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29. 음식은 더러운 것이요, 살찌기를 바라지 말라.
11. 효료식품(曉了食品)
부처님께서 파질수(巴質樹 : 菩提樹) 밑에 계실 적엔
천제(天帝)가 온갖 진미 받들었고
또 사위성(舍衛城)에 계실 적엔
파사닉왕(波斯匿王)이 공양 올렸네.
비란야(比蘭若)에서 바친 보리밥이
비록 감미로운 맛은 아니었지만
모두 평등한 마음으로 받으셨으니
집착 없는 분께 머리 조아립니다.
아무리 이런 밥을 드셨어도
언짢은 기색 내지 않으셨고
또한 교만함을 짓지 않으셨으며
온갖 교만함을 다 버리셨네.
곳에 따라 공양을 받으셔도
마치 큰길을 뛰어 넘듯이
좋은 음식만을 위하지 않으셨으니
그러므로 머리 숙여 예배합니다.
이 때 수행하는 이가 음식에 대하여 가령 '온갖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든지 맛없는 보리밥이든지 간에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관해야 한다.
밥을 떠서 입에 넣은 다음 씹어서 침과 합해 삼키기를 적당히 하여 그 음식이 만약 생장(生藏)2)에 들어가면 몸 안에 있는 불기운이 달이고 체내의 물 기운으로 익히며 바람으로 이리저리 뒤척거려서 점차 소화하게 된다.
숙장(熟藏)에 떨어지게 되면 단단한 것은 대변이 되고 무른 것은 소변이 되며, 거품은 침과 콧물이 된다.
장부 안에 긴요한 맛은 온 신체를 윤택하게 하나니, 그 여러 가지 요긴한 맛이 모든 혈맥에 유포된 연후에야 머리칼·털·손톱·발톱·이·뼈·피·살·비계·지방·정기·뇌수 같은 것을 기르게 된다.
그러므로 바깥의 4대(大)가 안의 다섯 감관을 기르면 모든 감관이 그 힘을 얻어 심법(心法)을 증장(增長)시켜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알려고 하면, 이것은 음식이 그 근본이 되나니 이 음식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헤아려보면 수 없이 많은 온갖 최상의 맛도
뱃속에 들어가면 아무런 차이가 없어
몸에서 변화하여 모두 부정(不淨)하게 되므로
도를 수행하는 이 음식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음식을 먹게 되더라도 살찌기를 구하지 말고 다만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높은 벼슬아치가 많은 새들을 잡아다가 그 날개를 갈겨버린 다음 새장 속에 가둬두고 날마다 살찐 놈을 가려내어 관청 주방[官廚]에 공급함으로 인해 그렇게 많던 새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어떤 새 한 마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살찐 놈이 먼저 죽으니 만약 나도 살이 찌게 되면 또한 앞에 죽어간 새처럼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가령 먹지 않을 경우 곧 굶어죽게 될 것이니, 지금은 마땅히 음식을 절제하여 이 몸으로 하여금 살이 찌지 않게 하고 또한 깡마르지도 않게 하면 몸이 가볍고 편안하여 드나드는 데에도 걸림이 없을 것이며, 요리사에게 잡혀 삶아지는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날개가 점점 자라나기를 기다려서 새장으로부터 벗어나 날아간다면 어디로든 마음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2)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장(臧)자로 되어 있으나, 장(臟)자가 바른 표현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장(藏)자와 장(臟)자를 통용해 썼기 때문에 원문대로 둔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이 헤아려, 음식에 대해서는 다만 몸을 편안하게 하고 체중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적당하게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졸음[睡眠]이 적으며, 앉고 일어나고 경행(經行)하는 데에도 숨이 가쁘지 않고 편안하며, 대변과 소변을 적게 보고 자신이 닦는 행에 있어서도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엷어진다.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관해야 한다.
'나는 몸을 탐하지 않고 온갖 정욕(情欲)을 제거할 것이며, 이 몸뚱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고 뼈가 서로 지탱해주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몸 속에는 다만 깨끗하지 못한 것만 가득 담겨져 있고 단단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비유하면 원수가 이롭지 못한 그물을 쳐놓고 늘 원수라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 친구를 상해하려고 하는 것과 같나니, 마땅히 그런 생각을 녹여 없애고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되 비유하면 저 왕을 받들어 섬기듯이 해야 한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받들어 앉고 일어나고 경행하는 데에 재앙과 은환이 없게 하고, 늘 더러운 이슬[汚露]처럼 관하여 숱한 더러움을 모두 알며, 다만 목숨만을 부지해가면서 수행하는 도를 얻는 데에 뜻을 두어야 한다.
친족이나 권속은 버릴 수가 없는 것처럼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목욕하고 밥을 먹고 의복을 입어 형체를 가리며, 또한 외아들을 사랑하듯이 늘 보호하여 춥고·덥고·배고프고·목마른 고통이 없도록 하며, 모기·등에·이·벼룩 같은 것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유하면 이러하다. 옥리(獄吏)가 도둑을 잡아 옥에 가둬놓고 온갖 고문을 가하면서 물었다.
"너는 전후로 몇 차례에 걸쳐 누구의 물건을 겁탈하였으며, 네가 살고 있는 주소는 어떻게 되며, 도둑질해 온 물건은 어디다가 숨겨 두었으며, 누구와 같이 동반(同伴)하였으며, 괴수는 누구이고 공모한 이들은 누구인가?" 도둑은 5독(毒)을 견디지 못해 기절하였다가 다시 깨어나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무슨 방편을 써야 이 매질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마음이 곧 열려서 우두머리 옥리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나라에 금계(禁戒)라고 하는 큰 장자의 아들이 있는데, 전후 여러 차례에 걸쳐 도둑질해 온 물건을 모조리 그가 있는 곳에 두었으며, 그의 집에서 같이 거주하면서 그와 함께 도둑질을 하였으니 그 사람이 나의 반려(伴侶)입니다."
옥리는 그 말을 듣고 장자의 아들을 잡아다가 쇠사슬로 얽어서 먼저 잡아들인 도둑과 함께 같은 옥 속에 가두었다. 그 때 장자 아들은 자기 집에서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도둑에게는 나눠주지 않고 저 혼자 먹어버렸다.
도둑은 몹시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며 땀을 닦고 탄식하며 생각하였다. '장자의 아들로 하여금 목숨을 건지지도 못하게 할 텐데, 더구나 음식을 저 혼자 먹다니. 이제 내가 자유로운 몸이 되면 마땅히 저 사람을 핍박하여 혼자서는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할 것인데 어떻게 음식을 혼자서만 먹을 수 있겠는가?'
장자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버릇없고 방탕한 버릇이 있었으므로 잠깐 동안이라도 이리저리 나다니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옥사(獄舍) 뒤에 나가고 싶어서 슬쩍 도둑에게 말하였다.
"우리 함께 변소에 가자."
그러자 도둑이 말하였다.
"그대가 가는 곳엔 나는 가지 않겠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몹시 급하고 간절해서 그 도둑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잘못을 한 일이 없는데 그대는 나를 억울하게 끌어들여 감옥에 갇히게 해놓고는 지금 잠시만 같이 가자고 하는 말도 그대는 들어주지 않는가? 설령 감옥에서 나가게 된다 하더라도 끝끝내 앙갚음을 하지 않겠으니, 거짓으로 누명 쓴 나의 애매한 진상을 그대는 바른대로 말해다오. 내가 마땅히 잘못을 반성하고 그 죄를 사과하겠노라."
그러자 도둑이 말하였다.
"그대는 실로 잘못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그대를 억울하게 끌어들인 것은, 그대는 권속이 많아서 스스로 죄를 면하려고 하면 고문을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그 사이에 음식이나 얻어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일부러 그대를 억울하게 모함한 것뿐인데, 그대[仁]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마저 혼자서만 먹고 끝내 조금도 나누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를 따라가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이 도둑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한(恨)을 알겠다. 지금부터 이 뒤로 다시는 그대에게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다시 음식을 가지고 온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먼저 먹인 다음 내가 먹을 것이니, 아직 내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옥사(獄舍) 뒤에 나아가 나로 하여금 볼일을 볼 수 있게 해달라."
그러자 도둑은 그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음식을 가져오자 바로 노비에게 명하였다.
"지금 가지고 온 음식을 저 친구에게 먼저 먹이고 먹고 남거든 나에게 달라."
그 때 노비는 가르침을 받들어 그 말대로 시행하였다. 그리고 노비는 집으로 돌아가서 장자에게 그 사실을 아뢰었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노여움을 품고 있다가 이튿날 옥으로 가서 그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호족(豪族)의 집안에 태어났거늘 도리어 도둑 같은 나쁜 인간과 어울려 일을 따라 하고 그와 더불어 친구가 되었으니, 도대체 너는 그가 너를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끌어넣은 줄도 모르느냐?"
그 아들이 대답했다.
"아버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이 사람을 공경하여 친구로 삼은 것이 아니며, 그가 도둑인 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소변이 급하여 핍박을 받고 있는데도 따라가 주려고 하지 않아서, 몸이 무겁고 배가 부풀어올라 눈이 뒤집히고 귀가 먹먹하며, 머리가 아프고 등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갈비뼈가 뽑히는 것 같았고, 가슴에 답답한 기운이 가득 차며, 숨이 헐떡거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하였으며, 마음과 의식이 혼란해져서 아무 감각이 없었고, 모든 골절이 풀리는 듯하였으며, 뼈와 신체가 쑤셔대고 아팠고, 목숨이 다하여 끊어지는 것 같았으며, 나쁜 증상이 마주하여 위에 나타나 있고, 땀이 나고 기운이 딸리던 차에 저 도둑이 저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나를 따르기를 마치 병든 사람이 의원을 따르듯 해야 그나마 응하겠다. 또 음식이 오면 나를 먼저 먹이고 난 다음에 그대가 먹겠다면 내 마땅히 그대를 따라가 주겠다'라고 하기에, 몸과 목숨을 탐애(貪愛)한 까닭에 일부러 친구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 장자의 아들은 그 도둑이 뻔히 원수인 줄 알면서도 몹시도 궁핍하였기 때문에 겉으로는 친구인 체 보였지마는 속으로는 사실 소박(踈薄)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4대(大 : 몸)는 무상한 물질이 붙어 있는 것뿐이라서 네 가지 일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여 하나도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뱀이나 독사와 같고 허깨비·아지랑이·물 속의 달·산 속의 메아리처럼 이 몸도 그와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역시 이와 같이 헤아려 5음이란 모두 원수요 도적임을 깨닫고 알아서 입고 먹는 것은 그 신체만을 길러 해롭지 않을 만큼만 할 뿐, 낮과 밤으로 정진에 전념하여, 마치 머리 위에 붙은 불을 끄듯이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도덕을 이루고,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르러 삼계가 시작하고 끝나는 환난에서 해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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