고 두려워서 배로 땅을 기는 이도 있으며, 또는 궁한 나머지 활을 당겨 화살을 쏘려고 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칼을 잡고 앞으로 대항하려는 이도 있으며, 그 가운데는 넋을 잃고 황홀(恍惚)하여 헛소리를 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성냄을 품고 두 눈이 빨갛게 된 이도 있으며, 또는 자취를 감추고 멀리 바라보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혹은 비록 병기는 들었지만 감히 덤비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에 미혹되어 무서워하고 

  또는 슬피 우는 이도 있으며 

  혹은 질려서 어쩌지 못하는 이도 있고 

  또는 병기를 들고 있는 이도 있었네.

  

  공포에 떨다가 땅에 쓰러지기도 하고 

  기가 질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편안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모두 취한 코끼리 때문이다.

  

그 때 코끼리를 잘 길들이는 주술(呪術)에 밝은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자신이 배운 코끼리 길들이는 법 중에 착한 코끼리와 사나운 코끼리를 다스리는 법이 무려 800가지가 있는데 내가 지금 이 코끼리를 관찰해 보건대 그 방법 중에는 한 가지도 해당되는 게 없다. 내 지금 어떤 종류의 주술을 써야 할지를 살펴보아야겠다. 다만 상등 종류가 네 가지 있는데, 이 코끼리는 중등 종류에 해당될까, 하등 종류에 해당될까?'


이렇게 살펴 알고 나서 바로 큰 소리를 내어 신주(神呪)를 외웠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천왕이 금강밀적(金剛密迹)에게 준 

  미묘한 주술이 나에게 있으니

  그것으로는 잘난 체하는 이를 억제할 수도 있고 

  하열한 이로 하여금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깨달아 밝은 모든 이들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만함이 없고, 또한 열뇌(熱惱)를 일으키지도 않으며, 온갖 은애(恩愛)를 다 버리고 오직 법만을 받드나니, 그것은 다 성실하게 믿고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잘난 체하는 코끼리를 조복(調伏) 받아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것이다.

이에 옛 성인이 남기신 두 개의 게송으로 말한다.

  

  음란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이 세상의 세 가지 큰 교만이니 

  성실하게 도를 닦아 모든 때[垢]를 없애고 

  온갖 열뇌(熱惱)를 소멸한다.

  

  저 지성스러운 법으로써 

  이와 같이 수행하여 

  큰 뜻을 코끼리에게 말해 

  미혹 없애고 교만함을 버리게 하라.

  

그 때 저 코끼리는 이 바른 가르침을 듣고 곧 교만함[自大]을 버리고 그 마음을 항복하여, 문득 본래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코끼리의 우리로 돌아갔고 여러 사람들을 범하지 않아 해를 입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 발우를 든 사람은 코끼리가 온 줄도 알지 못하였고 또한 간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온 마음이 죽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다른 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코끼리를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보아 

  마음이 일찍이 혼란스럽지 않았고

  그 비가 비록 그쳤지만 

  허공처럼 보아 기뻐하지도 않았네.

  

  그 사람 또한 이와 같아서 

  코끼리가 오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집중해 기름 발우 받들기를 

  창고의 보배처럼 여겨 잊지 않았네.

  

그 때 구경꾼들이 요란스럽게 동쪽과 서쪽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통에, 성 안에서는 불이 일어나 모든 궁전과 온갖 진귀한 집과 누각과 높은 대(臺)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데, 불길이 묘하게 나타나 높이 치솟아 올라 이곳저곳으로 자꾸만 번져나갔다.


비유하면 커다란 산은 보지 못하는 이가 없는 것처럼, 연기는 온통 자욱했고 불길은 하늘을 찌를 듯이 타올랐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성은 풍요롭고 즐거우며 엄정하여 좋았고 

  궁전과 집은 매우 넓고도 묘했는데 

  자욱한 연기 퍼지지 않은 데 없고 

  타오르는 불길은 사람이 일부러 지른 듯하였네.

  

불이 성을 태울 때에 모든 벌떼가 독을 방출하고 사람을 쏘았다. 구경꾼들은 통증을 느끼고는 놀라고 괴상하게 여겨 이리저리 치달리고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얼굴 색이 험악하게 변하였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의복은 벗겨지고 치장했던 보배를 떨어뜨리며, 연기에 파묻혀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멀리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부모·형제·처자·노비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서로를 불러댔다. 또 서로 가르쳐 말하였다. 


"불길을 피하고 물을 떠나며 진흙탕에 빠지지 말고 안위를 조심하라."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걱정되는 마음 생겨 스스로 어쩔 줄 몰라 

  집안 식구와 친척들 그리고 하인들과 

  코끼리, 말 등 탈것을 버리고 가엾이 나오면서 

  큰불이 났으니 마땅히 피하라고 하네.

  

그 때 관병(官兵)이 죄다 밀려와서 불을 끄느라고 야단들인데, 그 사람은 정신을 집중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어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하여 불이 일어나고 불이 꺼지는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마음을 잡고 뜻을 오로지 하여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사람들의 미혹함이 

  마치 새가 불을 만나 날아오르는 것 같고 

  그 불이 궁전과 집을 태워 

  연기가 자욱하여 뜬구름과 같았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공포에 떨면서 

  연기와 불을 피해 달아났네. 

  그는 한결같이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불이 나고 꺼지는 줄도 알지 못했네.

  

  그 때 5색 구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는 우레와 번개가 진동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자욱한 안개에 때아닌 비 내리고 

  바람 일어나고 구름 기운 음습하여

  허공이 온통 맑은 기운 없었으니 

  저 포악한 코끼리처럼 구름도 그러했네.

  

그 때 혼란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와 모래·자갈·기와조각·돌 따위가 왕이 다니는 길을 가득 메웠으며, 나무가 뽑히고 가지가 꺾였으며 모든 꽃과 열매가 다 떨어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바람 일어 먼지가 온통 날리고 

  습기 머금은 구름 끼어 미치지 않는 데 없었으며 

  거센 바람은 몰아쳐 서로 보이지 않는데 

  우레와 번개에 놀라지 않은 사람 없었네.

  

그 때 짙은 구름이 한없이 일어나고 번개가 번쩍거리며 벽력이 떨어졌다. 공작(孔雀)은 모조리 울어대는데,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졌다. 비록 이와 같은 변괴가 있었지만 그 사람은 듣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기름 발우에만 전념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코끼리가 제 멋대로 날뛰는 것이 

  마치 짙은 구름이 일어나듯 하였네. 

  우박이 떨어지고 불이 나고 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히고 집은 부서졌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보지 못했으니 

  어느 것이 착하고 어느 것이 악하겠는가?

  바람과 구름 일어나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다만 발우에 가득한 기름만 보았네.

  

그 때 그 사람은 발우에 가득한 기름을 받들어 들고 저 동산에 이르기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모든 신하와 군사들은 죄다 왕궁으로 돌아와서 왕에게 갖추어 아뢰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사람은 일심으로 발우를 받들어 들고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으므로 기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원관(園觀)까지 이르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을 해냈으니, 사람 가운데 영웅이다. 친척과 권속, 그리고 옥녀(玉女)들도 돌아보지 않았고, 큰 코끼리와 물과 불의 환난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우레·번개·벽력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는 우레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두려움에 떨려 비록 아뢰는 말이 있어도 그 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혹은 심장이 터져 죽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새끼를 가진 말이 낙태한 일도 있었다. 사람들은 서서 죄다 어쩔 줄 몰라했었는데, 비록 그런 온갖 고난을 만났어도 그의 마음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판단치 못할 일이 없을 것이며, 마음 굳세기가 이와 같으니, 끝내 고난도 받지 않을 것이며, 지옥의 왕도 이 사람은 금강(金剛)도 먹을 수 있으리라고 고찰할 것이다."


왕은 기뻐하면서 그 자리에서 대신(大臣)을 삼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친족들이 울부짖는 그 광경과 

  취한 코끼리 사납게 구는 모습 보았네.

  아무리 모든 무서운 고난 만났어도 

  그 마음 끝까지 변동하지 않았네.

  

  왕은 그 사람이 이와 같이 

  마음 굳고 안정되어 바뀌지 않음을 보고 

  친근히 하고 사랑하며 관대히 공경하여 

  그 자리에서 그를 대신으로 삼았네.

  

그 때 이 정사(正士)는 그 마음이 견고하여, 좋고 나쁜 일과 모든 고난을 만났어도 뜻이 바뀌지 않아 죽임을 당할 죄를 해탈하였고, 이미 호귀(豪貴)와 장수(長壽)를 누리며 오래 살게 되었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마음 길들이기를 그와 같이 하여, 비록 모든 환란과 음탐·성냄·어리석음이 몰려와서 모든 감관[根]을 어지럽힐지라도, 마음을 보호하고 뜻을 거두어 거기에 따라가지 말고, 제일 먼저 그 안 몸[內體]을 관하고 다음에 바깥 몸을 관하여야 한다. 통양(痛痒 : 受) 등의 심법(心法)도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사람 기름 발우 받들 적에 

  움직이지 않아 떨어뜨리지 않았으니 

  미묘한 지혜 바다와도 같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름 그릇 받들었네.

  

  만일 다른 이도 도를 배우려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마음 지녀 

  뜻으로 온갖 밝은 덕을 품고 

  일체 더러움 죄다 없애야 한다.

  

  여러 가지 색욕(色欲)과 

  또 성냄과 어리석음 일어나도

  뜻을 방일하게 하지 말고 

  적멸하여 스스로 제지해야 한다.

  

  사람 몸에 병이 있으면 

  의사가 약을 써서 제거하듯이 

  마음의 병도 또한 그와 같이 하여

  네 가지 의지(意止)로써 없애야 한다.

  

마음이 굳센 이는 뜻을 능히 이와 같이 하면, 손톱으로 설산(雪山)도 무너뜨리고, 연꽃 뿌리로 금산(金山)도 뚫으며, 톱으로 수미산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이 없고 능히 정진하지 못하며, 아첨을 품고 방일하고 잊기를 좋아하면, 아무리 세상에 오래 살아도 끝내 음욕·성냄·어리석음의 번뇌를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믿음이 있고 정진하며, 질박하고 정직하고 지혜 있어서 그 마음이 견고하면, 능히 산도 불어서 움직이게 할 수 있거늘, 더구나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제거하는 것이겠는가?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도덕을 이루고자 하면, 믿음을 가지고 정진하며, 지혜 있고 질박하고 정직하며 그 마음을 잘 다스려서 오로지 수행하는 자리에 두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정직하고 믿고 정진하며 

  지혜 있어 아첨을 없애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덕(德)으로 더러움 없애 

  마음의 무수한 번뇌 여의어야 한다.

  

  한량없는 경전을 이해하고 

  스스로 이 불교를 깨달아 

  그 요긴한 말씀을 채취하고 

  한량없는 이치를 분별하라.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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